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바이로이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바이로이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09년 8월 11일 화요일

바이로이트 사운드

바이로이트 극장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공연을 '듣고' 오신 분이 있네요. 바이로이트 극장 음향과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글입니다. 무엇보다 요 아래 인용한 대목에서 제가 그동안 갸우뚱했던 대목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네요.

계단식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편성이 되는데

센터의 지휘자 피트를 필두로 양 옆에 바이올린군이 앉습니다.
한층 밑에 비올라파트
그 밑에 첼로 파트
첼로파트를 기점으로 왼쪽에 콘트라 베이스
또 한층 밑에 오보에 플룻
한층 밑에 파곳,클라리넷  (이 우측으로 하프가 앉아있군요)
또 한층 밑에 트럼펫 호른
마지막으로 튜바,트롬본,타악기

☞ 5boeboy, "바이로이트의 심장부를 느끼고 오다"
http://blog.goclassic.co.kr/5boeboy/1249947359

제가 바이로이트 극장에 가보니 보통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달리 악기 위치가 또렷이 잡히지 않고 이상하게 흩어져 있는 듯이 느껴지더란 말이지요. 오페라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피트 속 악기 배치가 조금 특이한 까닭도 있겠으나 그래도 소리 나는 곳을 귀로 듣고 알아낼 수는 있는데, 이상하게도 바이로이트에서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이와 관련해 소문난 바그네리안이신 서정원님은 "마치 거대한 무대 공간 전체에 이곳저곳 보이지 않는 미세한 미니스피커가 달려있고 그곳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라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이게 그저 건축음향 특성 탓이겠거니 했는데, 이제 보니 오케스트라 피트 구조와 악기 배치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들리는 반사음 때문에 오케스트라 소리와 가수 노랫소리가 엇갈려 들려서, 지휘자가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하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지휘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소리가 작게 들리기 때문이 아니라고 하네요. 비르기트 닐손과 아스트리트 바르나이가 증언하기를, 카를 뵘이 바이로이트에서 연습할 때면 가수가 '연기'를 하느라 지휘자를 쳐다보지 않을 때마다 몹시 화를 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수 한 사람을 '찍어서' 무시무시하게 괴롭혔다나요. 닐손과 바르나이는 뵘이 스트레스 해소를 그렇게 했나 보다 했지만, 제가 보기에 이게 가수 노랫소리를 귀로 듣기만 해서는 지휘를 할 수가 없어서 입 모양을 보려고 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하는 법'을 따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은 '바이로이트에서 잘나가는 지휘자'가 다른 데서도 잘나가는 지휘자는 아니며, 거꾸로 다른 데서 잘나가는 지휘자가 바이로이트에서도 잘하라는 법이 없는 까닭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카라얀은 연출가가 지휘자를 넘어서는 권력을 휘두르는 꼴을 못 견뎌 해서 바이로이트에서 지휘를 안 하려고 했다는데, 모든 지휘자가 카라얀 같지는 않을 테고 바이로이트 음향이 지휘자에게 터무니없이 고약한 까닭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아울러 제가 2006년에 바이로이트 극장에서 《신들의 황혼》을 듣고 '바이로이트 사운드'를 생각해본 글을 소개합니다: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4)
http://wagnerian.textcube.com/439

다음 링크는 극장 음향 특성이 지휘자의 작품 해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을 중심으로 따져본 글입니다: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5)
http://wagnerian.textcube.com/479

붙임.
5boeboy님, 사진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이참에 고클 블로그 말고 텍스트큐브 블로그 하나 만드세요. 제가 써보니 참 좋습니다. ^^

2009년 7월 26일 일요일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5)

지난 글 읽기: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1)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2)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3)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4)



▶ 상황 20.

3막.

라인 처녀들이 노래하는 대목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한국 초연 때 삐걱거리던 라인 처녀들과는 차마 견줄 수 없다. 게다가 이 대목에서 하프 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어쩌면 하프 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극장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라인 처녀들이 지크프리트와 말을 나누는 대목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2막과 마찬가지로 자막이 없어서 독일어 가사를 실시간으로 따라가지 못하니 조금씩 지루해진다. 하겐과 군터가 나오면서 조금 나아지다가 하겐이 혼란을 이끌어내려고 지크프리트에게 기억이 돌아오는 약을 먹이는 대목부터 집중력이 돌아왔다.

