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2일 일요일

모노포니, 폴리포니, 호모포니, 헤테로포니

옛날에 고클래식에 썼던 글 퍼옴.
출처:
http://blog.goclassic.co.kr/wagnerian/117276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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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지식의 전파를 보다 못해 씁니다. 귀찮아서 되도록 짧게 쓸 테니 더 자세한 내용은 그로브 음악 사전이나 기타 믿을만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모노포니(monophony)

'phony'는 그리스어 'phonos'에서 유래한 말이며 '소리'라는 뜻입니다. 모노포니는 소리가 하나이니 단성음악, 즉 하나의 선율(성부)로만 된 음악을 말합니다. 서양음악에서 모노포니는 대부분 그레고리안 성가를 말합니다.

2. 폴리포니(polyphony)

소리가 여럿이라는 말이니 다성음악, 즉 두 개 이상의 성부로 된 음악을 뜻합니다. 서양음악에서 다성음악이 나타난 것은 대략 10세기 즈음이니, 거칠게 말해 그 이후의 음악은 대부분 폴리포니라 할 수 있습니다. 어? 폴리포니는 호모포니와 대비되는 말 아니었나요?

3. 호모포니(homophony)

'homo'는 성질이 같다는 뜻입니다. 동성애자를 흔히 호모섹슈얼(homosexual)이라고 하죠? 호모포니는 다성음악(polyphony) 중에서 각 성부가 동질적인 음악을 말합니다. 여기서 동질적이라는 말은 같다는 뜻이 아니라 다르지만 서로 어울린다는 뜻입니다. 성부가 모두 같아지면 그건 모노포니죠. 그러면 각 성부가 이질적인 음악은 뭘까요? 폴리포니? 아니요!

4. 헤테로포니(heterophony)

헤테로포니(heterophony)입니다. 호모섹슈얼의 상대어는 헤테로섹슈얼(heterosexual)입니다. 이성애자를 말하죠. 헤테로포니는 서양음악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악이나 기타 동양권의 음악이 대개 헤테로포니에 해당합니다.

5. 다시 폴리포니

그러면 바흐의 푸가는 폴리포니일까요, 아니면 호모포니일까요? 당연히 폴리포니입니다. 어, 얘기가 또 다르다고요? 네, 사람들이 혼동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단성음악이 일찌감치 사라져서 모든 서양음악이 폴리포니가 되었으니, 결국 폴리포니라는 말도 필요가 없어졌단 말이죠. 그러나 폴리포니라는 말이 사라지는 대신 의미가 변합니다.

근대적인 화성 체계가 보편화된 것은 대략 고전주의 시대부터입니다. 바흐의 음악은 화성체계에 기반한 음악이 아닙니다. 물론 바흐 작품의 화성을 분석하는 것도 매우 유용하지만, 바흐의 작품이 화성체계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런 것일 뿐입니다. 바흐의 음악은 대위법에 기초한 것이죠.

호모포니와 폴리포니의 차이는 화성 체계에 기초하느냐 대위법에 기초하느냐의 차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각 성부가 대략 같거나 비슷한 리듬을 쓰느냐 독립적인 리듬을 쓰느냐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러면 ☞말러의 교향곡 5번은 호모포니일까요, 폴리포니일까요? 폴리포니와 호모포니가 섞였다는 것이 제일 무난한 답입니다. 화성체계에 기반하면서도 복잡한 대위법을 사용하고, 때때로 상당히 아카데믹한 푸가토를 쓰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폴리포니라는 말 자체가 고정된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음악 용어 가운데 이런 게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냥 폴리포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로브 음악 사전의 'polyphony' 항목을 보면 ☞말러의 폴리포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Mahler, on the other hand, strove for the greatest possible differentiation of parts, referring to the random sounds of a forest festival – noises from swings and merry-go-rounds, shooting-galleries and puppet theatres, a military band and a male-voice choir – as the archetype of his polyphony. (That Mahler emphasized the need to observe strict compositional organization in these sound-pictures sets him apart from Ives, who preferred the disorganized chance factor in such phenomena.) Mahler distinguished polyphony from ‘something merely written in many parts’ or ‘disguised homophony’:

    ‘Do you hear that? That is polyphony and that is where I have got it from … Exactly like that, coming from quite different sides, this is how the themes must be completely distinct in their rhythmic and melodic character (anything else is merely something written in many parts, disguised homophony); it requires that the artist should organize it and unify it into a congruous and harmonious whole’. (N. Bauer-Lechner, Erinnerungen an Gustav Mahler, 1923,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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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2nd Edition


쉽게 쓰려다 보니 사소한 오류가 더러 포함되었습니다. 더 정확한 내용은 그로브 사전이나 MGG 등 믿을만한 문헌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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