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일 목요일

드뷔시: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1915) - 윤이상의 관점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북에 사용할 글입니다.


윤이상은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끼친 서양 작곡가를 한 사람만 꼽는다면 드뷔시라 밝힌 일이 있다. 18세기 이래 서양음악 작곡가들은 어떤 목표를 향해 발전해 나가는 짜임새를 추구하며 그 진행 과정의 논리성을 중시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쇤베르크의 12음 음악은 흔한 오해와 달리 전통과 단절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전통을 완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드뷔시는 이와 달리 흐르고, 자라고, 순환하는 음악을 추구했다. 이런 특징은 동아시아 음악과 비슷하며, 일본 에도시대 풍속화인 우키요에(浮世絵)가 드뷔시 음악에 영향을 끼쳤음을 헤아릴 때 윤이상이 드뷔시를 참고한 일은 우연이 아니다. 윤이상은 훗날 자신의 음악에 목표지향적인 요소를 담기도 했으나, 이것은 발전이 아닌 해탈을 위한 것으로 서양음악 전통과는 맥락이 다르다.

드뷔시의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1915)는 윤이상 1986년에 있었던 강연에서 자신의 음악과 비교하며 예로 들었던 작품이다. 윤이상이 이 음악에서 발견한 것은 발전하지 않고 순환하는 형식,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관계" 그리고 동아시아인에게 익숙한 개념인 정중동(靜中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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