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혼란에 빠져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 예술가는 그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거나 적극적으로 폭력에 저항하곤 한다. 그러나 어떤 예술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면의 동굴 속으로 숨기도 한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러시아를 뒤흔들던 시기,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는 캅카스 산맥과 볼가 강 일대를 여행하며 격변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로 이전 작품의 자극적이고 타악기적 성향의 음악 양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었다.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음악평론가 알렉스 로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 작품에 나타나는 불협화음과 그로 인한 긴장감은 쇼스타코비치의 경우와 달리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징후적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악곡의 정교한 조형적 틀을 수놓는 ‘빛과 그림자의 유희’이며, 그와 동시에 ‘고난 없는 서정성’(untroubled lyricism)이자 ‘서정적 해방’(lyrical release)의 성격을 보인다.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는 이 곡을 두고 “봄날 처음 창문을 열었을 때 거리에서 솟아오르는 소리가 갑자기 밀려드는 듯한 느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서정성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곡가가 몸을 숨긴 내면의 동굴 바깥에서는 러시아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닥치며, 그 칼바람이 자꾸만 꿈결 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동굴의 꿈결과 현실의 고통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 관계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소나타 형식으로 된 제1악장 제1주제에는 ‘꿈꾸듯이’(sognando)라는 나타냄말이 붙어 있고, 좀 더 격정적인 제2주제에는 ‘내레이션하듯이’(narrante)라는 지시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는 작곡가로부터 “누군가를 설득하듯이 연주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론도 형식으로 된 제2악장은 그로테스크한 스케르초이며, 느리고 몽환적인 제1악장·제3악장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음악평론가 마이클 스타인버그는 제2악장이 흉포하고 유쾌하며 무례하고, 때로는 악의적이고, 운동감 넘치고(athletic), 바이올린 기법 측면에서 기발하고 탁월하다고 평했다.
변주곡 풍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루어진 제3악장은 ‘꿈결’과 ‘현실’ 사이의 긴장 관계가 서서히 ‘꿈결’의 승리로 귀결되는 음악적 서사를 보여준다. 코다에 이르면 독주 바이올린이 제1악장 제1주제를 높은 음역에서 재현하고, 이어 목관악기가 제3악장의 주제를 이어받은 뒤, 마지막에는 마치 공기 중에 연기가 흩어지듯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