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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2일 금요일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예전에 썼던 글의 문체를 바꿔서 새로 쓰고 영문 번역을 추가함.


‹셰에라자드›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왕비 칭호를 가리키는 제목이다. 원작 『천일야화』는 페르시아어로 되어 있고, 아랍어로 번역된 판본을 프랑스 작가 앙투안 갈랑이 프랑스어로 옮겨서 유럽에 알려졌으며, 영국 작가 리처드 프랜시스 버튼이 옮긴 영어판이 가장 유명하다. 판본이 복잡한 만큼 표기법과 관련해 혼선이 생겨났다.

『천일야화』에 나오는, 페르시아 왕비를 부르는 이름은 본디 샤흐르자드(شهرزاد)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페르시아어 한글 표기법을 아직 정하지 않았고, 『천일야화』 관련 표기는 프랑스어를 기준으로 셰에라자드(Shéhérazade)를 권장한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러시아 작곡가이므로 러시아어 표기까지 참고하자면 셰헤레자다(Шехерезада)가 되고, 한국에서는 프랑스어를 국적불명으로 읽은 ’세헤라자데’도 흔히 쓰인다. 이 글에서는 곡 제목으로 국립국어원 기준을 따르되, 작중의 고유명사는 페르시아어를 기준으로 한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적 모음곡 ‹셰에라자드›는 『천일야화』의 특정 에피소드를 묘사한 음악이 아니다. 다만, 작곡가는 나중에 악장별로 다음과 같은 표제를 덧붙였다.

  1.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2. 칼란다르 왕자
  3. 왕자님과 공주님
  4. 바그다드의 축제. 바다. 청동 기병으로 둘러싸인 절벽에서 배가 난파함

작곡가가 자서전에 쓴 설명에 따르면, 1악장 처음에 나오는 짧고 묵직한 음형은 샤흐르야르, 다시 말해 왕을 뜻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나오는 바이올린 독주가 셰에라자드를 뜻한다. ‘셰에라자드’ 음형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조금씩 달라진 모습으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뒤이어서 첼로가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하기 시작하고 비올라가 때때로 거든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 ‘파도’를 닮았다. 바이올린이 그 위에서 ’샤흐르야르’ 음형을 살짝 고친 ‘바다’ 음형을 연주한다. 이 작품에서 샤흐르야르의 사나운 성격은 거친 바다의 이미지와 겹친다. 바다는 때로 거칠고, 때로 잔잔하다.

2악장 ‘칼란다르 왕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에라자드는 더욱 화려하고, 어찌 들으면 요염하다. ’칼란다르’는 본디 종교지도자에게 붙이는 칭호인데, 작곡가가 2악장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칼란다르도 신드바드처럼 배를 타고 있는 듯하며, 햇볕 따사로운 나른한 오후에 갑판에서 무언가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나는 모습이 떠오른다.

3악장 ‘왕자님과 공주님’은 달콤한 사랑 노래다. ’셰에라자드’ 바이올린 독주는 이제까지와 달리 음악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등장하고, 펼침화음으로 마치 협주곡의 카덴차처럼 화려한 음형을 연주한 끝에 오케스트라의 사랑 노래를 이끈다. 마치 ‘왕자님과 공주님’은 다름 아닌 ’샤흐르야르와 셰에라자드’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셰에라자드’를 달리 쓰면 ’샤흐르자드’라 했다. ’샤흐르야르와 샤흐르자드’는 ’아사달과 아사녀’ 또는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사랑 노래가 어울리는 한 쌍이다.

4악장에서는 살타렐로(Saltarello), 타란텔라(tarantella) 등 빠른 춤곡 리듬으로 마구 달리는 가운데 앞선 악장에서 나온 음형들이 이 리듬과 엇갈리고 뒤섞인다. 살타렐로와 타란텔라는 자주 혼용될 만큼 비슷한 춤곡 양식인데, 둘 다 이탈리아 춤곡인 것이 공교롭다. 생각해 보면 아라비아 사람들이 춤추고 놀 때 듣는 전통음악이 무엇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신나는 축제 분위기는 ‘바다’ 음형을 만나고 배가 난파하면서 파국을 맞는다. 바다가 잔잔해지면 ‘셰에라자드’(바이올린)와 ‘서툴게 다정해진 샤흐르야르’(첼로 및 더블베이스)가 여운을 주는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이 끝난다.

N. Rimsky-Korsakov: Scheherazade

‹Scheherazade› is the title referring to the queen in ‹One Thousand and One Nights›. The original work is in Persian, and its Arabic translation was translated into French by Antoine Galland, gaining popularity in Europe. The English version, translated by Sir Richard Francis Burton, is the most renowned. The intricacies of various editions led to confusion regarding notation and related aspects.

