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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6일 월요일

모차르트: 피아노 사중주 제1번 g단조 / 드보르자크: 피아노 사중주 제2번 E♭장조

모차르트: 피아노 사중주 제1번 g단조

음악학자 데이비드 펜튼에 따르면, 피아노와 현악기 셋을 편성한 ’피아노 사중주’는 18세기 중반 이후 건반악기에 반주 악기를 더한 디베르티멘토(가벼운 파티용 음악)에서 유래했다. 또한 초기 형태의 건반악기 협주곡이 흔히 바이올린 두 대와 첼로 등을 사용한 편성으로 출판되던 관행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피아노 사중주는 18세기의 다른 실내악 장르와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여흥을 위한 장르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본격적인 피아노 사중주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사중주 제1번 g단조(K. 478)와 제2번 E♭장조(K. 493)가 사실상 최초라 평가된다. 모차르트는 이 두 작품을 아마추어용으로 쉽게만 쓰지는 않았고, 특히 피아니스트에게 당시로서는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했다. 출판업자 호프마이스터는 모차르트에게 피아노 사중주 세 곡을 위촉했으나 g단조 사중주의 연주 난도가 높다는 이유로 결국 출판을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모차르트는 출판 계약이 취소된 이후 피아노 사중주 제2번 E♭장조를 작곡해 아르타리아 출판사를 통해 출판했다.

제1악장은 비장한 주제로 시작해 밝고 어두운 분위기를 오가며, 제2주제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쾌한 속임수가 인상적이다. 원조성인 g단조가 제2주제의 조성 영역인 B♭장조로 옮겨간 뒤, 제2주제가 아닌 제1주제의 변형이 먼저 등장해 가짜 제2주제처럼 제시된다. 그 뒤에야 진짜 제2주제가 짧게 나왔다가 곧바로 작은종결구로 이어진다. 재현부에서는 이 가짜 제2주제 대신 속임종지가 등장한 뒤 g단조로 제2주제가 나온다. 발전부에서는 앞선 음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주제가 c단조로 나타나 제1주제의 비장함을 심화시킨다. 발전부와 재현부가 통째로 반복되는 구성 또한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서정적인 제2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기초로 하되 발전부를 대신해 제시부를 살짝 변형한 ’중간 부분’이 삽입된다. 제3악장은 론도-소나타 형식으로, 단조 영역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발전부적 성격의 중간 부분에서 잠시 단조로 이탈하여 대비를 이룬다.

W. A. Mozart: Piano Quartet No. 1 in G minor, K. 478

According to musicologist David Fenton, the piano quartet — scored for piano and three string instruments — can be traced back to mid-eighteenth-century divertimenti — light social music — in some cases employing a keyboard instrument combined with accompanying strings in this specific instrumentation. It is also related to the contemporary publishing practice whereby early keyboard concertos were frequently issued in arrangements for keyboard with two violins and cello. Against this background, the piano quartet, like many other chamber music genres of the eighteenth century, was generally regarded as music intended for amateur enjoyment.

In the modern sense, however, the piano quartet is widely considered to have truly begun with Mozart’s Piano Quartet No. 1 in G minor, K. 478, and Piano Quartet No. 2 in E-flat major, K. 493. Mozart did not compose these works simply for amateur players; on the contrary, they demand a level of virtuosity — particularly from the pianist — that was exceptional for their time. The publisher F. A. Hoffmeister is said to have commissioned three piano quartets from Mozart, but ultimately declined to publish the G-minor work on account of its technical difficulty. After the contract was canceled, Mozart went on to compose the second quartet in E-flat major, which was subsequently published by Artaria.

The first movement opens with a tragic theme and alternates between light and dark moods, featuring a playful deception in the approach to the secondary theme. After the home key of G minor modulates to B-flat major — the expected key area for the secondary theme — a transformed version of the primary theme appears instead, functioning as a “false” secondary theme. Only then does the genuine secondary theme emerge briefly, followed immediately by a closing section. In the recapitulation, this false secondary theme is replaced by a deceptive cadence, after which the secondary theme finally returns in G minor. In the development, a new theme appears in C minor, derived from earlier motivic material and intensifying the tragic character of the primary theme. Also noteworthy is the large-scale repetition of both the development and the recapitulation in their entirety.

The lyrical second movement is based on sonata form, but instead of a full development section it inserts a lightly varied middle passage derived from the exposition. The third movement adopts a rondo-sonata form, maintaining an overall buoyant character in which the minor mode is scarcely felt, before briefly turning to the minor in a development-like central episode to create contrast.

드보르자크: 피아노 사중주 제2번 E♭장조

19세기 실내악은 18세기와 달리 더 이상 아마추어를 위한 장르가 아니었다. 특히 브람스 파벌과 바그너 파벌이 대립하던 시기에 브람스 진영을 옹호하는 논리로 ’고급 감상자는 실내악을 듣는다’라는 속설이 등장했으며, 이것은 오늘날에도 흔히 인용된다. 브람스를 멘토로 삼았던 드보르자크는 다양한 걸작 실내악을 남겼는데, 그중 피아노 사중주 제2번 E♭장조는 그의 성숙기에 쓰인 작품으로 브람스에 비견할 만한 치밀하고 복합적인 짜임새를 지닌다.

제1악장은 시작 직후부터 E♭장조를 벗어나 예상 밖의 조를 떠돌다가 한참 뒤에야 주조성을 확립하며,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반복된다. 음악학자 브루스 아돌프의 분석에 따르면, 작곡가는 이 곡에서 E♭장조의 비화성음인 B와 G♭ 등을 ’돌연변이’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하고, 이를 원조성에서 멀리 떨어진 조로 이행하는 연결 고리로 활용함으로써 작품 전체를 조직한다. 제2주제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엉뚱한 조’인 G장조로 제시된다.

발전부는 마치 제시부가 반복되는 것처럼 시작하며, 반대로 재현부는 발전부가 계속되는 것처럼 출발한다. 발전부 직전에는 연쇄적인 감7화음과 여러 조를 경유하는 준비 과정으로 긴장감이 축적되며, 이어지는 발전부에서 제2주제는 자취를 감춘다. 재현부가 발전부의 연장이라는 인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지점에서 제2주제는 B장조로 재현되는데, 이때 첼로가 홀로 일탈적인 하행 음형을 연주한다. 브루스 아돌프는 이것을 ’장조 속의 단조’이자 ’제2주제 속의 제1주제’로, 나아가 모차르트 피아노 사중주 제1번 g단조 제1악장의 이른바 ’가짜 제2주제’에 등장하는 비올라 솔로에 대한 오마주로 분석한다.

서정적인 제2악장은 발전부가 생략된 소나타 형식이며, 다채로운 춤의 향연인 제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 경쾌하게 질주하는 제4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악장은 모두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의 균형 잡힌 구조를 보여주며, 제1악장의 현란한 짜임새를 경험한 감상자라면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A. Dvořák: Piano Quartet No. 2 in E-flat major, Op. 87

Unlike in the 18th century, chamber music in the 19th century was no longer a genre intended primarily for amateur performers. During the period marked by rivalry between the Brahms and Wagner camps, chamber music came to be framed as “a genre for discerning audiences,” a notion that functioned as a rhetorical defense of the Brahmsian aesthetic and is still frequently cited today. Dvořák, who regarded Brahms as a mentor, left behind a rich body of chamber music. Among these, the Piano Quartet No. 2 in E-flat major stands as a mature work of remarkable density and complexity, worthy of comparison with Brahms’s own chamber masterpieces.

The first movement departs from E-flat major almost immediately, wandering through unexpected keys before establishing the home tonality only much later — a pattern that recurs throughout the movement. According to musicologist Bruce Adolphe, Dvořák structures the entire work by extensively featuring tones foreign to E-flat major — such as B natural and G-flat — which he treats as “mutations” and “problems to solve,” and further as pivots to remote key areas. In this context, the secondary theme is presented in the seemingly incongruous key of G major.

The development begins as if the exposition were being repeated, while the recapitulation, conversely, sets off as though the development were continuing. Just before the development, tension is carefully accumulated through a preparatory passage featuring chains of diminished-seventh chords and multiple modulations, after which the secondary theme disappears entirely from the development section. When the music finally breaks free from the sense that the recapitulation is merely an extension of the development, the secondary theme reappears in B major, at which point the cello stands out with a wayward gesture. Bruce Adolphe interprets this cello line as “reminding you that you were in minor,” as “bringing the first theme back,” and ultimately as a reference to Mozart — specifically, the viola solo that appears in the so-called “false secondary theme” of the first movement of Mozart’s Piano Quartet No. 1 in G minor.

The lyrical second movement is cast in sonata form without a development. The third movement, a showcase of various dances, is cast in scherzo-and-trio form, while the final movement, driven forward with exuberant energy, returns to sonata form. All three movements strike a fine balance between simplicity and complexity, allowing listeners — having navigated the intricate architecture of the first movement — to enjoy them with a sense of relative ease.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베토벤: 현악사중주 4번 c단조 Op. 18-4 / 드보르자크: 현악사중주 12번 F장조 "아메리카" /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6번 f단조 Op. 80

베토벤: 현악사중주 4번 c단조 Op. 18-4

베토벤은 1798년부터 1800년까지 작곡한 현악사중주 6곡을 'Op. 18'로 묶어 1801년에 발표했다. 작곡 시기는 작품번호와 별개이며, c단조 현악사중주는 작곡 시기가 명확하지 않으나 가장 나중에 작곡했을 가능성이 크다. Op. 18로 묶인 다른 곡들에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의 영향이 뚜렷한 것과 견주면, c단조 현악사중주는 베토벤의 초기 양식에서 중기 양식으로 변화하는 과도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1악장에서 제2주제로 나아가는 과정의 복잡함이다. 제1주제에 이어지는 경과구는 '허수아비' 경과구로서 제2주제의 조성인 E플랫 장조를 슬쩍 내비치는 수준에 그치고, E플랫 장조 딸림화음(V₇/IV)으로 시작해 E플랫 장조 으뜸화음으로 나아가는 진짜 조바꿈이 마치 제2주제처럼 등장하는 '제2경과구'에서 일어난다.

제1주제의 변형처럼 등장하는 제2주제는 제2경과구와 그다지 뚜렷하게 대비되지 않을 뿐 아니라 B플랫장조로 변화했다가 다시 E플랫장조로 나아가는 경과구적 성격마저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제2주제'라고 선언하는 듯한 음형이 나타나 자연스럽게 소종결구로 이어진다. 발전부에서는 '두 번째 제2주제'가 아닌 '첫 번째 제2주제'가 나온다. 제시부의 복잡함에 비해 발전부는 단순한 편이다.

'스케르초 같은 안단테'(Andante scherzoso)라는 나타냄말이 붙은 2악장은 간소화된 소나타 형식으로, 스케르초답지 않게 느린 템포와 푸가에 가까운 정교한 대위법이 특징적이다. 3악장은 미뉴에트이면서도 내용은 스케르초에 가깝다. 론도 형식으로 된 4악장은 빠른 음형으로 마구 달리는 가운데 c단조의 어둠에서 C장조의 빛으로 나아가는 짜임새이다.

