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English.com 사이트가 죽어서 검색엔진에 남아있는 캐시를 뒤져 몇몇 글을 이곳에 퍼왔더니 ☞정득권님이 개인적으로 갈무리해둔 파일을 보내주셨네요. 이 글 저작권은 CurrentEnglish.com 사이트 주인이신 권희섭님께 있으며, 비상업적인 용도로는 퍼가도 된다고 하셨으니 저작권 문제는 없습니다.
Grammar
1. 눈에 보인 게 물질
수/양 의식은 영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어에서는 수를
나타내는 어미가 생략되는 예가 많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영어의
U/C용법을 엉망으로 사용하는 실태와 어느 정도는 관계가 있다.
먼저 물질명사(material noun)에 대해 이야기하자. 사람이
언어의 개념을 통해 대상을 파악할 때 수 의식이 없는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대상이 몇 개인지 수를 셀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meat같은 물질 자체로만 인식을 하는 것이다.
water에 대해서 '물'이라는 물질로만 인식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언어가 고도로 발달하기 이전 시대에는
보통명사(common noun)가 없었을 것이다. 즉 언어적으로 대부분
고유명사(proper noun) 아니면 물질명사 개념이었단 말이다.
추상명사의 개념은 더 늦게 발달된 것이고.
2. 소유와 분리의 개념
초기에는 물론 어휘도 모자라지만 언어의 의식이 나무를 보면
그냥 '나무'였단 말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냥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몇 개의 나무'라는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서히 인간의 두뇌에 소유 의식이 생기고 '재산 분할'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사물에 수를 부여하는 언어적 개념이
인간에게 생겼다.
한 사람의 앞마당에 있는 과일나무를 땅바닥에 다섯 줄로 그어서
'5개'라는 개념을 적용하거나 이해하기 시작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서서히 나무라는 물질에 대해서 '수적 차별성'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나무는 그냥 나무라는 고유명사
하나로 통하는 것이었다. a라는 부정관사는 원래 고대영어에서는
전치사였다. 'in, at'같은 의미로 쓰이던 것이 영어의 명사에
수의 개념이 생기면서 결국 'each'의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전치사 a가 count noun을 칭하는 '하나'의 의미로 관사의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은 이런 수의 의미가 들어가는 보통명사 개념의
발달과 관계가 있다.
3. 고유명사의 상상력
서울이 하나이면 그냥 고유명사이다. 그러나 각 지방마다 서울이
하나씩 생기면 그때부터는 동등한 수 개념이 부여되는
보통명사로 되는 것이다. 흔히 Seoul이라는 고유명사는 관사가
없이 쓰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제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수를 세지 않는다. 상상의 세계가 있으니까. Can you
imagine a Seoul without air pollution? 이런 문장에서 서울이
실제로는 하나뿐이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는 서울은
무한대이다. 그러니 There are many different Seouls you can
observe when you come here. 이런 문장도 나온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이런 상상의 세계로 가려면 먼저 추상적인 개념을 알아야
하고 다시 추상명사(abstract noun)에도 보통명사의 개별성과
구체성을 부여하는 개념의 틀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4. 물질의 개체 분리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물질명사와 보통명사의 간극을 탐사해
보자. 먼저 물질명사와 보통명사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게
상식적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glass가 물질의 개념일 때는 수
개념이 없다. 그러나 이게 '유리잔'이 될 때는 모양으로나
제품으로나 대량 생산이 된 보통명사이다. meat는 물질명사로 수
개념이 없다. 그런데 이 물질로만 인식하는 meat를 규격에 맞게
잘라서 깡통에 넣으면 대량 생산된 보통명사의 격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그 단어 자체가 그 성격을 직접 얻는 것은 아니고
단위나 용기를 빌린다. a lump of meat, a can of meat, a
kilogram of meat 이런 식으로 용기나 무게 단위를 빌린다. 물론
대량 생산에 의한 공산품화는 종류 구별을 할 때 아예 meats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5. 인간의 시력과 가산명사의 관계
'시력'으로 가 보자. sugar, salt는 기본적으로 uncount noun
이다. 영미인들은 상식적으로 beans, peas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수의 개념을 부여한다. 그 경계는 아마
rice 정도일 것이다. 인간의 시력으로 보기에 상식적으로
rice는 알갱이 단위로 세고 자세히 볼 필요도 없으니 그 정도
이상에만 수의 개념을 부여한 것이다. sugar, salt, rice는 안
세고 양으로 보되 beans, peas는 수를 센다는 것이다.
6. 현미경 속의 세계
그런데 그 외양적인 크기는 裸眼 시력의 세계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현미경의 힘을 빌리면 그 수를 구별하는 인간의
시력은 엄청나게 확대된다. 이른 바 microcosm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맨 눈으로 볼 때 세포가 보이는가? 그럴 리가 없다.
그러니 이전에는 cell의 수의 개념이 어땠을 것인지 알 만 하다.
물론 '작은 방'이라는 개념보다 '세포'라는 뜻이 뒤에 생겼으니
이것은 기존의 단어의 의미를 새로운 생물학적 발견에 그냥 확대
적용한 것이다. 가정을 하자면, 만약 cell이라는 단어에
'세포'의 개념이 상상으로만 존재했다면 현미경으로 세포라는
물리적 대상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세포'라는 뜻으로 cells라는
복수형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게
'작은 방'을 뜻하는 용도로 그 이전부터 오래 동안 쓰이긴
했지만.
7. 설탕 가루를 세는 인간
보통 sugar를 맨 눈으로 수를 세는 것은 상식적인 인간의 생활이
요구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관이 범행 현장에
떨어진 설탕의 '몇 개의 알갱이'를 보고서에 적을 필요가 있는
언어 개념이 필요하면 grain을 빌려서 Three grains of sugar by
the right hand of the victim 이렇게 쓸 것이다.
비단 cell 정도가 아니다. virus라는 개념이 생긴 것도 먼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viruses라고 셀 수 있는 것도 현미경
때문이고. 인간의 인식 세계가 그야말로 끝을 모르게 확장된
것이다.
8. 전자현미경 속의 세계
생물뿐만 아니라 원자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인 atom도 셀 수 있게 되었는데 그 atom으로
이루어진 copper는 못 세는 것이다. 결국 물체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개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atom보다 작은 electron, proton, neutron도 셀
수 있다. electron microscope가 있어서 말이다. copper는 못
세는데 electron은 세는 차이는 물리적인 크기보다는
그것을 바라 보는 인간 의식과 감각의 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듯 영어라는 언어의 세계관에서 물질명사에 대한 수량
개념의 부여는 인간이 물질 세계에 대해 가지는 감각을 전적으로
반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사회상이 바뀜에 따라 그
감각과 개념도 따라서 변한다.
9. 추상명사에 '구체성'이 들어가면
추상명사는 조금은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야말로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들이라 각 언어 주체에 따라서 그 개념이
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occurrence라는 단어를 보면
추상명사의 개념으로는 분명 uncount noun이다. 지금도 어떤
것의 '발생' 자체로 한정하는 개념에는 uncount noun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이런 추상명사도 개별성, 구체성이 더해지면
추상적인 의미조차도 개별 사안으로 '분리되고' 구체화되면서 수
개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난 것을
말하려고 할 때는 several occurrences of violence in the
past처럼 각각이 분리된 사안의 개별성을 강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얼핏 이렇게만 말하면 '아, 모든 추상명사는 이렇게 구체성을
부여해 count noun으로로 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점도 있다. 언어 자체가 추상적이지만
추상명사의 의미 구분은 더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사전마다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단어는 U/C의 구분이 애매하거나
표시가 아예 없는 것도 발견되는 것을 설명한다. 그렇지만
최근에 나온 ESL 사전에는 이런 세밀한 구분의 차이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U/C용법의 구분 표시는 거의 잘 되어
있으니 일반인들이 영어를 사용할 때 그렇게 세밀한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드물다.
10. 추상명사의 의미 구분 사용의 문제
어떤 사람은 영미인들도 추상명사의 개별화, 즉 count noun으로
쓰는 것을 본받아서 추상명사를 무조건 이런 방식으로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특정 추상명사를
개별화한 가산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은 영어 사용자가 그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면이다. 사전에는 U로만
표시되어 있어도 문맥상 C로 사용하는 경우는 그 문맥상 맞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추상명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사전은 확실한 것만 표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변화 중이거나 그런 데이타가 발견되지 않는 것을 마구 실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추상명사를 비롯한 uncount
noun 중에서 U로만 쓰이는 성질을 굳게 지키고 있는 것도 많으니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인 관념으로 오판하면 틀리게 된다. 특히
거의 바뀌지 않는 명사의 U 용법을 그런 식으로 임의로 전용하면
오류를 범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추상명사를 사용할 때 이렇게 U/C가 의미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경우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된다. 이런 것은 각
단어의 U/C를 외워서만 해결되는 게 아니고 reading 등 전반적인
영어 자원의 활용 능력이 커지면서 동반 상승하는 능력이다.
11. U/C 구분을 넘어서 결합이 문제다
U/C를 말할 때는 흔히 U/C만 잘 구분해서 사용하면 되는 단어
자체의 문제처럼 이야기하지만 much/many의 결합 구분을 넘어서
partitive를 마음대로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영어는 결국 단어와 단어의 적절한 결합의 문제로
귀결된다. 형용사가 count noun이나 uncount noun의 성질 등을
부연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partitive의 역할도
중요하다. partitive는 대부분이 그 자체가 count noun인데 그
중에는 a speck of dust처럼 uncount noun과 결합하는 게 있고
a pile of bricks처럼 uncount noun이나 복수명사와 모두
결합하는 게 있다. 물론 partitive는 기본적으로 나타내려는
의미별로 (모양이나 단체 등) 그 사용을 구분한다.
초보자들을 위해서 부연하자면, news라는 단어가 uncount
noun이면 There is little (much) news today. 처럼 결합해
쓰고, There is a bit of news today.처럼 partitive와
결합하지만 There *are *several news today.처럼 수를 나타내는
것과 결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2. *aircrafts는 없다
이에 더해서 물질명사 중에서도 제품의 종류를 나타낼 때는
coffee/coffees처럼 사용하는 용법도 알게 된다. 그리고
에외적인 것으로 aircraft, offspring같은 단어처럼 단복수가
같은 형태이거나, headquarters나 series, species,
crossroads처럼 형태는 복수로 보이나 또한 단수로도 쓰이는
것은 별도로 연관지어 기억하는 게 최선이다.
uncount noun 중에서도 -ism같은 특정 의미를 구성하는 그 특성
때문에 uncount noun으로서의 성질이 그 형태의 단어군에
집중되는 게 있다. 이런 차별성을 중심으로 특정 단어군을
대량으로 파악하면 고급영어에서 다량의 uncount noun의 사용
영역을 개척할 수가 있다. 독일어나 프랑스어에서도 특정 어미에
따라서 남성명사나 여성명사의 대량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르고 보면 외울 게 많아 보여도 찾아 보면 다 이런 법칙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단어들도 구체성이 발달되어 count
noun으로도 쓰이는 경우가 있음은 물론이다.
영어에서는 수양의 개념은 uncount noun을 예외성으로 기억하는
게 최선이다. 의미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
13.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머리'가 필요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이런 것을 이해해서 영어를 잘
말하고 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영어교육 전문가로 가장
웃기는 게 어떤 나쁜 관성이 유행하는지 이러한 것을 법칙으로는
달달달 잘 외우는데 실제로 사용할 때는 개판치는 것을 너무도
자주 본다. 시험용 영어의 폐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수시로
절감한다.
언어는 결국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영어를 가르친다는 작자들도 학교나 학원 등에서 줄줄줄
외워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잘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영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능력은, 이게 실천은 무슨 별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수시로 따로 노는 것을 보는데 그런
쇼는 그만 해라.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부터 영어를 못 하면서
누구에게 영어를 잘하라고 감히 충고할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이지.
어떤 법칙을 익히든 어떤 용법을 익히든 언어에서는 실제로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영작문 시험이나 회화 시험은 이런 영어의 실제 사용 능력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험이다.
HK
1. 영문법 안 되는 이유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학습자들에게 문법은 영원한
숙제이다. 흔히 하는 말로는 문법을 많이 알고 또 많이 한다고
그러는데도 실제로 나타나는 영어 사용 능력을 보면 그 활용
능력이 매우 의문시된다. 한국인들의 영어 교육의 실패에 대해서
흔히 하는 말로 문법을 '너무' 많이 하거나 그것에 치중해서
그렇다는 소리는 근거가 없는 자위적인 소리임을 '시험 영어'에
대한 글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문법을 안다고 해도 시험
문제를 주로 풀기 위한 수동적인 것이며 실제로 말하고 사용하는
(또 듣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라거나 연결이 안 되는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리고 productive skills, 영작문, 말하기에 대한 여러 글에서
문법을 아는 것과 사용하는 능력이 연결이 안 되는 희한하면서도
한국의 영어교육에 만연한 현상에 대해서도 상술한 바 있다.