마침내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를 만나던 기억을 떠올리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고야 말았다. 끝내 지크프리트는 죽고 장송 행진곡이 흐른다. 그런데 '칼' 모티프가 나오는 대목에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대목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던가!


▲ <신들의 황혼> 3막 마디 950-958. © Dover.

▲ '칼(Sword)' 모티프. © Decca
(인용된 악보에 나오는 모티프와는 살짝 다르다.)


악보에서 주황색으로 동그라미 친 대목이 '칼' 모티프다. 그 앞서 나오는 셈여림표를 살펴보자. 인용한 악보에는 빠졌으나 마디 448부터 '매우 여리게'(pp)로 시작하여 조금씩 소리가 커진다. 보탄을 상징하는 '창' 모티프가 베이스클라리넷과 튜바 따위로 마치 울먹이듯 나오고 뒤이어 지크프리트를 상징하는 '칼' 모티프가 트럼펫으로 사납게 터져 나온다.

이 대목을 제대로 살피려면 마디 942에 나오는 모티프를 알아야 한다.

▲ 마디 937-944. © Dover.

잉글리시호른, 클라리넷, 오보에가 차례로 연주하는 저 모티프 이름을 아시겠는가? 바로 지클린데 모티프다. (故 박원철님 홈페이지에 보니 숄티 판 2분 54초부터 나온단다.)

▲ 지클린데 모티프. © Decca


바로 앞선 마디 938에는 매우 중요한 무대 지시가 나온다.
(Der Mond bricht durch die Wolken und beleuchtet immer heller den die Berghöhe erreichenden Trauerzug.)

(달이 구름 사이로 뚫고 나와 산 언덕에 이르른 장례 행렬을 차츰차츰 더 밝게 비춘다.)

지클린데는 지크프리트를 낳다가 죽은 어머니이며, 지크프리트가 죽은 일을 누구보다도 슬퍼할 사람이다.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며 그 얼굴이 구름을 헤치고 나온 둥근 달과 겹친다. 바그너는 바로 이 모습을 마디 942에서 잉글리시호른 따위로 나타냈다. '다크 포스'가 넘쳐나는 지크프리트 장송 행진곡에서 이 대목만이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 소리가 뒤이어 나타나는 '다크 포스'를 더욱 애닲게 만들고 있다.

여기까지 알았다면, 눈치가 빠른 사람은 '장송 행진곡' 첫머리에 나오며 그 뒤로 이곳저곳에서 되풀이해 나오는 이른바 '고통(Suffering)' 모티프가 지클린데 모티프에서 왔음을 또한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 마디 911-918. © Dover.

지크프리트가 마지막 대사를 끝내고 마디 913에서 팀파니(Pk.)가 리듬을 연주한 다음 마디 915에서 비올라(Br.)와 첼로(Vc.)가 연주하는 셋잇단음 음형이 바로 '고통' 모티프이다. (숄티 판 00:15초) 바로 이 모티프가 '지클린데' 모티프에 이어 또 한 차례 나오는데, 이곳에도 중요한 무대 지시가 있다.

▲ 마디 948-949. © Dover.

(Aus dem Rheine sind Nebel aufgestiegen und erfüllen allmählich die ganze Bühne, auf welcher der Trauerzug bereits unsichtbar geworden ist, bis nach vornen, so daß diese, während des Zwischenspieles, gänzlich verhüllt bleibt.)

(라인강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무대를 조금씩 메운다. 장례 행렬은 이미 보이지 않으며, 마침내 안개가 무대 앞쪽까지 꽉 채워 막이 바뀔 동안 무대는 완전히 감춰져 있다.)

이때 '고통' 모티프와 저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저음이 어우러진 '다크 포스'가 안개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라 극장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마침내 '칼' 모티프가 사납게 터져 나온다. 보탄이 울부짖고, 군터가 울부짖고, 기비훙 사내들이 울부짖고, 우리 모두 울부짖는 듯한 이 소리를 트럼펫이 홀로 연주한다. (숄티 판 4분 7초)

'칼' 모티프가 나오기에 앞서 트럼펫은 쉬고 있으며, 크레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트럼펫이 갑자기 포르테(f)로 터져 나오는 대목은 여러모로 갑작스럽다. 따라서 이 대목은 말러 교향곡에서 곧잘 나오는 ☞ 개파(Durchbruch)를 내다보게 한다.

