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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3일 화요일

바흐-부소니: 샤콘 /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 라벨: 밤의 가스파르 / 리스트: 노르마 회상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중 ‘샤콘’ (부소니 편곡)

샤콘은 변주곡의 한 형태를 뜻하는 말로 ’파사칼리아’와 혼용되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 춤곡에서 유래했으며 주로 저음에서 반복되는 음형이 특징이다. 바흐의 샤콘이 바이올린 한 대로 마치 건축물을 쌓듯이 여러 성부를 입체적으로 쌓아가며 때로는 오르간 음향을 흉내 내기도 하는 작품이라면, 부소니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은 수직적 화음을 음향적으로 더 두텁게 쌓아 ’건축물’의 규모를 키우고 오르간 효과 또한 강화하며 코랄의 경건함마저 담아내는 등으로 피아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곡이다.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스피아나토’(spianato)는 표면이 고르고 평평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는 말 그대로 느리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음악이며 ’녹턴’ 또는 자장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어지는 폴로네즈는 사냥 나팔을 연상시키는 힘찬 음형으로 시작해 편안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폴로네즈는 3박자 계열의 폴란드 춤곡으로 ’♪♬♪♪♪♪’꼴 리듬 패턴을 특징으로 한다.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 피아노를 위한 동양적 환상곡

밀리 발라키레프는 ’러시아 5인조’라 불리던 작곡가들의 맏형이었던 민족주의자였다. ’이슬라메이’는 본디 발라키레프가 캅카스 지방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게 들었던 민속음악이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이 음악에서 주요 음소재와 제목을 따와 자신의 곡을 썼다. 이 곡은 빠름-느림-빠름 세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느린 가운데 부분에서는 타타르 민속 선율이 사용되었다.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라벨: 밤의 가스파르

라벨은 알루아시위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 렘브란트와 카로 풍의 환상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밤의 가스파르’를 작곡했다. ’가스파르’란 페르시아어로 ’보물을 지키는 사람’을 뜻한다. 1악장의 ’옹딘’은 물의 요정을 뜻하는 ’운디네’의 프랑스식 표현으로, 옹딘은 가스파르를 유혹하며 자신의 남편이자 호수의 왕이 되라고 한다. 2악장 ’교수대’는 베르트랑의 시구 중 “그것은 지평선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석양으로 새빨갛게 물든 목 매달린 시체이다.”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듯한 곡이다. 3악장의 ’스카르보’는 장난꾸러기 요정을 뜻한다. 라벨은 요정의 변덕을 변화무쌍한 악센트와 고난도 연주기법 등으로 표현했고,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보다 더 어려운 곡을 쓰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스트: 노르마 회상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다. 그 중에는 오페라의 주요 대목을 따서 환상곡풍으로 재창작한 곡도 있는데, 리스트는 이런 작품에 회상(Réminiscences)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노르마 회상’이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재창작한 이 작품은 원작에 나오는 사랑과 배신, 갈등과 희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극적인 짜임새로 피아니스트에게 도전이 되는 곡이다.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임윤찬의 리스트 b단조 소나타 첫 음과 끝 음 드립

임윤찬이 기자 간담회에서 '리스트 b단조 소나타 첫 음과 끝 음' 드립을 시전했대서, 그게 뭔 소린가 하고 악보를 들여다 보고 문제의 인터뷰 영상도 찾아 봤더니...

질문: 리사이틀 프로그램 중 바흐 신포니아를 1번부터 15번까지 순서대로 연주하지 않고 특이한 순서로 연주하는 이유가 뭐냐.

답변: 그 순서는 글렌 굴드의 아이디어다. 글렌 굴드의 잘츠부르크 공연 실황을 들어보면, 마치 바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또는 리스트 b단조 소나타의 첫 음과 마지막 음을 듣는 기분이다. 그런 느낌을 한국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김원철의 생각: 

리스트 b단조 소나타는 G(솔)에서 시작해 B(시)로 끝납니다. 여기에 조성적 맥락을 더하면, 'g단조의 g'로 시작해서 소나타 형식의 '제1주제'에 해당하는 곳에서 b단조로 바뀌고, 이런 저런 중간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에는 'B장조의 B'로 끝나지요. 결국 단순한 음정 또는 조성관계만 따지자면, 처음과 끝은 장3도 관계입니다. 그러나 리스트 b단조 소나타라는 컨텍스트가 더해지면, 장3도라는 '처음과 끝'은 장대한 음악적 서사를 획득합니다.

바흐 신포니아는 원래 순서가 C장·단조로 시작해 으뜸음을 한 음씩 높여가는 방식, 즉 '도레미파솔라시' 순서입니다. 반면, 글렌 굴드는 3도 간격으로 조성을 배치했죠. 정확히 장3도 간격은 아니고, 때로는 그보다 반음 모자라거나(단3도) 반음 많거나(완전4도) 하네요. 신포니아 전곡을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글렌 굴드 방식이 좀 더 음악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리스트의 3도와 글렌 굴드의 3도가 대충 맞아떨어지기도 하지만, 임윤찬은 굴드식 조성 배치의 논리 구조에서 리스트 b단조 소나타와 견줄 만한 장대한 음악적 서사를 읽어냈던 모양입니다. 뭐 그렇게까지나… ㅎㅎㅎ

2015년 5월 17일 일요일

리스트 단테 소나타, 물 위를 걷는 파올라의 성 프란치스코, 노르마 회상, 스페인 랩소디 등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 해설입니다.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첫 번째 해 제4곡 '샘가에서'

리스트 《순례의 해》는 다양한 피아노곡을 '여행'이라는 주제로 묶은 '음악 여행기'입니다. 프랑스어로 된 원제 Années de pèlerinage는 괴테의 장편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프랑스어 초판 제목을 가져다 쓴 것이고, 따라서 문자 그대로 번역한 '순례의 해'보다는 '편력시대'가 제목으로 더 적절할는지 모릅니다.