드보르자크: 현악사중주 12번 F장조 "아메리카"

드보르자크는 뉴욕에 있던 아메리카 국립음악원의 초청으로 그곳 학장이 되었다. 채용 조건으로 미국 오페라 부흥에 힘쓸 것과 특히 롱펠로 서사시 ‹하이아와사의 노래›(The Song of Hiawatha)에 바탕을 둔 작품을 쓸 것 등이 있었다. 드보르자크는 아메리카 토착민의 영웅 '하이아와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의 체코어 번역판을 읽고 감명받았다고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쓰기에 앞서 실험적인 작품으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작곡했다. (그러나 오페라는 결국 쓰지 못했다.)

그 직후 드보르자크는 '아메리카' 사중주를 작곡하고 악보에 "아메리카에서 작곡한 두 번째 작품"이라 썼다. 이 곡은 '신세계' 교향곡과 달리 ‹하이아와사의 노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듯하지만, 작곡 시기와 양식 등에서 '신세계' 교향곡과 사실상 쌍둥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메리카 느낌'은 작곡가가 '신대륙' 문물과 자연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흑인 영가 또는 아메리카 토착민 음악과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많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며, 작품에 두드러지는 5음 음계는 세계 각국 민요에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리듬으로 가득하다. 악곡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은 학술적 목적이 아닌 이상 굳이 필요 없고, 감상자에게는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19세기 말 미국의 드넓은 자연과 싱그러운 공기가 음악과 공명하며 감동을 더한다.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6번 f단조 Op. 80

멘델스존 음악에는 대개 그늘이 없다. 모차르트가 밝은 웃음 속에 슬픔을 감추는 것과 달리 멘델스존은 순수하게 해맑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자랐고,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타고나 어려서부터 음악가로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누나의 죽음은 멘델스존에게도 커다란 시련이었던 듯하다. 두 달쯤 뒤에 그가 작곡한 현악사중주 6번 f단조는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를 연상시키는 염세적인 정서와 악마적인 광기로 가득해 그의 해맑음을 아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리고 과로 등으로 몇 년새 악화하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멘델스존은 몇 달 뒤 향년 38세로 요절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 3악장은 세도막 형식, 4악장은 론도-소나타 형식이다. 1악장에서 빠른 트레몰로 음형으로 박박 긁어대는 현이 악마적인 쾌(快)를 보여준다면, 2악장에서는 기괴한 화성과 리듬 등이 악마적인 냉소를 보여준다. 3악장에서는 느리고 애잔한 선율이 통곡으로 변하고, 4악장에서는 쫓기는 듯 달려가는 음형이 절박함을 더해 가던 끝에 슈베르트 같은 '죽음의 춤'으로 귀결된다.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훔멜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입니다.


훔멜: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클래식 음악 공연장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워서, 관객이 공연 중에 웃고 떠드는 일이 예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공연 시작하니까 그만 떠드세요!' 하는 신호를 주는 음악이 필요했고, 그런 목적으로 오페라 시작에 앞서 연주하게 된 기악곡을 서곡(Overture)라고 하지요.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은 그런 목적에 매우 충실한 곡입니다. 팡파르처럼 뿜빰거리면서 관객의 주의를 끌고, 듣기 좋은 선율과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에 집중하게끔 하지요.

이 오페라는 공작가 아가씨 '마틸데 폰 구이제'가 주인공인 흔한 연애물입니다. 훔멜은 모차르트의 제자이자 대략 베토벤과 동시대 사람으로 특히 쇼팽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작곡가입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출생이며, 그곳은 당시 헝가리 영토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했기 때문에 훔멜은 오스트리아 작곡가로 분류됩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오케스트라 반주가 있는 피아노 독주곡에 가깝습니다. 협주곡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빛나게 하는 일에 그치고 피아노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며 음악을 이끌어 나가지요. 협주곡 2번의 짜임새는 1악장 소나타 형식, 2악장과 3악장은 세도막 형식이지만, 쇼팽 작품이 흔히 그렇듯 이 작품의 구조를 따지는 일은 학술적인 목적이 아닌 이상 무의미합니다. 쇼팽이 피아노로 쓴 시를 그냥 가슴으로 느끼면 되지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2악장은 쇼팽이 당시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생각하면서 쓴 곡으로, 남몰래 간직한 사랑이 잔잔한 화음 속에 절절한 피아노 선율이 되어 흐릅니다.

이 작품은 쇼팽이 프랑스 파리에서 스타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기 전에 폴란드에서 활동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며, 작곡가는 피아노 협주곡 1번보다 한 해 앞서 이 곡을 썼습니다. 순서가 뒤바뀐 까닭은 1번 협주곡이 먼저 출판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요.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이 작품은 작곡가가 '필하모닉 소사이어티'(Philharmonic Society) 명예 회원이 되면서 위촉을 받아 쓴 곡입니다. 런던에 있는 이 단체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포함해 수많은 명작을 위촉한 곳이기도 하지요. 드보르자크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새 교향곡은 베토벤의 유산을 계승하는 작품,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작품, 그러니까 베토벤-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적인 논리와 질서가 있는 작품이어야 했습니다. 마침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듣고 감명을 받은 참이기도 했지요.

그렇게 탄생한 교향곡 7번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가운데서도 베토벤-브람스 패러다임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작품입니다. 체코 작곡가로서 그동안 보이던 '지역색'은 그만큼 옅어졌지요. 그리고 베토벤-브람스 음악을 본받은 모티프 발전 기법과 논리적인 전개 방식, 치밀한 대위법 등이 이 작품에 나타납니다. 악보를 보면, 특히 1악장 발전부와 종결구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1악장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과 견줄 만큼 어둡고 심각하게 시작해 치밀한 짜임새로 발전해 나갑니다. 제2 주제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을 여는 첼로 선율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에 앞서 제1 주제가 살짝 이완되면서 제2 주제로 착각할 만한 선율이 마치 에피소드처럼 나타나지만, 이내 제1 주제로 되돌아갑니다.

2악장은 주제가 셋 있는 소나타 형식으로, 느린 악장답지 않게 짜임새가 복잡합니다. 그러나 선율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형식을 따지는 일이 부질없다고 느껴지지요. 서럽게 흐르는 선율과 화음 속에서 맑게 반짝이는 플루트 소리가 오히려 슬프게 들립니다.

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입니다. 드보르자크는 기차 마니아로 유명했고, 작품에 기차 느낌을 곧잘 담아냈던 작곡가이지요. 교향곡 7번의 다른 악장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지만, 3악장을 여는 선율과 리듬에서 기차 느낌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합니다. 기차 여행의 설렘이 현실의 고뇌와 교차하며 독특한 매력을 주는 악장입니다.

4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에 나타나는 '어둠에서 광명으로' 짜임새와 비슷하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마지막까지 찬란하게 쏟아지는 으뜸화음은 나오지 않지요. 작곡가는 그 대신 작은 희망 조각을 부여잡고 어둠 속을 꾸준히 한 걸음씩 전진하는 일이 현실에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합니다.

2015년 8월 19일 수요일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책자에 실릴 프로그램 노트입니다. 헛소리가 있다거나 맞춤법이 틀렸다거나 등등 마구 지적해 주세요. ^^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이 곡은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에 나오는 사육제 길거리 장면과 사랑의 이중창 등을 따와 쓴 관현악곡입니다. 오페라에서 사람들이 "아! 트럼펫 분다, 백파이프 분다, 탬버린 두드린다." 광대들이 "재주꾼 보러 오세요!" 하고 외치는 대목이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지요. 이 대목의 리듬은 이탈리아 춤곡 리듬인 살타렐로(Saltarello),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4악장에 나오는 그 광란의 리듬입니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와 더불어 특히 "재주꾼 보러 오세요!" 할 때 저음 하행 음형이 매력적이고, "베네 부아, 베네 부아, 라빌 옴므!"(Venez voir, venez voir, l’habile homme!) 하는 원어 가사와도 기막히게 어울리지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콥스키는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페인 교향곡〉은 제목과 달리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할 수 있는데, 차이콥스키는 무엇보다 랄로가 "심오함을 담으려 집착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뻔한 곡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며, 독일 사람처럼 확립된 전통을 답습하는 대신에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더 많이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영국제음악당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제가 다른 글에서 몇 차례 설명한 이른바 '베토벤 딜레마'를 기억하실 겁니다. 베토벤이 고전주의를 해체하고 낭만주의 시대를 열어젖혔지만, 베토벤이 남긴 음악적 유산이 낭만주의 시대정신과 썩 잘 들어맞지는 않았다고요. 베토벤의 '논리적'이고 심오한 음악 어법과 '어둠에서 광명으로' 패러다임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던 차이콥스키에게 이 딜레마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였지요. 차이콥스키가 '독일 전통'에 반감을 보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차이콥스키가 '베토벤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애썼던 사정을 헤아릴 때, 그가 남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바로 이 곡을 꼽을 만합니다. 차이콥스키가 〈스페인 교향곡〉을 칭찬한 말을 이 작품에 그대로 돌려줄 수 있을 듯해요. 1악장에서 3악장까지 쉼 없이 이어지며 처음부터 끝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리듬으로 가득한 이 곡은, 그래서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기고 연주자의 화려한 불꽃 테크닉을 즐기는 것이 가장 훌륭한 감상법이 아닐까 합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의 저 유명한 주제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익숙하다고 느낄 만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를테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에 나오는 이른바 '환희의 송가'와 견줄 수 있겠고요. 곡 제목만 보고 갸우뚱할 사람이라도 스포츠 경기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고 이종범 선수 응원가로도 유명한 바로 그 선율, 또 386세대는 '전대협 팡파르'(?!)로 기억한다는 바로 그 선율을 듣는 순간 바로 알아챌 수 있을 테지요.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라는 표제는 당시에 '신대륙'이라 불리던 아메리카를 말합니다. 이 곡을 쓸 때 드보르자크는 뉴욕에 있던 아메리카 국립음악원 원장이었는데, 그 전에 프라하 음악원 작곡과 교수로 있다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음악원장 자리를 제의받아 미국에 갔고, 덕분에 '신대륙' 문물과 자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국립음악원은 안타깝게도 드보르자크 퇴임 이후 쇠퇴하다가 대공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네요.)

한편, 이 작품은 롱펠로 서사시 『하이아와사의 노래』(The Song of Hiawatha)를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 또는 칸타타를 쓰기 위한 실험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이아와사는 아메리카 토착민 부족(국가) 연합체인 이로쿼이 연맹(Iroquois League)을 만들어 이끌었다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저넷 서버(Jeanette Thurber)가 드보르자크를 국립음악원장으로 초빙하면서 미국 오페라 부흥에 힘쓸 것과 특히 『하이아와사의 노래』에 바탕을 둔 작품을 쓸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끝내 오페라/칸타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작곡가가 밝히기를, 3악장은 『하이아와사의 노래』에 나오는 축제 장면을 소재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악장의 강렬한 리듬은 '인디언의 춤'을 상상하면서 썼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음악학자 마이클 베커만의 의견을 좇자면, 저 유명한 2악장 잉글리시 호른 선율은 하이아와사의 구애 장면 또는 신부로 맞이한 '민네하하'와 함께 여행하는 장면에 해당합니다. 2악장이 구슬프게 바뀌는 중간 대목은 민네하하의 죽음 및 장례와 관련 있고, 음악학자 리처드 타루스킨은 2악장 선율이 중간에 살짝 끊겼다 이어지곤 하는 대목을 베토벤 교향곡 3번 2악장 '장송행진곡' 끝 부분과 견주기도 했습니다.

'신세계 교향곡'은 클래식 음악 초심자용으로 곧잘 추천되지요. 선율과 리듬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형식 또한 깔끔하기 때문입니다. 1악장과 4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겹세도막 형식, 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이고, 관련 지식이 있는 분은 머릿속으로 짜임새를 그려 가면서 감상하시면 좋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편하게 들어도 좋아요.