문제점은 이미 파악한 것이다. CE에 와서도 영문법을 학습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실패의 이유를 알았으면 수단이 필요
한국인들의 영문법 학습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만 무엇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 몰랐던 이들에게 그
동안 간헐적으로 언급한 영문법에 대한 몇 가지 책을 상세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이 책들은 아주 좋은 책들이다. 직감적인
분석 외에도 1판부터 내가 주목해서 직접 교재로 사용하고
샅샅이 분석 연구한 결과에 바탕해서 이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접하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은 '시험 영어'라는, 국가
전체에 만연한 영어 교육 환경의 큰 폐해 때문에 수동적인
시험용 영어 지식을 습득하느라 문법마저도 그 희생자로
만들었다. 그리곤 아무 잘못도 없는 문법을 잘못된 영어 교육의
'원흉'으로 매도하는 신판 매카시즘을 기도했다. 문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 하는 이들이 '문법 과다' 때문에 문제라고
사방에서 떠들어댔다. 그런데 그런 소리를 해대는 영어를
가르친다는 이들도 영어 자체에 대해서 여전히 불안한
사용자들이었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이다.
3. 영문법이 원흉?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은 영문법 같은 영어의 특정 분야에
대해서 떠들어 댈 수 있는 게 아무나 한 소리씩 할 만큼 간단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나 내뱉는 그 한 마디 때문에 수없는
학습자들의 삶의 시간, 노력, 돈을 앗아가고 그들의 인생을
낭비하는 결과를 빚는다. 취직, 유학, 이민 같은 학습자들
개개인의 중요한 인생 계획의 성패에 직접적인 여파를 끼치는
상황이라는 현실적인 절박함과 책임감을 직시하는 이들이라면
자신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아무런 소리나 멋대로 해 댈 수는
없다.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있는 이라면 스스로도 영어를 못
하면서 아무런 책이나 써 대고, 또 자신도 이해하지 못 하는
그리고 그 결과를 확신하지 못 하는 아무런 책이나 소개해 대는
작태는 감히 하지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적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려면 영문법을 제대로 모르면 한
치도 나아가지 못 하는 게 현실인데 어떤 이들이 감히 '문법이
문제'라느니 이런 소리를 해 댄다는 말인가? 정작 큰 문제는
그런 소리를 하는 이들이나 이전에 문법을 가르치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도 없는 이들이
태반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영어학 전반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통찰력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에게 실패하지 않는 구조적인 학습 방법론을 제 분야에
걸쳐 제시하는 노력과 능력을 갖춘 이들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살펴 보지도 않고 일종의 demagoguery에 몰두한 것이 정확한
현실이었다.
4. 글쓰기와 문법의 갈증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글을 쓰면 모든 증거가 남아
있어서 읽는 이의 눈이 날카로우면 정확하게 그 오류가 보인다.
그리고 그 논리도 정확하게 보인다. 말은 오류가 있어도
날아가면 종종 끝이다. 녹음을 하지 않는 이상. 그러기 때문에
뭔가 떳떳하지 못 한 짓을 하는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기록을 남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영작문은 그 힘이 강하다. 말도 순간적으로 즉각적인
억양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장점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강한
영향을 남기는 것은 바로 글이기 때문이다.
영작문 때문에 영문법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어떤 이해가 느린 사람도 영작문을 하려면
도대체 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는 몇십 년을 해도 그
자리이고 그 불안함이 '가보'로 간직되는 것을 경험할 뿐이기
때문이다. 요즘 여기 저기서 영어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초보자들을 악용하여 문장을 외워서 영어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문장을 외운다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회화를 하는 데
있어서도 영문법이 불안한 이들은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구조로 영어를 난사한다. 모국어이든 외국어이든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것은 듣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논리 구조로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인데 이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5. Grammar in Use: 문법 학습서
오늘 소개하는 영어 문법책인 Grammar in Use (GIU) 시리즈는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에게 매우 좋은 책이다. 이 책은 현재
수준별로 3단계로 나뉘어 Essential Grammar in Use (EGIU),
Advanced Grammar in Use (AGIU) 와 같이 출간되었는데, 먼저
가장 먼저 나온 그 중의 원조격인 GIU를 중심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GIU는 가장 돋보이는 게 그 레이아웃이다. 왼쪽에 문법 정보
페이지를 두고 오른쪽에는 연습문제 페이지를 배치하고 있다.
이 편집 원칙은 GIU 시리즈를 통해 예외가 없어 기본적으로
간단하지 않은 '이해력'이 필요한 문법책을 읽는 데 있어 복잡한
편집 구조의 문제를 없애 버린 게 큰 특징이다. 이 책의 성공
때문에 비슷한 레이아웃을 선택한 책들이 뒤이어 나왔다.
6. 레이아웃의 성공
이 특징이 간단한 게 아니다. 책을 만드는 이들은 Cambridge
University Press (CUP) 가 설정한 이 레이아웃을 보면 '그것
쉽네' 하고 편하게 생각했겠지만 그것을 남보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베끼기나
계속 하는 이들은 전 인생에 걸쳐 항상 베끼고만 있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무슨 창의력이 있어서 앞서가겠냐는 말이다.
최근에 나온 다른 문법책을 보면 이게 학습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정신이 없다. 페이지 구분도 없고 연습문제와 뒤섞여서 경계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복잡하다는 말이다. 재래식
문법책들이 거의 이런 레이아웃이었기 때문에 잘 몰랐겠지만
학습자들은 이런 복잡한 레이아웃 때문에 그 문법 정보의 정글
속에서 헤매다가 실증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법책을 산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그것을 심도 있게 이해한 이들은 드물었던
것이 생생한 증거이다.
7. 마주 보는 페이지 구조
저자인 Raymond Murphy는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문법 정보 페이지와 연습문제 페이지를 마주
보게 만든 것은 영문법과 책이라는 관계를 생각하면 그 이상
가는 구조가 있겠냐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먼저 접근도의
면에서 아주 좋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이들의 고통 하나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관련 정보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문법 정보와 그것을 검증하는 연습문제가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은 학습자에게는 필요 없이 가중되는 검색의
짜증을 덜어주는 것이다. 특히 문법은 기본적으로 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만화처럼 즐거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법책 레이아웃에 다른 구조를 원한다면 한 페이지를
상하단으로 나뉘어서 구성하는 것이다. 상단에는 문법 정보,
하단에는 연습문제를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공간의 제약
때문에 내용을 줄여야 하는 문제도 생기게 된다만.
8. 적당한 Unit 문법 정보량
GIU의 또 다른 특징은 실제로 영어 학습자들의 경험을
관찰함으로써 알 수 있다. GIU의 한 unit마다 왼쪽에 나타나는
문법 정보의 양이 매우 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른 수준의 판마다
그 내용이 다르지만 GIU의 경우에도 한 unit에서 알고 지나가야
할 문법 사항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모자라는 느낌을 별로
갖지 못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저자의 노력으로 독특하게
칭찬하고 싶은 것은 하나의 unit마다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를
각각 문법 정보와 연습문제 페이지로 엄격하게 구분하면서도
왼쪽의 문법 정보를 적절하게 또 적당한 양으로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직접 이 책을 가지고 학습하면서 그러한
특징의 장점을 알게 될 것이다.
9.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보라
이 책의 학습은 전통적으로 문법책을 보는 방식이었던 처음부터
보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나도 문법책을 보는 방법으로 늘
권하는 방식인, 학습자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결핍 분야라고
생각하는 unit를 주목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GIU는
중급자용이라 문법 정보란에 쓰인 설명용 영어는 매우 간결하고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10. 문법은 배우는 게 훨씬 빠르다
GIU는 가르치는 사람이 이끌어 주면 가장 편하다. GIU를 가지고
학습하는 방법은 알고 싶은 문법 사항이나 문법 결핍증이
느껴지는 분야를 차례나 index를 통해 찾아서 해당 unit를
집중적으로 읽어대는 것이다. 물론 문법 정보를 읽을 때는
대부분의 학습자는 혼자서 읽는 것보다는 가르치는 사람이
해설해 주는 게 훨씬 쉽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는 못 읽을
책도 아니다. 해설이나 내용을 중급자 수준에 맞추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문법 사항은 여러 unit에 계속해서 실려
있다. 이런 부분은 당연히 집중적으로 연이어서 모두
살펴 보아야 한다.
11. 한국인과 영문법, 그 앙금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은 문법에 대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항상 불안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은 항상
체계적인 문법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후자의 문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영문법을 이렇게 학습한다는
것이다. 먼저 한 가지 문법책의 기본 체계를 존중하면서 그
순서대로 학습한 사람이 있다. 또 다른 그룹의 학습자는 아무
곳이나 닥치는 대로 보고 읽고 해서 문법을 익힌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두 가지 방법 어느 쪽이나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질서나 체계에 대한 순응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체계적인 문법 지식을 쌓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원죄처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2. 문법 불안 제거 작전
그러한 체계적인 문법 지식의 부재라는 원죄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GIU는 서광을 비추어 준다. GIU는 문법을 알고 있는
사람도 보는 책이다. 물론 이미 문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AGIU를 보면서 더 깊은 확장을 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영문법 학습자들은 이런 체계에 대한 지향 의식이 강하므로 괜히
불안해 하기보다는 GIU를 선택해서 불안하게 생각하는 문법
부분에 대한 지식을 검증하고 교정하는 노력을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GIU는 개인 학습자가 홀로 사용할 때는 문법 참고서로도 사용할
수 있다. 궁금하면 들여다 보는 문법책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문법 참조 목적으로는 더 좋은 책들이
있다. 수준이 다른 점이 있지만 GIU 시리즈는 기본적인 포맷이
연습문제와 더불어 학습을 해나가는 코스를 확립하느라 그
내용을 조절한 흔적이 강하기 때문에 참조하고 싶은 문법 자체에
대한 정보가 모자랄 가능성은 늘 있기 때문이다.
홀로 학습을 하는 것은 능력에 따라서 자유이지만 문법은
기본적으로 홀로 하면 시간이 더 걸리는 문제이다. 물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집중도에 따라서 훨씬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전문적인
강사에게서 빠르게 습득하는 게 좋다. GIU 같은 책은 intensive
course로 하면 한 달이면 넉넉하게 학습하는 게 가능하다.
강사에게서 배우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달린 것은
당연하다. 강사 혼자 앞에서 떠들어대고 학습자는 멍하게 앉아
있으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그런 편차 때문에 강사의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말하고 쓰는 바탕으로 이어지도록
문법을 잘 가르치는 전문 강사는 그 능력이 좋은 것이다.
13. 삼성: 문법의 성공과 실패
1990년대 중반에 삼성에서 사원들에게 intensive course의
일환으로 이 GIU를 가지고 영문법을 지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반응이 아주 달랐다. 한 시간에 한 가지 문법
정보에 연관된 unit를 중심으로 두세 개의 unit를 빠른 속도로
나갔는데, 어느 정도 문법 능력이 있는 중급자 이상은 앞에서
밝혔듯이 뭔가 체계가 없어서 불안했던 문법 전반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아주 좋은 계기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삼성에서 그 intensive course의 평가를 다름 아닌
토익으로 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영어의 구조적인 이해보다는
당장 시험 평가를 신경쓰는 것이었다. 특히 초급자들은 더욱
심했다. 매우 아쉬운 경험이지만 그 오래 전에 GIU의 핵심
부분을 정확하게 따라 온 이들은 영어의 구조적인 이해의 바탕을
깔았겠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인 토익에 신경쓰느라 GIU를 포기한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영어가 힘들 것이다.
그 경험 외에도 GIU는 강의하기에도 매우 편한 책이다. 한
unit를 가지고 학습하는 양도 적절하지만 한 가지의 문법 사항에
대해서 다룰 만한 내용은 중급 학습자에 맞게 거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르게 나가면 한 시간에 세 unit까지 숨도 안
쉬고 다뤘던 기억이 난다. 삼성 사원들은 학습은 양이 문제가
아닌 집중이라는 경험을 톡톡히 한 것이다. 또 학습 방식도
학습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내용의 unit를 집중적으로 먼저
하고, 또 어느 부분이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컸다. 그런 포맷의 학습에 매우 적절한 문법
학습서인 것이다.
14. 사용하는 문법을 지향하는 GIU
바로 그런 경험 때문에 나는 중급 학습자들에게 GIU를, 아는 것
같으나 불안해 보이는 자신의 영문법 지식에 튼튼한 바탕을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초급용인 EGIU는
당시 한국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초급 학습자도 EGIU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GIU의 2판은 1994년에 나왔지만 지금의 것은 삼성에서 사용한
것과는 다른 점이 있다. 아래에 관련 문법 unit에 대한 cross
reference가 추가되고 배열도 일부 달라졌다. 예문이나 연습문제
도 수정한 부분이 있다.
15. 사용하는 영문법의 핵심
뒤의 부록은 영어의 사용에 있어서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조동사 등의 활용이 말을 하고 쓰는 데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을 아는 것과 실제로 즉석에서 말하고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제는 그러한 이미 알고 있는 기본적인 문법
정보가 말로 술술 나오게 하는 능력을 빠르게 익히는 것이다.