이 대목에서 '깜짝 효과'를 가장 잘 살린 녹음은 숄티-빈필 녹음이다.


© Decca

'칼' 모티프가 터져 나올 때부터 소리가 매우 크고, 마디 956에 나오는 온음표를 두 배로 늘여 연주하며, 이때 끝도 없이 크레셴도를 하여 듣는 사람이 숨 넘어가게 하며, 끝내 이 트럼펫 연주자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끔 한다.


▲ 게오르그 숄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 Decca

(음반 찾기 귀찮아서 故 박원철님 홈페이지에서 wma 파일을 받아 편집한 다음 MP3 파일로 만들었다. 가뜩이나 옛날 녹음을 두 차례 손실 인코딩했더니 음질이 대략 좋지 않다.)

그런데 이날 연주는 마디 448부터 '매우 여리게'(pp)가 아닌 '조금 여리게'(mp)쯤으로 시작해 소리를 잔뜩 키우는 바람에 '칼' 모티프가 주는 '깜짝 효과'가 빛바래 버렸다. 그러나 나는 뜻밖에 틸레만의 해석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사나운 트럼펫이 뒤로 물러났으나 그 앞서 나오는 잔뜩 부풀어 오른 '다크 포스'가 너무나 멋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내가 가진 음반 수십 가지를 모조리 들어보았다. 트럼펫을 사납게 다스린 녹음이 있는가 하면 그에 앞선 '다크 포스'를 잘 살린 녹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들은 연주와 견줄 수 있는 녹음은 없었으며, 그나마 바렌보임-바이로이트 1992년 녹음이 비슷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이로이트 녹음이 대체로 '다크 포스'를 잘 살린 듯하다. 어쩌면 틸레만이 이 대목을 이렇게 다스린 까닭이 '바이로이트 사운드'에 있지는 않았을까. 바이로이트가 아니라면 '다크 포스'를 이렇게까지 부풀리기는 어려우며, 또 바이로이트에서는 둥글둥글한 음향 때문에 트럼펫 한 대로 '깜짝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서 이렇게 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어쩌면 '바이로이트 사운드'를 가장 잘 알려주는 대목이 바로 이 대목인지도 모른다.

3막 3장에 이르러 하겐, 군터, 구트루네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목도 훌륭하다. 그러나 브륀힐데가 나타나니 그 카리스마가 다른 사람을 모조리 눌러버린다. 린다 웟슨(Linda Watson)이 뿜어주시는 저 여왕님 포스! 마침 반지를 '득템' 하려던 하겐마저도 '버로우'시킬 만하다. 이른바 '구원(Liebeserlösung)' 모티프가 나오면서부터 나는 조금 울었다.


▲ <발퀴레> 3막, '구원' 모티프. © Decca
('브륀힐데 신격화' 모티프라고도 하며, 故 박원철님 홈페이지에는 '구속(Redemption)' 모티프라고 나온다.)


(다음 편에 계속.)

2009년 7월 5일 일요일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1)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2006년 8월 27일. (c) 김원철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크리스티안 틸레만.

확대 사진. (c) 김원철

2006년에 바이로이트에 갔던 얘기를 바빠서(귀찮아서) 미루다 이제야 씁니다. ;;

볼로냐에서 학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독일에서 바그너 오페라를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마음이 콩밭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드레스덴 젬퍼오퍼 '반지' 시리즈가 일정에 꼭 맞더군요.

사실은 하루 여유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짧게 바이로이트를 관광하려고 생각했다가 끝내 "Suche Karte"(표 구합니다) 신공(?)을 써서 <신들의 황혼>을 보았습니다.

그 모험 일지(?)를 써봅니다. ^^




▶ 상황 1.

볼로냐에서 있었던 국제음악지각인지학회(ICMPC)가 끝나고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가 하루를 묵었다.
피곤했었는지 조금 늦게 일어나 서둘러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지하철 역 표 파는 기계 앞에서 난감해하다가
아무나 붙잡고 "중앙역 Hauptbahnhof"이라고 한 다음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개찰구도 없고 지하철 안에도 표 검사하는 사람이 없더라.
그렇다고 무임승차하는 사람은 없기를. 갑자기 검사할지도 몰라.

▶ 상황 2.

"Hauptbahnhof"라고 쓰여있는 곳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어째 갈수록 '시골스러운' 풍경이 되어간다. 서너 정거장 거리랬는데...
그러다가 나오는 역 이름이 웬 다름슈타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반대쪽이란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10 정거장!
갈아타려는데 왜 이리 안 와. OTL

▶ 상황 3.

