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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지휘: 박은성 · 협연: 박경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연주회 (지휘: 박은성 · 협연: 박경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저녁 8시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하이든홀)
  • 초등학생 이상 입장가
  • 입장권: A석 3만원 / B석 2만원

프로그램

  • 베버 ― 《마탄의 사수》 서곡
  • 월튼 ― 비올라 협주곡 (협연: 박경민)
  • 드보르자크 ― 교향곡 7번 d단조

한국 지휘계의 거목이 떠오르는 별을 만나다

경기도(도지사: 김문수)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감독: 구자범)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연주회를 11월 19일 토요일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는 박은성 지휘자가 객원 지휘하며,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과 월튼 비올라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협연자 박경민 씨는 예원학교에 입학한 해에 어린 나이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젊은 비올라 연주자이다. 2008년부터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등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연소 객원 연주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 콜야 블라허(Kolja Blacher)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박경민 씨는 지난해 영국 라이오넬 테르티스(Lionel Tertis)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2등 수상한 바 있는데, 라이오넬 테르티스는 이번 연주회에서 박경민 씨가 협연할 월튼 비올라 협주곡과 인연이 있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월튼은 본디 테르티스를 위해 이 곡을 썼다. 그러나 테르티스는 이 작품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초연 제의를 거절했고, 파울 힌데미트가 대신 초연했다. 테르티스는 나중에 월튼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쳤으며, 이 작품을 걸작으로 평가했다.

라이오넬 테르티스 국제 비올라 콩루르 2등 수상!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거장 연주자들과 협연 경력!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에게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자 인포머티브 오디션(Informative Audition)을 시행하고 있으며, 학력 등을 따지지 않고 실력만으로 평가하여 숨은 인재들에게 등용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인포머티브 오디션이란 공연 시스템이 잘 확립된 선진국에서 널리 시행하는 제도로, 이미 정해진 공연을 앞두고 연주자를 구하는 오디션이 아니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이루어지는 오디션을 말한다. 평소 인포머티브 오디션으로 얻어낸 연주자들의 실력 및 기타 정보는 나중에 열릴 연주회에 함께 할 연주자를 뽑는데 사용된다. 인포머티브 오디션은 관록만을 내세우는 연주자가 아니라 실력 있는 신인 연주자들을 발굴해 연주 기회를 주고 관객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공연은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유럽에서는 이미 재능을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박경민 씨를 한국 지휘계의 거목 박은성이 소개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대한민국 지휘계의 계보를 이어온 관록 있는 지휘자 박은성이 대한민국 음악계에 새로 떠오르는 별 박경민과 어떻게 하모니를 이룰지 기대된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 ― 《마탄의 사수》 서곡

Carl Maria von Weber ― Ouvertüre zur Oper »Der Freischütz«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가 『요괴담』(Das Gespensterbuch)이라는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오페라이다. 독일어 제목인 “Der Freischütz”는 영어로 풀어 쓰면 “The Free Shooter”에 해당하는데, 우리말로는 자유자재로 원하는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마술 탄환이라는 뜻을 살려 보통 《마탄의 사수》(魔彈의 射手)로 옮긴다. 이 오페라는 독일 오페라 양식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바그너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오페라 전곡 가운데 서곡이 연주된다.

윌리엄 월튼 ― 비올라 협주곡 (협연: 박경민)

William Walton ― Viola Concerto

월튼 비올라 협주곡은 1929년 작품으로 월튼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 영향받아 쓴 곡이다. 때때로 조성이 흐려지거나 복조성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조성 체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며 3악장은 조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날카롭고 변칙적인 리듬과 냉소적인 우울함이 돋보이며, 악곡 형식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과 론도 형식을 따른다.

비올라는 거칠고 어두운 음색 때문에 예로부터 독주 악기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악기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여러 작곡가가 비올라 음색에 가능성을 발견하여 훌륭한 비올라 곡을 남겼고, 그 가운데 협주곡으로는 월튼과 더불어 버르토크, 힌데미트 등이 쓴 작품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예원학교에 입학한 해에 어린 나이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젊은 비올리스트 박경민 씨가 협연을 맡는다.

