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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3일 목요일

2009.01.22. 브루크너 교향곡 7번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 알렉산다르 마자르 / 정명훈 / 서울시향

2009년 1월 22일(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 정명훈
협연자 : Aleksandar Madzar (Pf)

Mozart, Piano Concerto No.27 in B flat, K.595
Bruckner, Symphony No. 7 in E (Ed. Nowak)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한 서울시향은 유럽 악단 수준에 조금씩 다가가는 요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으며 무엇보다 금관악기가 깔끔한 연주를 해주어 반가웠다. 편성은 현악기를 크게 늘여 여섯 짝씩이었고 콘트라베이스도 열두 대를 썼다. 관악기는 호른과 트럼펫을 하나씩 더블링한 것을 빼면 악보 지시를 따랐다.

트럼펫이 가장 인상깊었으며 트럼펫 수석 가레스 플라워스가 이날도 돋보였다. 음량이 튀지 않고 다른 악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선율선과 부점리듬을 깔끔하게 살려주었다. 3악장 처음에 나오는 독주는 음반을 들으면서도 마음에 안 들 때가 잦아 이날 연주를 귀담아들었는데, 플라워스는 악센트를 또렷이 살리면서도 그 때문에 소리가 뚝뚝 끊어지는 일 없이 딱 알맞은 논레가토를 들려주었다.

바그너튜바는 우리나라에 전문 연주자가 없어서 제대로 된 연주를 듣기가 여간 어렵지 않으며, 이 때문에 음색을 희생해 바그너튜바 대신 호른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은 웬일인가 싶을 만큼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잘해서 놀랐다. 옥에 티를 하나 말하자면 2악장 클라이맥스를 지나 마디 184에서 테너 바그너튜바 둘 가운데 하나가 티 나게 비브라토를 썼다. 이곳은 바그너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애달픈 마음을 나타낸 곳이라 비브라토는 '장송곡' 분위기와 맞지 않았으며 '오르간 소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탄탄하게 중심을 잡아준 호른 또한 매우 훌륭했다. 1악장 마디 114부터 트롬본 및 튜바와 함께 부점 리듬을 주고받는 대목에서도 아귀가 딱딱 맞았고, 국내 악단이라면 반드시 실수를 하는 마디 163 호른 합주에서도 어택이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았으나 제법 깔끔하게 잘했다. 2악장 마디 190부터 f에서 fff로 가파르게 커졌다가 마지막 울부짖음이 pp로 재빨리 사그라진 대목에서는 브루크너가 목놓아 우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했으며, 호른 네 대를 쓰면서도 한 악기처럼 잘 맞았다.

트롬본 또한 큰 소리를 내는 곳에서도 사납게 으르렁거리지 않고 화음을 살려 깊은 울림을 내주었으며, 국내 악단이 마치 관행처럼 얼렁뚱땅 넘어가곤 하는 부점리듬도 잘 살렸다. 4악장에서 트롬본, 호른, 바그너튜바, 콘트라베이스튜바가 유니슨으로 나오는 마디 267에서는 세 겹 부점 리듬이 몹시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대충 2분음표로 연주해도 그다지 티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날 어떻게 하는지 조금은 짓궂은 마음으로 귀담아들었더니 트롬본은 나무랄 데 없었고, 호른과 바그너튜바는 아리송하고, 콘트라베이스튜바는 트롬본에 슬쩍 묻어가더라. 그래도 주선율은 트롬본에 있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썩 좋았다.

이날 주인공은 금관악기였으나 목관악기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2악장 클라이맥스와 장송곡에 이어 나오는 플루트 독주가 마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듯 너무나 애달팠으며, 말러 교향곡 10번 5악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작지만 안타까운 실수도 있었는데, 1악장 제2주제 전위형이 나오는 마디 185에서 저음 현이 갑자기 치고 나오도록 지휘자가 첼로 쪽으로 예비박을 세게 주었더니 플루트 연주자가 잘못 알아듣고 마지막에 얼버무리는 바람에 느닷없이 울음이 터지는 듯한 효과가 멋질 뻔하다 말았다.

정명훈은 3, 4악장 템포를 조금 빠르게 잡아 전체적으로 밝고 희망찬 브루크너를 연출했으며 4악장에서 템포를 자연스럽게 조였다 풀었다 하는 대목이 돋보였다. 1악장 마디 391부터 팀파니를 앞세운 크레셴도도 멋졌고 이어지는 코다에서 크레셴도와 아첼레란도를 같이 쓴 대목도 제법 그럴싸했다. 4악장 코다에서는 '처음 빠르기로'와 호른에 붙은 '경건하게'라는 나타냄말이 서로 어울리지 못할까 봐 귀담아들었더니 정명훈은 템포를 살짝 늦추었다가 조금씩 조이며 고양감을 높이는 솜씨를 보여주었다.

