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와 대척점을 이루는 작곡가로 흔히 바그너를 꼽습니다. 브람스가 논리와 이성의 세계에 속한다면 바그너는 신화와 마법의 세계에 속합니다. 말러는 처음에는 바그너 중력권에 있었다가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브람스적 요소를 받아들인 케이스죠. 베토벤은 이들 작곡가 모두를 잉태한 아버지(어머니)에 해당하고요. 사견입니다만, 그래서 저는 "베토벤의 적자"를 가리기 위한 '투쟁 구도'를 이렇게 봅니다. 베토벤의 정신을 계승한 것은 바그너, 베토벤의 형식을 계승한 것은 브람스, 바그너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브람스를 수용하여 진정한 계승 구도를 완성한 것이 말러. 베토벤이 고전주의를 완성하고 낭만주의로 가는 문을 열어젖힌 사람이라면, 말러는 낭만주의에서 20세기 음악으로 가는 다리가 된 사람입니다. 다소 무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조만간에 의견을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
wagnerian: 제 주장을 오해하실 분 있으실까 봐 굳이 덧붙입니다. 브람스가 이성과 논리의 세계에 속한 작곡가라는 말은 브람스의 음악이 머리로 듣는 음악이며 감성과는 담을 쌓은 작곡가라는 말과는 전혀 다릅니다. 브람스의 음악도 훌륭한 감성을 담고 있지요. 단지 그 감성의 이면에는 치밀한 논리가 받쳐주고 있는 겁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마스터베이션보다 잘 정제된 감성이 훨씬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그너류의 음악도 얼핏 보기에는 중구난방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치밀하게 다듬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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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6.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