중급 영어 학습자들이 내가 권하는 대로 영문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GIU를 선택한다면 긴가민가하던 문법의 일반 지식을
단단하게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문법의 체계적인
지식이 부족하던 학습자들이 많은 정보를 단단히 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법을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GIU를 옆에 두고
수시로 궁금한 부분을 찾아 보거나 여기 저기 살펴 보면 얇았던
영문법 지식을 두텁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6. Essential은 근본이다
Essential Grammar in Use (EGIU) 는 매우 초보적인 문법
정보부터 망라되어 있다. 같은 시리즈에 속하는 만큼 GIU와
마찬가지로 문법 학습서로서의 구성은 그 틀이 같다. GIU가
상초급 이상의 독해력과 어휘력을 갖춘 학습자들부터 문법
기반을 다시 다지려는 하고급 학습자들까지 사용할 수 있는
학습서라면, EGIU는 그야말로 초급 학습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문법 학습서이다. 주의할 것은 초급 학습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중급 학습자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법은 계속 다져 나가야 할 것이지 EGIU가 중급 학습자들에게는
쉽다고만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중급
학습자라고 해도 자신의 기초 문법 지식을 더욱 단단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지식을 구성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EGIU를
선택해도 된다.
17. 알기에서 사용하기로
내가 EGIU를 사용하기에 적당한 학습자 층을 굳이 초급에서
하중급 학습자로 한정하지 않는 것은 문법이 보고 읽기에는 쉬운
사항이어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구조로 익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modals의 감각을 입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수동적인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니 어찌 중요하지 않으리요.
문법을 독해용으로 아는 것은 말하기와 쓰기라는 생산적 언어
구조의 받침으로 필요한 문법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즉 알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 하는 것은 아직 완전하게 사용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중급 학습자라도 EGIU의 문법
지식을 알고는 있어도 그 지식을 사용해서 영어를 말하고 쓰지
못 한다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나의 분석이고
현실도 정확히 그렇다.
그렇지만 상중급 학습자가 굳이 EGIU를 구입해서 부분적으로
여기 저기 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그 정도는 GIU에 이미
다루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으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EGIU에 나오는 기초적인 조동사 활용 같은 '구조
변경'을 자유롭게 입으로 할 수 없는 사람은 그러한 구조 변경
훈련을 하는 학습서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18. EGIU는 홀로 하지 말고 배우라
EGIU는 강사가 가르치는 게 좋다. 초급 학습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GIU나 EGIU를 가르치는 강사는 책에 나오는 내용만을
판에 박은 듯 가르치면 안 된다. 왜 이 문법 지식이 중요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학습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책에 나오는 것 외에 연관된 지식이나 배경을
자신 있게 그리고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19. 학습자의 영어 인생을 가른다
문법을 강사에게서 배우는 경우의 실패의 원인은 강사 자신도
문법에 대해서 헤맬 때이다. 이런 경우엔 무지를 감추기 위해
학습자들에게 궤변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결국
학습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 가르치는 강사는
언제든지 자유롭고 강력한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자체가 학습자들에게 좋은 표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는 EGIU를 가르친다고 해서 그 정도의 내용만
알고 있어도 된다는 것은 일종의 사기에 불과하다. 전문 문법
강사는 문법뿐만이 아닌 그 문법을 말로 글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능력을 언제나 자유롭게 보여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강사에게서 문법을 배우는 학습자들도
수동적인 시험용 영어 문법을 익히는 자세를 그대로 이어받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더군다나 강사의 불안한 영어에 대한
느낌까지도 학습자들에게 그대로 전염된다.
누구에게나 하는 말이지만 어떤 학습서를 혼자서 깊게 학습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고 요즘 시대에는 그런 이들이 더욱 더
드물어졌다. 영문법 책은 학습의 성공률이 가장 낮다. 문법의
시험 성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말로 못 하고 글로 못 쓰면 그런
문법 지식은 한 마디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 문법책 한 단계 낮추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강사에게 GIU나 EGIU를 익히는 기회가
없이 홀로 문법을 학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
학습자에게 먼저 한 단계 낮추어서 문법 학습서를 보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여전히 문법을 애매하게 알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학습서의 수준을 한 단계 낮추어서 선택하면
홀로 학습을 하더라도 막히지 않고 빠르게 학습의 진도를 나갈
수 있다. 또 기초를 더욱 확실하게 확립하는 계기도 된다.
일석이조 아닌가? 어려운 책 보고 몇 분의 일도 못 보고 나가
떨어지느니 이미 익숙한 내용이 많은 더 쉬운 문법 학습서를
다시 보면서 다음 수준으로의 빠른 도약을 노리는 게 더 낫다.
영문법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지 남에게 내세울 게 아니다.
자존심 같은 것은 가볍게 던져 버리고 학습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르기 바란다. 그 알량한 자존심 지키려다가 10년, 20년
지나도 문법이 고생인 이들이 태반이다. 뻔히 아는 것 같아도
아예 한 단계 팍 낮춰서 확실하게 그리고 매우 빠르게
전진하면서 문법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21. modal을 사용할 줄 아나
내가 적지 않은 이들에게 EGIU를 권하는 것은 아는 것과는
별개로 EGIU의 동사 부분에 나오는 '기초적인' 조동사 활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절대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문법을
알고 있는 것과 그 지식이 몸에 붙어서 입으로 동사 부분에 대한
구조 변경이 편하고 쉽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 점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텍스트로 보고 읽는 것은 쉬운데 왜 안 들리고 말이나 글로 안
될까 하는 우문을 되풀이하지 말고 그러한 기본적인 조동사 구조
변경 훈련도 한 바도 없고, 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는
문법 지식의 수준임을 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법뿐만 아니라
영어의 모든 것은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착수하는 것이다. 헛된 자존심은 아무 것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
22. AGIU: 깊이와 폭의 확장
Advanced Grammar in Use (AGIU)는 고급 문법 학습자들을 노리고
1999년에 나왔는데 Raymond Murphy 대신에 Martin Hewings가
썼다. 책의 기본 구조는 GIU, EGIU와 같다. GIU와 다른 것은
물론 문법 정보란에 설명이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문법 지식이
더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문법 학습의 기본은 먼저 읽는 것이다. 텍스트 이해력이 없으면
EFL 학습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고급
문법서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고급 학습자라면 흔히 홀로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텍스트 이해력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23. 영문법: 실용 학습 vs. 전문 학습
AGIU는 GIU를 학습한 학습자가 문법을 좀 더 깊이 확장하기
위해서 볼 수 있는 학습서이다. 그렇지만 이 단계의 문법책을
보려는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마련이다. 연습문제가 있는
AGIU를 보면서 좀 더 까다로운 문법 사항의 토대를 다질 것인가,
아니면 Collins COBUILD English Grammar (CCEG) 나 The Oxford
English Grammar (OEG) 같은 전문 문법서를 볼 것인가 하는
갈림길의 선택 말이다. (이 문법서들에 대한 설명과 분석)
이른바 고급 문법 학습자라는 단계에 접어 들었다면 자신이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정도로 영어의 문법 지식에 만족하고 그
활용에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심화 학습을 계속할 것인가 말이다. 물론 자신의 계획상
아예 영문법이나 영어교육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습자들은 CCEG의 독특한 체제로 이루어진
문법책을 참조하거나 OEG를 볼 수 있어야 한다. Longman Grammar
of Spoken and Written English (LGSWE) 도 매우 좋은 전문
문법서이므로 보기를 권한다.
물론 이 수준에 이른 학습자들은 이젠 연습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되도록 생각을 많이 하고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서 전문
문법서의 논리를 철저하게 읽어 내려가는 내성을 키워야 한다.
게다가 비판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자신의 논리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24. GIU로 영문법의 근간을
아직 이러한 책을 참조하는 식으로 드문드문 읽어가기보다는 그
중간 단계로 거쳐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AGIU를 보는 게
좋다. 특히 연습문제를 풀면서 문법 문제를 자신의 논리로
해결하는 힘도 키울 겸 말이다. 문법을 공부하는 것은 먼저 기본
구조를 확립한 후 그 깊이와 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AGIU부터는 바로 그 깊이와 폭을 확대하는 과정에 속한다.
Practical English Usage (PEU) 같은 책은 사실 GIU를 먼저 보며
기본을 잡고, 그 기본 문법 지식으로 말을 하게 만든 단계에서
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왜냐 하면 PEU를 본다고 그 자체가
학습자들의 생산적인 문법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 앞에 썼듯이 지금
상중급 정도의 문법 학습자라고 해도 EGIU에 보이는 조동사 구조
변경을 말로 능숙하게 하는 이들은 무척 드물기 때문이다.
25. 결국 문법도 production이다
한국의 EFL 영어 학습자들은 영문법을 공부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게 EGIU, GIU, AGIU 중 어느 것을 선택해 보더라도 알게 되는
문법 지식을 활용해 영어를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당연한 목표이자
결과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시간 낭비가 될
뿐이다. 학습자들이 Grammar in Use 시리즈를 통해 각 수준의
문법 활용 지식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또 영어교육이나 영문법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이들은 OEG나
LGSWE 등을 접하도록 노력함으로써 더 깊은 영어 문법 지식을
닦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전문적인 수준의 영문법을
알고 싶으면 내가 소개한 문법서들은 반드시 겪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HK
1. 한국에서 영문법의 딜레마
영어를 공부하고 익혀서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된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반의 예상과 다르게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그리고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영문법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영어를 잘 모를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도 없고 세밀한
문제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지만, 이제 실력이 나아지면서 영어
사용자로서의 눈에 들어오는 반경이 넓어지고 그 관찰과 생각의
세밀함이 향상되면서 없는 줄 알았던 문제가 갈수록 잘 보이는
것이리라. 물론 이러한 갈증은 그런 기존의 문제를 파악하고
여전히 더 나은 영어 실력으로 변화시키려는 학습자의 긍정적인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대하는 영문법은 그 동안 그
천편일률적인 틀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도 세상은
바뀌는데 일본을 통해 흡수한 영어 문법의 지식도 어쩜 그렇게
정체적이고 한심할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전혀 개혁이나
진보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물론 이 문제의 한 가운데에는
일본산 영문법 책 한 권 베껴서 독해용이자 시험용으로
베스트셀러라고 내 놓고는 돈 적당히 벌어서 기득권 수호에
열심이었던 한국의 소위 영어 문법학자들과 그 대열에 반드시
동참했던 대학의 영어학 교수들이 있었다.
2. 전문가의 사명감 포기
영문법의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그러한 책이나 영문법
이론의 소개를 통한 학습자의 능률적인 학습을 보장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또 과연 그러한 영문법을 베낀 그 저자들 자신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아는가 하는 점이다. 요즘은 어떤 책에
보면 자신은 영어를 정확하고 강력하게 할 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위한 영어 학습 방법론은 만들 줄 안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쓰는 사람도 있더라만.
첫 번째 문제인 영문법의 생산적인 영어 능력으로 연결 가능성은
일단 한국에서는 광범위한 실패로 귀결된 상태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기본적으로 그러한 영문법으로는 독해나
가능하지 생산성이라는 것은 기대할 수가 없다. 두 번째 문제로
지적된 저자들의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내가 자꾸 이야기해야
하는 게 새삼스럽게 웃길 정도로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영어를 못 하는데 영어 문법책을 쓴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상당히 귀여운
둥물이다만. 도대체 말이 안 되는 행동을 눈 딱 감고 거침 없이
하지 않는가. 스스로 영어를 말하고 쓸 수 없는 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믿고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영문법을 함부로 건드는
것인가? 한 마디로 말하면 자신도 익혀서 말하고 쓰지 못 하는
영문법을 다른 사람에게는 할 수 있다고 팔아먹는 것은 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내가 이런 말을 다시 하는 것은 근자에 들어서 한국에서
영어교육을 망친 주범으로 '문법'을 꼽는 게 무슨 습관이나
유행이 되다시피 한 풍조 때문이다. 영문법이 무슨 죄라고. 되도
않는, 스스로도 잘 모르는 영문법을 가지고 영문법 학자라고
미친 짓을 하고, 그에 편승해서 엉터리 책 팔아먹기에 열중한
그런 작자들이나 출판사가 문제이지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문법' 고발이란 말인가. 그러고는 이제는 문법을
너무 많이 아니 (사실은 전혀 모르는데!) 문법은 그만 하고 다른
것 하라고 학습자들을 선동한다. 문법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영어학 전반에 도통해야 한다고 본다. 문법을 어렵게 가르치는
것은 할 말도 없고 배경도 모르고 역사도 모르기 때문에
어줍잖은 소리로 학습자들을 협박해대는 사기꾼 군상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문법이든 음성학이든 어원학이든 교수법이 훌륭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뛰어난 사람은 깊이 가르치면서도 날줄과 씨줄을 폭 넓게
엮을 줄 아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매우 쉽다.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사람이 자신감에서 비롯된
편안함과 전문성의 깊이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오락가락
하면서 학습자까지 강도 8의 강진으로 흔들어대는 그런 일이
없다. 역시 가르치는 사람은 깊게 알고 봐야 한다는 소리다. 뭘
모르면 은폐를 위해 이상한 짓을 꼭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3. 전통 영문법의 흐름
내가 Theory & Practice에 영문법 책자에 대한 여러 가지 글을
남기고 분석을 하기도 했지만 한국에 알려진 '현대' 영문법의
흐름은 정말 '전통적인' 그것이었다. 내가 지금도 보는 그리고
한국의 영어 교사들이나 교수들이 여전히 감싸고 도는 영문법의
원류를 일본을 통해 들어온 구닥다리 지식이다. 특히 1972년에
처음 나온 A Grammar of Contemporary English (GCE) 에는
한국에 널리 퍼진 전통 영문법의 '기둥'이 보이고 A Practical
English Grammar (PEG) 에서도 그 흔적이 진하게 보인다.
