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1일 화요일

바이로이트 사운드

바이로이트 극장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공연을 '듣고' 오신 분이 있네요. 바이로이트 극장 음향과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글입니다. 무엇보다 요 아래 인용한 대목에서 제가 그동안 갸우뚱했던 대목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네요.

계단식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편성이 되는데

센터의 지휘자 피트를 필두로 양 옆에 바이올린군이 앉습니다.
한층 밑에 비올라파트
그 밑에 첼로 파트
첼로파트를 기점으로 왼쪽에 콘트라 베이스
또 한층 밑에 오보에 플룻
한층 밑에 파곳,클라리넷  (이 우측으로 하프가 앉아있군요)
또 한층 밑에 트럼펫 호른
마지막으로 튜바,트롬본,타악기

☞ 5boeboy, "바이로이트의 심장부를 느끼고 오다"
http://blog.goclassic.co.kr/5boeboy/1249947359

제가 바이로이트 극장에 가보니 보통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달리 악기 위치가 또렷이 잡히지 않고 이상하게 흩어져 있는 듯이 느껴지더란 말이지요. 오페라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피트 속 악기 배치가 조금 특이한 까닭도 있겠으나 그래도 소리 나는 곳을 귀로 듣고 알아낼 수는 있는데, 이상하게도 바이로이트에서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이와 관련해 소문난 바그네리안이신 서정원님은 "마치 거대한 무대 공간 전체에 이곳저곳 보이지 않는 미세한 미니스피커가 달려있고 그곳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라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이게 그저 건축음향 특성 탓이겠거니 했는데, 이제 보니 오케스트라 피트 구조와 악기 배치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들리는 반사음 때문에 오케스트라 소리와 가수 노랫소리가 엇갈려 들려서, 지휘자가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하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지휘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소리가 작게 들리기 때문이 아니라고 하네요. 비르기트 닐손과 아스트리트 바르나이가 증언하기를, 카를 뵘이 바이로이트에서 연습할 때면 가수가 '연기'를 하느라 지휘자를 쳐다보지 않을 때마다 몹시 화를 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수 한 사람을 '찍어서' 무시무시하게 괴롭혔다나요. 닐손과 바르나이는 뵘이 스트레스 해소를 그렇게 했나 보다 했지만, 제가 보기에 이게 가수 노랫소리를 귀로 듣기만 해서는 지휘를 할 수가 없어서 입 모양을 보려고 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하는 법'을 따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은 '바이로이트에서 잘나가는 지휘자'가 다른 데서도 잘나가는 지휘자는 아니며, 거꾸로 다른 데서 잘나가는 지휘자가 바이로이트에서도 잘하라는 법이 없는 까닭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카라얀은 연출가가 지휘자를 넘어서는 권력을 휘두르는 꼴을 못 견뎌 해서 바이로이트에서 지휘를 안 하려고 했다는데, 모든 지휘자가 카라얀 같지는 않을 테고 바이로이트 음향이 지휘자에게 터무니없이 고약한 까닭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아울러 제가 2006년에 바이로이트 극장에서 《신들의 황혼》을 듣고 '바이로이트 사운드'를 생각해본 글을 소개합니다: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4)
http://wagnerian.textcube.com/439

다음 링크는 극장 음향 특성이 지휘자의 작품 해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을 중심으로 따져본 글입니다: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5)
http://wagnerian.textcube.com/479

붙임.
5boeboy님, 사진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이참에 고클 블로그 말고 텍스트큐브 블로그 하나 만드세요. 제가 써보니 참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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