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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8일 수요일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

예전에 썼던 글을 윤문 수준으로 수정함.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오케스트라 반주가 덧붙은 피아노 독주곡에 가깝다. 협주곡의 외형을 취하고 있으나,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머물며 음악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피아노에 있다.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제1악장이 소나타 형식, 제2악장과 제3악장이 세도막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쇼팽의 작품에서 흔히 그러하듯 이 곡의 구조를 세밀히 따지는 일은 학술적 목적이 아닌 한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이 작품은 쇼팽이 피아노로 써 내려간 시로서, 그 정서를 그대로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특히 이 곡의 백미로 꼽히는 제2악장은 쇼팽이 당시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떠올리며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남몰래 품은 사랑의 감정이 잔잔한 화성 위에 절절한 피아노 선율로 스며든다.

이 협주곡은 쇼팽이 파리에서 명성을 얻기 이전, 폴란드에서 활동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작곡 시기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보다 한 해 앞서지만, 출판 순서로 인해 번호가 뒤바뀌게 되었다.

F. Chopin: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Chopin’s piano concertos are closer in spirit to piano solos with orchestral accompaniment than to concertos conceived symphonically. Although they assume the outward form of the genre, the orchestra remains largely in a subordinate role, serving primarily to set off the piano, which clearly retains the musical initiative.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follows a conventional layout — the first movement in sonata form, and the second and third movements in ternary form — but, as is often the case with Chopin, detailed formal analysis offers limited insight beyond a strictly academic context.

This work is best understood as a piano poem, to be experienced directly through its expressive atmosphere rather than dissected structurally. At its emotional center lies the second movement, traditionally believed to have been inspired by Chopin’s unspoken affection for a young student, where the quiet intensity of concealed love permeates gentle harmonies and unfolds in a piano melody of poignant lyricism.

This concerto represents the period of Chopin’s career spent in Poland, before he achieved fame in Paris. Although it was composed earlier than the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its later publication resulted in the reversal of their numbering.

2023년 5월 23일 화요일

바흐-부소니: 샤콘 /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 라벨: 밤의 가스파르 / 리스트: 노르마 회상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중 ‘샤콘’ (부소니 편곡)

샤콘은 변주곡의 한 형태를 뜻하는 말로 ’파사칼리아’와 혼용되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 춤곡에서 유래했으며 주로 저음에서 반복되는 음형이 특징이다. 바흐의 샤콘이 바이올린 한 대로 마치 건축물을 쌓듯이 여러 성부를 입체적으로 쌓아가며 때로는 오르간 음향을 흉내 내기도 하는 작품이라면, 부소니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은 수직적 화음을 음향적으로 더 두텁게 쌓아 ’건축물’의 규모를 키우고 오르간 효과 또한 강화하며 코랄의 경건함마저 담아내는 등으로 피아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곡이다.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스피아나토’(spianato)는 표면이 고르고 평평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는 말 그대로 느리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음악이며 ’녹턴’ 또는 자장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어지는 폴로네즈는 사냥 나팔을 연상시키는 힘찬 음형으로 시작해 편안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폴로네즈는 3박자 계열의 폴란드 춤곡으로 ’♪♬♪♪♪♪’꼴 리듬 패턴을 특징으로 한다.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 피아노를 위한 동양적 환상곡

밀리 발라키레프는 ’러시아 5인조’라 불리던 작곡가들의 맏형이었던 민족주의자였다. ’이슬라메이’는 본디 발라키레프가 캅카스 지방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게 들었던 민속음악이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이 음악에서 주요 음소재와 제목을 따와 자신의 곡을 썼다. 이 곡은 빠름-느림-빠름 세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느린 가운데 부분에서는 타타르 민속 선율이 사용되었다.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라벨: 밤의 가스파르

라벨은 알루아시위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 렘브란트와 카로 풍의 환상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밤의 가스파르’를 작곡했다. ’가스파르’란 페르시아어로 ’보물을 지키는 사람’을 뜻한다. 1악장의 ’옹딘’은 물의 요정을 뜻하는 ’운디네’의 프랑스식 표현으로, 옹딘은 가스파르를 유혹하며 자신의 남편이자 호수의 왕이 되라고 한다. 2악장 ’교수대’는 베르트랑의 시구 중 “그것은 지평선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석양으로 새빨갛게 물든 목 매달린 시체이다.”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듯한 곡이다. 3악장의 ’스카르보’는 장난꾸러기 요정을 뜻한다. 라벨은 요정의 변덕을 변화무쌍한 악센트와 고난도 연주기법 등으로 표현했고,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보다 더 어려운 곡을 쓰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스트: 노르마 회상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다. 그 중에는 오페라의 주요 대목을 따서 환상곡풍으로 재창작한 곡도 있는데, 리스트는 이런 작품에 회상(Réminiscences)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노르마 회상’이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재창작한 이 작품은 원작에 나오는 사랑과 배신, 갈등과 희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극적인 짜임새로 피아니스트에게 도전이 되는 곡이다.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쇼팽: 피아노 트리오 g단조 Op. 8

