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⑤

글: 김원철 · 정리: 박희은


※ 앞선 글 보기: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①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②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③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④


음반 프로듀서 박종훈

김원철: (음반) 프로듀서로서도 활동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 이전에 어떤 학교를 다녔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박종훈: 아뇨. 저는 학교에서… 작곡도 그렇고 연주도 그렇고, 뭐 프로듀싱이나 녹음도… 녹음도 다 직접 제가 하거든요 지금? 근데 물론 학교를 다니면 좋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거기에 대한 열정이 있고 좋아하면, 파고들다보면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김원철: 그럼 녹음에 대해서 어떻게 배우셨어요?
박종훈: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치는 걸 녹음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카세트로 시작을 했죠. 그러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정말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다보니까 많이 알게 됐어요.
김원철: 특별히 누구한테 배운 건 아니군요?
박종훈: 그런건 없어요. 그래서 항상 녹음하러 가면 얘기 많이 하고 물어보고, 그게 반복이 되다 보니까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장비 사서 해보고, 하면서 또 배우고. 실패도 많이 했지만 뭐 하여튼… 그런 식으로 곡쓰는 것도 그렇고, 녹음하는 것도 그렇고, 프로듀싱도 그렇고, 조금씩 조금씩 된 것 같아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음반 프로듀서 (레코딩 엔지니어) 일도 이론과 실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들 한다. 박종훈은 장비를 사서 이것 저것 해보면서 실기 공부를 했고, 모자란 이론은 주위에 있는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어떤 레코딩 엔지니어는 학교에서 이론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어도 현장에서 악기 소리 하나 제대로 못 잡는다고 한탄하기도 하던데, 그와 견주면 박종훈은 어지간한 레코딩 전문 학교를 나온 것보다도 낫다고도 할 수 있겠다.)

김원철: 녹음할 때 어떤 마이크를 주로 즐겨 쓰시나요?
박종훈: 마이크요?
김원철: 네.
박종훈: 어… 글쎄, 뭐 악기마다 다르겠죠?
김원철: 피아노로 녹음할 때.
박종훈: 피아노는 노이만(Neumann)…
김원철: 제일 만만한게 노이만… 근데 가격은 절대 만만하지 않은… 으허허허…
박종훈: 맞아요. (웃음)


▲ 노이만 마이크의 위용

라디오 진행자 박종훈

김원철: FM 가정음악을 진행하셨는데, 그전에 방송을 해보신 적이 있었나요?
박종훈: 방송에 게스트로 나간 적은 많이 있지만 진행은 해본 적 없어요.
김원철: 방송을 하면은 무대랑은 또 달라서 떨렸을 것 같은데…
박종훈: 어휴, 엄청 떨려요 진짜.
김원철: 청심환 드시고 그러셨나요?
박종훈: 청심환까진 아니고 어쨌든 첫 한 서너 달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제가 게스트로 나가서 얘기할때는 전혀 안 떨고 얘기를 굉장히 잘했는데, 이걸 내가 진행을 하면서 내가 진행하는 소리를 전국의 청취자들이 듣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정말 이게… 엄청나게 떨려요.

김원철: 무대에서 사람이 눈 앞에 보이고 이런 거랑, 거기는 스튜디오엔 아무도 없는데, 꽉 막혀있고 그런 게 또 다르잖아요?
박종훈: 예. 그니깐. 그런데 대화를 하는 것처럼 해야 되니까… 아우 힘들었어요. 피디한테 쿠사리도 되게 많이 먹고… 그게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반응이 올라오잖아요? 좋은 얘기도 있지만 나쁜 얘기도 많아요. 그거 보면 진짜 완전히… 숨고 싶고 막 죽고 싶고 그런… 그런 거 처음 느꼈어요. 진짜 태어나서…

김원철: 어우, 악플을 근절해야 됩니다. 으허허허…

(이 말, 농담이었지만, 해 놓고 나니 마음에 안 든다. '악플 근절'이란 말은 곧잘 '인터넷 실명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였지만,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사이트가 해킹 당해서 내 주민등록번호가 털렸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넌더리가 난다.)