1985년에 나온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CGEL) 는 여기에 소개하려는 Longman Grammar of
Spoken and Written English (LGSWE) 가 그 틀의 토대로 삼았다.
특히 PEG는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에서 나온 영문법이 따른
prescriptive grammar의 원초적인 틀로 여겨진다. GCE도 그러한
역할을 한 게 틀림없다. 물론 일본어 번역서 등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4. Longman Grammar of Spoken and Written English
LGSWE는 한국의 영어 학습자나 학자들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prescriptive grammar와는 전혀 다른 문법서이다.
prescriptivism의 주요 흐름은 문법을 학자들이 규정해서
학습자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문법을 배우는 것은 정치
문화적 강압 시대에 어울리는 일이었다. 학습자들은 문법을
배우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즉 '왜 이런 규칙이 정해졌는가?'
하는 점이다. 가르치니 그대로 따라서 배우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따져 보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The Oxford English Grammar (OEG) 에서 Sidney Greenbaum이
코퍼스의 예문을 통해 반은 prescriptive이지만 반은
descriptive한 성격을 지닌 문법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면,
LGSWE는 이제 예문뿐만 아니라 그 문법 해설의 근간을 아예 CL과
CA의 산출 결과에 의존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어떤
어휘, 문법, 구문이 왜 이렇게 쓰여야 하는가가 아닌 '이렇게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객관적인 통계를 만들어내서 그에 바탕을
둔 정밀 언어 분석을 제공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5. 무엇을 위한 영문법인가
한국의 영어교육에서 가장 큰 실패는 시험 영어를 준비하기 위한
독해력 증진 위주의 문법 제공이 오랫동안 당연시되면서 어떤
문법이 중요한지, 실제로 그러한 문법이 중요하게 쓰이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어휘나 어법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모든 문법이 가르치는 사람의
머리에서 정해지고, 책을 쓰는 사람의 머리 속에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문법은 그대로 아무런 의심없이 학습자들에게
계속 전수되는 식이었다. 물론 가장 큰 편차는 역시 어떤 문법이
중요한가, 어떤 어휘가 중요한가, 어떤 어법이 중요한가 등에
대한 일체의 연구 분석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이 배운 영어의 문법과 현실에서 통용되는 문법
사이의 거리감이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커진 것이다. 이 결과는
결국 대다수 영어 학습자들의 영어에 '핵폭탄'이 투하된 상태로
귀결된 것이 현실이다.
6. LGSWE: Descriptive Grammar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LGSWE는 5년 간의 엄청난 연구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LGSWE는 한 마디로 descriptive
grammar를 이루려는 시도의 결과이다. 과거의 prescriptivism의
영향을 벗어나서 컴퓨터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영어가 실제로는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영어 사용자들은 영어의 어떠한 모습을
실제로 그려가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문법서이다.
LGSWE를 처음 보는 사람은 기존의 문법서와는 다른 내용과 서술,
정보에 일견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문법서의
세계에 개벽을 한 것이니 말이다. LGSWE는 지금은 ELT 사전
만들기의 기본이 되어 버린 언어 데이터베이스인 코퍼스가
있어서 가능한 역작이기도 하다. LGSWE는 4천만 단어 크기의
Longman Spoken and Written English (LSWE) Corpus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7. Corpus Analysis
LGSWE는 연구 분석을 위해 사용한 LSWE 코퍼스의 여섯 가지의
register 중에서 CONVersation, FICTion, NEWS, ACADemic이라는
네 가지의 register에 속하는 텍스트 정보를 선정해서 정밀하게
상호 비교 분석함으로써 각 문법 정보, 패턴, 구조 등이 각
register마다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 결과를 정밀하게
추적해냈다.
예를 들어, 학습자나 연구자는 LGSWE를 보면 FELS
(Function-Embedded Listening Skills) 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lexical (content) words와 function words가 CONV, NEWS에서
각각 차지하는 비율을 알 수 있다. (Table 2.4, p. 61) 또 a,
an, the 같은 관사가 4 종류의 register에서 각각 어느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지 볼 수 있다. (Figure 4.2, p. 267) 또 that
절을 이끄는 동사 중에 그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을 의미 영역
(Semantic Domain: SD) 과 네 개의 register에 걸쳐 비교 분석된
데이터를 내 놓았다. 여기에서 mental/cognition이라는 SD에서는
know, think 동사가 CONV, FICT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고,
speech act라는 SD에서는 say가 CONV, FICT, NEWS에서 그 빈도가
비슷하게 높다는 것을 알려 준다. (Table 9.2, p. 669)
LGSWE에는 각 장 내에 문법의 내용에 대한 서술이 나오고 그에
연관된 코퍼스 정보가 들어간다. 물론 6천여 개의 예문도 모두
LSWE 코퍼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예문에도 각각의 텍스트가
속했던 register가 빠짐없이 표시되어 있다. 이러한 예문 등에
사용되는 약호는 반드시 책 앞 부분을 찾아 읽기 바란다.
8. Corpus Findings의 증언
LGSWE에는 각 장에 해당 문법 사항에 대한 CORPUS FINDINGS (CF)
를 붙여 놓고 있다. 350개 이상의 그래프와 표를 이용해서
코퍼스를 이용한 어휘, 문법 구문의 register별 상호 분석
자료를 넣고 있는데, 이 놀라운 데이터는 LGSWE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CF 아래에는 그 새로운 코퍼스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DISCUSSION OF FINDINGS (DF) 가 제공되고 있다. 특히
다른 부분에서도 나왔던 CF에 대한 분석인 DF와 수평으로
연결해서 정밀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은 매우 뛰어난 부분이다.
영어학도나 학자, 교사 등은 이러한 부분을 눈여겨서 읽어야 할
것이다.
LGSWE에 나타나는 CF와 DF 그리고 350개 이상의 그래프와 표는
그동안 암흑이었던 영어의 모습에 대해서 수긍이 가는 모습을
비추어 준다. 어떤 것은 기존의 prescriptive grammar에 거의
일치하지만 어떠한 것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기존의 추측을
뒤짚는 데이터도 내 놓는다.
9. LGSWE는 영어의 다른 '어원'과 만나기
이러한 데이터를 포함하는 LGSWE의 출현은 그러므로 일종의
어원학의 경험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학습하다가
어원학을 깊이 들어가 어휘의 근원을 추적해 들어가다 보면 그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내면서 매우 강하고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최종 종착지에 불과한 현대 영어의 모습 속에서만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철부지'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전통적인 prescriptive grammar가 여전히 넘쳐나는 한국의
영어학의 공간에 LGSWE의 출현은 'descriptivism이 영문법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최초의 대답을 한
문법서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전에는 descriptive
grammar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가진 비전공자도 LGSWE를
찬찬히 살펴 보면 그 의미를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10. 감에서 통계로
예로 든 데이터 외에도 개별 어휘 그룹에 대한 빈도까지
포함하는 상세한 수많은 비교 분석 데이터는 현대 EFL/ESL
영어교육에 있어서 매우 시급한 문제이자 관심사인 어떤 어휘와
문법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전에는 가르치는 이의 감으로 어떤 동사와 구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왜 그래야 하는지 통계로
나타내는 것이다.
LGSWE가 사용한 분석 방법은 물론 계량화다. 영어 선생의
일방적이고 규정적인 지식과 감각에 의존하던 영어의 모습과
중요도에 대한 기준을 코퍼스 정보를 이용한 통계화로 계량적
비교 분석을 하는 게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학문에 있어서
계량화는 애매모호한 관찰과 분석에 구체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 책의 지식과 정보는 바로 그 중요한 구체성으로
가는 길을 코퍼스 언어학과 컴퓨터의 힘을 빌려 확보한 것이다.
11. Douglas Biber의 힘
LGSWE의 책임 저자인 Douglas Biber는 LGSWE의 저작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는 이론적인 corpus
linguist만이 아니고 직접 코퍼스 분석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것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대개
corpus linguistics (CL) 를 하는 사람은 겉으로 대단하게
보이지만 거의 이론학자들이다. CL은 한 마디로 컴퓨터에
능통하지 않으면 도대체 corpus analysis (CA) 라는 일 자체가
안 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컴퓨터 활용 능력과 머리가 LGSWE의
생성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CL 분야에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영국이 이미 70년대
말에 코퍼스의 구성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미국은 ELT
사전에서도 '어린이' 취급을 받는 정도인데 CL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네 명의
공동 저자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LGSWE의 핵심은 바로 Douglas
Biber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CA에서의 독보적인 능력이
드러나 있다. 그가 LGSWE의 저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LGSWE의 '영어' 문제에서 드러난다. 롱맨이 영국계
출판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롱맨의 사전 등과 마찬가지로
영국 영어로 통일하지 않고 각 장마다 각 집필자의 출신지
영어로 쓰게 결론을 내린 것은 재미 있는 사실이다. 롱맨이
문법책을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로 각 장마다 뒤섞게 방치할
리가 없는데 그러한 결정을 내린 이면에는 바로 Douglas
Biber라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 그의 결정적인 기여가 없었다면
CA도 없었고 그리고 LGSWE도 없었다는 것이다.
12. 언어학의 각성
CL이나 LGSWE를 들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통찰력과 머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LGSWE의 수많은 데이터에 대한 통계와 분석을 들여다 보면서
언어학자 중에서 정말 머리 좋은 사람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머리 좋은 것도 언어학자끼리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어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것을 가지고 논쟁하고 추론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내가
아는 영국의 언어학자들도 CL의 출현을 위협으로 보는 것을
보았다. applied linguistics (AL) 는 기본적으로 연구 성과가
ELT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ELT 사전이나 문법서 그 외의 수많은
영어학습 교재를 만드는 데 있어서 CL의 역할이 커지면 CA를 못
하는 언어학자들은 '밥그릇'이 위협받는다는 소리이다.
13. LGSWE와 영문법의 우선 순위
LGSWE를 읽는 이들은 이 책에서 어떠한 것을 얻어야 할까? 또
그냥 읽는 것 외에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이들은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LGSWE를 만든 롱맨의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LDCE) 는 기본적으로 구어 영어에 중점을
둔 사전이다. 또 최근 분석이 제공된 Longman Language
Activator (LLA)와 Longman Essential Activator (LEA) 의
경우에서 명확하게 보듯이 롱맨의 사전 제작 방침이 구어 영어의
습득에 맞추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영향을 바로
받아서 LGSWE도 구어 영어와 문어 영어의 구분이 명확하게
그리고 통계에 바탕해서 정밀하게 제공되어 있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문법 구문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구어 영어와 문어 영어의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실하고 단단한 이해를 제공한다. 또 각
register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어휘나 문법 그리고 문법
구문의 빈도와 선호도 정보를 통해 가르치는 이들은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학습 내용의 우선도를 확신을 가지고 정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14. 영어 학습을 구성하는 자료
영어 학습 자료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한 데이터이고
문법서이다. LGSWE는 학습 자료를 구성할 때 어느 것에 우선도를
부여해야 하는지, 또 어떤 어휘, 구문, 문법 구성을 해야 하는지
실체를 잡게 해 준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빈도 정보가 이제는
문법과 어휘가 결합된 형태의 분석으로 가능해져 그 데이터를
학습 자료 구성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5. ELT 전문가들의 노력
ELT 전문가들이나 영어 교사, 영어학도들은 LGSWE에서 원하는
부분의 정보를 Lexical Index (LI) 와 Conceptual Index (CI) 를
통해 직접 찾아 읽으면서 descriptive grammar의 세계로
진입하고 그 이해를 더욱 넓혀갈 수 있다. 전문가라면 이런 책을
읽으면 어떻게 우리도 이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이 책을 본 지가 오래 됐지만
이번에 이 분석 때문에 책의 전체를 다시 살펴 보면서 다시 한
번 영미 언어학자들의 저력을 실감했다.
특히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들은
영문법을 다루고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도, LGSWE를 수시로 참고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영향과
긍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고 영어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16. 영어의 바탕을 일깨우는 LGSWE
비전공자라 할지라도 영문법이나 영어 학습 전반에 관심이 큰
사람에게도 LGSWE는 영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는 차원에서
사서 읽어 볼 만한 문법서이다. 영어를 어떻게 바라 보고, 그
영어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자신이 앞으로 효율적이고
강력한 영어 학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LGSWE는 옆에 두고 심심하면 읽어 본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될 문법서이다.
17. LGSWE와 Corpus Linguistics
LGSWE의 출현으로 인해 계량화 분석의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언어학자들 사이의 경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ELT 사전에서 이미 일반화된 CA의 활용과 그 중요한
역할은 어느새 문법이라는 언뜻 불가능해 보였던 분야의 코퍼스
기반의 통계 분석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CL이 AL의 통계적
데이터 구성과 통계 추출에 기여하는 그 중심적 역할을 넓혀가면
언어학자들이 할 일은 기존의 영어의 전통적인 receptive
skills와 productive skills에 CL과 CA의 결과를 어떻게 접목해
나가냐 하는 것에 맞추어질 것이다. 방대한 코퍼스 자료의
수집과 정리, 통계 처리는 컴퓨터가 다 하게 되니 언어학자들이
할 일은 그 자료의 분석과 이론적 발전으로 연결짓는 일이 된다.
