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30일 수요일

새로운 전통의 아이콘 이자람을 만나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매거진 『Grand Wing』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Q. 2012년 통영국제음악제 이후, 2년 만에 통영에서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우선 간단한 인사말씀 부탁해요.

A. 안녕하세요, 저는 판소리를 공부하는 이자람입니다. 2012년 통영국제음악제 때 짧게 만나 뵙고 이번에 2년 만이네요. 통영이 가진, 소박하면서도 넓은 아름다움을 다시 만날 생각 하니 참 설렙니다.

Q. ‘예솔아~’ 라는 노래로 제일 처음 이름을 알리셨는데, 가수가 아닌 국악을 하는 소리꾼이 되셨어요?

A. 가수라는 뜻이 ‘노래를 하는 사람’ 이라는 것에 따르면 저는 여전히 무엇이든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무대 위에서 어떠한 사람으로 존재하는가에 많이 고민을 하며 지내왔습니다. 저는 운 좋게 판소리를 만나 공부해오고 있고, 판소리라는 장르는 어떠한 모습일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떠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있네요. ‘국악을 하는 소리꾼’이라는 말로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을 다 담기에는 무언가 아쉬워 첨언이 길었습니다.

Q. 문학작품을 극과 노래로 재창작하는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업하실 때 주로 어떤 점이 가장 어렵고 또 무엇을 주로 고민하시나요?

A. 여태까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과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판소리로 작업한 〈사천가〉와 〈억척가〉, 그리고 소설가 주요섭의 단편소설 〈추물〉과 〈살인〉을 〈판소리단편선1_주요섭〉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문학작품을 재창작하는 작업만은 아니었습니다. 브레히트의 작품들은 문학작품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희곡이며 많은 공연자들이 무대화하는 작품이니까요. 아무튼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났을 때 그것을 판소리라는 양식에 이리저리 담아보는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위의 작품 네 개 모두 저의 무엇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이었고 그래서 서사자가 있는 판소리라는 양식에 그 이야기를 담아 관객에게 건네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언제나 어려운 부분은, 판소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힘 - 제가 판소리에 탄복하게 되는 판소리만의 표현방법들 - 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제가 만난 이야기와 판소리가 가장 알맞게 만날 수 있도록 탐구하는 것입니다. ‘보여 지는 것’과 ‘해내야 한다 생각되는 것’들이 제 눈을 가리는 순간에 그것을 뿌리치고 다시 눈을 뜨고 작업을 해야 하는 시간이 제겐 가장 어렵습니다.

Q. 현대 한국어로 음악을 쓸 때, ‘딕션’(diction; 노래할 때 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딕션에 관해 따로 고민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게는 훌륭한 명창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신 판소리 어법들이 있고, 그것에 따라 ‘어단성장’(語短聲長; 노래할 때 낱말은 빨리 붙이고 소리는 길게 내라는 판소리 용어 ―편집자 주)에 유념하며 단어와 말들의 올바른 발음법을 찾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것이 창작하거나 공연할 때 자연스레 발현될 뿐, 따로 딕션을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

Q. 이번 통영 공연에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 중 ‘대통령 각하와 즐거운 여행을(가제)’이란 단편을 초연하시는데, 특별히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공연에 관한 간단한 설명 부탁합니다.

A. 마르케스의 단편소설 ‘Bon Voyage, Mr.President’ 역시 저를 건드리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읽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사이에서 저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은 직관이나 본능에 좀 더 가까운 첫 만남이자 선택이고, 이렇게 이야기를 찾아낸 이후 여태까지 박지혜 드라마터그(dramaturg; 연출가에게 작품 해석과 관련한 학술적 근거를 제시하고 극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는 전 과정에 참여하며 연출가에게 조언하는 전문 컨설턴트. ‘드라마터지’ 또는 ‘드라마투르그’라고도 한다 ― 편집자 주)와 저는 ‘이 소설이 나의 가슴을 울린 지점’을 좀 더 명확하게 찾아내고 논의하는 시간을 지난하게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지점을 잘 찾아내어 작품화한다면, 제가 느꼈던 아름다운 감동이, 관객에게도 전해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계속 찾아내야겠지요.

전직 대통령과 그 나라 민족이었던 두 외국인 노동자가 제네바에서 만나며 서로를 오해하고 그 오해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작고 깊은 이야기입니다. 판소리라는 장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판소리꾼인 저와 만나게 될지 저도 아직은 정말 궁금한 상태입니다.

Q. 요즘 판소리 외에도 뮤지컬 가수, 밴드의 보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작업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하신가요?

A. 모든 작업들이 제게 배움을 주고 그 배움 안에서 즐겁습니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뮤지컬 작업을 지켜보며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 록음악을 하는 밴드의 일원으로서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 전통판소리를 배우고 무대에 서는 것, 판소리의 현대적 모습에 대한 고민으로 작가로서 작창가로서 또한 소리꾼으로서 작업하는 것 등. 이 모든 활동이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며 배움으로 남습니다. 그러한 유기적 배움을 제가 자각하는 순간, 제가 참 행복하게 살고 있다 느끼며 감사할 따름입니다.

Q.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고 계시는데,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지 살짝 알려주세요.

A.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써는 지금 하고 있는 《이방인의 노래》(Bon voyage, Mr.President!) 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만이 궁금하고, 기대되고, 그만큼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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