박종훈: 어떤 사람은… 하여튼 별의별게 다 많아요. 목소리 정말 깬다, 이게 무슨 DJ냐…
박희은: 어머!
김원철: 크하하하하…
박종훈: 이런 게 그것도 약한 편인데, 엄청 많이 올라왔어요.
박희은: 아, 약한 편이에요?
박종훈: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칭찬을 하고… 좀 시간이 지나니까, 익숙해지니까 괜찮은데, 잠을 못잤어요 처음엔. 근데 역시 연주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김원철: 방송을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같은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박종훈: 에피소드 엄청 많죠 어후… 제가 한번은 늦었어요. 생방송이잖아요, 아침에 1초라도 늦으면 안되는데. 그래서 KBS에 가는데 또 차가 막혀가지구 한 300미터 남겨놓고 차에서 내려서 전속력으로 뛰었어요. 전속력으로 뛰어가지고 스튜디오에 시그널 나갈 때 앉아가지고 끝나고 바로 멘트 시작하는데, 숨이 차가지고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막 헐떡헐떡하면서…

다함께: 큭큭큭큭…
박종훈: 오프닝 멘트를 겨우 끝냈어요. 그리고 나서 첫 음악이 나오는데, 메시지가 올라오는데… 박종훈 선생님 집에 무슨 일이 있으신거 아니냐고, 왜 울먹이면서 방송을 하시냐고, 혹시 나쁜 일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그런 것들이 막 올라오는 거예요. (웃음) 늦었다고 어떻게 얘기를 해야되는데. (웃음) 그래가지고 뭐 그런… 시간 땜에 그런 일이 되게 많았던 거 같아요.

박희은: 매일매일 안 쉬고 하시는거죠.
박종훈: 매일 했었죠. 주말엔 녹음… 그래서 이탈리아 갔다올 때는 미리 녹음을 해요. 미리 녹음을 하면 9시부터 10시까지 생방을 하고, 잠깐 쉬고 한 프로그램 녹음하고 잠깐 쉬고, 또 한 프로그램 녹음해요. 그럼 하루가 다가요. 연습이고 음악이고 작곡이고, 뭐 아무것도 할 시간이 없어요. 그러다보니까 너무 소모가 많은 것 같아서 그만뒀죠.

김원철: 음…
박희은: 역시 연주가 본업이시니까.
박종훈: 예, 그런 거 같아요.

음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박희은: 선생님은 이력이나 이런 걸 들어보면 보통 잘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이라고 해도 갖지 못한 재능을 많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뭐 곡도 편하게 그냥 쓰실 수 있으시고, 녹음도 하다보니 됐어요. 이런 것들을 가지고 계신데, 만약에 음악가가 되지 않았을 그런 미래도 한번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만약에 안됐다면 뭐가 됐을까 이런…

박종훈: 어, 그럼요. 저는 어쨌든 뭔가를 만드는 걸 했을 것 같아요.
박희은: 창작을 하는 걸요?
박종훈: 창작을 하거나 보여주거나 그런걸… 요리, 되게 하고 싶었어요.
박희은: 요리요?
박종훈: 예.
김원철: 잘하세요?
박종훈: 요리에 한번 미쳤던 적이 있어요. 딱 그때, 피아노 그만두고 싶었을 때. (웃음)
박희은: 아. (웃음)
박종훈: 뉴욕에 방송이 있는데, 24시간 요리 프로그램만 하는 거예요. 하루종일 아침에 일어나면 틀어놓고 항~상 보고 있었어요.
박희은: 따라서 만들어보기도 하시고요?
박종훈: 예. 만들어보기도 하고.
김원철: 어떤 요리를 좋아하시나요?
박종훈: 제가 하는거요?
김원철: 예.
박종훈: 하는 거는, 그때는 되게 퓨전, 프렌치 퓨전 많이 따라해 보고 했었어요. 한국요리는 그렇게 잘은 못해요.
김원철: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요리는 퓨전 쪽인 거예요?
박종훈: 그때는 퓨전 프렌치 많이 했었고, 자신있는 거는 몇 개가 있는데… (웃음) 몇개가 있어요. 그거는 정말 제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김원철: 어떤 걸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박종훈: 어… 이태리 요리 중에 아마트리치아나 그런 거… 서울에 어느 레스토랑보다도 맛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희은: 오오. (웃음)
김원철: 오! 한번 얻어먹어보고 싶은… (웃음)
박종훈: 이태리에선 모르겠어요. 이태리에선 모르겠는데, 서울에서는 제가 먹고 만족을 한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 없어요.
박희은: 부인분도 되게 좋아하시겠어요.
박종훈: 아, 쟤가 좀 짠 걸 안 좋아해가지고. (웃음) 제가 좀 짜게 하거든요. 고기를 그렇게 별로 많이 안 넣어요.

박희은: 음악가로서 성공할려면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요?
박종훈: 제가 지나고 나서 느낀건데요, 포기하면 안 돼요. 될 때까지 해야… 근데 물론 음악이 어렸을때 안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있어가지고, 좀 무모하게 나이 들어가지고 하는건 좀 아니긴 한데, 어쨌든… 일단 포기하지 말고 하고 좀더 음악적으로 생각한다면, 음악을 진짜 음악으로 느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박희은: 약간 비슷한 질문인데, 입장을 바꿔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조건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종훈: 어… 재능이 있어야죠. 그니까 몰라도 자기가 모르는데도 할 수 있는 재능.