쇼팽은 피아노가 없는 곡을 단 한 곡도 쓰지 않았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세 곡 남겼고, 바이올린을 독주 악기로 사용한 작품으로는 피아노 트리오 Op. 8이 유일하다. 이 작품에서 피아노는 다른 악기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쇼팽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것도 거의 피아노 파트에서다.

쇼팽은 바르샤바 콘서바토리 학생 시절에 이 작품을 썼다. 쇼팽의 이후 주요 작품이 베토벤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과 달리, 이 작품에는 쇼팽이 베토벤 음악 어법을 모방하려 했음이 드러나는 점이 놀랍다. 1악장을 시작하는 음 소재부터 베토벤의 영향이 두드러지는데, 그러나 그것이 쇼팽의 체질에 맞지 않았음이 1악장의 구조적 허술함으로 드러나며, 그런 가운데 때때로 쇼팽의 후기 걸작들을 예견케 하는 탁월한 음형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2악장에서는 '오베레크'라는 폴란드 민속 춤곡 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소박한 음형이 두드러진다. 1악장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작곡가가 1악장을 쓰며 받았을 '베토벤 스트레스'에 대한 반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뜬금없음을 이유로 음악학자 미에치스와프 토마셰프스키는 2악장이 이 작품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 평하기도 했다.

3악장에서는 다시 베토벤의 영향이 나타나며, 음악학자 마리아 피오트로프스카는 이것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10-1과 견주기도 했다. 아다지오 악장의 시적인 낭만성이 이번에는 쇼팽에게 장점이 되고 있으며, 쇼팽의 전형적인 특징과는 다른 초기적 매력이 3악장에 두드러진다. 론도 형식으로 된 4악장은 이 작품에서 가장 쇼팽다운 악장으로, 음악에 녹아 있는 폴란드 민속춤이 특히 매력적이다.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훔멜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입니다.


훔멜: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클래식 음악 공연장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워서, 관객이 공연 중에 웃고 떠드는 일이 예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공연 시작하니까 그만 떠드세요!' 하는 신호를 주는 음악이 필요했고, 그런 목적으로 오페라 시작에 앞서 연주하게 된 기악곡을 서곡(Overture)라고 하지요.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은 그런 목적에 매우 충실한 곡입니다. 팡파르처럼 뿜빰거리면서 관객의 주의를 끌고, 듣기 좋은 선율과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에 집중하게끔 하지요.

이 오페라는 공작가 아가씨 '마틸데 폰 구이제'가 주인공인 흔한 연애물입니다. 훔멜은 모차르트의 제자이자 대략 베토벤과 동시대 사람으로 특히 쇼팽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작곡가입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출생이며, 그곳은 당시 헝가리 영토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했기 때문에 훔멜은 오스트리아 작곡가로 분류됩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오케스트라 반주가 있는 피아노 독주곡에 가깝습니다. 협주곡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빛나게 하는 일에 그치고 피아노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며 음악을 이끌어 나가지요. 협주곡 2번의 짜임새는 1악장 소나타 형식, 2악장과 3악장은 세도막 형식이지만, 쇼팽 작품이 흔히 그렇듯 이 작품의 구조를 따지는 일은 학술적인 목적이 아닌 이상 무의미합니다. 쇼팽이 피아노로 쓴 시를 그냥 가슴으로 느끼면 되지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2악장은 쇼팽이 당시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생각하면서 쓴 곡으로, 남몰래 간직한 사랑이 잔잔한 화음 속에 절절한 피아노 선율이 되어 흐릅니다.

