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6일 월요일

다케미쓰: 한 길 한 외로운 (A Way A Lone)

태어난 지역도 다르고 예술적 영역도 다르지만,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 작곡가 다케미쓰 도루 사이에는 의외로 부정할 수 없는 유사성이 있다. 두 사람 다 선형적으로 발전하는 관습적 틀 안에서 창작했으며, 이를테면 낱말이나 음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위에서 아래로 읽고,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되고 지각된다. 또한 조이스와 다케미쓰는 모두 그러한 선형성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창작했다. 조이스 소설은 삐딱하고 일그러진 서사 궤적과 시간적 연속성의 비틀림으로 유명하고, 다케미쓰 작품은 일본식 정원에서 눈이나 몸을 자유롭고 구불구불하게 이동하면서 세심하게 배열된 물건과 공간을 둘러보는 방식에 비교되곤 한다. 사실은 다케미쓰 스스로 조이스와의 유사성을 드러낸 바 있는데, 그의 몇몇 작품은 조이스의 수수께끼 같은 명작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에서 소재를 따왔거나 영감을 받았다.

'한 길 한 외로운'(A Way a Lone)이 그런 작품으로, 결성 10주년을 맞은 도쿄 현악사중주단의 위촉으로 1980년에 작곡되었다. 작곡가는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글귀 중 하나인 『피네간의 경야』 마지막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다. "열쇠. 주어버린 채! 한 길 한 외로운 한 마지막 한 사랑 받는 한 기다란 그"(김종건 옮김. 원문: The keys to. Given! A way a lone a last a loved a long the). 완결되지 않은 문장과 분절된 낱말들이 주는 아득하고 불안정한 느낌은 다케미쓰 현악사중주의 느슨하게 스러져가는 구조에 반영되어 있다. 어슬렁거리는 화성과 과장된 몸짓 사이에는 멈춤에 의한 공백과 계산된 얼룩이 있다. 독주 바이올린이 한순간 랩소디 풍 선율로 놀아나다가도 다음 순간 경악한 숨을 들이켜고, 초현실적으로 높은 하모닉스 음으로 둥둥 떠다니거나 글리산도와 포르타멘토로 흐느적거리며 멜로드라마처럼 너스레를 떤다. 대위법적 역량과 색채 감각이 역동적으로 혼합되어 각도가 다양한 선과 얽히고설킨 패턴과 상상을 벗어난 색채가 뒤섞인 현란한 텍스처로 나타난다. 조이스의 낱말들이 소용돌이쳐 흘러 순수한 음향적 오브제로 변하며 음악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다케미쓰의 음악 또한 그렇게 자연스럽게 펼쳐지며 초현실적인 대화로 변한다.

이 곡의 음악적 표면에서 『피네간의 경야』와의 일반적인 유사성을 읽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작곡가는 좀 더 기술적인 수준에서 조이스의 영향을 드러낸다. 음 소재 가운데 다수는 단2도 상행과 완전4도 도약으로 된 3음 음형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다케미쓰는 이것을 "SEA 음정"이라 부른다. 여기서 다케미쓰는 음악 외적인 것을 교묘하게 음표로 바꾼다: 독일식 음이름으로 E♭은 "Es" 또는 그냥 "S"로 표현되고, 다케미쓰의 E♭에서 반음 높은 음은 E이며 그보다 4도 높은 음은 A이다. 다케미쓰가 널리 사용한 3음 음형은 따라서 음이름으로 "SEA"가 된다.

글: 제레미 그림쇼
옮김: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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