루비스폴카, 강아지가 팔짝!

김원철: 루비스폴카, 라는 음반 레이블이기도 하고 기획사 역할도 하고, 이걸 직접 세우셨어요. 그런데 보니까는 '루비'가 박종훈 선생님의 어떤 별명같은 거예요?
박종훈: 아뇨. 저희 기르는 강아지에요.
김원철: 아~ 그래서 루비구나!
박종훈: 제가 보여드릴께요. (음반을 가지고 온다.)
박종훈: 음반이 지금 몇 장 없어가지고… 뜯어 드릴께요. 뜯어 봐야지 이게…
박희은: 종이 뭐에요?
박종훈: 코커스파니엘.
박희은: 아!

다함께: 오오오옷!
박종훈: 이건 와이프가 그렸어요.
박희은: 오오! 우왕!
박종훈: 정말 이런 모습이 많이 있었거든요. 항상.
박희은: 그림만 봐도 따뜻한 감성을 가지신 분이라는 게 딱 보이네요. 우와!
박종훈: (웃음)
김원철: 아, 직접 그리신 거예요?
박종훈: 네.
박희은: 귀여워! (웃음)
김원철: 폴카는 그러고보니 강아지랑 잘 어울리는…
박종훈: 예. 강아지 팔짝 뛰는…
김원철: 특별히 폴카를 더 좋아하신다던가 그런 건…
박종훈: 아뇨, 그건 없었어요. 저는 곡이 그냥 강아지보고 생각나는 거를 만든건데 그냥 그 곡 이름이 회사이름이 되고…

김원철: 그게 기획사 역할도 하는 거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거든요. 국내에서 좀 잘나가려면 대형기획사, 이런데 좀 묻어가면 편할텐데, 직접 하시면은…
박종훈: 그래서 제가 루비스폴카 만들기 전에 ○○○에 4년 동안 있었는데, 거기서 프로듀싱 일도 많이 시작을 하고… 어쨌든 제 맘대로 못하는…
김원철: 아,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군요.
박종훈: 예.
김원철: 그런 점에서 대형 기획사는 되게 안 좋죠.
박종훈: 안 좋은 거죠.
김원철: 하기 싫은 곡도 막 연주해야되고.
박종훈: 그것도 그렇고, 하여튼 모든 게… 굉장히 복잡해요. 그 관계라는 게. 신경쓰고 싶지 않은 걸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아서… 하여튼 회사를 만드니까 다른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운영을 해야되니까. (웃음)

박희은: 전혀 다른 분야잖아요.
박종훈: 전혀 다르죠.
김원철: 경영에 직접 뛰어들어보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던가요?
박종훈: 돈 벌기 힘들다.
다함께: 으하하하…
박희은: 힘든 거 말고, 이제 본인만의 레이블이 있어서 편한 거는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박종훈: 음악에 간섭을 하는 사람이 없죠. 옛날에 유니버설에서 만들었을 때도, ○○○에서 만들었을 때도 간섭을 해요.
박희은: 연주에 대해서도 그렇게 참견을 하나요?
박종훈: 연주까진 아닌데…
박희은: 예.
박종훈: 곡.
박희은: 선곡?
박종훈: 특히 선곡. 그리고 작곡했을 때는 곡의 스타일, 그리고 가장 민감한 게 곡의 길이.
박희은: 아… 그럼 그 길이를 맞추기 위해서 만드신 곡을 짤라내라 뭐 이런 요구도 하고…
박종훈: 옛날에 ○○○에서 한 번 곡을 20분짜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재즈 곡인데…
박희은: 음.
박종훈: 그때 사장이 저한테 다시는 이런 거 만들지 말라고 부탁을,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사장이 되고 나니까 긴 곡 안만들어요.
다함께: 으하하하…
박종훈: 안팔리니까. (웃음)
김원철: 루비스폴카 레이블은 클래식 음악이랑 크로스오버랑 다 하는거 같은데, 어느 쪽에 좀 더 치중하고 있나요?
박종훈: 수익을 내는 거는 역시 크로스오버, 이지리스닝(easy-listening) 쪽이죠. 클래식 음반은 뭐, 다 적자예요. 음반이란 게 다 적자죠. 박칼린 얼굴 나오거나 이런 게 아니면.

김원철: 루비스폴카 소속 음악가들이랑, 꼭 그쪽 소속 아니더라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 재능있다 이 친구, 이런 음악가들은 누가 있을까요?
박종훈: 많이 있죠. 저는 키우는 건 다 키우고 싶죠. 어… 일단 저희 비올리스트 가영, 되게 열심히 하고 있고요, 되게 잘해요. 그담에… 저희 반도네오니스트가… 반도네온 있잖아요? 첫 앨범 준비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중요한 뮤지션이 될 겁니다.