A Persian queen, as in ‹One Thousand and One Nights›, is Šahrazād (شهرزاد). The National Institute of the Korean Language, which has not yet established a standard for the Korean transliteration of Persian, recommends using “Shéhérazade” based on the French version. Considering Rimsky-Korsakov, the Russian composer, the Russian transliteration becomes Shekherezada (Шехерезада). In Korea, sometimes the French version is mistakenly transliterated so that it sounds like Sɛhɛrazadɛ.

Rimsky-Korsakov’s symphonic suite ‹Scheherazade› does not depict a specific episode from ‹One Thousand and One Nights›. However, the composer later added the following titles to each movement:

  1. The Sea and Sinbad’s Ship
  2. The Story of the Kalendar Prince
  3. The Young Prince and the Young Princess
  4. Festival at Baghdad. The Sea. The Ship Breaks against a Cliff Surmounted by a Bronze Horseman

According to the composer’s description in his autobiography, the short and robust musical motif that appears at the beginning of the first movement represents Shahryar (Šahryâr), in other words, the king. The violin solo that immediately follows represents Scheherazade. The musical motif of ‘Scheherazade’ continues to appear throughout, subtly changing between the ‘stories.’

Subsequently, the cellos persistently begin to repeat the same musical motif, while the violas occasionally join in. The undulating sensation resembles the likeness of ‘waves.’ Meanwhile, the violins play the ‘sea’ motif, a subtle alteration of the ‘Shahryar’ motif, atop this undulating background. In this composition, the fierce nature of Shahryar overlaps with the imagery of the tumultuous sea. The sea is at times rough and at times calm.

In the second movement, Scheherazade narrating ‘The Story of the Kalendar Prince’ becomes even more dazzling and, in a way, enchanting. ‘Kalandar’ is originally a title given to religious leaders in Persia, but it’s unclear what story the composer incorporated into this movement. However, like Sinbad, Kalandar seems to be on a ship, and something exciting seems to be happening on the deck on a warm and languid afternoon.

The third movement, ‘The Young Prince and the Princess,’ is a sweet love song. Unlike before, the ‘Scheherazade’ violin solo emerges after a considerable flow of music, playing a flamboyant musical motif akin to the cadenza of a concerto, leading up to the orchestra’s love melody. The music suggests that ‘The Young Prince and the Princess’ are none other than Shahryar and Scheherazade. ‘Shahryar and Scheherazade’ could be alternatively literated as ‘Šahryâr and Šahrazād.’ This linguistic resemblance is reminiscent of lovers in Korean legends or folk tales, such as ‘Asadal and Asanyeo’ or ‘Gapdoli and Gapsuni.’

In the fourth movement, very fast dance rhythms of Saltarello and Tarantella propel forward, with the previously introduced musical motifs from the preceding movements intertwining and blending amidst the rapid dance beats. Saltarello and Tarantella are often interchangeably used terms, given their similar rhythmic patterns. What is intriguing is that both are traditional Italian dances. It’s ironic that it might not be immediately evident to many of us what traditional music the Arabs would dance to.

The festive atmosphere takes a turn for the worse as it encounters the ‘sea’ motif, coinciding with the shipwreck. As the sea calms down, the music concludes with a dialogue between Scheherazade (violin) and Shahryar (cello and double bass), who has awkwardly softened to Scheherazade, providing a lingering imagery.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작품 설명: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팸플릿과 웹매거진에 실은 글입니다.

☞ 원문 링크 : http://g-phil.kr/?p=1507

▶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은 서곡이 가장 유명하지요. 이 글에서는 음악에 관해 자세히 얘기하기보다 줄거리를 알려드릴 테니 상상하면서 들어 보세요.

