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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9일 수요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표 구하는 법

1. 개인 자격으로 표를 신청하는 방법


독일 바그너 협회에 우편으로 신청해야 한다더군요. 인터넷이나 전화 따위로는 절대로! 안 된답니다. (나중에 고침: 2011년부터, 그러니까 2012년 축제 표부터는 인터넷으로도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신청하고 한 10년쯤 기다리면 차례가 돌아온다는데, 저는 정말 11년 기다려 표 구했다는 사람 바이로이트에서 봤습니다. 진짜인지 구라인지...;;

2. 한국 바그너 협회에 가입하고 표를 신청한다 ― 2012년부터 무효


독일 바그너 협회나 한국 바그너 협회나 표 때문에 생긴 단체라더군요. 독일 바그너 협회에서 각국 협회에 표를 나눠주기 때문에 바그너 협회에 신청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다들 바이로이트에 가고 싶어해서 그 해 바로 표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운 좋으면 다른 회원들이 시간 안 맞아서 못 가는 표를 쉽게 얻을 수도 있겠지만요. 바그너 협회 가입 절차는 저도 회원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 나중에 붙임: 2012년부터는 각국 바그너 협회에 표를 할당하지 않기로 했다는군요. 지난 2011년 6월에 독일 하원이 공짜표를 줄이고 표값을 낮추라고 요구한 일과 관련 있는 듯합니다. 이번 일은 공짜표 줄이는 일이나 표값을 낮추는 일과는 관련이 없지만, 바이로이트에 대한 색안경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네요.

3. 바이로이트 극장 출연진에게 부탁하는 방법


출연진에게 표가 몇 장씩 나온다고 합니다. 말만 잘하면 그거 한 장쯤 얻을 수도 있지 싶네요. 연광철 선생과 사무엘 윤 선생이 요즘도 바이로이트에 꾸준히 출연하고 계시니 친분이 없더라도 용기를 내어 연락해 보세요. 잘만 하면 본 공연이 아니더라도 게네랄프로베(Generalprobe)라고 해서 실제 공연과 똑같이 하는 최종 연습을 참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무엘 윤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0626343969
사무엘 윤 홈페이지: http://cafe.daum.net/samuelyoun  (사무엘 윤 아이디는 samy입니다.)

4. 암표상을 이용하는 방법


저는 이쪽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독일 eBay 등을 통해 비싸게 매매된다더군요. 돈 많으신 분께 추천. 단, 이것도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표에 원래 주인 이름이 버젓이 쓰여있어서 암표라는 사실을 들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5. "Suche Karte" 신공


마지막 방법은 축전 기간에 바이로이트에 죽치고 있으면서 "Suche Karte"(표 구함) 종이를 열심히 들고 서 있는 겁니다. 극장이 있는 언덕을 올라가면 왼쪽에 택시가 서는데,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으로 표를 팔고 바로 집에 가는 사람들 더러 있습니다. 운이 좋아야 표를 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성공 사례가 분명히 있고 저 또한 이걸로 성공했습니다. 틸레만이 지휘하는 새 반지 프로덕션이라 표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이런 수가 생겼단 말이죠.

저는 학회 때문에 이탈리아에 갔다가 끝나고 무작정 바이로이트로 직행해서 바이로이트로 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Suche Karte" 피켓 들고 한 바퀴 돌았습니다. 사람들이 웃다가 쓰러지더군요. 모르는 사람은 기차표 구하는 줄 알기도 하더라는...;; 그 때 저를 본 귀인-_-이 자기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나 봅니다. 그 아주머니가 극장 앞에서 저를 발견하고는 표를 싸게 넘기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gsRdBVI_VmarZlNyfrM1xXe5rD92D0YzLdXNHc27j3-wSr5WT8bg0mpPL8-ieLV_sHUA3irzaoc0ilo3v5J7KFb6f91OJVGsCZMmE8qNQGPRciAA_24TEWPimYpa4wfv38F-Lyno9dKK8/w600/

김원철이 그때 들고 있었던 전자잉크 이북리더. 일단 튀니까 표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신 튀는 만큼 쪽팔린다. -_-;


6. 2011년부터 인터넷 신청을 받습니다!


2011년 9월 15일부터 2012년 축제 표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신청 가능한 공연이 1회뿐이지만, 그나마 바이로이트 역사상 처음입니다. 다만, 온라인 결제는 안 되고, 그냥 신청만 받습니다. 우편으로 신청하는 절차가 조금 편리해졌다는 대목에서 그냥 만족하기로 합시다. (…)

나중에 붙임: 2013년 10월에 2014년 공연 티켓 일부를 결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표는 90분만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 주의!!!

