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80334
지난 시간에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의 두 가지 원칙에 관해 얘기했지요. 세 번째 원칙이 있지만, 이것은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이제 실제 배치에 관해 알려 드릴게요. 먼저, 현악기는 보통 제1 바이올린이 왼쪽, 제2 바이올린이 그 뒤쪽, 비올라가 가운데, 첼로가 오른쪽, 콘트라베이스가 오른쪽 구석 끝에 있지요. 이른바 '필라델피아 사운드'로 이름 높았던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1882~1977)가 이 배치를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식 배치'라고도 합니다. 미국식 배치는 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이 가까이 있는 만큼 유기적으로 잘 어울리는 연주와 음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유럽에서도 때때로 미국식 배치를 쓰는 모양이지만, 전통적인 유럽식 배치는 좀 다릅니다. 제1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2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순이죠. 때로는 더블베이스가 왼쪽 끝으로 가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이 좌우로 있어서 '소프라노 성부'와 '알토 성부'가 '스테레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처음부터 이 배치를 염두에 두고 '스테레오 효과'를 잘 살리도록 쓰인 곡도 제법 많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연주자들이 귀로 듣고 앙상블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편성을 요구하는 작품일수록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이를테면 말러 교향곡을 이런 배치로 잘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많지 않을 거예요.
유럽식 배치의 또 다른 장점은 첼로가 정면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음향학적으로 더욱 풍성한 소리가 객석으로 전달되거든요. 그래서 미국식 배치를 조금 변형해서 첼로를 가운데 두고 비올라를 오른쪽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이 배치의 단점은 지휘자가 때때로 악기 위치를 헷갈려서 엉뚱한 곳으로 예비박을 주고는 머쓱해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경험 많은 지휘자는 설마 안 헷갈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