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1208
'브라보'(bravo). 말뜻은 대충 아시죠? 그런데 남/여, 단수/복수에 따라 말을 달리 써야 한다는 사실도 아시나요?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남자는 브라보, 여자는 혼자일 때 '브라바'(brava)라 하고 여럿일 때 '브라베'(brave)라 합니다. 남녀가 섞였으면 '브라비'(bravi)라고 해요.
이탈리아 말은 다 이런 식이에요. 협주곡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해 보신 분은 '투티'(tutti)라는 말 들어 보셨을 거예요. '다 함께'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여자만 있으면 '투테'라고 해야겠죠. 앗, 어디서 들어본 말인가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이죠.
뭘 이렇게 복잡하게 구분해 써야 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제가 한때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오래전 어떤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에서 여성 가수가 독일 가곡을 멋지게 불렀습니다. 저는 '브라바!'라고 할까 생각했다가, 괜히 잘난 척하는 듯해서 그냥 '브라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악 전공자인 듯한 몇몇 사람이 저를 쳐다보면서 살짝 비웃어요. 여보세요, 내가 모르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오, 진짠데!
그런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남녀가 섞여 있어도 '브라비'라 하지 않고 '브라보'라고 할 때가 잦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특수한 관습 탓이에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없었거든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여성 클라리넷 연주자인 자비네 마이어를 단원으로 데려오면서 기존 단원들과 한바탕 크게 싸웠다거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97년이 되어서야 여성 단원을 받아들였고 아직도 이따금 여성 차별로 구설에 오른다는 사실은 제법 유명하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브라보, 할 때 '라'를 길고 세게 소리 내고 나머지는 여리게 하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를 세게 발음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이에요. '브라바' 등도 마찬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