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은 피아노가 없는 곡을 단 한 곡도 쓰지 않았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세 곡 남겼고, 바이올린을 독주 악기로 사용한 작품으로는 피아노 트리오 Op. 8이 유일하다. 이 작품에서 피아노는 다른 악기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쇼팽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것도 거의 피아노 파트에서다.
쇼팽은 바르샤바 콘서바토리 학생 시절에 이 작품을 썼다. 쇼팽의 이후 주요 작품이 베토벤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과 달리, 이 작품에는 쇼팽이 베토벤 음악 어법을 모방하려 했음이 드러나는 점이 놀랍다. 1악장을 시작하는 음 소재부터 베토벤의 영향이 두드러지는데, 그러나 그것이 쇼팽의 체질에 맞지 않았음이 1악장의 구조적 허술함으로 드러나며, 그런 가운데 때때로 쇼팽의 후기 걸작들을 예견케 하는 탁월한 음형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2악장에서는 '오베레크'라는 폴란드 민속 춤곡 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소박한 음형이 두드러진다. 1악장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작곡가가 1악장을 쓰며 받았을 '베토벤 스트레스'에 대한 반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뜬금없음을 이유로 음악학자 미에치스와프 토마셰프스키는 2악장이 이 작품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 평하기도 했다.
3악장에서는 다시 베토벤의 영향이 나타나며, 음악학자 마리아 피오트로프스카는 이것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c단조 Op. 10-1과 견주기도 했다. 아다지오 악장의 시적인 낭만성이 이번에는 쇼팽에게 장점이 되고 있으며, 쇼팽의 전형적인 특징과는 다른 초기적 매력이 3악장에 두드러진다. 론도 형식으로 된 4악장은 이 작품에서 가장 쇼팽다운 악장으로, 음악에 녹아 있는 폴란드 민속춤이 특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