《순례의 해》 중 첫 번째 해 '스위스'는 리스트가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 함께 스위스로 밀월여행을 떠났을 때를 추억하며 쓴 곡으로, 제4곡 '샘가에서'는 《나그네 앨범》이라는 피아노곡집에 실었던 곡을 재창작한 것입니다. 악보에는 실러가 쓴 시 「도망자」(Der Flüchtling) 중에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대목을 인용했습니다. "속삭이는 청량함 속에 / 젊은 자연이 / 놀이를 시작하니,"(In säuselnder Kühle / Beginnen die Spiele / Der jungen Natur,).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세 번째 해 제4곡 '에스테 저택의 분수'

에스테 저택 또는 '빌라 데스테'(Villa d'Este)는 이탈리아 티볼리에 있는 저택으로, 르네상스 양식으로 된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리스트는 악보에 요한복음 중 한 구절을 인용해 놓았습니다.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리스트: 《2개의 전설》 중 '물 위를 걷는 파올라의 성 프란치스코'

제1곡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제2곡 '물 위를 걷는 파올라의 성 프란치스코'로 되어 있는 《2개의 전설》은 자식을 잃는 등 괴로움을 겪으면서 종교에 경도된 리스트가 신부 서품을 받기 몇 해 전에 쓴 곡입니다. 뱃삯을 낼 수 없었던 파올라의 성 프란치스코가 겉옷을 벗어 물 위에 띄워 타고 물을 건넜다는 전설을 음악으로 담은 제2곡 '물 위를 걷는 파올라의 성 프란치스코'는, 찬가풍 선율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발밑으로 물살이 지나가는 듯한 음형이 맞물리고 조금씩 종교적 고양감을 키우며 음악적 스펙터클을 만들어 가는 짜임새가 압권인 작품입니다.

리스트: 《순례의 해》 중 두 번째 해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 환상곡'

'단테 소나타'라고도 부르는 이 곡은 단테의 『신곡』을 음악에 담은 작품으로 빅토르 위고의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악마의 음정'이라 하여 전통적으로 금기시되었던 증4도(또는 감5도) 음정과 파격적인 불협화음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지옥을 그리고, '지옥' 음형을 평화로운 느낌으로 변형해 대비시키는 짜임새로 20분 가까이 이어가며 오늘 공연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걸작입니다.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 중 실프의 춤 (리스트 편곡)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은 파우스트가 끝내 지옥으로 끌려간다는 점에서 괴테 『파우스트』와는 내용이 조금 다른 오페라입니다. '실프의 춤'은 메피스토펠레가 파우스트를 잠재운 뒤 꿈에 마르가리타, 그러니까 괴테 소설의 '그레트헨'을 보여주고, 그동안 공기의 요정인 실프가 파우스트 주위를 돌면서 우아하게 춤추는 대목입니다.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 중 '코끼리'에서 '실프' 음형을 더블베이스로 연주하게끔 패러디하기도 했지요.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 (리스트 편곡)

바그너는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영감을 받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작품 세계가 결정적으로 달라질 만큼 그 영향이 컸지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그것이 표면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바그너는 비극적인 사랑 얘기 속에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담아내고자 했는데, '사랑의 죽음'은 마지막 장면으로 바그너 자신은 이 장면을 "이졸데의 변용"(Isoldes Verklärung)이라 했습니다. 이졸데가 '열반'에 이르는 마지막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도치는 물결 속에, / 소리치는 울림 속에, / 세상 숨결 불어오는 / 우주 속에 / 빠져들어, / 가라앉아 / 나를 잊으리라 / 더없는 기쁨이여! (이졸데는 변용된 듯 브랑게네 품에서 트리스탄 몸 위로 부드럽게 쓰러진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본다. 마르케는 주검에 축복을 내린다. 막이 천천히 내린다.)

벨리니: 《노르마》 회상 (리스트 편곡)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지요. 그 중에는 오페라의 주요 대목을 따서 환상곡풍으로 재창작한 곡도 있는데, 리스트는 이런 작품에 회상(Réminiscences)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노르마》 회상이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으로,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극적인 짜임새로 피아니스트에게 도전이 되는 작품입니다. 벨리니 원작 오페라 《노르마》 줄거리를 여기서 설명하지는 않을게요. 사랑과 배신, 갈등과 희생이 리스트의 편곡에 잘 드러나니 음악을 들으면서 상상해 보세요!

리스트: 스페인 랩소디

이 곡은 17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면서 수많은 작곡가가 인용했던 '라 폴리아'(La Folia) 주제를 따온 변주곡입니다. 변주 중간에 스페인 민요풍 음형이 에피소드처럼 나오는 것이 독특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TV 드라마 《밀회》에서 이 곡이 매우 비중 있게 나온다지요. 집에 TV가 없는 저는 소문을 들은 것이 전부라 자세한 맥락은 모릅니다. 기회가 되면 언제 한번 보고 싶기는 하네요.


▲ '라 폴리아'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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