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0일 월요일

개파(Durchbruch)

옛날에 고클래식에 썼던 글 퍼옴:
http://blog.goclassic.co.kr/wagnerian/1151372978

원래 아래 글에 이어지는 글이었음:
http://blog.goclassic.co.kr/wagnerian/1151252449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의외로 제대로 설명해놓은 곳을 찾기 힘드네요. "Durchbruch"는 영어로는 "breakthrough"인데, 우리말로는 개파(改破) 또는 파현(??)으로 번역됩니다. 원어나 영어는 쉬운 말인데 우리말 번역어는 어려운 한자어 조합이니 좋지 않군요.

김문경씨는 말러 교향곡 1번 1악장의 개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f 단조로 대변되는 지옥의 영역은 피날레에서 따온 부분으로 되어 있다. 피날레의 제1주제가 예시되고 음산한 분위기 사이로 트럼펫의 팡파르가 삽입된다. 불안한 크레센도가 막바지에 이를 때 갑자기 심벌의 광채와 함께 트럼펫이 팡파르 주제를 크게 외치며 D장조의 갑작스런 클라이맥스가 도래한다(악보 14. 350-353마디). 이 부분을 아도르노는 '개파(改破, Durchbruch)'란 특수 형식으로 설명하였다. '개파'란 말러의 음악 속에 나타나는 급전환을 의미하며 아도르노는 이 부분을 "앞서의 모든 교향적 울림과 그에 동반되는 음악적 고조상태와의 균형도 전혀 이루지 못하는 음의 폭발이 이루어져 마침내 장막을 찢어버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도르노에 의하면 개파는 '유토피아로의 이행'을 의미하며 이 '유토피아'는 성취될 수 없는 가상의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런데 아도르노의 이런 심오한 철학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보면 '개파' 부분은 '순간적인 영역 이동'과 '바그너적 효과'의 결합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개파' 부분은 지옥의 영역에서 유래한 '불길한 감7화음'에서 천국의 영역인 D장조의 '승리의 팡파르'로 잠시의 지체도 없이 바로 연결되고 있다. 베토벤은 환희로 나아가는데 있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예를 들어 교향곡 9번의 피날레에서의 저현의 레치타티보) 말러는 마치 축지법을 쓴 듯 영역을 자유로이 이동한다. 또한 심벌즈, 트라이앵글, 베이스 드럼의 갑옷으로 치장하여 등장하는 이 급전환은 브람스의 논리적 구축보다는 바그너의 효과와 초자연적 마법의 세계와 더 가깝다. 마치 <반지>에서 돈너가 망치로 내려치자 무지개 다리가 생기고 보탄이 창으로 내려치자 불꽃이 이는, 그런 종류를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김문경, 『구스타프 말러 - 방랑과 뿔피리』 서울: 관훈기획, 2004. pp.117-118.

저는 '개파'에서 ☞바그너적 효과를 얘기한 김문경씨의 설명이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음악사적으로 볼 때 ☞바그너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음악 내적인 부분을 좀 더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서 "순간적인 영역 이동"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먼 조성으로의) 전조
- 화성 진행 맥락의 단절적 변화
- 음정의 도약에 의한 모티프 변형
- 아고긱과 뒤나믹, 텍스처의 일탈적 변화
- 각종 타악기를 동반한 음색의 변화

도움이 되었기를.


spinozian: 'Durchbruch'는 중세 신비주의 수도사 마이스트 에크하르트의 중요한 개념이지요. 동양의 선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구요.06/06/27 16:49
덧글에 댓글 달기 

spinozian: 아도르노가 썼든 누가썼던, 그리고 음악에 적용한다고 해도 결국 철학적 의미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돌파'라고 옮기지요. 심플한 말이 이미 있는데 '개파'라고 옮기는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06/06/27 16:52
덧글에 댓글 달기 

wagnerian: 그렇군요. 앞으로는 '돌파'라고 해야겠습니다.06/06/28 14:13
덧글에 댓글 달기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