표 구하기 못지않게 숙소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되도록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그날 고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무작정 가볼 작정이라면 여행자 안내소에서 숙소 안내 책자를 받아서 한 군데씩 전화 해보세요. 극장에서 제법 떨어진 곳을 공략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1년 12월 31일 고침.
바이로이트 또 가고 싶다!

정보공유라이선스 김원철. 2008.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7월 5일 일요일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1)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2006년 8월 27일. (c) 김원철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크리스티안 틸레만.

확대 사진. (c) 김원철

2006년에 바이로이트에 갔던 얘기를 바빠서(귀찮아서) 미루다 이제야 씁니다. ;;

볼로냐에서 학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독일에서 바그너 오페라를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마음이 콩밭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드레스덴 젬퍼오퍼 '반지' 시리즈가 일정에 꼭 맞더군요.

사실은 하루 여유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짧게 바이로이트를 관광하려고 생각했다가 끝내 "Suche Karte"(표 구합니다) 신공(?)을 써서 <신들의 황혼>을 보았습니다.

그 모험 일지(?)를 써봅니다. ^^




▶ 상황 1.

볼로냐에서 있었던 국제음악지각인지학회(ICMPC)가 끝나고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가 하루를 묵었다.
피곤했었는지 조금 늦게 일어나 서둘러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지하철 역 표 파는 기계 앞에서 난감해하다가
아무나 붙잡고 "중앙역 Hauptbahnhof"이라고 한 다음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개찰구도 없고 지하철 안에도 표 검사하는 사람이 없더라.
그렇다고 무임승차하는 사람은 없기를. 갑자기 검사할지도 몰라.

▶ 상황 2.

"Hauptbahnhof"라고 쓰여있는 곳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어째 갈수록 '시골스러운' 풍경이 되어간다. 서너 정거장 거리랬는데...
그러다가 나오는 역 이름이 웬 다름슈타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반대쪽이란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10 정거장!
갈아타려는데 왜 이리 안 와. OTL

▶ 상황 3.

중앙역. 표 파는 데서 언제 출발할 거냐고 묻기에 '되도록 빨리' 가겠다고
"as early as possible" 했더니 7시인가 9시인가가 가장 빠른 거란다.
그때 시각이 오전 11시가 넘었으니 그럼 저녁까지 기다리란 얘기잖아?
아놔, 바이로이트 관광은 물 건너갔군.
그런데 드레스덴 가는 표를 사려니 매표소는 여기가 아니고 저쪽으로 가란다.
매표소에서 마찬가지로 "as early as possible" 했더니 당장 출발할 거냔다.
그렇다고 하니 15분 뒤에 출발한다네? 아하, 좀전에 들은 건 내일 아침이구나!
(독일은 24시간제를 쓴다. 아, 헷갈려. 나 군대 갔다 온 거 맞아?)
생각해 보니 그 "early"가 그 "early"였어. "soon"이라 해야 할 것을! OTL
끝내 바이로이트를 거쳐 드레스덴으로 가는 기차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지뢰밭 하나 통과.

▶ 상황 4.

기차 타는 곳이 어디야! 헤매다 보니 5분밖에 안 남았다.
겨우 찾아갔는데 기차가 왜 안 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니 10분쯤 연착된단다. 15분 넘게 연착되었던 것 같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바이로이트 역 도착 시각이 오후 3시 53분이었기 때문이다.
4시에 공연 시작한단 말이다!
나는 표도 없어서 극장 옆 택시 서는 곳에서 '주헤 카르테' 신공을 펼쳐야 한다.
절망적인 상황.

여기서 잠깐! 바이로이트 축전 표 구하는 법 소개:
http://wagnerian.textcube.com/entry/Suche-Karte

▶ 상황 5.

바이로이트 가는 기차로 갈아타려고 먼저 뉘른베르크 가는 기차를 탔다.
"실례합니다. 제 좌석이 어딜까요?"
"일등석인가요 이등석인가요?"
"이등석인데요."
"여기는 일등석 칸이에요. 이등석은 저쪽으로 가세요."
아놔, 어쩐지 시설이 좋더라.
자리를 잡은 다음 마침 배가 고파서 식당칸에 갔더니 하나 빼고 다 그릇에 담긴 것들.
자리에 두고 온 짐도 걱정되고 해서 초코바 비슷한 것과 물(Mineralwasser)을 샀다.
원래 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커피, 콜라 등 향정신성 식품은 안 먹지만 어쩌랴.
그런데... 자리에 와서 포장을 뜯어보니 초코바가 아니라 아이스바다. 아놔...
그래 뭐, 오늘 점심은 초코 아이스바다.