레오노라는 잉카 제국 왕족인 돈 알바로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레오노라의 아버지인 칼라트라바 후작이 그것을 반대합니다. 레오노라는 망설인 끝에 알바로를 따라 몰래 도망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칼라트라바 후작이 칼을 들고 막아서고, 알바로는 총기 오발로 후작을 죽이게 됩니다. 두 사람은 따로 갈라져 도망칩니다.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가 두 사람을 추적합니다. 레오노라는 알바로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먼 친척인 수도원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수도원 근처에 있는 작은 동굴에서 홀로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기를 바랍니다. 카를로가 전쟁터에서 알바로를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 알아보지 못한 채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알바로는 부상을 당해 후송됩니다. 알바로는 카를로에게 비밀 상자를 건네며 열지 말고 태워 달라 부탁하지만, 카를로는 상자를 열어 알바로의 정체를 알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알바로가 완쾌된 뒤 카를로가 결투를 신청했다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알바로는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고 수도사가 되어 '라파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카를로는 알바로를 찾아내고 결투를 벌인 끝에 중상을 입습니다. 카를로는 죽기 전 종부성사를 간청하고, 알바로는 가까운 동굴에 사는 수녀를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레오노라를 만납니다. 카를로는 레오노라를 칼로 찌른 뒤 죽고, 레오노라는 카를로를 용서한 뒤 죽습니다. 수도원장이 달려와 세 사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판본에 따라 알바로가 자살하기도 합니다.)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딱히 표제가 없는 작품이므로, 음악 외적인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에 조금 딱딱하더라도 악곡의 짜임새를 설명하겠습니다. 이른바 '소나타 형식'에 관해서는 많이들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설명할게요.

소나타 형식은 크게 보아 제시부―발전부―재현부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시부는 제1 주제, 그와 대비되는 제2 주제, 그리고 경과구 따위로 이루어져 있고, 발전부는 제시부 주제가 자유롭게 '발전'하는 곳입니다. 재현부는 제시부를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 되새기는 곳이고요. 때로는 앞뒤로 서주(intro)와 종결부(Coda)가 덧붙을 수도 있습니다. 소나타 형식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라지만, 여기서 복잡한 얘기는 더 하지 않겠습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지요. 제1 주제는 길고 어둡고 화려하지만 으스스한 바이올린 독주가 이끌고, 오케스트라는 때로 거드는 식입니다. 목가적인 제2 주제는 첼로와 바순으로 시작하고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선율을 받아 뒤따릅니다. 그리고 독주 바이올린이 제2 주제를 애달프게 울부짖는 느낌으로 고쳐 연주합니다. 오케스트라가 다시금 선율을 이끄는 대목은 '작은 종결부'(codetta), 또는 관점에 따라 제3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 1악장 제2주제

▲ 1악장 제2주제의 변형(독주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협연자가 홀로 화려하게 연주하는 대목을 카덴차(cadenza)라고 하지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제1 주제에서 제2 주제로 넘어가기 직전에 카덴차를 닮은 빠르고 화려한 음형이 나오고, 1악장 발전부가 통째로 카덴차를 대신합니다.

발전부가 끝나면, 제시부가 변형된 재현부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짧은 종결구(Coda)와 함께 1악장이 끝납니다.

짜임새가 복잡한 것은 1악장까지입니다. 2악장은 A-B-C 세 도막으로 되어 있지만, 이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음악을 들으면서 저마다 슬픈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서럽게 울부짖는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쓰라린 마음을 그러모았다가 쓸쓸한 선율 속에 떠내려 보내세요.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3악장은 A-B-A'-B'-종결구 꼴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음형으로 쉼 없이 달리는 짜임새입니다. 듣기 좋은 선율과 다채로운 음색, 북유럽의 자연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공기, 그 공기를 뚫고 쏟아지는 밝은 햇빛처럼 화려한 독주 바이올린이 멋진 악장입니다. 협연자가 기교를 마음껏 뽐내는 모습이 더욱 멋지지요.

▶ 세헤라자데, 셰에라자드, 샤흐르자드

《세헤라자데》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왕비 칭호를 가리키는 제목입니다. 원작 『천일야화』는 페르시아어이고, 프랑스 작가 앙투안 갈랑이 프랑스어로 옮겨서 유럽에 알려졌으며, 영국 작가 리처드 프랜시스 버튼이 옮긴 영어판이 가장 유명합니다. 판본이 복잡한 만큼 표기법도 복잡해요.

『천일야화』에 나오는, 페르시아 왕비를 부르는 이름은 본디 샤흐르자드(شهرزاد‎)입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페르시아어 한글 표기법을 아직 정하지 않았고, 『천일야화』 관련 표기는 프랑스어를 기준으로 할 것을 권장합니다. 그래서 셰에라자드(Shéhérazade)가 되지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러시아 작곡가이므로 러시아어 표기까지 참고하자면 셰헤레자다(Шехерезада)가 됩니다.

그러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헤라자데'라 쓰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이름은 페르시아어를 기준으로 쓸게요. 이를테면 왕은 '샤흐르야르'입니다. 또 《세헤라자데》 악장마다 붙은 표제에도 페르시아어를 바탕으로 '신드바드'와 '칼란다르' 등으로 썼습니다.