이 작품은 쇼팽이 프랑스 파리에서 스타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기 전에 폴란드에서 활동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며, 작곡가는 피아노 협주곡 1번보다 한 해 앞서 이 곡을 썼습니다. 순서가 뒤바뀐 까닭은 1번 협주곡이 먼저 출판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요.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이 작품은 작곡가가 '필하모닉 소사이어티'(Philharmonic Society) 명예 회원이 되면서 위촉을 받아 쓴 곡입니다. 런던에 있는 이 단체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포함해 수많은 명작을 위촉한 곳이기도 하지요. 드보르자크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새 교향곡은 베토벤의 유산을 계승하는 작품,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작품, 그러니까 베토벤-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적인 논리와 질서가 있는 작품이어야 했습니다. 마침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듣고 감명을 받은 참이기도 했지요.

그렇게 탄생한 교향곡 7번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가운데서도 베토벤-브람스 패러다임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작품입니다. 체코 작곡가로서 그동안 보이던 '지역색'은 그만큼 옅어졌지요. 그리고 베토벤-브람스 음악을 본받은 모티프 발전 기법과 논리적인 전개 방식, 치밀한 대위법 등이 이 작품에 나타납니다. 악보를 보면, 특히 1악장 발전부와 종결구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1악장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과 견줄 만큼 어둡고 심각하게 시작해 치밀한 짜임새로 발전해 나갑니다. 제2 주제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을 여는 첼로 선율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에 앞서 제1 주제가 살짝 이완되면서 제2 주제로 착각할 만한 선율이 마치 에피소드처럼 나타나지만, 이내 제1 주제로 되돌아갑니다.

2악장은 주제가 셋 있는 소나타 형식으로, 느린 악장답지 않게 짜임새가 복잡합니다. 그러나 선율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형식을 따지는 일이 부질없다고 느껴지지요. 서럽게 흐르는 선율과 화음 속에서 맑게 반짝이는 플루트 소리가 오히려 슬프게 들립니다.

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입니다. 드보르자크는 기차 마니아로 유명했고, 작품에 기차 느낌을 곧잘 담아냈던 작곡가이지요. 교향곡 7번의 다른 악장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지만, 3악장을 여는 선율과 리듬에서 기차 느낌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합니다. 기차 여행의 설렘이 현실의 고뇌와 교차하며 독특한 매력을 주는 악장입니다.

4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에 나타나는 '어둠에서 광명으로' 짜임새와 비슷하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마지막까지 찬란하게 쏟아지는 으뜸화음은 나오지 않지요. 작곡가는 그 대신 작은 희망 조각을 부여잡고 어둠 속을 꾸준히 한 걸음씩 전진하는 일이 현실에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합니다.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베토벤 교향곡 5번 /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 넬손 괴르너 / 성시연 / 서울시향

2011-05-19 오후 08: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 성시연
피아노 : 넬손 괴르너

드보르자크, 사육제 서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언제나 그렇듯이, 무삭제판 ㅡ,.ㅡa


음악을 들으면서 지휘 흉내를 낸 일이 있는가. 베토벤 교향곡 5번이야말로 '남이 보면 안 되는 지휘 생쇼'를 하기에 가장 신 나는 곡일 터. 그런데 실제로 지휘하려면 '운명 모티프'라 불리는 첫 두 마디부터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빠른 음형이 그것도 여린박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예비박을 어찌 줘야 할까? 8분음표로 시작하므로 8분음표만큼 예비박을 주면, 비팅(beating)이 너무 날카로워서 악단이 첫 박으로 착각하기 딱 좋다. 지휘자에 따라서는 아예 예비박이 아닌 예비 '마디'를 세 마디나 넣어 헷갈리지 않게끔 하기도 하지만, 실용적이기는 해도 모양새가 영 좋지 않다.

지휘자 성시연은 지휘봉을 살짝 올렸다가 멈춘 다음 날카로운 예비박을 주는 모범적인 지휘를 했다. 그런데 아뿔싸! 몇몇 단원이 반 박자 빨리 나오는 바람에 이른바 '만득이 현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곡이 워낙 이러니 실연 때 이런 일이 곧잘 일어난다. 마침 이날 프라하 스메타나 홀에서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방송 녹음을 들어 보니 바이올린 연주자 하나가 반 박자도 아니고 한 박자나 빨리 튀어나오는 사고 현장이 마이크에 또렷하게 잡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따따따 따안―' 할 때 긴 음에는 늘임표(fermata)가 붙어 있다. 얼마만큼 늘여야 할까? '늘임표'라는 말에 맞게 감으로 대충 늘일 수도 있겠고, 제시부 끝과 코다에서 비슷한 음형이 나올 때 늘어난 음 길이를 근거로 한 마디를 세 마디로 늘일 수도 있겠다. 음반을 들어 보면 아예 늘임표를 무시하는 연주도 있다. 성시연은 감으로 대충 늘인 듯했으며, 둘째 마디를 네 마디쯤으로 늘이고 넷째-다섯째 마디를 다섯 마디쯤으로 늘였다. 이처럼 이 곡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지휘자가 여러 가지로 고민했을 흔적이 드러난다.

