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이 만년에 남긴 작품으로 윤이상 음악 양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음악 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곡가가 비슷한 시기에 남긴 다른 작품과 차이가 있으나, 굳이 맥락을 찾자면 작곡가가 첼로 협주곡 등으로 갈구해 온 이상적 세계, 즉 도(道)의 세계가 이 작품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살아 움직이는 개별 음은 헤테로포니(heterophony)라 불리는 동아시아 음악의 생동 원리를 담고서, 폴리포니(polyphony)라 불리는 서양 다성음악의 음 조직 원리 속에 조화를 이룬다. 동動-정靜-동動 세 부분으로 된 짜임새는 서양음악의 세도막 형식과 화합하며, 또한 그 속에서 개별 음이 보이는 음양(陰陽)의 흐름이 조화롭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윤이상류 관악 영산회상(靈山會相)'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