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월요일

해설: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보로딘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 등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http://g-phil.kr/?p=978


보로딘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은 지난해 3월 24일 의왕시 서울소년원에서 있었던 구자범 지휘자 취임 후 첫 음악회에서 연주했던 곡입니다. 오페라 《이고르 공》은 외국에 잡혀 온 임금님 이야기입니다. 이고르 공이 이끄는 러시아 군대가 튀르크계 민족인 폴로베츠인과 전쟁을 하는데, 이고르 공이 크게 지고 포로로 사로잡히고 말아요. 그런데 폴로베츠의 '칸'은 이고르 공이 적장인데도 손님 대접을 하고 잔치를 열어서 위로해 주지요. ‘폴로베츠인의 춤’은 이때 나오는 음악입니다. 화려한 춤이 멋진 장면이고, 음악도 그만큼 화려합니다.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는 지난해 6월 24~25일 수원과 고양에서 있었던 정기공연 때 연주한 곡입니다. 이날 경기필은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와 더불어 '로마 3부작'을 국내 최초로 한자리에서 연주했지요. 《로마의 소나무》는 로마 시대 모습을 담은 곡으로, 소나무의 '눈'으로 바라본 로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4개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요, 레스피기는 각 악장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① 보르게제 저택의 소나무 (I pini di Villa Borghese) : 보르게제 저택에 있는 소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뛰논다. 둥글게 돌면서 춤추고, 병정놀이하며 행진하고, 싸우고, 저녁 제비처럼 흥분해 소리치고, 떼 지어 돌아다닌다.

② 카타콤 부근의 소나무 (Pini presso una catacomba) : 소나무 그림자가 카타콤 입구에 드리운다. 깊은 곳에서 시편을 노래하는 구슬픈 소리가 솟아올라 장엄한 찬가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조금씩 신비롭게 사그라진다.

③ 쟈니콜로의 소나무 (I pini del Gianicolo) : 공기가 떨린다. 쟈니콜로에 소나무가 보름달 밝은 빛을 받고 서 있다. 나이팅게일이 노래한다.

④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 (I pini della Via Appia) : 어스름한 동틀 무렵 아피아 가도. 소나무 한 그루가 마법의 풍경을 지켜본다. 어렴풋하고 끊임없는 발소리. 시인인 소나무는 지나간 영광의 환상을 본다. 트럼펫 소리가 들리고, 새로 뜬 태양의 눈부심 속에서 집정관의 군대가 나타나 '신성한 길'(Via Sacra)을 따라 신전으로 개선행진을 한다.

바그너 《파르지팔》 1막 간주곡과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올해 5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정기공연 때 연주한 곡입니다. 《파르지팔》과 《로엔그린》은 성배 수호 기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파르지팔》은 주인공 파르지팔이 성창(롱기누스의 창)을 찾아 나서면서 깨달음을 얻는 내용입니다. "자비심으로 깨달으리라, 순수한 바보여"라는 계시와 더불어 깨달음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 담긴 작품이지요. 이번에 경기필이 연주할 1막 간주곡은 파르지팔과 성배 기사 구르네만츠가 성배 의식에 참석하고자 몬살바트 성으로 이동하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며, '장면전환 음악'이라고도 합니다. "이곳에서 시간은 공간으로 변한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대사에 이어지는 신비로운 음악이지요.

《로엔그린》은 《파르지팔》 이후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로엔그린은 파르지팔의 뒤를 이어 성배 수호 기사들을 이끌게 되는데,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은 로엔그린이 몬살바트 성을 떠나 활동하는 이야기입니다. 로엔그린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엘자'를 대신에 결투에 나섰다가 엘자와 결혼하지요. 3막 전주곡은 결혼식 장면을 이끄는 화려한 음악입니다.

말러 교향곡 3번은 올해 3월 17일 수원에서 있었던 정기공연 때 연주한 곡입니다. 말러는 교향곡 3번에 세계를 담고자 했고, 바위(1악장), 꽃(2악장), 동물(3악장), 사람(4악장), 천사(5악장), 사랑(6악장)의 관점에서 보는 세계를 에피소드처럼 들려주는 짜임새로 작품을 썼습니다. 이번에 경기필이 연주할 6악장에는 '사랑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는데, 고통으로 가득한 세계를 사랑의 관점에서 보는 음악입니다. 6악장이 말러가 보고 싶어한 세계이고, 사랑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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