안토닌 드보르자크 ― 교향곡 7번 d단조

Antonín Dvořák ― Symphony No. 7 in d minor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은 작곡자가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듣고 자극받아 쓴 곡으로, 때마침 런던 필하모닉 협회 명예 회원이 되면서 작품을 위촉받았다. 이 작품은 앞선 교향곡과 견주면 브람스 음악에 영향받아 체코 음악 양식이 옅어진 편이다. 그러나 작품에 담긴 민족주의적 자의식은 뚜렷하며, 이 곡을 쓸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내 마음속에는 사랑과 하느님과 내 조국이 있다”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느린 2악장 악보에는 “슬픈 나날로부터”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죽음 및 첫 아이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협연자 : 비올리스트 박경민

비올리스트 박경민

2008년부터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등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최연소 객원 연주
레오니다스 카바코스(Leonidas Kavakos), 콜야 블라허(Kolja Blacher), 슈테판 피카르트(Stephan Picard), 라르스 아네르스 톰테르(Lars Anders Tomter) 등과 함께 실내악 연주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Nobuko Imai), 하르트무트 로데(Hartmut Rohde), 바바라 베스트팔(Barbara Westphal), 폴커 야콥센(Volker Jacobsen), 빌프리트 슈트렐레(Wilfried Strehle; 베를린필 수석) 등에게 마스터클래스 참가

2006 빈 국립음대 비올라 전공 최연소 입학, 볼프강 클로스(Wolfgang Klos), 울리히 쇤아우어(Ulrich Schönauer) 사사
2008 빈 국립음대 재학 중 도독,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입학, 발터 퀴스너(Walter Küssner) 사사
2011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디플롬 과정 중. 타베아 침머만(Tabea Zimmermann) 사사

2010 영국 라이오넬 테르티스(Lionel Tertis) 국제 비올라 콩쿠르 2등
2010 독일 알리스 잠터슈티프퉁(Alice Samter-Stiftung) 국제 실내악 콩쿠르 2등
2010 동아음악콩쿠르 1등
2008 슬로베니아 블레드 음악제(Festival Bled) 국제 콩쿠르 1등

지휘 : 박은성

1945년 10월 12일 함경북도 회령 출생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 수원시립교향악단 ·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KBS교향악단 수색객원지휘자, 한양대학교 교수 등 역임
빈국립음악대학 지휘 석사, 오트마 주이트너 사사
1970년 국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지휘
음악비평가협회 제13회 음악대상 수상
한국음악상 수상

― 티켓 예매 ―

고양아람누리
http://www.artgy.or.kr/PF/PF0201V.aspx?showid=0000003396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oodsCode=11013625

2009년 8월 31일 월요일

2008.06.25. 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 / 호프마이스터 비올라 협주곡 / 다케미쓰 영화음악 / 슈베르트 교향곡 4번 - 유리 바시메트 / 서울시향

2008년 6월 25일(수)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 Yuri Bashmet
협연자 : Yuri Bashmet (va)

Schubert, Rosamunde Overture
Hoffmeister, Viola Concerto in D
Takemitsu, Three Film Scores for Strings : "Music of Training and Rest", "Funeral Music", "Waltz"
Schubert, Symphony No. 4 in c, D. 417 "Tragic"