(c) 롯데삼강 http://www.lottesamkang.co.kr


▶ 상황 6.


마침내 바이로이트 가는 기차를 탔다. 드디어, 드디어...
바이로이트행 표지판 사진도 함 찍고...


역에 도착하면 재빨리 택시를 잡고 극장으로 가는 거야.
걸어서 15분이랬으니까 차로 5분 안쪽, 2분 안에 "Suche Karte" 신공으로 입성한다.
이거 완전 미션 임파서블이군. 그래도 리브리에를 들고 있으면 주목받을 거야.

소니 이북리더 리브리에(Librié)


▶ 상황 7.


맞다, 여기 승객들한테도 주헤 카르테 신공을 펼쳐보자!
음... 이것 참 창피한걸?
모르는 사람은 기차표 구하는 줄 알까 봐 "페스트슈피엘?"이라고 말하면서
리브리에를 들고 기차를 한 바퀴 돌았다. 사람들이 웃다가 쓰러진다.
끝내 헛수고.
자리에 돌아오니 옆에 있던 독일 할머니들이 묻는다. "그래서 표 구했어?"

▶ 상황 8.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동생이 바이로이트 산다면서
표를 구하는 법을 알아봐 주겠단다.
고맙기는 하지만 별로 기대는 안 되는...
앗, 동생이 차로 극장까지 태워줄 거라고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약 100미터 앞에 두고 바리케이트가 처져 있다.
정확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택시만 통과할 수 있다는 듯하다.
아무나 극장 앞에 차 세울 수 없다는 얘기겠지.
배낭을 메고, 뛰어, 뛰어! 2분 전!

죠낸 뛰는 거다!
(사진은 디씨클갤에서 돌아다니던 짤방)

아놔, 오르막길... 푸른 언덕(Der Grüne Hügel)이라 이거지? 1분 전!
헉헉헉... 상황 종료. OTL

▶ 상황 9.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1막 끝나고 표를 팔아버리려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몰라.
일단 극장 앞에서 사진 한 판 박고,
한 손에는 여전히 'Suche Karte'라고 또렷이 나오는 내 사랑 리브리에를 들고서
매표소 앞을 한 판 더... 어어, 앗!
리브리에를 떨어트려 버렸다!
바닥에는 빗물도 약간 있었는데...ㅠ.ㅠ
건전지는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거야!
뭐... 리브리에는 전자잉크를 쓰기 때문에
전원이 갑자기 꺼져도 마지막 화면이 남아있으니
일단 주헤 카르테 신공 펼치기에는 문제가 없다.



▶ 상황 10.

택시가 서는 곳으로 갔더니 젊은 남녀가 '주헤 카르테' 종이를 들고 있다.
저렇게 펜으로 쓴 걸로는 약해.
"당신들 얼마나 이러고 있었어요?"
"2시간이요."
헉... 갑자기 지각한 게 하나도 속상하지 않다.
아니다, 어쩌면 경쟁자를 물리치려고 거짓말했을지도 몰라.
(속고만 살았냐!)

※ 여기서 보충 설명: 2006년 바이로이트 축전에는 <니벨룽의 반지> 새 프로덕션이 올라왔고, 적어도 독일에서는 명성이 카라얀 못지않은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처음으로 바이로이트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지휘한 해였습니다. 그야말로 표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였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돈키호테 짓'을 했습니다. 미치면 무슨 짓을 못해요. ^^;

여기가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이 건물 왼쪽에 택시가 선다.


▶ 상황 11.

<신들의 황혼> 서막과 1막, 그리고 막간 휴식시간까지 2시간 넘게 걸리겠지?
시간이 있으니 숙소부터 잡자. 숙소가 있기는 할까?
시 안내소가 도대체 어디야? 역에서 지도 하나 얻어서... 물어... 물어...
안내소에 가니 사람은 없고 소책자들만 있다.
종류별로 하나씩 집은 뒤 살펴보니 숙소 연락처를 모아놓은 게 있다.
공중전화로, '방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없... 아놔. OTL
끝내 이웃마을에 있는 팬션을 하나 찾았다.
창문이 어쩌고 하면서 방에 하자가 있다는 듯이 말했지만 무조건 '괜찮아요!' 했다.
시간이 없으니 택시를 타고 가서 방 열쇠를 받은 다음(밤늦게는 체크인이 안 된단다.)
다시 주헤 카르테 모드.


... 그곳에서 귀인을 만나리니, 순수한 바보여! (다음 편에 계속)


다음 글 읽기: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2)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3)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4)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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