2015년 5월 1일 금요일

드보르자크 피아노 트리오 4번 Op. 90 '둠키',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Op. 97 '대공'

통영국제음악재단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작품 해설입니다.

드보르자크: 피아노 트리오 4번 Op. 90 '둠키'

둠키(Dumky)는 둠카(Dumka)의 복수형입니다. 둠카는 폴란드 · 우크라이나 · 체코 등 동유럽에서 나타난 노래로, 탄식하거나 우울하게 사색하는 내용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자는 2박자 계통이 흔하고, 많은 경우 유절 형식이지요. 19세기 이후에는 기악 둠카도 많이 나타났고, 쇼팽, 리스트, 야나체크, 그리고 차이콥스키와 무소륵스키 등 동유럽 및 일부 러시아 작곡가가 둠카 양식으로 된 곡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둠카 기악곡을 가장 많이 쓴 작곡가는 드보르자크라 할 수 있어요.

드보르자크의 둠카는 느리고 우울한 대목과 빠르고 활기찬 대목을 엇갈리게 하는 점이 독특합니다. '둠키 트리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악장이 겹세도막 형식 또는 겹두도막 형식으로 되어있고, 느림과 빠름이 엇갈리는 짜임새가 어떤 면에서는 론도 형식과도 통합니다. 이런 특징이 너무나 뚜렷해서 악장 사이 변화가 고만고만하게 느껴질 정도이지요. 그래서 느리고 슬픈 음악과 빠르고 강렬한 음악이 어떻게 엇갈려 이어지고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헤아리는 것이 이 곡의 감상 포인트입니다.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Op. 97 '대공'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작품입니다.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베토벤에게 음악을 배운 제자였고,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함머클라비어 소나타, 장엄미사, 대푸가 등 여러 작품을 그에게 헌정했지요.

귀족적인 분위기가 특징적인 '대공 트리오'는 형식적으로 명쾌하면서도 베토벤다운 예술적 탁월함이 있는 걸작입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꼴 세도막 형식, 3악장은 변주곡 형식, 4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그나마 형식적으로 독특한 곳이 있다면 스케르초를 3악장이 아닌 2악장에서 사용한 점, 1악장 제1 주제에서 제2 주제로 넘어갈 때 제법 긴 경과구를 거쳐 딸림조가 아닌 6도 관계조로 과감한 조바꿈을 사용했다는 것 정도이지요.

3악장에서는 가슴 뭉클한 선율과 화음이 뒤에 가서 제법 다양하게 변주되므로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제 선율과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첫 번째 변주까지이고, 두 번째 변주부터는 화음 등에서 원래 주제가 남아 있기는 해도 선율과 리듬은 느낌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살짝 변형된 원래 주제로 돌아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는 3악장은, 갑자기 바뀐 템포와 함께 곧바로 4악장으로 이어집니다. 4악장은 A-B-A-C-A-B-A 꼴에 마지막에 빠르고 힘찬 종결구가 있는 짜임새입니다.

반말체로 고친 텍스트: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함머클라비어 소나타, 장엄미사, 대푸가 등 여러 작품을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했으며 ‘대공 트리오’ 또한 마찬가지다.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베토벤에게 음악을 배운 제자이기도 했다.

귀족적인 분위기가 특징적인 '대공 트리오'는 형식적으로 명쾌하면서도 베토벤다운 예술적 탁월함이 있는 걸작이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꼴 세도막 형식, 3악장은 변주곡 형식, 4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되어 있다. 스케르초를 3악장이 아닌 2악장에 배치한 점, 그리고 1악장 제1주제에서 제2주제로 넘어갈 때 제법 긴 경과구를 거쳐 딸림조가 아닌 버금가온조(6도 관계조)로 과감한 조바꿈을 사용한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형식적 파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3악장에서는 가슴 뭉클한 선율과 화음이 변주된다. 주제 선율과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첫 번째 변주까지이며, 두 번째 변주부터는 화음 등에서 원래 주제가 남아 있으나 선율과 리듬은 느낌이 많이 달라져서 음악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살짝 변형된 원래 주제로 돌아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는 3악장은, 갑자기 바뀐 템포와 함께 곧바로 4악장으로 이어진다. 4악장은 A-B-A-C-A-B-A 꼴에 마지막에 빠르고 힘찬 종결구가 있는 짜임새다.

2011년 11월 16일 수요일

[인터뷰] 지휘자 박은성

(글: 김원철 · 사진: 최종혁)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 링크: http://g-phil.kr/?p=476

지휘자 박은성. 말이 필요 없는 한국 지휘계의 거목.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인터뷰 기사를 포함해서 수많은 글이 넘쳐 난다. 그러나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없다. 그래서 직접 박은성을 만났다. 2011년 11월 6일 오후 정동극장 안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김원철: 먼저,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을 고르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박은성: 아니,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물어보니까 연주를 한 번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드보르자크를(교향곡 7번).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앞으로 해야 될 큰 과제 중의 하나가, 레퍼토리 개발이라고.
김원철: 그렇죠. 네.

(박은성 지휘자는 본디 '레퍼토리'가 아닌 레퍼투아(répertoire)라는 낱말을 일관되게 사용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해를 돕고자 국어사전에 나오는 좀 더 쉬운 말로 바꾸었다.)

▶ 자주 연주되지 않는 명곡을 소개해야

박은성: 어떤… 늘 하는 곡들만 자꾸 하는 것보다도, 이제는, 현대곡이라든지 새로 작곡된 곡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옛날 곡이라도, 그냥 스탠더드(standard) 레퍼토리 중에서도 경기필이 안 한 곡이 좀 많지 않나… 내 생각이 그래서, 이러구 저러구 생각하다 보니까 (드보르자크) '신세계'(교향곡)도 많이 했을 거고, 그 담에 8번 교향곡도 굉장히 많이 했을 거고, 그런데 7번 교향곡을 얼마나 했나… 내가 한 번 (경기필 단원들한테) 물어봤어요… 한 번도 연주해 본 적이 없는데요… 몇 십년 전에 옛날 단원들이 해봤는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연주된 일이 없어가지고, 그걸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나도 옛날부터 차이콥스키나 뭐 이런 거, 잘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하면 좋지 나도. 특별히 공부 안 해도 뭐 그냥… 아 그런데, 그거보다는 오케스트라를 위해서라도, 또 내가 힘들더라도 좀 레퍼토리를 하나 개발해야 한다, 이런 뜻이 강했고.

(말솜씨가 대단하다. 인터뷰를 여러 차례 해본 관록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박은성: 그 담에 두 번째, 월튼 비올라 협주곡을 택한 이유는, 아시겠지만 내가 택한 건 아니거든. 솔리스트(협연자)가 택했지. 그럼 솔리스트는 어떻게 택했느냐? 솔리스트가 아주 젊어요.
김원철: 네.
박은성: 아직 25세가 안 됐다고. 24세? 아직 그 정도일 텐데.

비올리스트 박경민

▲ 협연자 박경민. 1990년생, 만 21세.

박은성: 지금 독일에 있거든? 알죠?
김원철: 네.
박은성: 작년에 동아 콩쿠르 1등 하고, 독일에서 무슨 콩쿠르 1등 하고, 또 하나는, 작년인가? 그것도 작년인데, 영국에서 비올라만 하는 콩쿠르 있다고.
김원철: 네, 라이오넬 테르티스(Lionel Tertis) 콩쿠르 2등 했더라고요.

(라이오넬 테르티스는 이번 공연에 연주될 '월튼 비올라 협주곡'을 세계초연할 뻔한 ― 세계초연했다고 잘못 썼다가 나중에 고침. 월튼이 테르티스를 생각하고 이 곡을 썼으나 테르티스가 거절해 파울 힌데미트가 초연했다 ― 영국 출신 비올라 연주자이다. 라이오넬 테르티스 콩쿠르 입상할 때에도 월튼 곡을 연주했는지를 박경민 씨한테 물어 봤더니, 그건 아니란다. 버르토크 비올라 협주곡이 지정곡이었다고.)

박은성: 뭐, 다 조사를 했네. 그런 정도면 유럽에서 그만큼 인정받은 솔리스트인데, 한국에서는 아.무.도. 몰라요. 아무도 몰라.
김원철: 네에.
박은성: 근데 작년에 동아 콩쿠르 1등 했기 때문에 올해 코리안심포니하고 나하고… 여름인가 언젠가 연주를 한 번 했다고. 하니까, 야아! 아, 이런 솔리스트가 왜 이렇게 안 알려지고 있느냐 이거야. 이왕이면 이거 경기필하고 한 번 붙여 보자. 그래서 그걸 했고.

박은성: 《마탄의 사수》는… 뭐, 계속해서 하면 안 되죠. 어려운 곡을. 세 곡을 갖다 내면. 그럼 《마탄의 사수》 서곡 정도는 경기필이 굉장히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레퍼토리는 그렇게 구성이 됐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레퍼토리는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김원철: 그러니까 드보르자크를 특별히 더 좋아하신다거나 그런 건 아니로군요?
박은성: 노(No). 그건 아니고, 내가… 모르겠어요, 지휘 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될지. 지금 나이가 들 만큼 들었지만. 에… 알죠? 내가 금년에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떠난 거. 내가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다면 혹시나, 내가 지금 몇 개를 생각하는 작곡가가 있어서, 작품 전곡을 다 연주할 수 있는 거를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브루크너는 수원(시향)하고 거의 다 했다가 몇 곡만, 두 곡인가 세 곡을 남겨 놓고 아직 못 했는데, 그때 내가 수원시향을 떠나서 코리안심포니로 옮기는 바람에 그렇게 됐거든. 근데 코심은, 일단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옮기면 거기에 정착하고 소리를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린단 말이지. 그래서 그거 하느라고 계속 못 했고. 또 내가 학교도 은퇴하고, 저쪽(코리안심포니)에 또 임기도 끝나고.

(객원 지휘자와 상임 지휘자가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소리에 자기 색깔을 온전히 담아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구자범 지휘자도 몇 해 지나서 비슷한 시도를 하면 좋겠다. 말러 교향곡 전곡, 베토벤 교향곡 전곡, 바그너 오페라 전곡, 푸치니 오페라 전곡 등.)

박은성: 혹시 앞으로 기회가 있어가지고 내가 내 오케스트라를 가질(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브루크너도 전곡을 했으면 좋겠고, 드보르자크도 마찬가지고. 그건 이유가 뭐냐면,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한국 사람들이 아는 건 드보르자크는 '신세계'(교향곡)밖에 몰라요. 그럼 지휘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면, '신세계'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냐? 그렇지 않다고요. '신세계'보다는 오히려 8번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고, 개중에는 7번 교향곡을 더… 금년에도 내가 다른 교향악단이랑 '신세계 교향곡'을 여러 번 했다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무엇보다 4악장은 운동 경기장에서도 곧잘 들을 수 있어서 우스갯소리로 '응원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대한민국 386세대는 이 곡을 '전대협 팡파르'라고도 하던데…)

▶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에 관한 박은성의 해석은?