Douglas Biber를 위시한 LGSWE 제작팀은 대서양의 양안에서
작업을 했다. 이들의 이러한 원격작업에는 인터넷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LGSWE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뛰어나게 명석한 일부 인간의 언어와 두뇌의 산물인 것이다.
한국의 문법학자들과 영어 교사들, 그리고 앞으로 영문법을
전문적으로 그러나 매우 '쉽게' 살펴 보고 싶은 이들은 이 책을
사서 보면서 이런 책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5인의 저자
외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5년간의 땀방울을 깊이 느끼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HK
1. 영문법 학습의 문제
영문법을 학습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한두 가지 이상의 책은
접해 본 경험이 이미 있는 터라 영문법 책을 읽으면서 문제점을
어느 정도는 깨닫게 된다. 대략 세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영문법을 과연 '순서대로' 배워야 하는 것인가? 둘째,
자꾸 잊혀지는 문법 지식을 어떻게 머리 속에 붙잡을 것인가?
셋째, 영문법 지식은 어떻게 '생산적으로' 실천할 것인가?
셋째의 문제는 영문법을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자유롭게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이미 많은 학습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영문법 책을 보는 사람들의 습관이나 생각을 들여다 보면 가장
많은 유형이 강의를 통해서 습득하려는 이들이 최다수라는
것이다. 물론 중고등학교의 영어 수업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런 각종 시험 영어의 준비를 언어학습의 목적으로 깔고
있는 문법 지식 습득은 결국 빈 껍데기에 불과한 상태로
이어진다. 이러한 결과는 내가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수많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익히 아는 문제이다. 이미
한국인만 몇 천만 명이 겪은 엄정한 사실이다. 시험 위주로 배운
언어는 시험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까지만 한시적으로 그리고
극히 제한적으로 유효하고 이후의 영어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학습자 자신이 그러한 목표를 잠재적으로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실패를 향해 자신을 몰아가는 것뿐이다.
2. 기존 질서에의 순응과 정체
중고등 학교의 영문법 학습은 거의 기존 질서의 반복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영어 교사들에게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것은 지식과 통찰력이 결합되어야 하는
것인데 자신들부터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가 없어서
허덕이는 판에 철학은 엿 바꿔먹은지 오래인 것이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이나 챙기고 앉아 있으니 뻔뻔하기도 참 유분수지.
가르치는 사람이 실력이 없어서 헤매면 그 문제는 고스란히
배우는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그리고 그 배움의 '한계'까지도
그대로 유전된다.
영문법에 대한 학습자들의 변하지 않는 지식과 그 실패의 반복은
다분히 지금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그 유전자 답습을 거부하는 학습자들에 대한
가르친다는 이들의 통제 행위도 그러한 타락한 질서의 유지에
다분히 기여하고 있다.
3. 수정하지 않는 오류
had better가 강압적인 뉘앙스까지 풍기는 경우가 많은
조심스러운 표현인데 '~ 하는 게 좋겠다'는 좋은 뜻으로만 늘
써먹게 만드는 그 끊이지 않는 오류의 역사. 어떻게 언어를 말을
통해 뉘앙스를 느끼지 못 하는 이들이 글로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인가. 이러한 영문법이 국경을 넘을 때 나타나는 불일치는
필연적으로 무능한 가르치는 이들의 문제이지만, 해결책은 권위
있는 문법서를 통해 그리고 grammar와 usage의 결합으로 찾아야
한다.
성문종합영어 같은 일본 문법서 짜깁기 판의 저자가 실제로
영어를 힘이 있게 하는 사람인지 들은 바가 없다. 이러한
지경이니 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이들이 만든
문법용어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것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그저 눈 먼 쥐들처럼 앞의 쥐의 꼬리만 잡고 강물 속으로
풍덩풍덩 하는 중이다. 관계대명사의 '계속적' 용법이라는 게
도대체 실제의 의미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배우는 사람들이
'계속적'이라는 문법학자의 의미 설정을 자신들의 이해로
이어가지 못 하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4. 선생들이여, 공부 좀 해라
무엇보다도 이게 과거의 문제라고 한정이나 하려면 지금은
스스로 공부해야 하지 않냐 이것이다. 영어 선생이라고 일 년
가야 영미의 최신 문법서를 들여다 보는 등 공부를 하기를 하나.
이런 사람들이 적당히 학위나 해서 대학으로 진출할 생각이나
하니 지식이나 통찰력이나 영어 능력은 전혀 늘지 않았는데도
겉치레 명예나 숭상하고 그에 따른 '권위' 의식만 늘어서
영어교육을 더욱 더 망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지금은 영어교육학계의 커다란 카르텔이 되었다는 것이
캄캄한 현실이다. 영문으로 제대로 된 에세이 하나도 쓰기 힘든
이들이 복사 능력을 발휘해서 책을 내고 강매를 하고 그런다.
물론 이러한 영문법 지체 현상의 문제는 한 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연구하고 책 읽는 것조차도 전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군들 왜 안
하겠는가? 권력에 붙기 좋아하는 이들이 말이다. 그 지식이
권력을 수반한다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5. BEU from PEU
내가 오늘 쓰려고 하는 Basic English Usage (BEU) 는
성문종합영어나 그 이전의 정통종합영어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위 전문가들에게 오히려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전에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는 이 BEU의 모체인 Practical English
Usage (PEU) 도 밀접하게 관련된 영문법서이니 그에 대해서도
같이 혼합해 쓰겠다.
BEU는 PEU를 줄인 책이다. 이 줄였다는 게 중요하다. '우선
순위' 원칙에 입각해서 지식 정보의 취사 선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장 605개에 달하는 항목을 가진 PEU는
그만큼 자세하고 중요한 문법 및 어법 정보가 들어 있지만 그
자체가 또한 '비극'이기도 하다. 658페이지에 달하는 문법 책을
드문드문 본다고 해도 언제 다 볼 것이며, 또 말이 좋지
참조용으로 수시로 들여다 본다고 해도 과연 몇 명이나 그것을
보고 있을 것이냐는 매우 현실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605개의 항목을 하루에 하나씩 본다고 하면
늦어도 2년 안에는 보겠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는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는 못 한다. 이 책을 사 놓고 손도 안 되는 이들이 거의
다수이다.
6. PEU: 찾아 보는 문법책
PEU는 완전한 문법서는 아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EFL/ESL 학습자들이 영문법을 대하면서 궁금해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605개의 항목으로 묶어서 편집해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법의 틀을 잡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index와 cross reference를 가득 만들어 놓았다. 서로 연결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만약 이 책이 단순하게 '문법 퀴즈' 역할만
한다면 그러한 표식들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저자는
이 책을 만들어가면서 양이 많아지자 항목간의 연결을 제공하는
게 유익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점은 학습자가 책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학습의 '유지'의 문제 때문에 BEU가 나온 것이다. PEU는
초판이 1980년에 나왔다. 지금 구할 수 있는 게 1995년에 나온
2판이다. BEU도 1984년에 초판이 나왔다. 이 책들이 한국 시장에
보인 것은 1995년의 PEU 2판이 나오고 한참 후의 일이다. BEU도
1984년에 나온지 이제야 보이는 것을 보면 한국의
영어교육학계가 이러한 좋은 책을 찾아서 소개하는 일은 거의
포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PEU가 1980년에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책을 수입하기 힘든 것도 아닐 텐데 여전히
성문종합영어 같은 것을 가지고 시간 낭비를 하고 있었으니.
7. BEU는 PEU를 축약
BEU는 PEU의 605개의 항목을 370개로 선택해서 줄여 버렸다.
물론 항목별 문법의 내용 자체도 줄였다. 핵심으로만 정리한
것이다. 예문도 다른 색으로 표시하여 구분이 쉽게 하였다. 이
색깔 한 가지만 바꿔도 읽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 준다. PEU에도
예문은 이탤릭체로, 예문 중 문법 항목 관련 부분은 모두 굵은
글씨로 표시했기 때문에 가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BEU는
예문을 아예 옅은 빨간색으로 처리하고 관련 항목은 굵은 활자를
써서 문법 설명과의 구분이 더욱 두드러진 느낌이다.
PEU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전문 문법서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그리고 깊은 문법 내용을 담고 있다. BEU에 실린 내용은
기본적으로 PEU의 것을 적지 않게 담고 있지만 문법 설명은 더
쉽게 고쳐 쓴 경우도 많다. 물론 학습 과정상 당장 시급하지
않은 세세한 PEU의 문법 사항은 BEU에서는 당연히 빠졌다.
8. 영문법책을 보는 방식
영문법 책을 보는 양태는 두 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는 순위 방식이 있는가 하면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서 읽어
대는 무작위 방식이 있다. 방식 이름의 의미와는 맞지 않게
문법서를 학습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능력을 얻는 면에서는 순위
방식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것은 '통달'을 목표로 하는
문법서 자체가 워낙 두꺼운 것 투성일뿐더러 내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위 방식은 비범한 사람이 아닌 경우
대다수 '작심삼일파'를 낳는 방식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원서로
문법 개념들을 이해하면서 한 권을 독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나중에 늘 사용할 수 있는 준비된 지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무작위 방식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수시로 읽어대는
경우인데 지루한 문법서의 특징을 피해갈 수 있다. 때로는
무작위로 생각나는 필요한 부분만을 이해하려고 읽는다. 또
때로는 궁금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index를 통해 문법 사항을
능동적으로 찾는 식으로 활용한다. 그렇지만 이 '수시로'
검색하고 읽는 방식도 책을 먼저 손에 안 들면 그걸로 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내가 추정하기로는 PEU를 가진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수시로 읽어대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만큼 이런 습관
하나 지키기조차도 힘든 게 요즘의 삶이다.
9. 의미를 상실한 문법의 '순서'
앞에 제기한 세 가지 문법 학습의 문제 중 첫째인 '순서'를
지키는 문제는 결국 이렇게 요약된다. 과거의 문법서 학습
방법에서 비롯된 책의 편집 순서를 그대로 '준수'하려는 순위
방식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학습 용량이나
평균 이해도를 들여다 볼 때 순위 방식으로 문법서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 학습했을 때의 결과 또한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책을 그냥 본 것인지 아니면 이해를 해서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인지는 여전히 극과 극의 차이를 낳는다. 결국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을 한 번이라도 보았냐가 아니라 그
문법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나 스스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냐는
것이다.
10. 지식의 유지
둘째에 지적한 문제인 자꾸 잊혀지는 문법 지식을 어떻게 붙들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자. 이는 첫째의
문제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어느 학습자이든 비범한
천재가 아닌 이상 아주 많은 문법 지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잊혀지는 부분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에게 해당하는 당연한 것이다. 또 이런 현상은
영문법의 지식이 기본 틀을 먼저 잡지 않으면 매우 복잡한
문법의 특성상 학습자를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영문법에서는 해당 문법에 해당하는 단어
분류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해를 통한 기억을 돕는 다음 단계로
이러한 분류가 좋은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동명사를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를 분류하여 기억하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분류법에 속한다.
11. 여기저기 읽기
한 번은 읽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서 잊혀지는 문법 지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어쩔 수 없는 기억의 유실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작위 방식이 이롭다. 특히 최초 한 번을 PEU 같은
책을 순위 방식의 정공법으로 독파한 예외적인 업적을 이룬
사람은 그 고된 노력을 헛된 일로 만들지 않으려면 그 뒤로는
원하는 부분을 골라 수시로 읽어 대는 습관을 반드시 들여야
한다.
PEU는 문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댈 수는 없다. PEU를 읽을
수 있는 학습자의 조건은 적어도 PEU의 영문 문법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조건에서 학습자가
불완전하게 또는 불확실하게 알고 있는 문법을 다시 읽어서
확인하고 더욱 단단하게 굳히는 것은 무작위 방식을 통해 수시로
원하는 곳을 읽어 대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것 같으나 문법이 불확실하다는 사람들은 꽤 많다. 이런
수준의 학습자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순위 방식보다는 이렇게
무작위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궁금한 부분이 나올 때 그
부분만을 정밀 폭격하는 식이니 효과가 클 수밖에. 물론 이
무작위 방식만 나오는 게 아니다. index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정확하게 따지면 무작위는 아니다. 그러나 관심을
순간적으로 집중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며 그 들이는 관심도
만큼이나 이해나 학습 효과도 클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12. 문법 --> 생산적 능력
영문법 학습의 셋째 문제는 어떻게 해야 영문법 지식을 말하고
쓰는 생산적 지식으로 '승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인들의 영어학습의 경과와 결과를 모두 지켜볼 때 알면서도
여전히 불가사의한 게 어떻게 이해와 생산을 그렇게 똑 떨어지게
분리하는 습관을 들였나 하는 점이다.
물론 그 습관은 시험 영어에 대한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험까지만 해결하면 된다는 강박증이 머리 속에 가득 쌓인 채로
영문법을 학습하니 목적 상실 후 그 지점에서 바로 심각한
정체로 빠져든다. 이러한 악습은 입시 영어의 해결이나 다른
시험 영어의 해결이 영어학습의 종점일 수 있다는 착각을
끊임없이 넣어 준 긴 과정의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그 전
사회적인 단세포적인 시간 낭비는 사람을 여전히 경악케 한다.
