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이 디지털 박물관(Digital Archives)을 열었습니다. 번스타인이 지휘자로 있던 1943~1970년 시절 자료를 일차로 공개했고 앞으로 더 많이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번스타인이 뉴욕필 데뷔한 때가 1943년이며, 음악감독으로 있던 기간은 1958~1969년입니다.)
번스타인이 메모를 남긴 말러 악보가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저는 바그너 악보에 무슨 메모를 남겼는지가 더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바그너 《신들의 황혼》 3막 마디 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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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는 이른바 '지크프리트 장송 행진곡'에서 트럼펫 폭발하는 대목이지요. 번스타인은 바이올린 바로 위에 "poco a poco in 4 ~~→ T"라고 써놨습니다. "T{" 뒤에 나오는 성부가 트럼펫이고요. 한 마디에 4박자로 비팅(beating)해서 트럼펫 나올 때까지 크레셴도 하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연주할 때 이른바 '바이로이트 양식' 또는 '돌파(Durchbruch)' 양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지휘자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쓴 일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5)
저는 위 메모를 보고 번스타인이 '바이로이트 양식'을 따르지 않았나 추측했습니다. 마침 유튜브를 찾아보니 음원이 있네요.
4분 3초쯤부터가 위 악보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음질이 그다지 좋지는 않으나 트럼펫을 그다지 극적으로 부풀리지 않고 앞서 나오는 현 크레셴도를 살립니다. 더군다나 악보 다음 쪽에 나오는 마디 956 트럼펫 온음표는 악보에 지시한 길이대로만 연주할 뿐 아니라 갑자기 음량을 줄이기까지 합니다. 숄티가 이 트럼펫 온음표를 절정으로 잡고 두 배로 늘여 연주하며 음 길이만큼 크레셴도로 다스린 대목과는 많이 다르지요.
뉴욕필 디지털 박물관에 더 재미난 내용이 많으니 찾아보세요:
http://archives.nyph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