1악장 스트레토(마디 233)에서는 금관이 너무 나서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춘 대목은 참 좋았으나 그 때문에 '마르텔라토'가 죽어버려 안타까웠다. 현이 테누토 지시를 너무 곧이곧대로 지킨 탓이다. 이 테누토는 마르텔라토를 살리느라 소리가 너무 딱딱 끊어지면 안 된다는 뜻일 뿐 금관 텍스처와 따로 놀라는 뜻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울시향은 현이 레가토에 가깝게 연주하면서 금관과 나란히 음악을 이끌어버려 앙상블이 훌륭했는데도 어정쩡한 스트레토가 되고 말았다.

2악장 처음에는 저음 현이 바그너튜바 소리를 묻어버려 아쉬웠고 처음부터 음량이 너무 커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마디 4에서는 메조포르테가 아니라 포르티시모에 가까웠다. 바이올린 여섯잇단음 오스티나토가 나오는 마디 157부터 긴장감을 쌓아가는 대목이 훌륭했으며 클라이맥스에서도 총주를 뚫고 나오는 바이올린 소리가 매우 멋있었다. 다만, 마디 169와 마디 171 넷째 박 포르타토는 너무 레가토에 가까워서 조금 어색했다.

3악장 마디 52에서는 c단조로 넘어가기에 앞서 스타카티시모 음형이 치고 나오는 대목이 멋지다. 그러나 독일6화음을 살려야 제맛이 나므로 트롬본 등이 너무 큰 소리를 내면 좋지 않은데, 서울시향 금관은 이곳에서 딱 알맞은 소리를 내었으나 현이 좀 더 튀어나오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

알렉산다르 마자르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맑고 부드럽고 달콤한 모차르트였으며 들을수록 마냥 행복해지는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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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9.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9.01.16.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 라르스 포크트 / 정명훈 / 서울시향

2009년 1월 16일(금)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자 : 정명훈
협연자 : Lars Vogt (Pf)

Debussy, "Pelleas et Melisande" Concert Suite (arranged by Erich Leinsdorf)
Mozart,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 467
Rimsky-Korsakov, Symphonic Suite "Scheherazade" Op. 35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프랑스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음악처럼 들리곤 한다.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커서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보지만 이내 음반을 중고 장터에 내놓고, 그 음반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신세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기 일쑤다. 그래서 이날 연주된 것과 같은 관현악 발췌곡도 나왔으나 드뷔시다운 어른어른하고 어슴푸레한 소리는 그대로이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음향이 묘하게 그와 어울리는 데가 있었다. 반쯤 잠에 빠진 듯 흐리멍덩한 느낌이 그럴싸했으며, 어찌 보면 지휘자가 원성 자자한 연주회장에서 장점을 이끌어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저음 현 긁는 소리가 좀 더 살아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어렵지 싶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무려 라르스 포크트가 협연을 맡아도 세종 대극장 음향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듯했으나 맑고도 그윽한 소리를 이끌어내는 해석이 그럴싸하기도 했다. 더욱이 2악장에서 페달을 많이 쓰면서도 소리가 뭉치지 않게 잘 다듬은 대목이 매우 훌륭했다.

드뷔시모차르트에서 연주회장에 순응하는 연주를 들었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에서는 때때로 연주회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소리가 들려와 놀라웠다. 세종 대극장에서는 여간해서는 소리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아서 프레이징 따위를 머리로만 듣게 될 때가 잦은데 이날 참으로 오랜만에 화끈한 느낌을 받았다. 정명훈의 해석은 음반으로도 나와 있는 바스티유 오페라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정명훈보다는 수석 연주자들이 독주 때 보여준 개인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악장 데니스 김이 들려준 독주는 '셰에라자드'라는 인물이 살아 숨 쉬는 듯해서 매우 인상 깊었다. 셰에라자드는 어떤 사람일까? 무서운 임금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여장부? 임금님을 유혹하는 요녀? 마음 깊은 곳 상처를 달래는 어머니? 데니스 김이 그려낸 셰에라자드는 곳곳에서 두려움을 내비치지만 때로는 허세를 부릴 줄도 아는 순진하고도 용감한 소녀 같았다.