중앙역. 표 파는 데서 언제 출발할 거냐고 묻기에 '되도록 빨리' 가겠다고
"as early as possible" 했더니 7시인가 9시인가가 가장 빠른 거란다.
그때 시각이 오전 11시가 넘었으니 그럼 저녁까지 기다리란 얘기잖아?
아놔, 바이로이트 관광은 물 건너갔군.
그런데 드레스덴 가는 표를 사려니 매표소는 여기가 아니고 저쪽으로 가란다.
매표소에서 마찬가지로 "as early as possible" 했더니 당장 출발할 거냔다.
그렇다고 하니 15분 뒤에 출발한다네? 아하, 좀전에 들은 건 내일 아침이구나!
(독일은 24시간제를 쓴다. 아, 헷갈려. 나 군대 갔다 온 거 맞아?)
생각해 보니 그 "early"가 그 "early"였어. "soon"이라 해야 할 것을! OTL
끝내 바이로이트를 거쳐 드레스덴으로 가는 기차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지뢰밭 하나 통과.

▶ 상황 4.

기차 타는 곳이 어디야! 헤매다 보니 5분밖에 안 남았다.
겨우 찾아갔는데 기차가 왜 안 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니 10분쯤 연착된단다. 15분 넘게 연착되었던 것 같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바이로이트 역 도착 시각이 오후 3시 53분이었기 때문이다.
4시에 공연 시작한단 말이다!
나는 표도 없어서 극장 옆 택시 서는 곳에서 '주헤 카르테' 신공을 펼쳐야 한다.
절망적인 상황.

여기서 잠깐! 바이로이트 축전 표 구하는 법 소개:
http://wagnerian.textcube.com/entry/Suche-Karte

▶ 상황 5.

바이로이트 가는 기차로 갈아타려고 먼저 뉘른베르크 가는 기차를 탔다.
"실례합니다. 제 좌석이 어딜까요?"
"일등석인가요 이등석인가요?"
"이등석인데요."
"여기는 일등석 칸이에요. 이등석은 저쪽으로 가세요."
아놔, 어쩐지 시설이 좋더라.
자리를 잡은 다음 마침 배가 고파서 식당칸에 갔더니 하나 빼고 다 그릇에 담긴 것들.
자리에 두고 온 짐도 걱정되고 해서 초코바 비슷한 것과 물(Mineralwasser)을 샀다.
원래 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커피, 콜라 등 향정신성 식품은 안 먹지만 어쩌랴.
그런데... 자리에 와서 포장을 뜯어보니 초코바가 아니라 아이스바다. 아놔...
그래 뭐, 오늘 점심은 초코 아이스바다.

(c) 롯데삼강 http://www.lottesamkang.co.kr


▶ 상황 6.


마침내 바이로이트 가는 기차를 탔다. 드디어, 드디어...
바이로이트행 표지판 사진도 함 찍고...


역에 도착하면 재빨리 택시를 잡고 극장으로 가는 거야.
걸어서 15분이랬으니까 차로 5분 안쪽, 2분 안에 "Suche Karte" 신공으로 입성한다.
이거 완전 미션 임파서블이군. 그래도 리브리에를 들고 있으면 주목받을 거야.

소니 이북리더 리브리에(Librié)


▶ 상황 7.


맞다, 여기 승객들한테도 주헤 카르테 신공을 펼쳐보자!
음... 이것 참 창피한걸?
모르는 사람은 기차표 구하는 줄 알까 봐 "페스트슈피엘?"이라고 말하면서
리브리에를 들고 기차를 한 바퀴 돌았다. 사람들이 웃다가 쓰러진다.
끝내 헛수고.
자리에 돌아오니 옆에 있던 독일 할머니들이 묻는다. "그래서 표 구했어?"

▶ 상황 8.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동생이 바이로이트 산다면서
표를 구하는 법을 알아봐 주겠단다.
고맙기는 하지만 별로 기대는 안 되는...
앗, 동생이 차로 극장까지 태워줄 거라고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약 100미터 앞에 두고 바리케이트가 처져 있다.
정확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택시만 통과할 수 있다는 듯하다.
아무나 극장 앞에 차 세울 수 없다는 얘기겠지.
배낭을 메고, 뛰어, 뛰어! 2분 전!

