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15번 F장조, K. 533/494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네 개의 피아노 소나타는 그가 35세 나이로 요절하기 3~4년 전에 남긴 걸작들이다. 이 작품들은 앞서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대위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소나타 15번 F장조의 1악장과 2악장이 그렇다.
1악장에서는 일견 평범한 주제로 시작해서 특히 발전부에서 음악적 긴장을 늘려가는 짜임새라면, 2악장에서는 느리고 서정적인 선율로 조금씩 감정의 진폭을 늘려간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파울 바두라스코다는 특히 발전부가 끝날 즈음 불협화 계류음(suspension)이 주도하는 파격적인 화성 진행이 19세기 음악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며 오늘날 우리에게도 놀라움을 준다며 시대를 앞서간 음악 어법을 극찬한다. 3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되어 있고, 밝은 분위기로 앞선 악장과 대비된다.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 545
소나타 16번 C장조에 관해 모차르트는 “초보자를 위한 작은 피아노 소나타”라고 불렀다. 소나타 15번과 18번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통틀어 기술적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라면, 소나타 16번은 그 반대로 가장 쉬운 작품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어린이들이 흔히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너무나 유명한 까닭에 전문 연주자가 무대에 올리는 일은 오히려 드물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쉬운 것이 아름답게 연주하기 쉽다는 뜻은 아니며, 단순한 짜임새 속에 담긴 놀라운 감정의 깊이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피아노 소나타 17번 B♭장조, K. 570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가 보통 활기차게 시작하는 것과 달리, 소나타 17번은 느긋한 템포로 부드럽게 시작한다. 제1주제를 조금 변형해 제2주제로 재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발전부에서는 원조성인 B♭장조와 멀리 떨어진 D♭장조로 옮겨 극적 효과를 준다.
론도 형식으로 된 2악장은 거룩한 음악에 곧잘 쓰이는 E♭장조로 되어 있으며, 파울 바두라스코다는 이 악장이 “지상의 속박에서 벗어난 듯하다”라고도 했다. 모차르트는 웃음 속에 슬픔을 감추는 음악을 곧잘 썼는데, 여기서는 억지웃음 대신 명상적 숭고함으로 슬픔을 견디는 듯한 느낌이다.
3악장은 론도 형식이되 에피소드 위주인 것이 독특하다. 마치 시계가 째깍거리는 듯한 음형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분위기를 이어간다.
피아노 소나타 18번 D장조, K. 576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이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세도막 형식, 3악장은 론도-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고, 단순한 음 소재로 시작한 것과 달리 대위법적으로 꽤 복잡해서 소나타 15번 F장조와 더불어 기술적 난도가 가장 높은 곡으로 꼽힌다.
곡을 시작하는 주제가 사냥 나팔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사냥 소나타’ 또는 ’트럼펫 소나타’라고도 한다. 모차르트 작품 가운데 가장 밝은 곡 가운데 하나로, 일부 단조 영역을 제외하면 음악에 그늘이 없다시피 한 것이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