첫 독주는 요염함과 두려움과 허세가 넉넉한 루바토와 에스프레시보로 알맞게 버무려진 연주였고, 마디 94에서는 첫 음과 이어지는 셋잇단음 사이를 포르타토치고는 매우 뚜렷이 나누어 연주해서 마치 선생님 앞에서 두 손 모아 열심히 노래하는 듯했다. 3악장 마디 145에 나오는 스타카토 분산화음은 이야기 속 왕자와 공주를 셰에라자드 부부에 빗대어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때 데니스 김은 A 음을 늘이고 나머지는 장식음처럼 휘리릭 재빨리 다루어 마치 마음속에 감춘 두려움이 드러나는 듯했으며, 그래서 이어지는 칸타빌레 선율은 더욱 애달팠다. 4악장 마디 29에서는 힘주어 연주하라는 지시를 매우 잘 살려 어느 때보다 활을 거칠게 썼다. 이때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매우 여리게 연주하게 되어 있으나 정명훈은 음반에서 했던 것처럼 매우 세게 연주해서 '짠!' 효과를 내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마디 641에서는 마치 자장가처럼 매우 여리게 속삭이듯 했다.

목관악기 연주자들도 독주 때마다 눈부신 연주를 뽐냈으며, 그 가운데 오보에 수석 이미성이 가장 돋보였다. 글쓴이가 보기에 이미성은 악보에 있는 지시를 아주 작은 곳까지 꼼꼼하게 지키는 남다른 솜씨를 가졌으나 '모범생 연주'를 넘어서는 '끼'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단점 또한 안고 있다. 그런데 이날 드디어 벽을 넘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 몹시 반가웠으며, 그 때문에 옛날부터 글쓴이 마음을 사로잡은 클라리넷 수석 채재일보다도 더 인상 깊었다. 정명훈은 연주가 끝나고 악장에 이어 두 번째로 이미성을 일으켜 세웠다.

글쓴이가 가장 추겨 세우고 싶은 연주자는 트럼펫 수석 가레스 플라워스(Gareth Flowers)이다. 이 곡에서 트럼펫은 목관악기처럼 눈에 확 띄는 솔로 악구는 없으나 티 안 나게 하는 고생이 만만치 않으며, 그러면서도 작은 실수로도 곧잘 연주를 망쳐버릴 수 있어서 호른 못지않게 까다롭다. 이날 때때로 살짝 불안한 대목이 없지는 않았고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일으켜 세웠을 때 금방 도로 앉아버린 일에 미루어 보면 연주자 자신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듣기에는 매우 야무진 연주였으며, 더욱이 4악장에서 빠른 음형이 계속 나오는 곳에서는 깜짝 놀랄 만큼 훌륭했다. 나는 정명훈이 아찔한 템포로 마구 달릴 때에도 트럼펫이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바짝 따라오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이럴 수가! 이런 연주자가 있으면 베토벤 교향곡 7번을 해줘야 한다. 마침 올 10월 정기연주회 때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모양이니 기대가 된다.

호른과 트롬본 또한 다부진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1악장 시작을 비롯해 여러 차례 나오는 부점 리듬을 날카롭게 다스린 대목이 매우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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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9.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9월 1일 화요일

2008.11.06. 모차르트 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 / 말러 교향곡 4번 - 정명훈 / 서울시향

2008년 11월 6일(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 정명훈
협연자 : Kate Royal(소프라노), 서은진(메조소프라노), 김종호(테너), 정록기(바리톤)
서울모테트합창단 (합창지도 : 박치용)

Mozart, Vesperae solennes de Confessore, K. 339
Mahler, Symphony No. 4 in G



요즘은 역사주의 바람이 현대 악기 연주에도 영향을 끼쳐서 베토벤 이전 작품을 연주할 때 악기 수를 줄이고 연주법에도 기름기를 빼는 게 대세다. 정명훈의 모차르트 <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 해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시향은 투명하고 산뜻한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템포는 빨랐다. 독창자들이 만들어낸 앙상블에서도 기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안정된 화음이 나무랄 데 없었다. 소프라노 케이트 로열이 들려준 '라우다테 도미눔'은 이날 연주회장에 소문난 고음악 마니아들이 말러 마니아 못지않게 눈에 띈 까닭을 알 수 있게 했으며, 마디 63에서 F 음으로 시작하는 멜리스마(melisma)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합창도 훌륭했으며 연주가 끝나고 정명훈이 합창지휘자 박치용을 무대로 이끌고 나와 인사하게 하는 모습이 보기 흐뭇했다.

