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9일 토요일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

아라비아 숫자 5를 로마 숫자로 바꾸면 ‘V’이고, 이를 모스 부호로 옮기면 ‘• • • ―’가 된다. 이 리듬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의 유명한 시작 리듬과 일치하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승리의 V’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승리의 V’는 연합국 전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윈스턴 처칠이 즐겨 사용한 손가락 제스처와 더불어 오늘날까지도 흔히 쓰이는 상징으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은 나치 독일에 닥칠 ‘운명의 문 두드림’이자 연합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재해석되었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상징적이며 인지도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문호 E. T. A. 호프만은 이 음악이 언어의 한계를 초월하여 듣는 이를 “영원한 영적 세계로” 이끈다고 극찬하며, 그 세계의 지배자로서 베토벤을 신격화했다. 음악적으로 이 작품은 19세기 교향곡의 표준적 모델을 제시했고, 후대 작곡가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신화적 기준이자 예술적 도전이 되었다.

이 작품의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 제2악장은 이중변주곡 형식, 제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로 이루어지며, 멈춤 없이 이어지는 제4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더 핵심적인 것은 구조가 아닌 ‘드라마투르기’다. 즉, 고뇌를 이겨내고 환희를 향해 전진하는 투쟁과 승리의 서사, 달리 말해 c단조에서 시작해 C장조로 나아가는 장대한 과정이다. 그러한 서사를 추동하는 힘은 이른바 ‘운명 모티프’, 더 정확히는 그 리듬에서 나온다. 음악학자 카를 달하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이 리듬이 씨앗처럼 기능하며 집요하게 반복·변형·증식해 작품 전체를 형성하고, 나아가 “숭고한 통일성”을 부여한다.

첫 두 마디에 제시되는 ‘운명 모티프’는 여린박(아우프탁트), 즉 박절구조의 끝자락에서 기습적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지휘자와 연주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난점이 된다. 문제는 지휘자가 예비박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다. 음악이 8분음표로 시작한다는 점을 근거로 그 길이만큼만 예비박을 주면, 비팅(beating)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져 악단이 이를 첫 박으로 오인하기 쉽다. 실제로 ‘사고’는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이를테면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한 연주에서는 바이올린 하나가 반 박자도 아닌 한 박자나 앞서 튀어나오는 돌발 상황이 실황 녹음에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지휘자에 따라서는 아예 예비박이 아닌 예비 ‘마디’를 세 마디나 두어 혼란을 피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실용성에 비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따따따 따안―’의 마지막 긴 음에는 늘임표(fermata)가 붙는다. 그렇다면 그 길이를 얼마만큼으로 해야 할까? ‘늘임표’라는 말에 맞게 적당히 감으로 늘일 수도 있고, 제시부 끝과 코다에서 비슷한 음형이 확장된 방식을 근거로 한 마디를 세 마디로 셈할 수도 있다. 음반을 들어보면 아예 늘임표를 무시한 연주도 있다. ‘운명 모티프’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호흡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번 공연의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더 본질적인 감상의 핵심은 이 모티프의 발걸음을 따라 투쟁과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동참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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