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칼리츠케: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즈
Johannes Kalitzke: Werckmeister Harmonies (2020)
최근 몇 년간 나는 여러 가지 무성영화를 위한 음악 작업을 해왔다. 오늘날 ‘영화음악’(Lichtspielmusik)이라 불리며 영화 없이도 작품의 인물과 배경 등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이런 작업의 예로는 벨러 터르 감독의 영화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즈’를 음악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있다.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짧게 말하자면 이렇다.
젊은 촌장이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사람들은 세계의 조화에 관해 고민하고, 마을의 피아니스트는 자연의 조화를 반영한 피타고라스 음률로 피아노를 조율한다. (옮긴이 주: 주파수/진동수의 비율을 중시하는 조율법으로 오늘날 흔히 쓰이는 평균율과 다르다.)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레퍼토리를 고대의 조율법으로 새로 익히는 동안 마을에 서커스단이 나타나 박제된 고래를 전시하고, 외지인들을 본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반발심이 점점 커진다. 사람들의 관심이 고래에 쏠리는 동안 수상한 ’공작님’이 마을에 전체주의를 퍼트리고, 끝내 선량한 사람들에 대한 학살이 일어난다. 인간은 결국 완전한 조화를 이루게끔 창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 피아니스트는 그의 피아노를 베르크마이스터 조율법으로, 즉 현대의 평균율과 맞아떨어지게끔 되돌려 놓는다.
이 곡은 영화에 사용된 음과 소음의 파편들, 그리고 바흐의 e플랫 단조 전주곡(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의 선율 조각들을 바탕으로 하며, 평균율 음계와 피타고라스 음계 및 그 변형을 병치하는 음악적 대비로 여러 단계의 고립과 대립의 양상을 표현한다. 악장 제목으로 쓰인 합(Konkunktion), 곤경(Bedrängnis), 전파(Spreizungen), 눈(Auge), 행진(Marsch), 말살(Auslöschung)은 영화의 분위기 변화와 인간의 불완전함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음악적으로는 1악장 도입부의 음 소재가 음과 리듬의 압축에 의해 뭉쳐지는 변화 과정을 거치고, 결국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되돌려진다.’ 그러나 전자음악적 요소가 베르크마이스터 음률 속에서 형식적 구분점이 됨으로써 확장된 차원의 하모니로 가는 창으로 작용한다.
요하네스 칼리츠케 글 / 김원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