화성법이나 대위법 같은 음악 이론을 다룰 때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말 번역어에 '법'자를 붙여 쓰지만 그것은 법칙이 아니다. 화성 진행 규칙은 성경에 기록된 것도 아니고 전설로 내려오는 것도 아니며 음악가 협회에서 신중한 논의를 거쳐 만들어 못박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이름난 작곡가가 쓴 작품들을 음악학자가 두루 살펴보고 공통점을 뽑아 정리한 것일 뿐이다. 이론보다 작품이 먼저라는 말이다. 바흐나 모차르트가 쓴 작품에서도 '규칙'에 어긋나는 곳이 드물지 않게 있으며, 알고 보면 '규칙'을 어긴 곳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피어나곤 한다. 이것을 알지 못하고 규칙에만 매달린다면 낡아빠진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18세기 만하임 음악 전문가 이성률 박사는 카를 요제프 토에스키(C. J. Toeschi)의 실내악을 다룬 논문을 발표하면서 토에스키 작품에 지긋지긋하게 나오는 이른바 갈랑 종지(cadence galante)는 "귀에 한 번 꽂혀버리면 그 뒤로는 고문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호프마이스터 비올라 협주곡 D 장조를 듣던 나는 갈랑 종지를 비롯한 틀에 박힌 기법들에 진저리를 치며 이성률 박사가 했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대가 연주자 유리 바시메트의 테크닉이 워낙 뛰어나서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작품이 비올라 연주자들에게 주요 레퍼토리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비올라 작품이 얼마나 궁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20세기에는 좋은 비올라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이왕이면 버르토크, 슈니트케, 또는 구바이둘리나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바시메트가 한국 관객 수준을 얕잡아보고 현대음악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 것이라면 화낼 일이다. 이날 연주한 <현을 위한 세 개의 영화음악>만해도 그렇다. 다케미쓰는 이름난 현대음악 작곡가이지만 하필 이 작품은 현대음악이라 부르기 민망한 그저 '영화음악'이다. 여보세요, 한국 관객이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연주회도 듣고 하면서 얼마나 현대음악에 단련되어 있는데!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과 교향곡 4번은 호프마이스터, 다케미쓰와 마찬가지로 '지휘자' 바시메트에게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바시메트는 비올라 연주자답게 서울시향의 현악기 소리를 예쁘게 다듬는 솜씨가 남달라서 그윽한 파스텔 빛깔 현 소리를 뽐냈다.

그러나 예쁜 소리만으로는 그다지 훌륭한 연주가 되지 못했다. 주선율만이 너무 두드러져 평면적인 음악이 되었고, 관과 현과 팀파니가 어쩐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교향곡 4번 1악장에서 늘임표(fermata)는 있는지 없는지 표시가 안 났고 '매우 느리게(Adagio molto)'와 '빠르고 활기차게(Allegro vivace)'가 그다지 뚜렷한 차이가 없는 등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했다. 악보에 따로 지시가 없을 때에는 템포가 거의 바뀌지도 않았는데, 그렇다고 '돌아온 토스카니니'같은 확신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건 그냥 나이브(naive)한 거다. 변함없는 템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적어도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무궁동(Perpetuum Mobile)이 주선율 뒤에 숨어서는 안 되었다.

1악장과 4악장 도돌이표를 따르지 않고 생략해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유행하는 역사주의 연주 경향을 따른 것도 아니었다. 슈베르트 음악에서 반복은 그냥 관습에 따르는 단순 반복이 아니라 긴장과 갈등을 되먹여 키우는 과정이며, 특히 후기 작품에서는 음악 칼럼니스트 이정엽의 말을 빌자면 "고독의 자가증식"이다. 역사주의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더라도 슈베르트의 반복 지시는 웬만하면 지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 했으니 대가 연주자의 교향곡 해석도 평범하지는 않을 것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아마도 지휘 테크닉이 모자란 탓이 아닐까 싶다. 지휘봉을 들지 않고 맨손으로 지휘한 것은 모자란 테크닉을 감추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 박자를 놓친 듯 손으로 동그라미를 자꾸 그려대었던 것은 세모, 네모를 그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휘자가 시향 단원들과 손짓과 눈빛과 표정으로 대화한다는 느낌이 도무지 와 닿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단순한 템포로도 이따금 박자가 어긋나곤 했다. 교향곡 4번 1악장 서주에서 제1 주제로 넘어갈 때(마디 29) 지휘자가 예비박을 헷갈리기 딱 좋도록 아리송하게 주어서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버벅거리며 '만득이 사운드'를 냈던 것은 그 가운데서도 대형 사고에 가까웠다. 이런 실수는 지휘 전공 학부생도 하지 않는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같은 초일류 악단은 지휘자가 마음에 안 들면 알아서 지시한 것보다 더 아름답게 연주해버리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국내 오케스트라는 그런 수준이 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서 지휘자 능력에 따라 연주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이른바 '말러 교향곡 2번 사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아주는 어떤 오케스트라가 아마추어이지만 이름난 음악학자이자 말러 교향곡 2번 전문 지휘자를 모셔다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결과는 끔찍했다. 연주자들은 마치 시장바닥인 양 꽥꽥거렸고 나중에는 팀파니마저 박자를 놓치고 헤매기도 했다. 작품 해석이 아무리 훌륭해도 지휘 솜씨가 엉터리라면 이렇게 된다.

