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후슬라프 마르티누는 드뷔시의 화성과 관현악법, 스트라빈스키의 불규칙한 리듬과 박자, 체코 민속음악, 재즈, 가믈란 음악 등을 결합한 다원주의적 음악 언어로 20세기 전반에 높은 평가를 받은 작곡가이다.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수학했고, 파리에서 유학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다양한 음악 양식을 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드보르자크의 계보를 잇는 체코 작곡가로 명성을 확고히 했다.
그의 다원주의적 양식을 일컫는 다른 이름은 신고전주의다. 낭만주의가 추구했던 ‘숭고함’과 ‘파토스’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이것은 흔한 오해와 달리 옛 양식을 단순히 되살린 것이 아니다. 음악학자 리처드 타루스킨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고전주의는 옛 양식의 복원이 아닌 ‘인용’이자 ‘메타포’이며, 음악적 ‘통사구조’(syntax)는 현대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과거와 현재가 이질적으로 충돌하는 아이러니한 혼합물, 즉 혼성모방(파스티셰)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점에서 신고전주의는 모더니즘의 범주에 속하면서도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미학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은 작곡가의 미국 망명 시기 작품으로, 원숙기에 접어든 마르티누의 음악 언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구조적으로는 전통적이고 명료한 형식을 취하면서도 음악적 표면은 현대적이며, 텍스처의 밀도가 높고 청각적 ‘정보량’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은 청자가 편안하게 감상하기에는 다소 까다로운 음악일 수 있다.
제1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재현부에서는 제시부를 거의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구조적 단순성을 보인다. 제1주제는 리듬이 비처럼 쏟아지는 토카타풍으로, 선율보다는 리듬과 화성이 음악을 이끌어 간다. 제2주제는 당김음과 불규칙한 리듬 속에 선율적 성격을 강화하여 제1주제와 대비를 이룬다.
제2악장은 리토르넬로 형식과 세도막 형식을 결합한 짜임새로 되어 있다. 피아노의 느리고 최면적인 카덴차풍 에피소드로 시작하여 목관악기를 중심으로 하는 서정적인 리토르넬로 주제가 뒤를 잇는다. 이후 이 두 요소가 교차하고 변형되며 음악이 전개된다.
제3악장은 론도-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된다. 토카타적인 제1주제와 변칙적인 리듬의 제2주제가 제1악장과 거울쌍을 이루며, 때로는 앞선 두 악장의 요소들이 등장한다. 재현부에서 제시부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점 또한 제1악장과 상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