▶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적 모음곡 《세헤라자데》는 각 악장이 『천일야화』의 특정 에피소드를 묘사한 곡은 아닙니다. 다만, 작곡가가 나중에 다음과 같은 표제를 덧붙였다고 하지요.

1.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2. 칼란다르 왕자

3. 왕자님과 공주님

4. 바그다드의 축제. 바다. 청동 기병으로 둘러싸인 절벽에서 배가 난파함

작곡가가 자서전에 쓴 설명에 따르면, 《세헤라자데》 1악장 처음에 나오는 짧고 묵직한 음형은 샤흐르야르, 그러니까 왕을 뜻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나오는 바이올린 독주가 '세헤라자데'를 뜻하지요. '세헤라자데' 음형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조금씩 달라진 모습으로 계속 나오니까 잘 기억해 두세요.

뒤이어서 첼로가 같은 음형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하기 시작합니다. 비올라가 때때로 거듭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 '파도'를 닮았지요. 바이올린이 그 위에서 '샤흐르야르' 음형을 살짝 고친 '바다' 음형을 연주합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샤흐르야르의 사나운 성격은 거친 바다의 이미지와 겹치지요. 바다는 때로 거칠고, 때로 잔잔합니다.

2악장 '칼란다르 왕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헤라자데는 더 화려하고, 어찌 들으면 요염합니다. '칼란다르'는 종교지도자에게 붙이는 칭호인데, 2악장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칼란다르도 신드바드처럼 배를 타고 있는 듯해요. 햇볕 따사로운 나른한 오후에 갑판에서 무언가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나는 모습이 떠오르거든요.

3악장 '왕자님과 공주님'은 달콤한 사랑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와 달리 음악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세헤라자데' 바이올린 독주가 나옵니다. 펼침화음으로 마치 협주곡의 카덴차처럼 화려한 음형을 연주하더니 오케스트라의 사랑 노래를 이끌어 버리지요. 마치 '왕자님과 공주님'은 다름 아닌 '샤흐르야르와 세헤라자데'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세헤라자데'를 달리 쓰면 '샤흐르자드'라 했지요. '샤흐르야르와 샤흐르자드'는 '아사달과 아사녀' 또는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사랑 노래가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4악장에서는 살타렐로(Saltarello), 타란텔라(tarantella) 등 빠른 춤곡 리듬으로 마구 달리는 가운데 앞선 악장에서 나온 음형들이 이 리듬과 엇갈리고 뒤섞입니다. 살타렐로와 타란텔라는 거의 비슷하므로 이 글에서 머리 아프게 차이를 설명하지는 않을게요. 둘 다 이탈리아 춤곡 양식이라는 대목이 얄궂은데요, 생각해 보면 아라비아 사람들이 춤추고 놀 때 무슨 음악을 듣는지 머릿속에 얼른 떠오르나요? 설마 '뚫흙 뚫흙 뚫 따다다?'

신 나는 축제 분위기는 '바다' 음형을 만나고 배가 난파하면서 파국을 맞습니다. 바다가 잔잔해지면 '세헤라자데'(바이올린)와 '서툴게 다정해진 샤흐르야르'(첼로 및 더블베이스)가 여운을 주는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이 끝납니다.

세헤라자데는 어떤 사람일까요? 무서운 임금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여장부? 임금님을 유혹하는 요녀? 마음 깊은 곳 상처를 달래는 어머니? 경기필 정하나 악장님이 바이올린으로 들려주는 세헤라자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세요!

※ 티켓 예매 바로가기 :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3004033

2009년 9월 3일 목요일

2009.01.16.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 라르스 포크트 / 정명훈 / 서울시향

2009년 1월 16일(금)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자 : 정명훈
협연자 : Lars Vogt (Pf)

Debussy, "Pelleas et Melisande" Concert Suite (arranged by Erich Leinsdorf)
Mozart,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 467
Rimsky-Korsakov, Symphonic Suite "Scheherazade" Op. 35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프랑스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음악처럼 들리곤 한다.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커서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보지만 이내 음반을 중고 장터에 내놓고, 그 음반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신세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기 일쑤다. 그래서 이날 연주된 것과 같은 관현악 발췌곡도 나왔으나 드뷔시다운 어른어른하고 어슴푸레한 소리는 그대로이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음향이 묘하게 그와 어울리는 데가 있었다. 반쯤 잠에 빠진 듯 흐리멍덩한 느낌이 그럴싸했으며, 어찌 보면 지휘자가 원성 자자한 연주회장에서 장점을 이끌어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저음 현 긁는 소리가 좀 더 살아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어렵지 싶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무려 라르스 포크트가 협연을 맡아도 세종 대극장 음향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듯했으나 맑고도 그윽한 소리를 이끌어내는 해석이 그럴싸하기도 했다. 더욱이 2악장에서 페달을 많이 쓰면서도 소리가 뭉치지 않게 잘 다듬은 대목이 매우 훌륭했다.