유리 바시메트는 비올라 연주자로 그동안 쌓아온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이용해 손쉽게 지휘자 수업을 받으려는 것은 아닌가. 물론 가진 것을 써먹겠다는데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관객으로 하여금 연주가 아닌 연주자 이름에 박수 치게 만든다면 그것은 관객을 속이는 짓이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진심으로 훌륭한 지휘자가 되고 싶다면 콘서바토리로 가서 차근차근 수업을 받는 게 어떨까. 무엇보다 그 엉성한 지휘 동작부터 좀 고쳤으면 싶다.

정보공유라이선스

김원철. 2008.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2007.11.02.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III - 리처드 용재 오닐 / 프랑소아 자비에르 로트 / 서울시향

진은숙의 Ars Nova 3
2007년 11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KBS 홀

지휘자 : François-Xavier Roth
협연자 : Richard Yongjae O'Neil (Viola)

Väinö Raitio: Moonlight on Jupiter op. 24 (12')
Brett Dean: Viola Concerto (27')
Chris Paul Harman: Uta for viola and orchestra (19'30")
Alexander Scriabin: Le poème de l'extase op.54 (22')



비올라는 참 애매한 악기다. 음색이 투박해서 독주 악기로도 주목받지 못했고, 앙상블에서도 흔히 내성부, 즉 화음의 뉘앙스에 작은 변화를 주는 역할이 고작이다. 그러나 애매함은 곧 유연함이기도 하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지닌 특징을 알맞게 나누어 가졌으면서 투박하지만 담백한 음색을 낼 수 있으니 새로운 소리를 원하는 20세기 작곡가들이 좋아할 만했다. 조성이 무너진 시대라 화음에 억눌리지 않아도 되니 더욱 좋았다. 비올라 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런 새 시대가 만든 스타다. 브레트 딘(Brett Dean)의 비올라 협주곡과 크리스 폴 하먼(Chris Paul Harman)의 <우타>를 협연한 그가 들려준 소리는 그야말로 천 가지 색깔을 지닌 비올라였다.

브레트 딘의 비올라 협주곡은 용재 오닐이 솜씨를 뽐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작품이었다. 하모닉스 글리산도가 어지럽게 얽히는 부분은 아찔했으며, '딴따다 딴따다 다다다다' 하는 폴카(?) 리듬 모티프에서는 묘한 중독성을 느꼈다. 또 느린 부분에서는 한겨울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햇빛이 부서지는 느낌과 비슷해서 작년 10월 연주회 때 소개된 조지 벤자민의 <겨울 마음> 생각도 잠시 들었다. 현악기가 잘근잘근 하는 소리를 약음기를 낀 금관이 흉내 내듯 하는 것과 타악기가 그에 맞추어 떠들썩하지만 싸늘하게 두드려대는 것 등은 역시 작년 10월에 소개된 <전원 교향곡>과 비슷했는데, 문득 브레트 딘의 관현악 어법이 비올라를 닮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작곡가가 비올라 주자 출신이기 때문일까.