김원철: 그러면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에 대해서 조금 더 여쭙겠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시는 대목을 한 군데만 말씀해 주세요.
박은성: 어, 그건 굉장히 얘기하기 어려운데. 어느 악장을 얘기하라면 그건 얘기하기가 좀 쉽게 되겠지. 근데…
김원철: 어느 악장을 가장 좋아하세요?
박은성: 근데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인제 1악장의 뭐 어떤… 테마(주제선율) 나오는 데가 좋다고 하고, 또 2악장 느린 걸 좋다고 그러는데… 3악장을 경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얘기를 해야겠네요. 그것이 굉장히 경쾌한 리듬이 깔렸으면서도 뒤에 흐르는 선율이 아주 아름답거든. 그러면서도 조용할 때 조용하고, 몰아칠 때 아주 대단히 몰아치는… 그리고 4악장, 다 좋고요. 어느 악장 빼놓을 악장이 없어. 연주를 어떻게, 내가 어느 만큼 하느냐가 문제지, 작품이야 뭐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김원철: 그러면 특별히 이 곡 해석과 관련해서 본받고 싶은 지휘자나 레퍼런스(reference)로 삼을 만한 음반이 있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박은성: 내가 별로 어… 음반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건 없는데, 드보르자크에 관한 한 특별히 대가로 치는 몇 사람이 있어요. 에, 그것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오래전에 상임지휘자로 있던 바츨라프 노이만(Václav Neumann). 그 사람 리코딩이 아주 좋고. 그 담에… 아주 옛날 거예요. 이슈트반 케르테스(István Kertész)가 한 거, 그거 굉장히 좋다고 생각되고. 그 담에 얼마 전에 또 들어보니까 그… 줄리니(Carlo Maria Guilini)! 영국서 라이브 리코딩 한 거. 그 연주 아주 크게 감동했어요. 실제 연주인데도 아주 그냥… 실제 연주이기 때문에 더 생동감 있고, 그까짓 실수 하나 둘 있으면 어때. 아주 굉장히 좋고. 굳이 하나를 꼭, 나보고 추천하라면 줄리니 거를… 줄리니, 그 담에 또 옛날 사람들이 연주 잘하더라고. 조지 셸(George Szell)!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 그것도 대단히 좋아요. 뭐, 다 좋아요. 근데 어쨌든, 바츨라프 노이만 거는 한 번 들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되고. 그 외에도 리코딩이 굉장히 많거든.

(음악가는 저마다 추구하는 음악적 개성이 있기 때문에 음반 마니아가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여쭈었는데 웬걸, 이름이 줄줄 나온다. 지휘자 박은성이 음반 마니아일 리는 없고, 이런 것도 연륜과 관록 때문일까.)

김원철: 선생님은 지휘자이시니깐요, 좀 더 구체적으로 프레이징(phrasing)에 관해서 한 군데만 여쭙고 싶은데요, 3악장 말씀하셨으니깐,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더라…

(악보를 깜박하고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노래를 불러 드렸다.)

▲ 라파엘 쿠벨리크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김원철: …따단딴 딴! 딴! 이렇게 약박에 포르찬도(forzando)가 있단 말이에요.

※ 포르찬도: 악보에서, 특히 세게 연주하라는 말. 기호는 ‘fz’ 또는 ‘∨, <’. ≒포르차토. (표준국어대사전)

▲ 3악장 마디 4~5. ©Public Domain

▶ 자연스러움과 참신함 사이

김원철: 거기뿐만이 아니라, 포르찬도가 이 작품에 굉장히 많이 쓰였는데, 드보르자크가 포르찬도를 쓸 때에는 어떤 의도로…
박은성: 아니, 어떤 의도가 아니라 그건 그야말로 악센트라고. 근데 그거 지금 굉장히, 음악 내용도 그렇고 굉장히 많이 아시는데, 뭐 나보다 더 잘 아는데 그걸 물어봐서 뭐해?
김원철: 아, 제가 인터뷰를 하려고 악보를 좀 보고 왔습니다. 하하.
박은성: 드보르자크가 거기뿐만이 아니고, 작품을 보면은, 지휘자가 애먹는 경우가 많아요. 드보르자크는. 예를 들어서 베토벤은 오히려 분석이라던가 이런 게 쉽거든. 네 소절 단위로 나간다든가… 악보 얼마만큼 보셨는지 몰라도 이걸 분석을 해보라고.

(이하 원론적인 말씀이 길게 이어짐.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김원철: 그러면 그 바로 앞에 나오는 강박보다 더 세게 해야 할까요?
박은성: 당연히야.

김원철: 어, 그러면 아예 마르카토(marcato)… 그렇게 확실하게 (세게) 가야 할까요, 아니면 너무 튀지는 않게 좀… 메사 디 보체(messa di voce)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스포르찬도(sforzando)가 아니고 그냥 포르찬도거든요. 그게 스포르찬도에 가까운 포르찬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마르카토: 악보에서, 음 하나하나를 끊어서 똑똑하게 연주하라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 메사 디 보체: 일정한 음을 길게 끌면서 천천히 음량을 크게 하였다가 다시 음량을 줄여 끝내는 창법. 18세기 벨칸토의 중요한 발성 기법으로 발성 연습에 널리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
※ 스포르찬도: 포르찬도와 비슷하나 좀 더 갑작스럽게 연주하라는 뜻. 수비토 포르찬도(subito forzando).

박은성: 사람들이 스포르찬도하고 지금 말씀하신 거하고 뭐가 다르냐고 그러면, 어디 구별할 수 있어요?
김원철: 결국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애매하죠. 사실은.
박은성: 사실은 같은 건데, 지휘과 학생들한테도 그게 큰 숙제라고. 그게 뭐 어떤 차이가 있느냐. 's' 하나 더 들어간 것뿐이거든. 'fz'라고 쓴 거를 뭐라고 발음했어요?
김원철: 포르찬도.
박은성: 포르찬도. 포르찬도라고 얘기해도 틀린 건 아니에요. 그런데, '포르차토'(forzato)…
김원철: 네. 아, 사실은 그게 맞겠죠.
박은성: 그렇게 발음해야 하는 거예요. (원론적인 말씀 끝에 종이에 음향적 윤곽을 그림으로 그려 가면서 설명.)

('포르차토'와 '포르찬도'는 이탈리아어 문법 얘기인데, 자세한 내용은 글쓴이도 잘 모른다. '포르찬도'가 현재진행형이었던가…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포르찬도'가 대표어로 나오므로 이 글에서는 앞으로도 '포르찬도'라 쓰겠다.)

김원철: 그러면 아까 그 대목에서는 이것, 둥근 게 맞다는 얘기죠?

(종합해 보면 위에 인용한 쿠벨리크 녹음을 좀 더 둥글게 다듬은 정도가 될 듯하다.)

김원철: 음반을 들어보면요, 지휘자에 따라 이 대목을 조금씩 다르게 하는데, 아르농쿠르 같은 사람은 (각지게 그린 음향 윤곽 그림을 가리키며) 아예 이렇게 하더라고요. 모나게. 들어보면 참 특이하다… 어떤 사람은 그냥 강박이랑 약박이랑 비슷한 음량으로 가기도 하는데…

▲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Warner

(위 녹음을 들어보면 다섯째 마디에서 '포르찬도' 음을 매우 두드러지게 연주했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포르찬도'를 강조하고자 바로 앞선 음을 짧게 끊기까지 했다. 아울러 느리게 시작해서 템포를 조금씩 조이기까지. 악보에 있는 작은 지시까지 매우 꼼꼼하게 살린 쿠벨리크-베를린필 녹음과 견주면 큰 차이가 있다.)

박은성: 그 사람은, 지금 얘기한 그 사람(아르농쿠르)은, 굉장히 독특한 어떤 새로운 걸 갖다가 시도를 많이 하고 그런 사람인데, 음악의 분위기를 그렇게, 잇지 않고 그렇게 처리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자극적으로 듣기 때문에, '아! 역시 대가가 다르구나!' 이렇게 들릴 수 있다고.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물론 그래요, 틀림없이… 자기가 그렇게 한다면 그만이지 그걸 누가 뭐라 그래. 그러나 나는 그렇게 안 해. 음악 전체의 분위기를 보구선 그걸 결정을 해야지.

(참신한 해석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일부 희생한 결과다. 그리고 참신함을 좇을수록 자칫 음악이 천박해질 위험이 커진다. 얼마만큼이 적당한가를 판단하는 일은 지휘자 성향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는데, 지휘자 박은성은 과연 얼마만큼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고자 이렇게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인용한 대목에서 활놀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까지도 물어봤으나 내용이 너무 전문적으로 흐른다 싶어 생략.)

김원철: 그러면 이 곡 악보를 보면 메트로놈 지시가 일일이 붙어 있는데, 그걸 의식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박은성: 참고만 하지 내가 의식을 안 해요.
김원철: 네에.
박은성: 처음에 메트로놈, 써있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2악장도 마음에 안 들고. 2악장도 거기 걸로 하면 내 생각보다 조금 느려. 도중에는 그 템포로 갈 수 있는데, 시작부터 그렇게 가면… 나는 못 끌고 나간다고. 꼭 그대로는… 그건 참고사항이지 그대로 갈 수는 없어요.

▶ 박은성이 어렸을 때

김원철: 그러면 까다로운 질문은 다 지나갔고요. (웃음) 어린 시절 얘기를 좀 해주시죠. 1945년생이시죠? 6·25를 겪으셨을 텐데 그게…
박은성: 아니…
최종혁: 신상정보까지…
일동: 하하하…
박은성: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직업상 인터뷰를 얼마나 많이 했겠어.
김원철: 네.
박은성: 이런 사람 처음 보네.
일동: 크하하하하…
박은성: 말씀하세요.

김원철: 어릴 때 고향이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나요?
박은성: 어릴 때 고향? 고향에 대한 얘기는 이제 두… 가지로 얘기해야 하는데, 나는… 이북에서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고향이 지금 없다고. 내 고향이 함경북도 회령인데, 사람들이 내가 나이 들고 그러니까, 거기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부모가 거기서 생활하시고 그래서 부모 고향 따라서 함경북도 회령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나는 출생을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을 해가지고 월남할 사람이라고. 돌 되기 전에. 그러니까 이북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지. 그걸 여기 와서 내가 얘기도 안 했거든. 그러니까 아무도, 내가 사투리도 안 쓰니까 함경북도 사람이라는 걸 한국 음악계에서 아무도 몰라요. 재밌는 사실이지.

김원철: 그거 ○○○ 검색하니까 다 나오던데요? (웃음)
박은성: 그걸 누가 그랬는지 알 수가 없는데, 아마 그 이후에 얘기가 됐는지도 몰라요. 평양에 가니까 이북서는 알더라고. 여하튼 함경북도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가 없으니깐. 그 담에 내가 생활했던 곳은 서울이 아니고 6·25 때 피난을 갔기 때문에 부산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들어갔단 말이지. 그때 영도에서 살던 그… 대마도. 쓰시마 섬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우던 그 기억만 있지.

(그러니까 자란 곳은 부산이란다.)

김원철: 그러면 음악은 언제쯤 시작하신 거예요?
박은성: 요즘 학생들 생각하면 (나는) 음악을 엄청 늦게 시작했죠. 그 당시에는 내가 (음악을) 시작한 게 무지하게 빨랐어. 아홉 살 때 시작했으니까. 그 당시에 중학교 들어가서도, 아니면 고등학교 들어가서, 뭐 하다못해 대학 들어가기 직전에 적당히 해서 대학 들어간 사람도 많았던 시절이니까. 아홉 살이면 굉장히… 요즘은 아홉 살에 시작해가지고는 음악가 행세를 못 해요.