악기 편성도 문제다. 옛날에는 악보에서 지시한 것보다 훨씬 큰 편성으로 연주하는 일이 잦았지만, 요즘은 악보 지시를 그대로 지키는 일이 보통이다. 이날 서울시향은 호른 한 대를 더블링(doubling)한 것을 빼면 악보에서 지시한 2관 편성을 그대로 지켰다. (현악기는 글쓴이가 객석에서 세어 보니 5-5-4-4-3 편성이었다.) 이른바 '역사주의 연주'가 힘을 얻으면서 생긴 유행으로, 정명훈 지휘자도 시향 개편 초기에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면서 9번 교향곡을 뺀 모든 곡을 악보대로 편성했다. 지난해 9월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지휘한 로렌스 르네스도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다.

관습적으로 금관을 덧붙이는 등 악보대로 연주하지 않던 대목을 악보 그대로 연주한 것 또한 역사주의를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1악장 제시부 제2 주제를 여는 E♭ 장조 호른 음형은 재현부에서 바순이 C 장조로 연주하는데, 이 곡이 나왔을 당시 호른으로 연주할 수 없는 음형이라서 베토벤이 할 수 없이 호른이 아닌 바순에 맡겼다는 주장이 있다. 4악장 마디 132에서는 비슷한 근거로 악보에 없는 금관 음형을 덧붙여 연주하는 관습이 있었다. 작품이 끝날 무렵에 트럼펫이 주선율을 연주하도록 고치기도 한다. 이날 서울시향은 이 대목을 모두 악보대로 연주했다.

이처럼 소편성으로 연주하고 금관을 덧붙이지도 않으면 투명한 음색과 날렵한 리듬을 살리기에 좋다. 그러나 대형 연주회장에서는 음량이 작아서 단점이 따르기도 한다. 연주회장 음향이 그다지 좋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음향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들 하지만, 외국에서 이름난 연주회장과 견주면 그다지 좋은 연주회장이라 하기 어렵다. 글쓴이는 이날 1층 뒷자리에 앉은 탓에 이런 단점을 크게 느꼈다. 귀로 들은 것만으로 판단하자면, 이날 연주는 소리가 둥글둥글하고 마이크로다이내믹스(micro-dynamics)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곳이 많았다. 물론 이것은 글쓴이가 음향적 왜곡을 경험한 것으로 실제 연주는 그렇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중2병'이라는 것이 있다. 사춘기 시절 과대망상을 희화화하는 말이며 맥락에 따라 욕설에 가까운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2병도 예술로 승화하면 걸작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시사평론가 한윤형은 타나카 요시키가 쓴 대하소설 『은하영웅전설』을 두고 "가장 탁월한 중2병 텍스트"라 논평하며 『삼국지』와 견주기도 했다. 게다가 어찌 보면 서양 낭만주의 시대에는 중2병이 시대정신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가장 탁월한 중2병 작곡가는 쇼팽바그너다. '자폐형 중2병'과 '민폐형 중2병'으로 성격은 거꾸로지만.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넬손 괴르너는 가장 탁월한 '중2병 아티큘레이션'을 들려주었다. 툭 건드리면 울어버릴 듯한 표정이 묻어나는 프레이징, 때때로 너무하다 싶을 만큼 흔들리는 루바토, 그리고 물결에 되비친 햇살처럼 반짝이는 음색이 알맞게 어우러져 그야말로 '중2병스러움'이 예술로 승화했다. '중2병'이라는 말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옴므 파탈'(Homme fatal)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그래프로 보는 2010년 쇼팽 콩쿠르

이번 쇼팽 콩쿠르는 결과가 좀 뜻밖이었죠. 페이스북 등에서 분위기가 험악해 지면서 점수를 공개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는데요, 원인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역대 우승자와 올해 우승자를 비교하면 수준 차이가 제법 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이럴 때 보통 1위 없는 2위를 주거나 하지만, 올해는 그냥 1위 줬습니다. 지난 콩쿠르 때 상을 짜게 준 것과 견주면 이번에는 너무 후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둘째, 올해 우승자가 결선에서 연주를 조금 망쳤습니다. 그러나 예선 결과까지 결과에 합산되면서 최종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4등 먹은 보자노프가 억울해 죽습니다. 예선 점수를 보면 2등은 먹어야 하잖아요? 결선 때 도대체 어쨌기에 이렇게 됐는지, 저는 못 봤네요. ㅡ,.ㅡa