13. 말하고 쓰는 순간의 영문법 검색
독서하듯이 익힌 영문법을 말로 글로 쓸 수 있는 영어의 생산적
능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은 문법 학습을 쓰고 말하는 습관으로
연결하는 것뿐이다. 특히 자신이 직접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궁금한 점을 찾아 보는 이 작은 습관 하나에서 운명이 갈린다.
토플에 나오는 답을 확인하기 위한 영문법 학습은 그걸로
끝이지만 (이것은 다분히 수동적인 학습이다) 자신의 두뇌로
스스로 말하고 글로 쓰는 과정에 영문법 지식의 검색과 이해,
확인을 대입시킨 것은 그 운명이 다른 방향으로 갈리는 것이다.
내가 다른 글에서 쓴 생산적 영어 능력 (productive skills) 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사전이나 영문법서를 대할 때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집중과 우선순위 확인이라는 큰
도움을 준다.
14. PEU, BEU의 역할
PEU와 BEU는 이러한 세 가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다. 첫째, 영문법 학습의 '순서'의 문제는 이미 '영문법의
관심 분야'라는 개념을 하나의 분류 항목으로 삼은 PEU와 BEU의
편집 방식에 의해 쉽게 넘어선 문제이다. 둘째의 문법 지식
유지의 문제는 PEU/BEU만큼 알맞은 책도 없다. 특히 English
Grammar in Use (EGIU) 같은 기본 문법서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이후의 문법 지식의 유지와 심화, 발전은 PEU로
방향을 트는 게 효과적이다. 셋째, 영문법의 생산 능력으로의
연결의 문제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하면서 특정 문법 부분에 대한
도움을 찾는 학습자들의 흔한 패턴을 볼 때 PEU/BEU가 그 역할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이다.
나도 PEU를 옆에 두고 오래 사용하면서 특정한 문법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물론 더 깊은 지식은 Oxford English
Grammar (OEG) 나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CGEL) 를 보는 게 좋다. 책의 편집이나 수준, 내용의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Longman Grammar of
Spoken and Written English (LGSWE) 는 겉으로는 두꺼운
책이지만 상당히 보기에 편한 문법서이다. 이전에는 OEG를 곁에
두고 자주 봤는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PEU가 내 책상에서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PEU가 문법을 전문적으로 아는
이에게도 쓸모없는 책이 전혀 아님을 보여 준다.
15. PEU가 '단점'이 되는 사람들
이 글에서는 나는 BEU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PEU는 아는
이들에게는 알려진 책이므로 그 책의 경험에 비춰서 BEU가 어떤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지를 알리려고 하는 게 이 글을 쓰는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PEU의 단점은 다름 아닌 그 장점에서 불거져
나온다. 내가 찾아도 도움이 될 정도로 부족하지 않은 605개의
문법 항목은 커다란 장점이다. 그런데 그 양이 하중급 이하의
학습자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누누히 말하기를 문법의 힘이 상승하려면 적어도 어느
(확정할 수 없는) 그 순간까지의 뼈대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PEU는 하중급 이하의 학습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 중급 이하의 학습자들이 고급으로 상승하는
게 힘든 것은, 가령 PEU를 본다고 할 때 반드시 먼저 알아야 할
더 중요한 지식이 있는데도 옆에 널린 광대한 문법의 양에 먼저
질려 버린다는 것이다.
16. 선택하고 차단하라
물론 이런 경험이 고급 영문법 학습자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생각이나 학습 방법을
정리하는 것에 달린 문제이니까. 중급 학습자이든 고급
학습자이든 영문법서를 선택해서 그것을 자신에게 맞는 '편한
방법'을 찾아서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영문법 학습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원하는 것을 먼저
익히고 확인해 나가는 식으로 하나하나 정복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어 더럽게 많네'
하면서 책의 전체로 자신의 부담을 무차별적으로 확대시키면서
벌써 한계를 그어 버린다. 이런 습관이 있는 사람은 평소에도
자신의 언행에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악습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살펴 보기 바란다.
많은 학습자들에게 만연한 이러한 '정밀폭격 불가' 신드롬을
격파하기 위해서 BEU가 나왔다. Michael Swan도 PEU로 돈을 엄청
벌었겠지만 BEU를 또 만든 것은 물론 돈을 더 벌려고 하는
욕심도 있겠지만, 이러한 수준 차별화 학습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PEU는 원서인지라
한국인 학습자들의 두뇌를 가로막고 있는 '원서로 영문법을
이해한다구?'라는 강력한 선입견을 생각하면 그 자체가 BEU가
출현해야만 하는 또 다른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것을
즉각 알 수 있지 않은가?
17. BEU의 축약과 핵심
BEU는 PEU에서 거의 절반으로 양을 과감히 줄여 버렸다. 그러나
BEU가 그렇다고 해서 영문법이 아주 딸리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책이 아니다. 내가 파악하기에는 영어를 잘한다고 하는 이들도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할 게 있다는 것이다. BEU는 먼저 파악해야
할 영어의 기초적인 핵심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도 보면서 가볍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NS의 관점에서
영문법의 어떠한 것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하중급자 이하의 학습자들에게 알맞은 문법서이다.
무엇보다 핵심만을 추려 놓았고, 먼저 알아야 할 것을
우선적으로 편집해 놓았기 때문에 양적으로 부담이 없다. 이
점은 초중급 학습자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점이다. 문법의 단계적
구축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18. BEU 누가 봐야 하나
BEU는 그러므로 두 그룹의 학습자들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첫째, 당연히 초중급 학습자들이 EGIU 등으로 문법을 일차
학습하고 이후에도 문법 지식을 유지, 보충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그 책을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다른 경로로
문법을 학습했어도 (영어의 가정법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하중급 학습자 이하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BEU를 옆에 두고
자주 찾아 보기 바란다. 둘째, 상중급 학습자에서 고급
학습자들까지 포함하는 그룹인데 이들은 문법을 잘 알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PEU를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정확하게 지적했지만 PEU를 사 놓고도 수시로 볼
지구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반드시 BEU를 먼저 거치고 나중에
PEU로 옮겨가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19. 책의 크기가 아니라 학습자 자신
BEU와 PEU 중에서 선택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책의
가격이나 두께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학습자 자신이
그 책의 규모에 압도당하지 않고 충실하게 지속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거들떠 보지도 않고 던져 놓을
지구력이라면 책의 가격이나, PEU가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등의 다른 요인을 더 크게 감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계적으로 BEU를 통해 먼저 알 것을 안 후 PEU로 옮겨 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나, PEU부터 사서 읽지도 않을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현상은 Longman Language Activator (LLA) 에서도 적잖이
나타났던 현상이다. 책이 좋은 것과 학습자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접근하고 내용을 흡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별개의 문제이다. 책의 좋고 나쁨이 제 1의 전제라면 학습자가
그 책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를 학습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제 1의 전제보다 더 중요한 제 2의 전제인
것이다. 결국 LLA고 Longman Essential Activator (LEA) 이고
간에 구석에 던져 놓고 자주 읽지 못 하겠다는 이들에게는 별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먼저 포항의 해병대 boot camp에
입대해서 바닥을 박박 기는 훈련을 먼저 받을 것을 권한다.
수준에 관계 없이 PEU의 두께 때문에 손이 많이 안 갈 것 같다는
학습자들은 BEU로 눈길을 돌리기 바란다. 핵심 우선 방식으로
문법의 기반을 잡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PEU를 사서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결과보다는 훨씬 더 낫다.
20. 영문법책의 영어 어렵지가 않다
난 사전에서 쉬운 정의용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어휘의 확장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문법서나 영문법 학습에 있어서는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한다. BEU는 특히 쉬운 영어 문장으로 해설이
쓰여 있고 되도록 간단하게 쓰려고 노력한 게 분명히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왜냐 하면 문법서는 문법 지식 자체가 이해해야
할 추상적인 지식이라 그것만으로도 부담이 충분히 걸리기
때문이다. 학습자의 두뇌에 걸리는 이 부담을 덜어 주는 방법은
해설을 간단하고 쉽게 쓰거나 색의 적절한 사용, 레이아웃의
편리성 등을 추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BEU의 문법 설명은 그런
면에서 하중급 학습자 이하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21. PEU 검색의 수단
PEU를 무작위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과 더불어 내가 제시한 게
특정한 문법이나 어법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경우는 학습자의 관심이 고도로 집중된
시점이라 지식의 습득 및 강화가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이러한 학습이 성공하려면 index를 통해서 원하는 항목을 찾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한 사람은 금방 찾아내는 원하는 항목을
다른 사람은 찾지 못 한다면 후자의 PEU 이용률이 갈수록 저하될
것은 당연한 추정이다. 책에서 얻는 만족도가 높을수록 자신의
책에 대한 친밀도나 친숙도, 사용률도 올라간다. 즉, 학습자
자신도 책을 잘 사용하는 법을 익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PEU의 index는 이렇게 문법 사항 검색을 염두에 두고 여러
군데에 중복되는 연결을 짓고 있다. cross reference도 충실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PEU의 513 So (degree adverb;
substitute word) 에서 2 before adjectives etc (p. 537) 의
끝에는 For the difference between such and so, see 544. For
more about so much and so many, see 518. 이라는 cross
reference가 있다. 이 기능을 보면 이 문법책이 browse를 염두에
두기도 하고 특정 문법 정보를 검색할 때 원하는 정보를 따라
여기저기 관련 항목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2. 문법책의 효용성: index와 cross reference
이게 사실 핵심이다. PEU나 BEU를 사용하는 학습자들은 index와
더불어 이 cross reference를 이용하지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PEU/BEU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길은 index와 cross
reference를 보고 감으로 어디 있겠다고 찾을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노력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이 개인의 노력은 같은 책을 보았는데도 한 사람은 정보를 찾아
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못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PEU/BEU는 모든 문법 항목이 알파벳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index에 비해 검색에 도움이 큰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browse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기저기 무작위
방식으로 읽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알파벳 순서라는 기준은
여전히 하나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23. 책에 카드 끼우기
사전이나 PEU/BEU 같은 책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팁을
알려 주마. 특히 영영 사전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 때문에 그
단어 따라가다가 지친다는 사람은 자신 스스로 피로를 부르는
사전 사용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PEU 같은 책도 여기저기 내용
따라서 돌아다니는 책이므로 browse를 하는 사람이나 cross
reference를 따라서 검색을 계속하는 사람이나 책 속에 여러
개의 카드를 끼워 놓고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거쳐간 곳은 반드시 그 카드를 끼우라.
찾아 본 항목에 줄 치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된다. 그냥 종이
카드를 끼워라. 이 카드를 서너 개만 끼워 놓아도 바로 앞의
검색으로 다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back 기능을 충분히 하기
때문에 사전이나 책 사용에 있어서 멍청한 이동의 낭비가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습관은 한 번 참조로는 기억이 안 되는 인간의
기억력을 (기억 보강이 필요한 바로 앞 시점의 정보들에 대한
빠른 재검색을 보장해서) 훌륭히 보충해 준다.
24. 전문 indexer가 있는 이유
책에서 index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책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잘
안다. 외국의 출판사들은 전문서에서 index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professional indexer를 이용할 정도이다. indexer가
하는 일은 저자나 학습자의 입장에서 정보 검색의 필요성을
파악하면서 그 '길'을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러한 분류
작업은 지식 쌓기와 학습 진보의 성공을 가른다. 특히 이러한
문법서 같은 경우는 cross reference가 빈번한 그 특성 때문에
index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사람들은 모를지 모르나 종종 잘 쓴 책이라도 그 책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이러한 layout이나 index를 넣는 작업이다. 모두
정보에 대한 accessibility를 높이는 것이다. 사전에서도 그러한
접근도를 높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불과 10여년도 안
된 일이다. 그 이전의 사전을 보면 역사를 안다.
25. 질서 --> 접근
PEU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넣었지만
기존의 영문법 책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물론 바로 그런 점에서 OEG나 CGEL, LGSWE에 비교하면 PEU는
전문 문법서는 아니다. 그러나 OEG로 원하는 문법 지식에 대한
궁금함을 쉽게 찾는 것은 전문가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로
PEU의 특징이 빛나는 것이다. EFL 영어 학습자에게 이 특징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을 PEU의 저자는 간파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돈을 벌었다.
그가 돈을 많이 벌었지만 나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그러면서
엉터리 책을 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문법을 알고 싶은 학습자로서 생활 속에서 수시로 영문법의
특정 항목을 찾아 볼 일이 많을 것 같은 이들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문법도 더욱 강화하고 확장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PEU나 BEU를 골라서 자신의 옆에 놓고 닳아지게
펴 보라. 여기저기 뒤적거리면서 원하는 문법 지식을 찾아내는
데 있어서 다른 책과 다른 높은 효율성을 주는 것을 역설적으로
기존의 문법책의 '질서'를 깨뜨린 PEU가 하고 있다.
HK
1. 영문법을 버리자고?
영문법이란 것은 일견 까다롭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법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규칙과 질서의 느낌에서 친근감을 느낄 이는 별로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배우는 데 문법을 모른다는
것은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 운전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문법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가르치는 이들의 책임이다.
자신들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가르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식을 감추기 위해서 헛소리를 많이 하고 (red herring)
학습자들은 그 희생자로 남는다.