(1945년생인데 아홉 살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단다. 놀랍다.)

박은성: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더 (일찍) 할 수도 없었던 것은…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봐요. 바로 그때가 6·25 전쟁 중인데 악기를 어디서 사? 선생을 어디서 구해? 그건 불가능하거든. 그래도 내가 음악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고. 그래서 그런 행운을 가졌던 거는, 그 당시에 교향악단이라는 건 없었고, 해군정훈음악대라는 게 있었거든. 해군정훈음악대가 해군교향악단. 그것이 오늘날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된 거예요. 거기에 악장 선생님이 내 은사님이라고.
김원철: 오오오. 아홉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하신 거군요?
박은성: 아! 좀 창피한 얘긴데, 바이올린 했지. 바이올린 했는데, 아무튼 죽어라고 하기 싫어했으니까.
김원철: 으허허허허…
박은성: 아니, 그것도 (남 연주를) 들어보면 너무 멋있는 거야. 근데 내가 해보면 '끼익 꽤엑~~'
김원철: 으하하하하…
박은성: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악기가 바이올린이야. 너무 기가 막혀요. 못하는 사람이 할 경우에는 제일 듣기 싫은 게 또한 바이올린이라고. 그 소리를 어떻게 들어주느냐 이거지. 그래, 난들 그걸 듣고는 참고 (연주)하겠냐고. 애기가. 참 힘들었다고.

(옛날이었으니까 악기가 그리 좋지도 않았겠지. 상상이 간다.)

▶ 지휘자가 된 사연

김원철: 그러면 지휘로 바꾸게 되신 계기는 뭐였을까요?
박은성: 그건 너무 유명한 얘긴데?

(몰라서 물었다기보다는, 모르는 독자가 있을까 봐… 지, 진짜다. 크흠.)

박은성: 대학에 들어가니까, 그 당시는 대학 들어가도 바이올린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던 시절이니까, 내가 들어가 보니까 그냥 학교 내에서는 할 만큼 할 수 있겠더라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러니까 뭐 음악대학에서 정기연주회 솔리스트로 나가기도 했고, 음악대학 오케스트라 악장도 했고 그랬는데, 방학 동안에 한 번 선생님한데, 방학 동안에 학교 레슨(개인지도)이 없으니까, 레슨을 가야 되겠다 생각하고 선생님한테 갔는데, 내 앞에 어떤 쪼~끔한 녀석이, 국민학교(초등학교)야. 그 녀석이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는데,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콘체르토(협주곡)를 하는데, 기가 막히게 잘해서 '누구야? 나는 안 되겠구나.' 그때부터 마음을 접었었죠. 그게 누구냐면 강동석이에요.
김원철: 아! 허허허허허…

강동석

▲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김원철: 그리고는 빈 국립음대로 가신 거예요?
박은성: 아니, 그리고 한참 있다가… 음악대학 졸업하고… 그다음에 KBS 교향악단. KBS 교향악단이라는 게, 지금 KBS 교향악단 전신이 국립교향악단이고, 국립교향악단의 '또' 전신 KBS 교향악단. 그 KBS 교향악단에 입단해가지고 악단 생활을 몇 년 하다가, 거기 지휘자가 나를 발탁해서 그쪽 (오스트리아) 오케스트라로 데리고 갔다고. 그러고 있으면서 연주 생활을 하는 동안에 내가 거기서 비엔나 국립음대를 입학을 했지.

김원철: 네에. 거기서 오트마 주이트너(Otmar Suitner)를 사사하셨는데, 주이트너 선생님한테 뭘 배웠나요?
박은성: 그걸, 뭘 배웠는지 나도 몰라요.
김원철: 으허허허허…

박은성: 근데, 처음엔 오트마 주이트너한테 갈 생각을 안 했어. 왜 그리로 가게 됐냐면, 날 데려간 선생님이 오스트리아 사람이기 때문에, 또 비엔나 국립음대를 나오시고 그랬으니까 그랬겠지만, 오트마 주이트너라는 사람이 나는 누군지도 몰랐어. 전혀 몰랐는데… 아바도의 스승, 주빈 메타의 스승, 그러니까 다 잘 알 거야, 한스 스바로프스키(Hans Swarowsky)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한 번 배웠으면 좋겠다 해서 내가 비엔나 간 거거든. 비엔나보다, 우선 오스트리아 간 거거든. 도착하자마자 그분한테 누구 도움을 빌려가지고 편지를 썼다고. 나는 한국에서 온 누구누군데, 오래전부터 당신에 대한 명성이랄까 뭐 이런 걸 익히 알고 있다고. 실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고, 그러나 아무튼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어가지고 내가 한국에서부터 여기까지 왔는데, 좀 기회가 있으면 찾아뵙고… 얘기를 좀 듣고 싶고, 그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선생님 제자가 되고 싶다고, 이렇게 했는데, 뭐 한 달이 돼도, 두 달이 돼도, 소식이 없어요. 그 편지 보낸 지 한 석 달쯤 되니까, 오스트리아 신문에 났어. "한스 스바로프스키 사망."
김원철: 으허허허허…

박은성: 그러니까 내가 편지를 썼을 때, 그분은 병원에… 그래서 굉장히 실망을 하고, 내가 그 사람한테 배우긴 틀렸다, 그래가지고 여름에 모차르테움(Mozarteum), 잘츠부르크에 있는. 거기 여름학교가 있어요. 인터나치오날 좀머 아카데미(Mozarteum International Sommer Akademie), 거기서 지휘 클래스(과정)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데, 거기 지도교수가 오트마 주이트너야.
김원철: 아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제 여름학교가 궁금하신 분은: http://www.moz.ac.at/de/kunst/soak.php)

박은성: 그 선생한테 굉장히 인정을 받았다랄까, 그래가지고… (학교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3년을 계속해서 그 코스에 다녔는데, 마지막 해에 또 신문에 난 게 뭐냐면 한스 스바로프스키 후임으로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오트마 주이트너를 국립음대 지휘과 교수로 임명했다고. 친서를 줘 가면서. 그래서 또… 그 선생은 (나를) 잘 아니까, 선생님 제자가 되고 싶다고. 그래, 내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들어갈 저거는 안 되고. 또 지금 내가 음악 이론이다 뭐 등등 공부해 본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나는 입학할 실력이 안 된다고. 그런데 개인 레슨 좀 받을 수 있겠냐고. 근데 그 선생이 아주 단칼에… 자기는 개인 레슨 해줄 시간이 없다고, 니가 배우고 싶으면 시험을 거쳐서 국립 음대… 국립 음악원. 음악대학이 아니야, 그 당시에는. 그렇지, 음악대학이라고 해야지. 호흐슐레(Hochschule; '대학'에 해당하는 독일어). 그전엔 아카데미(Akademie)라고 했거든. 국립 음악원. 음악대학. 거기 시험을 치는데, 그 스토리는 너무너무 길어요. 그거는 얘기 안 해도 되고.

(옛날에 공부했던 이론 책을 모두 한국에 두고 오는 바람에 독일어 책으로 새로 공부해야 했다며, 박은성 지휘자는 그때 일을 '악몽'이라 회상했다. 결국, 10대 1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고.)

▶ 박은성의 사랑 이야기

박은성: 근데 왜 그렇게 내 라이프 스토리(인생 얘기)를 궁금해해요?
김원철: 그건, 인터뷰에 내러티브(narrative)를 담으려고요. 하하하… 그것 못지않게 궁금한 것은… 선생님 첫사랑 얘깁니다. 으허허허허…
박은성: 나는… 첫사랑… 어떤 게 첫사랑인지 기억을 못 해요. 첫사랑이 누구라고 얘기하면 나, 집에서 내쫓겨난다고.
김원철: 크하하하하…
박은성: 아니, 그게 아니고, 진짜 그걸 기억을 못…

(이하 내용 삭제. 사실은 별 내용 아니지만, 이런 건 삭제해 줘야 더 재미있다.)

김원철: 사모님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박은성: 그 사람은 내가… 비엔나에 있는 동안에… 미국서 만났지. 왜 그랬냐면 우리 집이, 아버지도 그 당시에 뉴욕에 계셨고, 뉴욕 한국일보사에 주간, 이랄까… 또 뉴저지에 있는 시튼홀 대학교(Seton Hall University) 교수로 있었기 때문에, 집이 뉴욕에 있었단 말이야. 내가 매년 뉴욕에 방문차 갔었는데, 하루는 서울서부터 잘 알던 어떤 음악가가 나보고, 내가 하도 장가를 못 가고 꿍꿍거리고 앉았으니까, 케네디 공항까지 나와가지고 집에 들어가면서 장가 한 번 안 가보겠냐고. "어유, 왜 안 가봐, 색시가 없어서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못 갔지 내가 왜 안 가. 당연히 가지." 그랬더니, 그럼 왜 없느냐? 그것도 간단해요. 그 당시 비엔나라는 데가 어떤 데냐면, 전체 오스트리아에 한국 사람이 한 300여 명 살았나? 지금은 비엔나만 해도 2000명이 넘어요. 유학생도 많고. 그 당시에는 없어. 그 중에서 또 비엔나 말고 뮌츠, 잘츠부르크, 그라츠, 인스부르크, 이런 데까지 퍼져 있는 이 사람들 빼고 비엔나에만 한 200여 명이 살았나? 200여 명 중에 남자들은 다 빼야지. 할아버지고 애들이고. 여자들 중에… 할머니도 다 빼야지. 애기들 빼야지. 그 담에 처녀들 중에, 몇 사람 안 남더라고, 그중에 못 생긴 여자는 빼야지.
김원철: 으하하하하…

박은성: (웃으며) 뭐 그러니까, 그러니까 없어. 그래서 뭐 그런가 보다, 내 팔자가 이런가 보다 하고, 그냥 이러구 있었는데, 미국서 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그게 구세주지 뭐야.

▲ 하느님, 예쁜 애인 하나만… (출처 불명 이미지)

박은성: 근데 내가 뭐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물론 구라파(유럽) 가기 전에 악단 생활을 임원식 선생님의 배려로 서울예술고등학교 선생도 했었고, 국립교향악단 객원지휘도 했었고,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지휘했었고… 그야말로 어린 시절에 지휘활동 많이 했지. 했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기본적인 실력이 훌륭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뭘 잘하는 사람을 늘 동경해 왔는데, 미국서 우리 색시를 만나 보니까…

('색시'라는 말에서 사랑이 묻어난다.)

▲ 피아니스트 이귀영의 5·16 민족상 콩쿠르 우승 소식을 전한 1970년 5월 23일 자 대한뉴스.
(사진을 클릭하면 동영상 다시 보기로 이동합니다.)

박은성: …어렸을 때 그 당시 한국에서 최고로 쳐주던 콩쿠르가 5·16 민족상 콩쿠르였단 말이지. 동아콩쿠르보다 훨씬 더 센 콩쿠르야.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콩쿠르. 우리 집사람이 거기 대통령상을… 대상을 받았더라고. 어유, 이건 뭐 난 꿀려서… 엣따 모르겠다, 이왕… 다짜고짜 만나서 나한테 시집오라고 그랬지.
김원철: 으허허… 만나자마자 그러셨어요?

(최, 최고다…)

박은성: 나이도 많지, 나야 아무것도 없지, 그 당시에 아직 학생이니까. 어떤 사람이 자기 딸을 갖다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한테 줘? 아직도 지휘과 다닌다고 그러지, 또 지휘과 졸업했다 치더라도 지휘자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걸 어떻게 알어? 그건 모험이지. 근데 뭐 딱지 맞고 이러다가 그냥… 그래도 '창~문을 열어다오' 하는 심정으로… 결혼하게 됐어, 그래서. 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겨우 결혼을 하게 됐고.

