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 하차투리안은 아르메니아계 러시아 작곡가로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먀스콥스키 등과 함께 20세기 러시아에서 당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손꼽혔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태어난 하차투리안은 아르메니아 민속 음악 어법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냄으로써 동양적인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차투리안 음악이 ’동양적’이라는 말은 동아시아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아우르는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은 때로 서아시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하차투리안은 사실 서아시아적인 작곡가라 할 수 있으며, 테트라코드(4음음계)를 기반으로 하는 선법 체계, 선율의 짧은 상승과 비교적 긴 하강, 당김음(싱코페이션)과 부점 리듬, 연속적인 박자 변화 등이 아르메니아 민속 음악의 특징으로 꼽힌다.
하차투리안 플루트 협주곡은 20세기의 전설적인 플루티스트 장피에르 랑팔이 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을 편곡함으로써 탄생했다. 처음에 랑팔은 하차투리안에게 플루트 협주곡을 요청했다가 작곡가의 제안으로 원곡을 직접 편곡하게 되었는데,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관현악 부분을 그대로 둔 채로 솔로 바이올린 음형을 플루트에 맞게 고쳤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3악장은 세도막 성격의 론도 형식으로 되어 있고, 2악장은 애수 띤 선율이 눈물과 통곡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투르기’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작품 전체로는 플루트(바이올린) 협연자의 명인기와 더불어 서아시아적 선율과 리듬, 현대적인 관현악법에서 오는 음향적 스펙터클 등이 또 다른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