하먼의 <우타>는 '노래'라는 뜻으로 일본어 'うた'에서 제목을 따왔고 일본 동요집에서 재료를 따와서 조각내고 비틀어 새로 짜맞췄다는데, 아닌 게 아니라 조각조각 흩어진 느낌이 마치 만화를 보는 듯했다.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조각 맞추기'를 하다 보니 원래 재료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엉뚱한 선율로 튀는 느낌도 재미있었다. 이를테면 '학교 종이 땡땡땡'이나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를 닮은 선율이 중간에 슬쩍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했다. 남이 쓴 음악을 잘라내고 흩트려 새로 짠다는 아이디어에서 느끼는 바가 있어 짤막한 이야기를 지어내 봤는데, 어쩌면 이것이 하먼의 작품세계에 대한 가장 진지한(?) 감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오덕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하루는 장사꾼이 그를 반겨 말하기를,

여보게 덕, 당나라 악사 아루농굴이 온다네.
뭣이?
차에코풀었스키의 《쌍피 여왕》을 한다네.
오 벗이여 얼마면 돼?
마흔닷 냥이라네.

오덕이 신용카드를 내미는 순간 웬 여인이 오덕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외치기를,

훠이 지름귀신 물렀거라!
너, 누구냐?
이 녀석아 내가 니 애미다. 포스에 빛나는 회초리 맛 좀 보아라.
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살인을 면한다 하지 않습니까.
어허 무슨 소리냐, 옛말에 개처럼 날아서 정승처럼 쏜다 했다.
히익! 수위일로께서는 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 하셨습니다. 덥석! 일단 고정하시고...
호호호 유료 허그란다. 일 초에 열 냥.

오덕이 놀라 만세신공을 시전하니 만근거력이 담긴 회초리가 날아들더라.
삑! 체력이 바닥났습니다. 로그아웃합니다.

오덕은 '듣보르잡의 환장 교향곡은 조첨이 본좌'라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의식을 잃었다.

써놓고 보니 지난 3월에 소개된 <행렬 풍자극>에 더 잘 어울릴 듯싶다. <우타>는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고 오히려 마지막에 착 가라앉은 일본풍 비올라 선율은 용재 오닐이 연주한 '섬집 아기'를 생각나게 했다.

베이뇌 라이티오(Väinö Eerikki Raitio, 1891-1945)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작곡가인데, <목성의 달빛 Kuutamo Jupiterissa>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1922년 작품이라는데 도무지 20세기 초 작품 같지 않아 뭔가 속는 기분이었다. 무조음악이 아니면서도 조성음악 관습과는 꽤 동떨어진 소리가 어찌 들으면 20세기 후반 작품처럼 들리기도 했으며, 음악이 꽤 흐른 뒤에야 시대에 어울리는 감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보다 몇 년 앞서 홀스트가 작곡한 <행성> 중 '목성'이 무척 고루하게 느껴지다니 시대를 너무 앞서간 가엾은 작곡가가 아닌가.

지휘자 프랑소아 자비에르 로트(François-Xavier Roth)는 다양한 음색으로 현대음악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모더니즘의 무표정함에 빠지지 않고 낭만주의의 '드라마'를 살려내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었는데, 스크랴빈의 <법열의 시 Le Poeme de l'extase>에서 특히 그랬다. 이 작품을 연주할 때 그 특징이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곳은 Allegro volando(빠르게 날듯이; 마디 39) 부분으로, 느린 앞부분과 템포 차이를 크게 벌리면 작품의 표제적 성격을 살리기에 좋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옅어질 위험이 있기도 하다. 지휘자는 느리기에 더욱 신비로운 앞부분을 아주 살짝 희생시켜 '알레그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템포 차이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자연스럽게 했다. 마디 95 이후 트럼펫에 맞서는 저음 현의 무게중심도 탄탄했고 햇빛이 구름을 뚫듯 강렬히 흩어지는 고음 현도 멋졌다. 금가루 날리는 트럼펫 소리와 끝에 금관이 밀어붙이는 '뒷심'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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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7.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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