죠낸 뛰는 거다!
(사진은 디씨클갤에서 돌아다니던 짤방)

아놔, 오르막길... 푸른 언덕(Der Grüne Hügel)이라 이거지? 1분 전!
헉헉헉... 상황 종료. OTL

▶ 상황 9.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1막 끝나고 표를 팔아버리려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몰라.
일단 극장 앞에서 사진 한 판 박고,
한 손에는 여전히 'Suche Karte'라고 또렷이 나오는 내 사랑 리브리에를 들고서
매표소 앞을 한 판 더... 어어, 앗!
리브리에를 떨어트려 버렸다!
바닥에는 빗물도 약간 있었는데...ㅠ.ㅠ
건전지는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거야!
뭐... 리브리에는 전자잉크를 쓰기 때문에
전원이 갑자기 꺼져도 마지막 화면이 남아있으니
일단 주헤 카르테 신공 펼치기에는 문제가 없다.



▶ 상황 10.

택시가 서는 곳으로 갔더니 젊은 남녀가 '주헤 카르테' 종이를 들고 있다.
저렇게 펜으로 쓴 걸로는 약해.
"당신들 얼마나 이러고 있었어요?"
"2시간이요."
헉... 갑자기 지각한 게 하나도 속상하지 않다.
아니다, 어쩌면 경쟁자를 물리치려고 거짓말했을지도 몰라.
(속고만 살았냐!)

※ 여기서 보충 설명: 2006년 바이로이트 축전에는 <니벨룽의 반지> 새 프로덕션이 올라왔고, 적어도 독일에서는 명성이 카라얀 못지않은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처음으로 바이로이트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지휘한 해였습니다. 그야말로 표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였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돈키호테 짓'을 했습니다. 미치면 무슨 짓을 못해요. ^^;

여기가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이 건물 왼쪽에 택시가 선다.


▶ 상황 11.

<신들의 황혼> 서막과 1막, 그리고 막간 휴식시간까지 2시간 넘게 걸리겠지?
시간이 있으니 숙소부터 잡자. 숙소가 있기는 할까?
시 안내소가 도대체 어디야? 역에서 지도 하나 얻어서... 물어... 물어...
안내소에 가니 사람은 없고 소책자들만 있다.
종류별로 하나씩 집은 뒤 살펴보니 숙소 연락처를 모아놓은 게 있다.
공중전화로, '방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없... 아놔. OTL
끝내 이웃마을에 있는 팬션을 하나 찾았다.
창문이 어쩌고 하면서 방에 하자가 있다는 듯이 말했지만 무조건 '괜찮아요!' 했다.
시간이 없으니 택시를 타고 가서 방 열쇠를 받은 다음(밤늦게는 체크인이 안 된단다.)
다시 주헤 카르테 모드.


... 그곳에서 귀인을 만나리니, 순수한 바보여! (다음 편에 계속)


다음 글 읽기: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2)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3)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4)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5)

2008년 9월 10일 수요일

Cafe an der Oper

Cafe an der Oper | 자유 광장
전체공개 2006.11.25 12:05

출처 블로그>바그네리안 김원철의 음악 이야기 | 김원철

원문 http://blog.naver.com/wagnerian97/50011251619


바이로이트에는 오페라 극장이 두 개다. 하나는 저 유명한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원래부터 있던 바이로이트 변경백 오페라 극장(Markgraefliches Opernhaus)이다. 바그너는 처음에 이 극장을 활용하려고 했다가, 후원인 잘 만난 덕에 돈이 튀었는지 입맛에 맞게 새로 지어버렸다. 내가 바이로이트에 갔을 때에는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바그너 박물관의 모양새를 하고 있더만.


바이로이트 구 오페라 극장 왼편에는 카페가 하나 있다. 이름이 '오페라 옆 카페'다.


블로그 아바타 사진으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올려놨다가, 어째 보면 볼수록 드는 생각이... 모르는 사람은 무슨 학교인줄 알 것 같아! -_-;; 그래서 이걸로 바꿨다. Cafe an der Oper.

2007년 1월 5일 금요일

[펌] Google Earth에서 내려다본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위에서 보니 참 낯설군요. 극장 왼편 기념품 가게도 안 보이고... 기차역도 대충 위치만 어림할 정도. 무엇보다 극장 색깔이 정면과는 달라서...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