드뷔시모차르트에서 연주회장에 순응하는 연주를 들었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에서는 때때로 연주회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소리가 들려와 놀라웠다. 세종 대극장에서는 여간해서는 소리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아서 프레이징 따위를 머리로만 듣게 될 때가 잦은데 이날 참으로 오랜만에 화끈한 느낌을 받았다. 정명훈의 해석은 음반으로도 나와 있는 바스티유 오페라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정명훈보다는 수석 연주자들이 독주 때 보여준 개인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악장 데니스 김이 들려준 독주는 '셰에라자드'라는 인물이 살아 숨 쉬는 듯해서 매우 인상 깊었다. 셰에라자드는 어떤 사람일까? 무서운 임금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여장부? 임금님을 유혹하는 요녀? 마음 깊은 곳 상처를 달래는 어머니? 데니스 김이 그려낸 셰에라자드는 곳곳에서 두려움을 내비치지만 때로는 허세를 부릴 줄도 아는 순진하고도 용감한 소녀 같았다.

첫 독주는 요염함과 두려움과 허세가 넉넉한 루바토와 에스프레시보로 알맞게 버무려진 연주였고, 마디 94에서는 첫 음과 이어지는 셋잇단음 사이를 포르타토치고는 매우 뚜렷이 나누어 연주해서 마치 선생님 앞에서 두 손 모아 열심히 노래하는 듯했다. 3악장 마디 145에 나오는 스타카토 분산화음은 이야기 속 왕자와 공주를 셰에라자드 부부에 빗대어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때 데니스 김은 A 음을 늘이고 나머지는 장식음처럼 휘리릭 재빨리 다루어 마치 마음속에 감춘 두려움이 드러나는 듯했으며, 그래서 이어지는 칸타빌레 선율은 더욱 애달팠다. 4악장 마디 29에서는 힘주어 연주하라는 지시를 매우 잘 살려 어느 때보다 활을 거칠게 썼다. 이때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매우 여리게 연주하게 되어 있으나 정명훈은 음반에서 했던 것처럼 매우 세게 연주해서 '짠!' 효과를 내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마디 641에서는 마치 자장가처럼 매우 여리게 속삭이듯 했다.

목관악기 연주자들도 독주 때마다 눈부신 연주를 뽐냈으며, 그 가운데 오보에 수석 이미성이 가장 돋보였다. 글쓴이가 보기에 이미성은 악보에 있는 지시를 아주 작은 곳까지 꼼꼼하게 지키는 남다른 솜씨를 가졌으나 '모범생 연주'를 넘어서는 '끼'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단점 또한 안고 있다. 그런데 이날 드디어 벽을 넘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 몹시 반가웠으며, 그 때문에 옛날부터 글쓴이 마음을 사로잡은 클라리넷 수석 채재일보다도 더 인상 깊었다. 정명훈은 연주가 끝나고 악장에 이어 두 번째로 이미성을 일으켜 세웠다.

글쓴이가 가장 추겨 세우고 싶은 연주자는 트럼펫 수석 가레스 플라워스(Gareth Flowers)이다. 이 곡에서 트럼펫은 목관악기처럼 눈에 확 띄는 솔로 악구는 없으나 티 안 나게 하는 고생이 만만치 않으며, 그러면서도 작은 실수로도 곧잘 연주를 망쳐버릴 수 있어서 호른 못지않게 까다롭다. 이날 때때로 살짝 불안한 대목이 없지는 않았고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일으켜 세웠을 때 금방 도로 앉아버린 일에 미루어 보면 연주자 자신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듣기에는 매우 야무진 연주였으며, 더욱이 4악장에서 빠른 음형이 계속 나오는 곳에서는 깜짝 놀랄 만큼 훌륭했다. 나는 정명훈이 아찔한 템포로 마구 달릴 때에도 트럼펫이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바짝 따라오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이럴 수가! 이런 연주자가 있으면 베토벤 교향곡 7번을 해줘야 한다. 마침 올 10월 정기연주회 때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모양이니 기대가 된다.

호른과 트롬본 또한 다부진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1악장 시작을 비롯해 여러 차례 나오는 부점 리듬을 날카롭게 다스린 대목이 매우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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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9.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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