정확한 문법을 알고 있는 것은 영미인도 똑같다. 그들도 지성인
행세를 하려면 문법을 배우고 단어 하나 잘못 써도 끝없이
깨진다.
2. 영문법 학습은 자신에 맞추자
문법을 쉽게 할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어렵게 할
수도 없다. 그러다 아예 포기하면 안 되니까. 요즘 문법책은
국내의 서적은 몰라도 원서가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온 시대이다.
국내의 서적들은 저자들이 스스로 영어의 완벽한 사용자가 된
후에 그리고 영문법을 완전하게 이해한 후에 확인하면서 써주기
바란다. 어린 학생들 목숨 여럿 앗아간 버스 운전사들처럼 나
하나의 무지가 여럿이 아니라 수백만 명 고생시킨다는 무서움을
가지고 책을 써라. 자신도 확신하지 못 하는 엉터리 남발하지
말고. 한국은 영어책 잘못 쓰면 사형시키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학습자들은 자신의 수준을 가려서 알맞은 책을 골라보는 게
최선이다. 기본 영문법을 넘어서 각 단어나 구의 사용법인 어법
(usage) 까지 가게 되면 어느 시점에 끝나는 게 아닌 그야말로
계속 배우고 익혀야 할 정보일 뿐이다.
3. English Grammar in Use (EGU)
기본 영문법은 책을 하나 가지고 정확하게 익히는 게 좋다. 먼저
기초 수준은 Edmond Murphy가 지은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나온 Grammar in Use 시리즈의 책들이 좋다.
군더더기 없이 공부할 것만 모아놓아서 할 것만 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을 것이다. 영국의 ESL 학교에서 많이 쓴다. English
Grammar in Use는 중급자 이상이 보는 것이고 Essential Grammar
in Use는 기초를 다룬다.
이 책은 이미 문법을 아는 이도 한 번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왼쪽에 한 유니트의 문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오고 오른쪽에서는 그것을 가지고 연습문제를 푼다.
홀로 하기에도 좋겠지만 스터디 그룹을 이루어서 속도전으로
해치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법의 기본을 다루기 때문에
적어도 문법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불안감을 걷어준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들도 한 번 빠르게 훑고 자신감을
찾게 되는 것을 보았다.
기타 영문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전문적인 저서는 생략하겠다.
먼저 보았으면 하는 순서로 소개한다.
4. Practical English Usage (PEU)
보통 문법책의 편집 형태인 품사 등의 큰 항목 아래에 배치하는
게 아닌 문법 아이템별로 그것도 알파벳순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명사 아래에 죽 있는게 아니라 학습자가
all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바로 알파벳 순서로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습자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문법 사항을 필요한 부분만 다시 참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PEU를 권하는 것은 문법은 한 번에 읽어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보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줄줄이 읽어봤자 한국말로 읽어도
비상한 집중력이 없으면 거의 잊어먹는 게 흔한 일이다. 결국
다시 찾아보는 게 편하다는 것이다. 이 다시 찾아보는 데 아주
편한 게 이 책이다.
Swan은 이 책을 쓰고 정통언어학자들로부터 '상업주의적인'
저술에 비판을 받고 대판 싸우기도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문법책들에 비하면 여전히 '정통'이다.
5. Collins COBUILD English Grammar (CCEG)
이 책은 'Referring to People and Things'처럼 문법 항목이
가지는 공통의 의미 주제를 정해 그 아래에 관련 문법 항목을
나열하는 식으로 배치했다.
이 문법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가지 문법 항목의 설명에 그
문법의 패턴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같은 문법 패턴의 단어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비슷한 패턴을
취하는 단어들을 통해 패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기억을 돕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연 학습자들이 이렇게
동일 패턴에 따라 나열된 많은 단어들을 '열람'하도록 함으로써
학습자들이 그 용법을 한 번에 기억하거나 그것에 익숙해지는 걸
기대하기가 쉽냐는 것이다. 결국 반복이 필요하다.
이러한 나열의 단점에 대한 비판은 인간이 어휘를 의미별로
기억하지 동일 문법 패턴으로 나열한 채 기억하지 않는다는 원론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인간은 알파벳순으로 배치된
사전의 순서는 검색 용도로만 사용하지 무슨 단어 뒤에 무슨
단어가 있다는 배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사전과 함께 의미 중심 사전인 thesaurus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같은 문법 패턴으로 배치한 보기상자의 단어들은 저자가 희망한
대로 문법 패턴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이게 의미
중심 기억이라는 인간의 언어 사용 패턴과 상치되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결점의 해결책은
보기상자에 나열된 단어들을 의미 단위로 다시 나누는 것이다.
CCEG는 인간의 언어 인식 구조를 존중하면서 큰 주제로 구분된
각 문법 항목들이 각 장마다 체계적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나씩 장기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은 문법을 문법의
주된 사용 목적에 따라 형성할 수 있는 과정이 된다.
문법 항목이 알파벳 순서로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뒤에 인덱스가
있기 때문에 알파벳 순서로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CCEG에 비해 PEU는 어떤 단어에 대한 어법이 생각이 나면
알파벳 순서를 따라 바로 본문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도 상대적
장점이다. 문법책은 참조형으로 보는 것이 기본이니까 PEU의
형식이 더 의미가 있다.
반대로 PEU에 비해서 CCEG는 어떤 문법 항목을 필요한 문법의
내용으로 찾을 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도 문법의 체계에
익숙한 이들에게만 쉬운 일이다. 가장 편한 방식은 역시 알파벳
순서이다.
최근에 나오는 thesaurus가 그 '복잡한' 의미 분류 체계 때문에
다시 'A-Z' 시스템을 넣거나 의미 단위와 복합적으로 구성한
것은 그 동안 인간의 생활 속의 인식 능력을 너무 높게 본
결과적 오류를 자인한 것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는 좋은
시스템도 분류 찾기 어려워서 못 찾겠다는데 수가 없다. 바로
그것을 간파한 Swan은 PEU를 알파벳순으로 단순화시킨 것이다.
고로 이 책은 장기적으로 읽을 사람에게 권한다.
6. The Oxford English Grammar (OEG)
이 책은 좋은 책이지만 선택은 알아서 하기 바란다. 즉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유는 그 책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넘쳐서이다.
OEG는 큰 항목으로 이루어진 각 장 아래에 작은 구체적인 문법
항목이 놓여 있다. 특징은 각 세부 문법 항목의 설명에 저자인
문법계의 권위자이고, 영문법의 '법전'인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CGEL) 와 A Grammar of
Contemporary English (GCE) 를 공저한 4인 중의 한 명인 Sidney
Greenbaum의 영문법에 대한 생각이 가득 들어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예문이 실제의 영어 사용 자료인 corpus에서
뽑아낸 것으로서 그에 바탕을 둔 설명을 Greenbaum이 제공하고
있는데 영문법의 대가가 주는 핵심을 찌르는 설명이 압권이다.
특히 문법 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문법 뉘앙스의 설명은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다. PEU나
CCEG도 그러한 설명을 간단하게 넣고 있지만 OEG의 이러한
특색은 독보적이다.
전공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현대 영문법의 권위이다.
7. A Practical English Grammar (PEG)
PEG는 상당히 전통 문법책 형식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상당히 오랫 동안 한 시대를 풍미한 책인데 명사,
동사처럼 큰 구분을 품사로 한 게 국내의 문법책의 양식과
비슷하다. 기존의 한국에서 나온 문법책의 형식을 도저히
벗어나지 못 하겠다는 양반들은 이 책을 보면 친근감을 느낄
것이다.
PEG는 품사 등으로 구분된 큰 분류 아래에서는 순서 번호가
연속으로 달려 있는데 인덱스와 연결된 기능일 뿐이다.
PEG는 편집 구조가 딱딱해서 놓고 죽 읽어대기에는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A Grammar of
Contemporary English (GCE) 보다는 훨 낫다. 하긴 GCE는
1972년에 나온 책이니.
내 생각에는 국내의 문법책들은 거의 일본책을 참고했겠지만
혹시 문법 원서를 참고했다면 (또는 베꼈다면) 60년대에 나온
PEG나 70년대에 선을 보인 GCE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GCE나
1985년에 출간된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 (CGEL) 는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PEG가 그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 앞의 GCE나 CGEL은 전문가들이나 참고할 수
있는 문법책들인데 그 내용이나 서술이 전문적이라 여러분들이 볼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다.
8. Index to Modern English (IME)
IME는 1964년에 출간된 책이고 그 내용을 보면 한국의 문법책
저자들이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책 중에 하나이다. 미국의
McGraw-Hill에서 나온 책인데 특색은 PEU처럼 본문의 문법
항목이 찾아보기 쉽게 알파벳순으로 편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도 이전에 볼 때는 참신하게 느껴졌는데 요즘 다시 보니까
역시 옛날 맛이 난다. 그렇지만 그 안에 든 내용은 역시 좋다.
가지고 있는 게 1987년판이라 최신판을 못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최신판 레이아웃은 영국산 문법책과 경쟁하기 위해 훨씬 산뜻한
형식으로 바뀌었을 것인데 아마존에서 IME를 검색하니 없다.
HK
1. 영문법, 한국인의 시시포스의 바위
영문법,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에게 참 애증이 어린 단어이다.
죽어라고 공부했다는데도 여전히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영문법이며, 배짱으로 안 해도 늘 걱정이 떠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영문법이다.
나는 영문법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한국인들의 영어학습에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중요한 영문법 서적과, 주요 학습서 등을
분석하며 그 장단점을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검증되지 않는
것에 대한 노력의 결과가 부정적 상승 효과를 일으켜 점점 더
많은 이들을 좌절의 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법
전문서나 학습서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 분야에 대해서 꾸준한
분석과 비판이 필요한 것이다.
2. usage vs. use
영문법 학습서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의
입장에서 항상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내가 Grammar in Use
(GIU) 를 비롯한 영문법 전문서나 학습서를 분석하거나 실제로
강의에 사용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법 내용의
배치나 설명, 편집은 잘 되어 있거나 신선하더라도 학습자들이
실제로 영문법 내용을 잘 소화하고 읽기와 듣기, 그리고
말하기와 쓰기로 연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특히 영문법을 학습한 후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항상
회의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3. 독학 대 공동학습
영문법을 배우는 사람은 두 가지 집단으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영문법 전문서를 통해 usage를 중점적으로 배우더라도
분석적이고 응용력이 있는 두뇌로 말하기와 쓰기를 자발적으로
이루어내는 이들이 있다. 둘째, 영문법 학습서를 통해서 강의를
통해 배우더라도 말하기와 쓰기 등의 생산적인 영어 능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첫째 집단은 극소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은 둘째 집단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이는 하늘이 그렇게 만든 것이니 특히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현실이니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러한
걸림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영문법 전문가들이나
ELT 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위에 구분한 두 집단 중 영문법 학습서를 통해 강사에게서
배우더라도 말하기와 쓰기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영문법
학습서 이외의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영문법
학습서 자체의 문제로 국한해서 언급하고 분석할 것이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영문법 학습서는 영문법만을
분리하는 usage 중심의 논리와 이성에 치우친 것이 많다. GIU
시리즈도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다분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론 GIU는 애초부터 그 영문법 지식 습득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만든 학습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주로 usage만을
나열하는 학습서는 초중급 학습자들에게는 영문법
전문서만큼이나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4. 말을 하는 영문법을 해야
초중급자들이 영문법 학습서로 '영문법만을' 배우는 시절도 이제
지나가야 한다. 아직도 그 이전 세대의 영문법 학습서들은 이런
식이 대세이지만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가 바야흐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학습서가 바람직할까? 영문법을
배우는 목적은 문법만을 배워서 머리 속에 담고 있으려고
배워서는 안 된다. 불행하게도 그렇게 되는 이들이 너무 많지만.
영문법은 궁극적으로는 이해한 것을 실생활에서 늘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영문법 학습서로는 사용하는 능력으로 이어지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 것이다. 문법 지식을 이해시키고 그것을
사용할 줄 알게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언어 습득 과정에
속한다. 학습자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말과 글로 스스로
생산해 내는 것은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영문법 학습서는 문법 지식만을
나열하는 게 아닌, 이해만으로 끝나지 않는, 오히려 영어로
생각하게 하고, 말을 시키고, 글로도 쓰게 만드는 그런 기능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습자가 영문법 학습서를 보면서
스스로 자신의 학습이 나가야 할 길을 계획하지 않아도
학습서만으로 말과 글의 사용 능력까지 체계적으로 일궈내 주는,
바로 그러한 학습서가 필요한 것이다.
5. Grammar Dimensions
그러한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나온 영문법 학습서가 Grammar
Dimensions (GD) 시리즈이다. GD는 영문법 지식만을 따로
분리한 채 학습하는 게 아니라 말을 하고 글을 쓰기 위한
영문법으로 세밀하게 조직된 흐름 속에 잘 통합되어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눈에 띄는 게 책의 여기저기에 보이는
의미 중심의 문법 배열이다. 사람이 회화를 하는 것은 의미
중심이다는 원리에 충실한 노력인 것이다.
