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라토리아 델 아르테(Trattoria dell' Arte)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입니다. 요즘 맛집으로 제법 입소문이 나고 있지요.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이곳에서 재즈 공연이 열립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때 처음 시도했던 것인데, '재즈 나이트'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바로 어제가 첫 번째였습니다.
피아노 조윤성, 드럼 마누엘 바이얀드, 베이스 라이언 맥길리커디, 그리고 특별 손님으로 보컬 '써니 킴' 김윤선.
공연이 시작되고 저는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신기한 광경을 봤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양발로 페달을 밟는데, 왼발로 '우나 코르다'(Una Corda) 페달을 빠른 비트에 맞춰서 쿵쿵 밟아대는 게 아닙니까!
'우나 코르다'라는 말은 '현 하나'라는 뜻입니다. 초기 피아노에는 건반 하나에 물리는 현이 두 줄이었는데, 둘 가운데 하나만 소리가 나게끔 하는 페달이 우나 코르다 페달이지요. 현대 피아노에는 줄이 셋씩 있어서, 우나 코르다 페달을 밟으면 셋 가운데 둘이 소리를 냅니다.
그러니까 우나 코르다 페달은 음색과 음량에 조금 변화를 주는 장치인데, 이걸 이렇게 쿵쿵 밟아대는 이유가 도대체 뭐였을까요? 재즈 연주자들은 다들 이렇게 하는 걸까, 왜 귀로 듣기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까, 아 나는 막귀였던 것인가… 제 딴에는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또 발견했습니다. 그거, 그냥 발 구르는 거였습니다. 어허허허…;;
발 구르다가 우나 코르다 페달을 살짝 밟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그냥 발 구르는 거… 진짜는 오른쪽으로 밟는 일반적인 서스테인 페달(sustain pedal)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연주는 매우 훌륭했어요. ^^
그런데 가수가 있으니까 어째 주인공이 뒤바뀐 듯하더라고요.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주인공이었는데… '써니 킴'이라는 가수가 노래를 끝내주게 잘해서 더욱 그랬습니다.
써니킴은 음역대가 낮은 가수였는데, 무겁고 깊은 목소리가 아닌 부드럽고 포근하고, 살짝 어둡지만 담백하게 가벼운 목소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온몸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면서 관객을 휘어잡는 목소리가 아니라,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목소리.
제가 재즈 쪽으로는 과문한 탓인지, 이런 멋진 가수를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프로필이 심상치 않더니 과연! 저는 써니킴한테 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