말러 교향곡 4번은 실내악을 닮은 짜임새가 돋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 안에 우주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 악기 하나하나가 독주 악기처럼 제 목소리를 내면서도 그것이 모여 대립하고 상생하며 함께(sym) 울리는(phony) 것이 말러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교향곡 4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것을 소리로 풀어내는 일이 지휘자에게나 오케스트라에나 쉽지 않은 일인데 이번 연주회에서는 정명훈의 중용적인 해석과 서울시향의 뛰어난 앙상블이 만나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1악장에서 목관 악기가 아기자기한 음형을 주고받는 마디 58에서 앙상블이 특히 좋았고 호른도 큰 실수 없이 잘했다. 마디 224에 나오는 이른바 '작은 나팔소리'를 연주한 트럼펫이 매우 멋있었는데 누군가 했더니 시향 트럼펫 수석 Gareth Flowers더라. 코다로 넘어가기 바로 앞선 마디 330 이후 현악기가 내는 여리고 투명한 소리가 매우 아름다웠으며 폭이 매우 큰 아첼레란도를 거쳐 마지막 총주로 이어질 때도 훌륭했다. '천상의 삶' 주제가 나타나는 마디 125에서는 악보대로 플루트 네 대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지 조금은 짓궂은 마음으로 따져 봤는데 악보대로 했을 뿐 아니라 마치 악기가 하나인 것처럼 잘 맞았다. 클라리넷 또한 나팔을 위로 들어 올리라는 지시를 꼼꼼히 지켰다. 재현부에서 '천상의 삶' 주제가 나오는 마디 251에서 심벌즈 소리가 너무 커서 트라이앵글 소리가 묻혀버린 일은 조금 아쉬웠다.

2악장에서는 솔로 바이올린을 온음 높게 조율하여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게 재미있으며 이때 마디 7 등에서 F# 음을 개방현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이날 악장을 맡은 데니스 김은 F# 음을 개방현으로 연주하지 않고 오히려 메사디보체(messa di voce)로 부드럽게 연주했는데, 말러가 일부러 듣기 싫으라고 비틀어놓은 음표를 억지로 듣기 좋게 만든 꼴이라 갸우뚱했다. 마디 78에 나오는 오보에 선율은 4악장에 나오는 '아이들은 천국의 음악가라네! (Cäcilia mit ihren) Verwandten sind treffliche Hofmusikanten!' 선율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서 성악과 오보에 느낌 모두를 살리려면 레가토와 스타카토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이날 연주는 나무랄 데 없었다. 마디 102와 마디 246 등에서는 콘트라베이스가 리듬을 좀 더 뚜렷하게 살렸으면 싶었다. 특히 마디 274에는 '또렷하게 deutlich!'라는 지시어까지 붙어 있지만 이날 연주는 굼뜨게 들렸다.

3악장은 셈여림 기호가 pppp까지 여려지는 마디 338에서 투명한 현 소리가 매우 아름다웠으며 몹시 느린 템포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마디 73-75에서는 ppp에서 ff로 가파르게 치솟는 크레셴도가 제법 훌륭했으나 마디 75로 넘어갈 때 글리산도를 좀 더 또렷하게 살렸으면 싶었고 마지막 E 음에서 활을 살짝 끊어 연주한 점은 옥에 티였다. 이른바 '천국의 문'이 열리기 바로 앞선 마디 303부터 매우 여린 소리로 마치 문을 두드리듯 또는 종을 치듯 하는 부분도 제법 멋졌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두터운 화음으로 균형잡힌 소리를 내면 때때로 합창 소리를 닮은 신비로운 음향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그렇다. 이날 연주에서는 '합창 소리'가 들릴락말락 해서 조금은 아쉬웠고 비올라와 첼로 소리가 아주 조금만 더 컸으면 싶었다.

4악장에서 소프라노 케이트 로열은 음색이 살짝 어둡고 '흐' 하는 헛바람 소리가 섞여 나와서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목소리에 나타나는 표정이 매우 풍부한 점은 마음에 쏙 들었다. 4절에서 여리고 부드럽게 부르는 이른바 소토보체(sotto voce)가 썩 훌륭했으나 그 가운데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만물이 깨어 기쁨으로 가득하네. Dass Alles für Freuden erwacht."(마디 169)에서는 소리가 살짝 커져서 아쉬웠다. 말러는 pp 표시를 해놓고는 괄호를 씌워놓았는데, 낮은 음역까지 소화하는 가수가 매우 여리게 부르기에는 너무 높은 음이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연주가 조용히 끝나고 여운을 살리는 '침묵 악장' 또한 훌륭했다. 잔향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도 지휘자는 20초 가까이 지휘봉을 내리지 않았고 관객 또한 그 '지시'를 매우 잘 지켰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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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8.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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