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은 1981년에 《광주여 영원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등 무겁고 격렬한 감정과 음악 외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잇달아 썼다. 같은 해에 작곡된 클라리넷 협주곡은 예외적인데, 윤이상은 이와 관련해 "작곡가에게 때로는 그런 정신상태도 필요하기 때문"이라 했다.
다만, 이 작품에서도 음악 외적인 요소를 찾을 수는 있다. 독주 클라리넷의 '몸짓'은 윤이상의 다른 작품에서 도(道)의 세계를 갈구하는 모습과 비슷하고, '미'(E) 음에서 시작해 '라'(A) 음으로 상승하려는 클라리넷의 움직임에서 그것이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동動-정靜-동動 세 부분으로 된 단악장 짜임새이며, 독주 클라리넷이 '라'에 근접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뒤에 내면으로 침잠하고, 다시 시도한 끝에 목표한 음에 이르는 과정이 그러한 짜임새와 맞아떨어진다. 명상적인 중간 부분에서는 독주 악기가 베이스클라리넷으로 바뀌었다가 세 번째 부분에서 다시 클라리넷으로 돌아온다.
세 번째 부분에서 독주 클라리넷이 마지막 '독백'에 이어 끝내 '라' 음에 이르는 모습은 통쾌하다. 클라리넷은 마지막 순간 '미' 음에서 빠른 음형으로 순식간에 세 옥타브를 솟구쳐 올라 '라'에 이르고, 짧게 숨을 들이켜면서 단6도 낮은 '도♯' 음으로 매우 여리게 다시 시작했다가 단숨에 '라'로 뛰어올라 어마어마한 크레셴도로 '승리'를 선언한다.
이 곡은 당대 최고의 클라리네티스트였던 에두아르트 브루너가 윤이상에게 개인적으로 위촉한 작품이다. 윤이상은 협연자가 극한의 기교를 자랑할 수 있도록 작곡했으며, 그래서 이 곡이 연주될 때마다 관객은 작품 자체보다 협연자의 테크닉에 먼저 환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