(비결이 궁금했다. 캐묻다 보니 나온 비결은 바로…)

박은성: 그러니까 나는 비엔나에 있고… 오스트리아랑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서양을 끼고 있는데 그게 될 리가 없잖아? 또 지금이야 뭐 공짜로도 전화 많이 하지만 그때 전화 한 통에 얼만 줄 알아요? 전화 한 통 걸려면… 뭐 이럴 때라고. 그러니까 편지로. 매일같이 편지 하나씩 쓰는 거지. 편지에 넘어갔어.
김원철: 네에. 오오오! 편지의 위력이…
박은성: 그러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그걸 알아야 돼. 나는 당신을 사랑해, 어쩌고저쩌고 이거보다도, 글로 한 번 남기면 그게 훨씬 더 위력이 있어.
최종혁: 요즘은 이메일로 하니까…
김원철: 아, 근데 연애편지라는 건 어렵기로 소문난…
최종혁: 첫 줄 쓰기가 정말…
김원철: 쓰다가 구겨서 버리고 막… 으허허…

(사랑을 쓰려거든 ○○로 쓰세요.)

박은성: 연애편지라고 생각지도 않고 그냥…
최종혁: 거의 일기처럼 쓰셨나 보네요?
박은성: 그러니까 소식 전하는 거지. 오늘은 브루크너 하우스에 가서 무슨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었는데, 그 교향악단 정말 훌륭하다… 아니면, 저 정도 오케스트라는 우리 악단보다 별로 나은 것 같지 않다… 지휘자도 나보단 낫겠지만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뭐 이런 내용도 쓰고. 피아니스트 누가 왔는데… 그런 음악적인 내용, 그리고 뉴욕서 어떻게 지내느냐, 그럼 그쪽에서도 오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이 왔는데 지휘자는 드미트리 키타옌코였다… 한국에 왔던. 키타옌코가 바로 비엔나 아카데미 출신이거든. 그래서 그런 얘기 하고.

(드미트리 키타옌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맡았던 그 사람이다. 요즘은 베를린필을 객원 지휘하는 등 유럽에서 크게 인정받는 듯하다.)

박은성: 그래서 그런 얘기… 음악적인 뉴스 왔다갔다하고… 그러다가, 우리 심심한데 결혼 한 번 해볼까?
김원철: 으허허허…
최종혁: 편지를 아직 소장하고 계세요?
박은성: 어디 있을 거야. 그거 읽어보면 창피해서…
최종혁: 찢지는 않으셨네요. 으허허…
박은성: 찢지 않았어요.
최종혁: 창피하면 버리거나 그러는데…
박은성: 특히 우리 장모님이… 아직도 그… 나 죽을 때 되면 내놓을 거야.
김원철: 으허허허…
박은성: 부부싸움 할 때, 야 요 녀석아, 니가 요랬잖냐…
일동: 크하하하하~


그 뒤로도 제법 긴 얘기가 오갔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듯해서 이만 줄이고자 한다. 그러나 어쨌든 연애 이야기가 이날의 하이라이트. 짧은 지면으로는 다룰 수 없는, 그러나 흥미진진한 얘기를 담아내고자 "이런 사람 처음 보네"라는 말을 들을 만큼 별난 질문을 머리 짜내 생각해 내었다.

지휘자 박은성. 시대 상황을 헤아리면 제법 복 받은 환경에서 자랐고,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고생을 마다치 않은 끝에 빈 국립음대에서 오트마 주이트너를 사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연애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한국인다운 저돌성이야말로 인간 박은성을 잘 말해준다.

이런 박은성이 지휘하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은 어떨까? 기대된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연주회 (지휘: 박은성 · 협연: 박경민)

― 티켓 예매 ―

고양아람누리
http://www.artgy.or.kr/PF/PF0201V.aspx?showid=0000003396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oodsCode=11013625

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지휘: 박은성 · 협연: 박경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연주회 (지휘: 박은성 · 협연: 박경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저녁 8시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하이든홀)
  • 초등학생 이상 입장가
  • 입장권: A석 3만원 / B석 2만원

프로그램

  • 베버 ― 《마탄의 사수》 서곡
  • 월튼 ― 비올라 협주곡 (협연: 박경민)
  • 드보르자크 ― 교향곡 7번 d단조

한국 지휘계의 거목이 떠오르는 별을 만나다

경기도(도지사: 김문수)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감독: 구자범)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연주회를 11월 19일 토요일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는 박은성 지휘자가 객원 지휘하며,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과 월튼 비올라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협연자 박경민 씨는 예원학교에 입학한 해에 어린 나이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젊은 비올라 연주자이다. 2008년부터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등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연소 객원 연주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 콜야 블라허(Kolja Blacher)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박경민 씨는 지난해 영국 라이오넬 테르티스(Lionel Tertis)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2등 수상한 바 있는데, 라이오넬 테르티스는 이번 연주회에서 박경민 씨가 협연할 월튼 비올라 협주곡과 인연이 있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월튼은 본디 테르티스를 위해 이 곡을 썼다. 그러나 테르티스는 이 작품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초연 제의를 거절했고, 파울 힌데미트가 대신 초연했다. 테르티스는 나중에 월튼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쳤으며, 이 작품을 걸작으로 평가했다.

라이오넬 테르티스 국제 비올라 콩루르 2등 수상!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거장 연주자들과 협연 경력!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에게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자 인포머티브 오디션(Informative Audition)을 시행하고 있으며, 학력 등을 따지지 않고 실력만으로 평가하여 숨은 인재들에게 등용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인포머티브 오디션이란 공연 시스템이 잘 확립된 선진국에서 널리 시행하는 제도로, 이미 정해진 공연을 앞두고 연주자를 구하는 오디션이 아니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이루어지는 오디션을 말한다. 평소 인포머티브 오디션으로 얻어낸 연주자들의 실력 및 기타 정보는 나중에 열릴 연주회에 함께 할 연주자를 뽑는데 사용된다. 인포머티브 오디션은 관록만을 내세우는 연주자가 아니라 실력 있는 신인 연주자들을 발굴해 연주 기회를 주고 관객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공연은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유럽에서는 이미 재능을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박경민 씨를 한국 지휘계의 거목 박은성이 소개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대한민국 지휘계의 계보를 이어온 관록 있는 지휘자 박은성이 대한민국 음악계에 새로 떠오르는 별 박경민과 어떻게 하모니를 이룰지 기대된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 ― 《마탄의 사수》 서곡

Carl Maria von Weber ― Ouvertüre zur Oper »Der Freischütz«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가 『요괴담』(Das Gespensterbuch)이라는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오페라이다. 독일어 제목인 “Der Freischütz”는 영어로 풀어 쓰면 “The Free Shooter”에 해당하는데, 우리말로는 자유자재로 원하는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마술 탄환이라는 뜻을 살려 보통 《마탄의 사수》(魔彈의 射手)로 옮긴다. 이 오페라는 독일 오페라 양식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바그너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오페라 전곡 가운데 서곡이 연주된다.

윌리엄 월튼 ― 비올라 협주곡 (협연: 박경민)

William Walton ― Viola Concerto

월튼 비올라 협주곡은 1929년 작품으로 월튼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 영향받아 쓴 곡이다. 때때로 조성이 흐려지거나 복조성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조성 체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며 3악장은 조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날카롭고 변칙적인 리듬과 냉소적인 우울함이 돋보이며, 악곡 형식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과 론도 형식을 따른다.

비올라는 거칠고 어두운 음색 때문에 예로부터 독주 악기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악기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여러 작곡가가 비올라 음색에 가능성을 발견하여 훌륭한 비올라 곡을 남겼고, 그 가운데 협주곡으로는 월튼과 더불어 버르토크, 힌데미트 등이 쓴 작품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예원학교에 입학한 해에 어린 나이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젊은 비올리스트 박경민 씨가 협연을 맡는다.

안토닌 드보르자크 ― 교향곡 7번 d단조

Antonín Dvořák ― Symphony No. 7 in d minor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은 작곡자가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듣고 자극받아 쓴 곡으로, 때마침 런던 필하모닉 협회 명예 회원이 되면서 작품을 위촉받았다. 이 작품은 앞선 교향곡과 견주면 브람스 음악에 영향받아 체코 음악 양식이 옅어진 편이다. 그러나 작품에 담긴 민족주의적 자의식은 뚜렷하며, 이 곡을 쓸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내 마음속에는 사랑과 하느님과 내 조국이 있다”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느린 2악장 악보에는 “슬픈 나날로부터”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죽음 및 첫 아이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협연자 : 비올리스트 박경민

비올리스트 박경민

2008년부터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등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최연소 객원 연주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 콜야 블라허(Kolja Blacher), 슈테판 피카르트(Stephan Picard), 라르스 아네르스 톰테르(Lars Anders Tomter) 등과 함께 실내악 연주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Nobuko Imai), 하르트무트 로데(Hartmut Rohde), 바바라 베스트팔(Barbara Westphal), 폴커 야콥센(Volker Jacobsen), 빌프리트 슈트렐레(Wilfried Strehle; 베를린필 수석) 등에게 마스터클래스 참가

2006 빈 국립음대 비올라 전공 최연소 입학, 볼프강 클로스(Wolfgang Klos), 울리히 쇤아우어(Ulrich Schönauer) 사사
2008 빈 국립음대 재학 중 도독,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입학, 발터 퀴스너(Walter Küssner) 사사
2011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디플롬 과정 중. 타베아 침머만(Tabea Zimmermann) 사사

2010 영국 라이오넬 테르티스(Lionel Tertis) 국제 비올라 콩쿠르 2등
2010 독일 알리스 잠터슈티프퉁(Alice Samter-Stiftung) 국제 실내악 콩쿠르 2등
2010 동아음악콩쿠르 1등
2008 슬로베니아 블레드 음악제(Festival Bled) 국제 콩쿠르 1등

지휘 : 박은성

1945년 10월 12일 함경북도 회령 출생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 수원시립교향악단 ·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KBS교향악단 수색객원지휘자, 한양대학교 교수 등 역임
빈국립음악대학 지휘 석사, 오트마 주이트너 사사
1970년 국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지휘
음악비평가협회 제13회 음악대상 수상
한국음악상 수상

― 티켓 예매 ―

고양아람누리
http://www.artgy.or.kr/PF/PF0201V.aspx?showid=0000003396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oodsCode=11013625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레스피기 《고풍적 무곡과 아리아, 모음곡 3번》 / 김성기 《Back to the future》 / 드보르자크 《현악 세레나데》 ― 화음쳄버오케스트라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제33회 정기연주회 〈화음 프로젝트 Op. 86, ‘Back to the future’〉

2009년 11월 24일 (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레스피기 ― 고풍적 무곡과 아리아, 모음곡 3번
김성기 ― 화음 프로젝트 Op. 86, ‘Back to the future’
드보르자크 ―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


※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연예술창작기금지원사업으로 기획한 국민평가단 평가 자료를 겸하는 글이며, 평가서 항목에 맞추어 썼음을 밝힙니다.

