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중 ‘샤콘’ (부소니 편곡)
샤콘은 변주곡의 한 형태를 뜻하는 말로 ’파사칼리아’와 혼용되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 춤곡에서 유래했으며 주로 저음에서 반복되는 음형이 특징이다. 바흐의 샤콘이 바이올린 한 대로 마치 건축물을 쌓듯이 여러 성부를 입체적으로 쌓아가며 때로는 오르간 음향을 흉내 내기도 하는 작품이라면, 부소니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은 수직적 화음을 음향적으로 더 두텁게 쌓아 ’건축물’의 규모를 키우고 오르간 효과 또한 강화하며 코랄의 경건함마저 담아내는 등으로 피아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곡이다.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스피아나토’(spianato)는 표면이 고르고 평평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는 말 그대로 느리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음악이며 ’녹턴’ 또는 자장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어지는 폴로네즈는 사냥 나팔을 연상시키는 힘찬 음형으로 시작해 편안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폴로네즈는 3박자 계열의 폴란드 춤곡으로 ’♪♬♪♪♪♪’꼴 리듬 패턴을 특징으로 한다.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 피아노를 위한 동양적 환상곡
밀리 발라키레프는 ’러시아 5인조’라 불리던 작곡가들의 맏형이었던 민족주의자였다. ’이슬라메이’는 본디 발라키레프가 캅카스 지방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게 들었던 민속음악이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이 음악에서 주요 음소재와 제목을 따와 자신의 곡을 썼다. 이 곡은 빠름-느림-빠름 세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느린 가운데 부분에서는 타타르 민속 선율이 사용되었다.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라벨: 밤의 가스파르
라벨은 알루아시위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 렘브란트와 카로 풍의 환상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밤의 가스파르’를 작곡했다. ’가스파르’란 페르시아어로 ’보물을 지키는 사람’을 뜻한다. 1악장의 ’옹딘’은 물의 요정을 뜻하는 ’운디네’의 프랑스식 표현으로, 옹딘은 가스파르를 유혹하며 자신의 남편이자 호수의 왕이 되라고 한다. 2악장 ’교수대’는 베르트랑의 시구 중 “그것은 지평선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석양으로 새빨갛게 물든 목 매달린 시체이다.”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듯한 곡이다. 3악장의 ’스카르보’는 장난꾸러기 요정을 뜻한다. 라벨은 요정의 변덕을 변화무쌍한 악센트와 고난도 연주기법 등으로 표현했고,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보다 더 어려운 곡을 쓰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스트: 노르마 회상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다. 그 중에는 오페라의 주요 대목을 따서 환상곡풍으로 재창작한 곡도 있는데, 리스트는 이런 작품에 회상(Réminiscences)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노르마 회상’이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재창작한 이 작품은 원작에 나오는 사랑과 배신, 갈등과 희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극적인 짜임새로 피아니스트에게 도전이 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