참가자별 점수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konkurs.chopin.pl/en/edition/xvi/verdicts2/1989_etap_i

위 링크에 공개된 점수를 바탕으로 정리 좀 해 봤습니다. 그러나 배움이 짧은 탓인지 몰라도 뭔가 고급 통계 분석을 할 거리는 없는 듯합니다. 주요인분석(PCA) 같은 걸 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요.

먼저 주요 참가자 성적을 정리한 표입니다. 결선 성적은 점수가 아니라 심사위원이 매긴 등수를 평균낸 값입니다. 예선 결과까지 누적 반영된 듯합니다.



1차 예선 상자그림(boxplot)입니다.

맨 위에 있는 동그라미 두 개는 이른바 특이치(outlier)입니다. 점수 분포를 따졌을 때 같은 집단으로 취급하기 곤란할 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뜻이지요. 결론은 니콜라이 짜응~ (づ ̄ ³ ̄)づ~♥

그 밑에 있는 선은 특이치를 뺐을 때 최고 점수입니다.
그 밑에 있는 상자는 1사분위부터 3사분위까지를 나타냅니다. 점수대가 대부분 이 상자 안에 몰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름을 몇몇 사람만 표시했지만, 그래프에는 모든 데이터가 반영되었습니다.)
맨 밑에 있는 선은 특이치를 뺐을 때 최저 점수입니다.

다음은 2차 예선입니다.

3차 예선입니다. 1점을 받은 '안습'(ㅠ.ㅠ) 참가자는 데이터에서 뺐습니다.

1차 예선에서 파란을 일으킨 '갑툭튀' 천재 소년 니콜라이, 그 뒤로도 좀 잘하지 그랬니… ㅠ.ㅠ

2010년 3월 2일 화요일

한국서양음악학회 제54차 학술포럼: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쇼팽을 보는 다양한 분석적 시각〉

새 봄을 맞이하여 한국서양음악학회의 2010년 첫 학술포럼이 개최됩니다. 이론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이번 포럼은 쇼팽(Fryderyk Chopin, 1810-1849)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쇼팽을 보는 다양한 분석적 시각”이란 주제로 진행됩니다.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9월 학술대회의 발표 원고 모집 안내를 드리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한국서양음악학회 제54차 학술포럼>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쇼팽을 보는 다양한 분석적 시각>

 

일시: 3월 20일 토요일 (1:30 등록, 발표: 2:00-6:00)

장소: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

 

좌장: 이내선(경북대)

 

주제

발표

지정토론

“쇼팽의 <전주곡> Op. 28의 전체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

배재희(이화여대)

송무경(연세대)

“쇼팽의 박자 디소넌스”

정문혁(서울대)

서정은(한국예종)

“쇼팽의 가곡에서 보여지는 화성어법”

이정대(경북대)

조성기(공주대)

쇼팽 가곡 연주

성악가 최영희 (한국예종)

 

 

 

<9월 학술대회 원고 공모>

 

2010년 9월 11일에는 한독음악학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의 음악학 관련 학회가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음악학 발전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이번 공동학술대회의 대주제는 각 학회의 성격과 특성을 공통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합적인 주제로 “음악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한국에서의 음악학, 과거 현재 미래”을 선정하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음악연구가 지나온 발자취를 정리하고 현재의 입장을 파악하며 미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부제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의 음악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술대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특히 "미래의 음악연구 (방법)의 제시" 에 대한 발표는 되도록 여러 서로 다른 학회의 회원들의 공동연구가 적극 권장되는 바입니다. 각 학회에서 2명의 발표자가 발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발표를 원하는 한국서양음악학회 회원께서는 논문 제목과 간단한 논문 초록, 발표자 약력을 보내주시면, 심사를 통해 2분을 선정하겠습니다.

 

발표 신청 마감: 2010년 3월 20일

신청 내용: 예상 발표 제목 및 발표 내용 초록(A4 1장 내외)

신청 방법: 학회 홈페이지 (musicology0503@yahoo.co.kr)

~~~~~~~~~~~~~~~~~~~~~~~
한국서양음악학회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오희숙 교수연구실
http://www.musicolo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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