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과 메일로 누가 질문을 해서 이참에 새 글로 올립니다. 참고로 저한테 연락하려면 트위터가 가장 빠르고 그다음이 블로그입니다. 메일은 하루에 한 번씩은 확인하지만 더 빠르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
▶ 바그너 음악은 '아름다운가'
어떤 대상의 아름다움은 그 대상보다는 '아름답다'라는 말 속에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지요. 베토벤 《교향곡 5번 C 단조》는 아름답습니까? 친구들은 아름답다고 합니까? 부모님은? 13세기 유럽 사람은 어떨까요?
▶ 가사와 음악의 관계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① 두운. 당시에는 각운이 '대세'였으나 바그너는 두운을 썼습니다.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시작부터 두운이 나오지요. "바이아 바가 보게 두 벨레~"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참고하세요: 안인희, 『게르만 신화·바그너·히틀러』 (서울: 민음사 2003)
② 가사 그리기(word painting). 가사와 음악이 어우러지게 하는 기법은 중세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입니다. 이를테면 '지옥'이라는 가사에서 하행 도약 음정이 나오거나 불협화음이 나오는 식이지요.
③ 라이트모티프. 가사 그리기와 나란히 생각할 수 있겠는데, 자세한 내용은 요기를 참고하세요: http://wagnerian.textcube.com/entry/Leitmotiv
▶ 신계 멸망의 의미
작품을 내놓고 나면 작가는 죽어야 한다 했으니 해석하는 사람 마음이겠지요. '살아남은 놈이 강한 놈이다.'라는 명제에 비추면 신보다 인간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
발할 성에 대한 가장 흔한 해석은 몰락해 가는 거대 권력입니다. 이를테면 나치 시대 베를린이 함락될 때 '발할 성이 무너졌다!'라고들 했지요. 그날 독일 라디오 방송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하루 내내 《신들의 황혼》을 틀었다는 말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또 9·11 사건 때에도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습니다.
《신들의 황혼》 오리지널 대본에는 음악에는 쓰이지 않은 브륀힐데의 독백이 더 있습니다. 바그너 자신의 '해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게르만 신화·바그너·히틀러』를 참고하세요.
그밖에 《니벨룽의 반지》 영상물이 여럿 있으니 연출을 어찌했는지를 살펴보면 연출가가 이 대목을 어찌 해석했는지를 알 수 있지요. ☞ 슈투트가르트 극장 프로덕션(Zagrosek 지휘) 같은 엽기 연출도 꼭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