GD는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GIU 시리즈가 3권인 것에 비하면
양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ssential Grammar in Use
(EGIU) 가 114 유닛, GIU가 136 유닛, Advanced Grammar in
Use가 120 유닛인데 비해 GD는 각 권마다 25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닛의 수가 GIU에 비해 적은 수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GD의 각 유닛마다 5개, 6개, 또는
7개 이상의 Focus라는 섹션이 있기 때문이다.
6. GD의 간결한 Explanation
GD는 각 Focus 아래에서 하나의 유닛에 연결된 문법 사항을
표로 보여 주거나 설명한다. 문법을 Example을 통해 보여 주고
Explanation를 통해 설명한다. 표로 두 항목이 연결된 채
수평으로 나뉘어 있어 보기에도 좋다. Explanation은 특히 그
내용을 간결하고 적확하게 기술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적지 않은 중요성을 지닌다. 영문법 학습서는 기본적으로
문법에 대한 설명과 지식을 보여 주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학습자들 입장에서는 문법 설명은 전체적으로 지치도록 넘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본 문법 설명은 매우 짧고 필수적인 말만
채워넣으려고 한 것은 아주 좋은 노력이다. 학습자들은 GD의
Example을 먼저 보고 Explanation을 수평으로 연결해 읽으면
이해하기에 쉬울 것이다.
7. 중점 영역 표시
GD의 책 표지에 'Form, Meaning, and Use'라는 부제가 있듯이
이 책은 영문법 지식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그에 발맞춰서 각 Focus 위에는 Form, Meaning,
Use 중에서 각 섹션이 강조하는 목표 능력을 표시하고 있다.
학습자는 그것을 보고 해당 Focus가 어떤 능력을 겨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8. 다양한 검증 학습문제
Focus마다 붙어 있는 Exercise는 파악한 문법 지식을 적절하게
검증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더 중요한 부분은 각 유닛의
마지막에 붙어 있는 Use Your English라는 부분이다. 여러
다양한 Activity를 통해서 speaking, writing, listening 등으로
영어의 능력을 확대하도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GD의 Focus,
Exercise, Activity를 모두 살펴 보면서 가진 느낌은 이 정해진
코스대로만 한다면 매우 정확한, 그리고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
영어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9. 같이 배우는 영문법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독습 교재가 아니다. 최소한으로
줄이면 Focus부터 Exercise까지는 대부분 독습도 가능하지만
Use Your English의 Activity 부분은 여러 사람이 같이 하게
만들어져 있다. GD의 Teacher's Edition을 들여다 보아도
이러한 의도는 분명하다. 교실에서 교사의 지도 아래 여러
학생이 함께 영어를 배우는 구도가 설정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점은 GIU도 마찬가지이다. 학생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영문법 학습서들은 혼자서는 학습할 수 없는 책이다.
Explanation이나 Exercise의 지시사항 또는 Acitivity의
지시사항은 모두 당연히 영어로만 쓰여 있다. 그래서, 이제 그
문법을 배우고 있다고 가정하는 학습자가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영문으로 된 지시어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게 영문법 학습서의 딜레마이고 또 Explanation이
되도록 간단하게 핵심 요점만 설명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planation을 모두 읽어 보았는데 핵심만 간단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결국 가르치는 이가 없으면 초급에서
하중급 학습자가 이러한 책을 스스로 독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 문법 독습은 쉽지 않다
영문법 학습서가 과연 표지에 쓰인 대로 self-study 용이냐 하는
것은 검증이 필요하다. GIU를 가지고 최근에 실제 강의를 통해
검증해 본 결과 혼자 학습한다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GIU도 문법 설명은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가르치는 이가 쉽게 설명하고 학생들이 이해하는 속도를 혼자
학습하는 경우가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도 문법의 form만을 분리했을 때 이야기이고,
meaning을 넘어서 use 능력까지 키우는 노력을 요구하는
영문법 학습서를 홀로 내내 독파하고 말과 글로 철저히 실습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긴 하다. 내가 GD를 처음
보았을 때 프로젝트 책임을 맡은 언어학자 Diane Larsen-
Freeman의 이름값을 하듯이 꼼꼼하게 배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상적인 목표와는 다르게 개인 독습자에게는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소리가 필요한 회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문법 학습서인지라 가르치는 사람을 배제한
학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1. 영문법, 한 단계 낮춰라
이러한 영문법 학습서들이 독습용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난 애초에 중급용인 GIU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초급용인 EGIU를 권했다. 그게 더 맞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습하려는 문법의 수준을 자기의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한 단계 낮추면 이해도 빠르고
부담도 적다. 즉 독습의 효과도 높아지는 것이다.
영문법 학습을 하면서 개인의 학습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자신이
속하는 레벨을 높이고 싶은 학습자의 허영도 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한 단계 낮추는 것이 실력과 문법 학습이 요구하는
실력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노력일 수 있다. 독습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이렇게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바이다.
12. 누가 가르칠 것인가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영어교사나 강사 중에는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많고, 네이티브 스피커 중에는 영어의 structure를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두 그룹의 교집합을 찾으면 그
수는 물론 아주 적다. GD에는 Teacher's Edition이 붙어 있지만
그 책을 봐야 GD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가르친다면 차라리
안 가르치는 게 낫다. 기본적으로 TE를 활용하는 것은 수업의
원활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미리 준비된 수업이어야
시간에 알맞게 철저한 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GD의 효과를 빛나게 만들 수 있는 핵심이다.
그러므로 강의를 하는 사람은 높은 영문법 지식을 갖추고
학생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어야 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수업 자체를 커뮤니케이션 위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Activity에서 요구하는 speaking은 많은 부분이 단체
활동이다. 학생들이 같이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것을 이끄는
역할을 가르치는 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니 문법 이해와 영어
능력은 당연한 조건이다.
GD는 독습을 한다고 할 때 한정적으로 이용하면 GIU 시리즈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혼자 학습하기는 곤란한 Use Your
English 부분을 빼면 말이다. Focus와 Exercise는 문법
면에서는 GIU 시리즈와 비슷하니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13. GIU는 한 권에 포괄적인 집중
GIU는 각 단계의 책이 올라갈수록 수준에 맞는 문법을 더 넓게
다루는 것에 비하면, GD는 말하기와 쓰기를 이루기 위한 문법
학습을 지향하기 때문에 GIU처럼 한 권으로 문법 전반을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GIU는 중급용 같은 경우는 136 유닛에 걸쳐 상당히
넓은 문법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문법을 (말하기와
쓰기로 실질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전반적으로
다뤄 보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GIU가 독습이나 강좌를 통해 한
권으로 끝내기 편한 시스템인 것이다.
14. GD는 연결과 흐름
그러나 GD는 쓰여진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 권으로
전반적인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1권부터 4권까지는
조금씩 중복되는 항목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문법 지식을 확장
심화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드는 전체적인 흐름
속에 있다. GD는 그러한 면에서 1권 ~ 4권 중에서 자기 수준에
맞는 것을 하나씩 선택해도 한 권 기준으로 독립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4권으로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요구하는 학습 내용도 높아지니 상대적으로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2권 수준이 이해하기 힘들고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면 1권으로 낮추는 식의 조절을 해야 한다.
GD는 1권부터 4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발전적 흐름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연결되도록 제작한 영문법 학습서이기 때문에
1권부터 4권까지 차례차례 강좌를 통해 이수한다면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하고 유창한 영어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15. 문법 학습서의 과정을 존중하라
항상 이게 문제이다. 책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 GIU를
강의하더라도 시간에 쫓기는 강의라면 단순하게 문법 지식만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여기서 영문법을 그렇게
공부하고도 회화를 못하는 수많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법 설명에 딸린 연습문제들은 모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문법의 이해를 강화하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설정한
장치인지라 반드시 학습 과정에 필요한 것들이다. 가르치는
사람만 되풀이하고 배우는 사람은 직접 해 보지는 않는 바로 그
부분에서 문법은 use로 연결되지 않는다. GIU에서도 드러난
문제이고 GD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교사가 책의 흐름을 존중하며 치밀하게 가르치고 학생들도
그렇게 하면 뛰어난 성과를 거둘 것이다. 책의 학습을 위한
조직과 흐름이 그렇게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존중하지 않으면
책의 일부분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효과를 미리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독습자가 GD의 Use Your English를 그대로 하지 않으면
(실제로 혼자서 하기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GIU를 학습하는
비슷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만족하게 된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학원 등에서 GIU 속성 강좌니 하면서
커리큘럼을 짜는 것은 GIU의 학습 효과를 반감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부족한 강의 시간에 쫓겨서 학생이 아닌
가르치는 이만 혼자 연습문제까지 다 푸는 상황이라면 그 또한
학습 효과가 반감된 당연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GD는 form, meaning, use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책의 포맷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예상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언어 학습의
기본을 존중한 책이다. 그만큼 언어학습은 기본을 무시하면 머지
않아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16. Grammar 3D의 보충
GD는 책에 있는 많은 텍스트 위주의 Exercise와 Activity를
보충하기 위해서 Grammar 3D라는 CD-ROM을 같이 제공한다.
총 500개의 Activity를 34개의 문법 항목에 걸쳐서 담고 있다.
CD-ROM도 설치가 필요하지 않고 넣으면 바로 실행되는
방식이라 쓰기에 편하다. 책으로만 하다가 심심하면 홀로 퀴즈
풀듯이 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풀이 화면 속의 설명어의 글자가 너무 작아
보인다. 텍스트의 따분함을 줄이기 위해 멀티미디어적인 요소를
동원한 것인데 이름은 3D이지만 글자 크기는 그에 못 미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텍스트를 벗어나서 멀티미디어 효과를 주는
CD-ROM을 만들어야 했던 바로 그 이유인데 아쉽게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17. 옥의 티
단점이 나와서 같이 말하지만 교재 4권을 죽 살펴 보는데 제목을
포함해서 간간이 오자가 보였다. 오자는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니 완벽하게 교정하는 게 좋다. 기껏 힘써서 좋은 책을
만들었는데 이런 어이 없는 오자가 보이면 본질은 아니더라도 그
연구와 노력의 빛이 바래지 않겠는가.
18. 의미 중심 배열
GIU의 문법 설명표의 특성 중 특이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modal을 설명하면서 의미 구분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form을 설명해도 meaning 중심으로 나누어서 use에 연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formal/informal의 차이도 보도록
만들었으니 이것은 매우 정교한 작업이다. 물론 잘한 것이다.
19. form의 불균형 섭취
단순한 form 지식만을 가진 이들의 양산으로 귀결된 과거의
영어학습, 특히 문법 학습의 적폐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에서 GD
같은 영문법 학습서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자주
강조되고 있는 언어 학습의 원리인 The Lexical Approach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언어를 배울 때 문법이라는 form의 요소
외에도 collocation 같은 어휘 결합의 문제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인데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문법을 의미의 영역으로 연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각 어휘에
담긴 의미와 많은 어휘 결합의 의미를 이해해야 가능하다.
문법은 어휘의 의미와 그 어휘의 문법적 기능 두 가지가
조화되어야 잘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인간이 언어를 기억하고
사용할 때 의미 중심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휘 결합이
문맥에 대해 가지는 중요도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문법 지식은 있는데 회화가 안 되고 영작문이 안 되는 상황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문법 지식을 갖게 되는 것과 그
문법 지식을 뇌를 통해 실제로 사용하고 발성기관으로 내 보내는
습관화는 다른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EFL 환경에서는 이렇게
문법 지식의 습득과 사용 능력이 별개로 분리되는 경우가
흔하다.
20. 말하기 중시
ELT 영영사전 중에서도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LDCE) 는 특히 구어영어에 중점을 둔
사전이다. GD도 말하는 것에 중점을 둔 영문법 학습서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영문법 학습교재들이 단순히 문법 자체를
깨우치게 하는 데 쏠려 있다면 실제로 말하게 하려는 시도에서는
GD가 독보적으로 보인다.
GD는 문법학자가 지원하고 ELT 전문가들이 저술한 학습서이다.
영문법 학습서이면서 말하기와 쓰기, 그리고 듣기까지 함께
통합한 교재이다. 분석을 하느라 교재 여기저기를 샅샅이 보고
나니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FL 학습자가 이 책을
사용하는 방식은 기본적인 표준 과정 외에도 자신의 수준에 따라
여러 선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21. 문법의 집중학습과 보충
GD는 이렇게 form --> use라는 설계도 위에 지어진 건물이다.
GD를 가지고 머리로만 아는 영문법이 아닌 실제로 사용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면, Practical English Usage
(PEU) 나 Collins COBUILD English Grammar (CCEG) 같은
문법서는 GD를 이용한 학습을 거친 후에도 여기저기서 종종
망실되고 다시 수선이 필요해진 문법 지식을 찾아서 수시로
자유롭게 보충하는 역할을 제공한다.
22. 말하도록 만드는 GD
가르치는 사람이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EFL 학습자들은
영문법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의 학습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시급하지 않고
우선순위가 뒤지는 문법 사항도 적지 않다. 영문법을 제대로 한
번만 익히면 그 다음부터는 말하고 글을 쓰는 실천만 하면 된다.
일반 EFL 학습자들이 이런저런 영문법 학습서를 뒤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기존의 방식대로 하는 문법 학습을 넘어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영문법 학습을 가능케 하는 길을 찾고 있다면
GD가 바로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과 사용을 결합한
영문법 학습서라는 말이다.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