▶ 공연작품의 예술적 수월성

화음쳄버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없는 악단이라 장점과 함께 단점 또한 그대로 드러내었다. 음색과 리듬 따위가 서로 잘 어울려서 연주가 매끈하게 잘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템포와 다이내믹 등에 섬세한 변화가 필요할 때에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곤 해서 연주가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악기 밸런스가 때때로 고음에 치우쳐서 저음이 모자란다 싶기도 했다. 김성기 창작곡 《Back to the future》는 친숙한 느낌이 드는 선율이 조각조각 나뉘어 전통적인 ☞기능화성을 쓰지 않았는데도 어딘가 한국적이다 싶었으며, 대중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새로움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인상 깊었다.

▶ 공연계획 실행의 충실성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프로젝터에서 나는 듯한 소음이 음악 감상에 방해되었다. 악단 규모가 작은 탓도 있었겠으나 이날 사용된 프로젝터가 음악용으로 쓸 만한 저소음 장비가 아니었던 듯하다.

▶ 공연성과 및 해당분야 발전에의 기여도

화음쳄버오케스트라는 CJ그룹이라는 든든한 단체가 후원하고 있어서 정부 지원이 그다지 절실하지 않아 보인다. 이날 보여준 앙상블은 제법 훌륭했으나 정부가 일부러 나서서 지원해야 할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 총평

국내 악단이 보이는 고질적인 문제로 개인 기량은 좋으나 합주를 잘 못한다는 대목이 꼽히곤 한다. 콩쿠르 위주 교육제도나 연주회장 무대음향 등이 원인이라고들 하는데, 직접적인 원인을 따지면 결국 다른 사람 연주를 잘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내악 활성화가 그 대안이라 할 수 있겠으나 10명 이내 악단과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이어주는 중간 단계로 중형 앙상블이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작지 않다. 그런데 화음쳄버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없는 악단이라 단원이 저마다 다른 사람 연주에 더 많이 귀 기울여야 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마련된다는 장점이 따른다. 다만, 지휘자 대신 악장에게만 의존하게 된다면 그 장점도 빛바랠 위험이 있으니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악단 밖에서 알기 어렵다.

지휘자가 없다는 사실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날 화음쳄버오케스트라는 섬세한 템포 변화가 필요한 곳을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으며, 이를테면 레스피기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 모음곡 3번》 2악장 마디 90―98에서 '조금씩 느리게 ― 본디 빠르기로'(poco rit. ― a tempo)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마디 85를 비롯해 드물지 않게 나오는 ☞모두쉼표(Generalpause)는 거의 생략했다. 드보르자크 《현악 세레나데》 3악장에 여러 차례 나오는 ☞스포르찬도를 비롯해서 곳곳에 나오는 셈여림 기호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전체적으로 연주가 매끈하기는 하나 맨송맨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일은 버리기 어려운 장점이다. 그러나 가끔이라도 객원 지휘자를 써서 모자란 곳을 보완해보는 경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휘자가 없는 것과 큰 관련은 없겠으나 매우 여린 소리를 잘 내지 못했던 대목도 아쉬웠다. 《현악 세레나데》 3악장에 드물지 않게 나오는 ppp와 pp는 p와 견주어 그다지 다를 바 없게 들렸고,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 모음곡 3번》 2악장 마디 39에서는 '매우 가볍게'(leggiero)라는 나타냄말도 있어서 음반을 들어보면 pp 대목에서는 아예 파트 수석 네 명만 연주하여 합주협주곡 같은 느낌을 살리기도 하는데, 이날 화음쳄버오케스트라는 이곳에서 셈여림 대비를 그다지 뚜렷하게 살리지 못했다.

이날 악단 편성은 내 기억이 맞는다면 '4-4-4-2-1'이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합쳐서 '베이스 성부'를 맡도록 한 모양인데, 서양음악이 4성부(SATB)를 바탕으로 하므로 이것은 나름대로 타당하다. 그러나 베토벤 이전 작품이라면 몰라도 이날 연주된 곡은 모두 19세기 이후 작품이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따로 움직일 때가 잦아서 이따금 저음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게다가 제1 바이올린과 견주어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때때로 너무 뒤로 빠지는 듯해서 밸런스가 고음에 치우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를테면 레스피기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 모음곡 3번》 2악장 마디 84에는 '느리고 장중하게'(Lento con grande espressione)라는 나타냄말이 있으며 제1 바이올린은 G 현으로 연주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날 연주는 저음이 모자라서 그다지 묵직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4악장 마디 24에서는 저음을 중심으로 하는 내림활 소노리티(sonority)가 살아나지 않았고, 마디 33에서는 제1 바이올린 선율을 잇는 첼로 소리가 작아서 주선율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연주자가 한 사람뿐이었던 콘트라베이스는 제법 훌륭했으며, 더욱이 드보르자크 《현악 세레나데》 5악장에서 빠르게 달릴 때에도 굼뜬 소리를 내지 않고 리듬을 또렷하게 잘 살렸다. 누군가 싶어서 나중에 악단 홈페이지에 가보니 미치노리 분야(Michinori Bunya)란다.

김성기 창작곡 《Back to the future》는 연주에 앞서 이른바 '중심음정 기법'이라는 말로 짧게 소개되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윤이상이 썼던 '중심음 기법'(Hauptton-Technik)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음'과 ☞'음정'이 다른 만큼 두 기법은 맥락이 다르다. 윤이상은 펜 글씨와 붓글씨 비유처럼 음정이 아닌 음 하나가 살아 움직이게끔 하고, 그 음이 모여서 음향복합체를 이루도록 했다. 그러나 그 음악을 귀로 들으면 어딘가 조금은 한국적이다 싶으면서도 그보다는 낯선 느낌이 더 크게 마련이며, 그 기법은 아방가르드 음악과 이어져 있어 현대음악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

김성기는 아방가르드와 거리를 두고 서양음악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면 한국적인 요소는 결국 음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Back to the future》는 조성이 있는 곡이어서 귀로 듣고 주선율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능화성을 따르지 않을 때가 잦아서 낡아빠진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으며, 어딘가 익숙한 선율이 음정 단위로 조각조각 나뉘어 있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비올라 독주에 이어진 합주에서 '옹헤야 어절씨구' 선율이 너무 뚜렷하게 드러나서 살짝 유치하다는 생각도 했으나, 곧바로 새로운 음형이 나타나서 이런 정도는 대중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헤아릴 만하다 싶었다.

2009년 9월 2일 수요일

2008.11.25.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 K314 /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 - 샤론 베잘리 / 조앤 팔레타 / 서울시향

2008년 11월 25일(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 JoAnn Falletta
협연자 : Sharon Bezaly

Berlioz, Le carnaval romain Overture
Mozart, Flute Concerto No. 2 in D, K. 314
Dvorak, Symphony No. 6 in D, Op. 60



콘트라베이스는 다른 악기 뒤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느라 눈길을 많이 받지 못하는 악기다. 더군다나 옛날에는 제 선율을 갖지도 못하고 첼로 선율을 한 옥타브 밑에서 따라가면서 힘을 보태는 일만 하다가 베토벤이 처음으로 콘트라베이스에 따로 선율을 붙여주었다. 19세기 후반 즈음에는 드물게 콘트라베이스가 '주인공' 노릇을 하는 일도 생겼는데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이 바로 그렇다.

선율 구조와 관현악법 따위를 머리 아프게 따지는 대신 원작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에 기대어 쉽게 살펴보자. 사육제로 떠들썩한 광장에서 "재주꾼 보러 오세요! Venez voir l’habile homme!" 하면서 '나발'을 불며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있다. 이 재주꾼들이 묵직한 저음으로 노래하고 구경꾼들은 남녀노소로 재주꾼과는 음색이 뚜렷이 구분된다. 게다가 재주꾼이 "베네 봐, 베네 봐 Venez voir, Venez voir" 하는 말소리가 주는 느낌도 어딘가 묵직하다. <로마의 사육제> 서곡에서는 재주꾼이 부르는 노래가 주로 저음 현으로 나타나고 나머지 악기가 구경꾼 떠드는 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서울시향의 연주는 제법 훌륭했으나 콘트라베이스가 '구경꾼' 떠드는 소리에 살짝 묻힌 점이 아쉬웠다. 그나마 마디 132 등에서 디미누엔도를 뚜렷하게 해주어 뒤이어 터져 나오는 '베네 봐' 하행 선율을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마디 128에서 '쾅!' 할 때부터 다른 악기에 밀리지 않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게 좋다고 본다. 카라얀은 아예 콘트라베이스를 맨 앞에 내세워 19세기 록 음악(?)처럼 다루지 않았던가!

플루트 연주자는 외모와 상관없이 모두 공주병 환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람이 악기를 닮는다는 속설도 있거니와 플루트가 주는 느낌이 어딘가 '공주님스럽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을 협연한 샤론 베잘리는 인형처럼 예뻐서 더욱 공주님 같았으나 막상 연주를 들어보니 어째 말괄량이 같았다. 혀 튕기는 소리가 크고 비브라토 진폭이 커서 플루트다운(?) 맑고 은은한 소리를 해치곤 했다. 그러나 '공주님 환상'에서 깨고 나니 다른 게 보였다. 이 작품에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담아낼 수 있다니! 실연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프레이즈마다 소리가 이리저리 바뀌는 것이 매우 또렷하게 느껴졌다. 악보에 없는 장식음도 쓰고 1악장 카덴차 앞뒤 트릴은 악보에 있는 음보다 한 옥타브 높게 연주하기도 했다. 카덴차에서는 마치 모차르트 자신이 플루트로 장난을 치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2악장 카덴차에서는 얌전 빼는 소리를 못 내는 게 아니라는 듯 은가루 똑똑 떨어지는 듯한 고운 소리를 자랑하기도 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 연주는 모난 데 없이 깔끔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듣는 이를 홀리는 색다른 맛이 없고 평범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휘자 조앤 팔레타는 2악장 템포를 느리게 잡은 것 빼고는 대부분 메트로놈 지시를 꼼꼼하게 지켰다. 그러나 현이 마르카토로 두터운 화음을 잇달아 연주하는 마디 498에서는 템포가 꽤 빨라서 화음이 주는 무거운 느낌에 비해 너무 서두른다 싶었으며 4악장을 시작할 때에는 더욱 그랬다.

3악장 시작할 때에는 5도 상행 음형을 되풀이하면서 살짝 아첼레란도를 쓰다가 이어지는 총주에서 원래 템포로 돌아가는 듯했는데, 크레셴도 지시와 맞물려 참신하기는 했지만 베를린필 같은 특급 악단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울 듯싶었으며, 서울시향은 아첼레란도를 썼는지 잠시 템포가 흐트러졌는지 헷갈렸고 살짝 어수선한 느낌도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멋있는 곳을 말하라면 나는 3악장 트리오에 나오는 피콜로 선율(마디 159)을 꼽겠다. 단순한 선율이지만 이보다 더 피콜로를 돋보이게 하는 곡이 또 있을까? 긴장감 넘치는 주요 주제와 뚜렷이 대비되고 가늘고 맑은 피콜로 음색이 더해져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환한 빛이 솟아나는 듯하다. 그런데 이날 피콜로 연주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템포가 갑자기 두 배나 느려져서 오히려 반짝반짝하는 느낌을 해치고 조금 유치해져 버려서 아쉬웠다. 눈치를 보아하니 피콜로 연주자가 하는 대로 지휘자가 맞춰준 듯한데, '조금 끌듯이 poco sostenuto'라는 지시어가 갑자기 템포를 두 배나 늦추라는 뜻은 아님을 되새길 일이다.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를 들으면서 마디 262에서 트럼펫 소리가 좀 더 컸으면 싶었는데,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트럼펫 파트가 튼튼하지 못한 듯했다. 특히 4악장에서 뒤로 갈수록 더해서 트롬본이 대신 빈자리를 메우느라 밸런스가 깨지곤 했다. 이것은 서울시향 개편 초기에 나타나던 문제인데 가만 보니 지난 정기연주회에서 돋보이던 트럼펫 수석이 자리에 없더라.

요즘 서울시향 객원지휘자로 '나이 어린 여자'와 '휠체어 탄 흑인' 등이 잇달아 나와서 재미있다. 그만큼 차별이 줄어든 탓일 텐데, 언젠가 마린 앨솝이 지휘하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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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8.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8월 31일 월요일

2008.08.12.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 프랑크 페터 침머만 / 정명훈 / 서울시향

2008년 8월 12일(화)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자 : 정명훈
협연자 : 프랑크 페터 침머만 (바이올린)

Beethoven, Violin Concerto in D, Op. 61
Dvorak, Symphony No. 9 in e, Op. 95 "From the New World"



음식 재료를 여러 가지 많이 쓴다고 아무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러 재료를 두루 잘 쓰는 요리사는 재료가 다양할수록 더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셈여림, 빠르고 느림, 거친 소리와 매끈한 소리 등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많을수록 좋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프랑크 페터 치머만은 가지가지 재료를 적절히 쓰는 재주가 남달랐다. 이를테면 빠른 음형에서 윗활로 긁으면서 매끄러운 소리를 내다가도 다른 부분에서는 아랫활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했고, 때때로 발까지 굴러가며 힘차게 활을 그어댔으며 여린 소리는 또 매우 여리게 내서 뒤쪽에 앉은 사람은 잘 안 들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연주회장이 세종문화화관이 아니라면 좋았으련만.

치머만의 연주가 딱딱했다는 의견이 더러 있던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음향 탓에 소리가 좀 메마르게 들리기도 했고 연주자가 독일 사람이라 그런지 잔꾀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연주해서 무뚝뚝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딱딱하다는 말은 너무 한쪽만 보고 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 보니 <SPO> 연주자 소개말에 이런 말이 있다.

"그는 매우 냉철하면서 객관적으로 음악을 대하는 연주자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흥분하여 말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표현하려 하고 디테일 또한 절대 대충 처리하는 법이 없다."

이 말은 치머만이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만 연주하는 메마른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믿는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저 말에서 '그'를 '브람스'로, '연주자'를 '작곡가'로 바꿔보면 어떨까? 작곡 기법을 따지자면 참말로 옳다. 브람스만큼 논리적으로 작곡한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브람스 음악이 '머리로 듣는' 음악인가?

치머만은 브람스 같은 연주자다. 가지가지 재료를 적절히 쓰는 방법에는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하는 듯했지만, 그 소리에는 깊은 감성이 우러나왔다. 그에게 이성과 감성 가운데 어느 하나가 먼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용'이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연주자가 또 있을까.

치머만이 들려준 연주는 다 좋았지만 딱 한 군데 내가 싫어하는 해석을 보여준 곳이 있었다. 3악장 마디 331에 나오는 F# 음을 너무 짧게 끊어버린 것이다. 이곳은 작품 전체의 절정에 해당하는 곳으로 D 장조 으뜸화음을 길게 늘인 'I-VI-I-ii-V-I'꼴 화성 진행을 되풀이하면서 마치 '승리의 팡파르'같은 분위기를 내되 그 고양감을 독주 바이올린 선율에 집중시켜 놓았다. 여기서 F# 음에 따라붙는 화음은 버금가온화음(VI)이고 앞 마디의 선율 D-C#-D-E-F#에 이어져 화성과 선율 모두 F# 음에 고양감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치머만은 이 중요한 음을 악보에서 지시한 것보다도 훨씬 짧게 지나가듯 연주했다. 소리를 좀 더 늘여서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금빛 반짝이는 소리를 들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앙코르로 연주한 파가니니의 <신이여 왕을 지켜 주소서> 변주곡은 치머만의 왼손 테크닉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소름 끼치도록 잘 보여주었다. 하긴, 테크닉이 이쯤 되고 보면 감성적인 연주자라는 소리를 듣기 어렵기도 하겠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은 '응원 교향곡'이라고도 불릴 만큼 4악장 제1 주제가 응원가로 자주 쓰이기도 하고 또 386세대에게는 '전대협 팡파르'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런 지나친 명성은 자칫 음악이 선정적으로 흐르게 할 위험이 있으며, 더군다나 이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민요풍 선율과 리듬을 잘못 살리면 자칫 촌스러워지기 쉽다. 정명훈은 템포를 제법 느리게 잡고 저음 현을 두드러지게 한 '거장풍' 해석으로 위험을 비켜갔다.

특히 1악장 도입부에서는 악보에 있는 메트로놈 지시보다 두 배 이상 느린 템포로 시작해 음형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빨라지도록 했으며, 코다에 유난히 힘을 실어주고 템포도 바짝 조여서 마치 1악장 전체에 크레셴도와 아첼레란도를 준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4악장 도입부에서도 느린 템포로 시작해 아첼레란도를 썼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따르지만 제2 주제가 나오기 앞선 마디 91에서 플루트와 오보에가 연주하는 '사이비' 제2 주제가 나오는 점이 특이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브루크너가 그렇게 한 것처럼 주제 셋을 거느린 별난 소나타 형식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통적인 형식에 맞추어 보면 이 주제는 제2 주제가 될 수 없다. 이 작품이 e 단조를 따르므로 제2 주제는 e 단조의 관계장조인 G 장조라야 하지만 이 주제는 g 단조이기 때문이다. 정명훈은 진짜 제2 주제가 나오는 마디 149에서 템포를 크게 늦추어 제1 주제 및 '사이비' 제2 주제와 뚜렷이 구분하고 전통적인 형식미를 살렸다.

2악장에서는 잉글리시 호른 독주도 멋있었지만, 마디 54부터 나오는 콘트라베이스 피치카토와 마디 78부터 나오는 첼로 트레몰로를 주선율처럼 앞세운 것이 이날 연주 가운데 가장 멋있었다. 다만, 마디 107부터 109까지 세 번 나오는 모두쉼표(Generalpause)를 느린 템포에 비해 가볍게 다룬 것이 조금은 뜻밖이었다. 3악장이 끝나기 바로 앞서 나오는 모두쉼표 또한 과장없이 가볍게 처리했다. 3악장 템포는 악보 지시보다 빠른 편이었고 금관과 팀파니의 활약이 돋보였다.

4악장에서는 저 유명한 제1 주제도 좋았지만 제2 주제(마디 66) 클라리넷 선율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객원인지 단원인지 헷갈리는 이 연주자는(나중에 붙임: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 ☞채재일) 얼마 전부터 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나는 이제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다. 마디 320에서 곡을 끝맺기 전에 잠시 힘을 빼며 호른과 팀파니가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을 쌓아가는 것도 나무랄 데 없었다.

이 작품은 '신세계로부터'라는 표제가 말해주듯이 미국을 노골적으로 찬양한 작품이다. 그러나 정명훈은 앙코르로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4악장 '환희'를 연주하기에 앞서 올림픽 출전 선수를 응원하는 말을 해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또한 '응원 교향곡'으로 만들었다. 어쨌거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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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8.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8월 24일 월요일

2007.05.24. 바움가르트너 드림타임 / 맥밀란 베니, 베니, 엠마누엘 /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 아릴 레머라이트 / 서울시향

2007년 5월 24일(목)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 Arild Remmereit
협연자 : Colin Currie(Per)

Baumgartner: Dream Time
MacMillan: Veni, Veni Emanuelle (30')
Dvorak: Symphony No. 7 in d minor, Op. 70 (35')



드림타임(Dreamtime)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구전설화를 뜻하는 말로 원주민 언어로는 알트지라, 웅가르, 주구르바 등으로 불린다. 신화 속의 과거인 '꿈의 시대'는 시작은 있으나 끝은 예상할 수 없는 영원한 현재이며, 구전문학으로서의 '꿈의 시대'는 짧고 단순한 문장과 변형된 반복구절을 사용하면서도 섬세하고 복잡한 내용이 특징적이다. 바움가르트너의 <드림타임>은 짧고 단순한 선율의 반복과 변형을 주요 특징으로 하며, 이것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음악과 서양의 미니멀리즘 음악 양식의 공통된 특징인 동시에 '꿈의 시대'의 '영원한 현재' 관념과도 통한다. 작품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바순의 반복되는 5도 하행 음형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전통 악기인 디제리두(didjeridu)의 벌이 웽웽거리는 듯한 음향적 특징을 흉내 낸 듯하며, 몽환적인 반복 음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간 부분은 어쩐지 밀양 아리랑을 연상시켰다.

제임스 맥밀런은 앞서나가는 음악 어법을 추구하는 작곡가는 아니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인기 '현대음악' 작곡가다. 그의 음악을 '낡은 음악'이라 하여 깎아내리는 의견도 있지만, 작곡가와 대중의 괴리가 심각한 수준인 오늘날 맥밀런 같은 대중적 작곡가의 역할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현대음악의 묘미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음향적 경험이라 보았을 때 <베니, 베니, 엠마누엘> 같은 작품은 매우 훌륭한 '현대음악' 작품이다. 미니멀리즘적 반복 음형의 도시적인 분위기는 타악기의 강력한 음향과 만나 묘한 고양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마치 도시의 밤하늘을 나는 기차를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종반부의 투명하고 승화하는 듯한 분위기 또한 인상 깊었다. 타악기 협연자인 콜린 커리의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색채감을 더하는 동시에 강력한 에너지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흥분을 이끌어내었고, 관객의 반응은 20세기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뜨거웠다. 이런 작품이 대중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아서 현대음악을 굳건히 둘러싼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으면 좋겠다. 내가 TV 광고주라면 이 작품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겠다. 이를테면 현악기의 반복 음형에 금관과 타악기가 어우러지는 부분은 캔 커피 광고에 잘 어울릴 것 같다. 캔 커피와 함께 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이번 연주회의 숨은 키워드가 '미니멀리즘'이라 한다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은 19세기 작품이지만 단순한 음형의 고집스러운 반복과 변형이 20세기 음악 사조인 미니멀리즘과 통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날 연주가 이 점을 특별히 부각시킨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으며, 그러기에는 악단의 기능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다. 물론 이날 연주는 충분히 호연이라 할 수 있었다. 작품의 거시적인 구조도 잘 살렸고, 악기 간 밸런스도 훌륭했다. 다만, 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가 이제껏 보여준 실력에 비추어 생각하면 높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평범한 연주였다. 서울시향의 집중력은 평소 실력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고, 음색의 세련됨도 마찬가지 수준이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상시키는 단단한 힘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레머라이트 특유의 선명하고 재치있는 다이내믹의 변화가 없었다. 레머라이트는 결코 평범한 지휘자가 아니다. 외람되지만 머지않아 정명훈과 같은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이다. 서울시향의 앙상블이 흐트러질 때마다 재빨리 수습하는 능력만 봐도 그 실력이 어디 도망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원인은 연습이 충분치 못했던 것일 터. 그는 원래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로 활약했던 사람인데, 이제 보니 계약이 끝났는지 그런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일개 객원 지휘자로 그에 걸맞은 연습시간만을 배정받았던 것일까. 나는 서울시향이 그를 좀 더 특별하게 대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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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7.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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