(※ 반도네온(bandoneón): 아코디언과 비슷한 악기로 탱고 음악 등에 곧잘 쓰인다.)

박희은: 발굴해서 키워주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박종훈: 음악적인 재능.
김원철: 정통 클래식 연주자 중에서 키워주고 싶은 사람은?
박종훈: 정통 클래식은 좀 힘들어요. 왜냐면 일단은 유학을 가야 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콩쿠르 1등을 한다지만, 결국은 우리나라 음악이 아니고, 또 외국에서 성공을 해야 되기 때문에, 안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종훈: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11시반에 미팅이 있는데 그 전에 준비할 게 있어가지구.

(지금부터는 시간 끌기 작전.)

김원철: 11시… 그러면 몇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음… 연주자들의 이름을 막 댈테니까, 간단하게 20자평을 생각나는대로 마구마구 말씀해 주세요.
박종훈: 다른사람이요?
김원철: 네. 손열음! 손열음은 어떤 음악가다?
박종훈: 아, 그런 거는 제가 좀…

(국내 연주자라서 부담스러웠을까. 일단 충격 요법으로 딴지일보에서 슬쩍한 깜짝 질문.)

김원철: 음, 그러면은 사각팬티를 즐겨입으십니까, 삼각팬티를 즐겨입으십니까?
박종훈: 나오나요 그게?!
김원철: (웃음) 아 맘에 안들면 지울 수도 있는데,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박종훈: 사각을 입어본 적이 없어요. (웃음);;
김원철: 아 삼각? 아, 사각을 안입는다고요?
박종훈: 입어본 적이 없어요.
김원철: 삼각파이시로군요.
다함께: 으하하하…
김원철: 사람이 작두를 탈 수 있을까요?
박종훈: 타지말란 법은 없죠.
김원철: 음, 직접 타는 걸 직접 본적이 있다거나 그런…
박종훈: 없어요.
김원철: UFO가 있을까요?
박종훈: UFO라는, 그 접시는 모르겠지만 외계인은 있다고 생각해요.
김원철: 음, 종교가 있으세요?
박종훈: 어, 저는 원래는… 원래는 천주교였는데, 거의 안나가니까 성당… 있다고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네요.
김원철: 특별히 그 종교를 버렸다 이런건 아니고 그냥…
박종훈: 아뇨, 신의 존재를 안믿는건 아닌데.
김원철: 그럼 좀, 나이롱 신자 뭐 이런?
다함께: 으하하하…
박종훈: 매주 뭘 하는 건 잘 못하겠더라고요.

(러시아 쪽 음악을 좋아하는 듯해서 러시아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좀 더 물었다.)

김원철: 그러면, 어… 러시아 피아니스트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이런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종훈: 아, 니콜라예바는 제가 옛날에 쇼스타코비치 준비하면서 레코드를 엄청 많이 들었어요. 악보에 적혀있는 메트로놈 빠르기 있잖아요? 두 배는 느리게 쳐요.
김원철: 그렇죠.
박종훈: 그래서 제가 베르만 선생님한테 물어 봤어요. 그랬더니, 니콜라예바가 쇼스타코비치한테 가서 연주를 했대요 그렇게. 그랬더니 쇼스타코비치가 너~무 좋다고 칭찬했대요. 그래서 안 바꾸고 그렇게 친 거래요. 근데 쇼스타코비치란 사람이 원래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니콜라예바라는 피아니스트는 작곡가 앞에서, 작곡가가 이렇게 써놨는데, 자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고 딱… 완전히 자아가 엄청나게 센 사람이에요. 연주에서 들리잖아요. 듣고 있으면 굉장히 압도를 당하고 멍하게 되는데, 그렇게는 안 치죠, 저는.

(답변이 길다. 시간 끌기 작전 성공.)

김원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박종훈: 어… 존경스러워요. 예.
김원철: 존경스럽다, 이런 거보다는 연주가 뭐 어떻더라…
박종훈: 어… 그, 제가 되게 추구하는 거를 완벽하게 구현하시는 거 같아요. 부러워요.
김원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박종훈: 호로비츠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왜냐하면 연주가 완벽하지도 않고 해석이 완벽하지도 않고 헛점 투성이인데, 무대가 완벽해요.
김원철: 에밀 길렐스.
박종훈: (웃음) 글쎄… 대단한 거 같은데 좋아하진 않아요.

김원철: 하하, 네. 요기까지 하겠습니다.

박종훈은 장인 예술가다. 자신이 일구어 놓은 예술 세계에 대해 대단한 고집이 있어서, 생각한 바대로 밀어붙이려고 아예 음반사 겸 기획사를 차리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전문가가 될 때까지 매달린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재즈와 크로스오버 음악도 연주하고, 직접 편곡도 하고, 녹음까지 스스로 한다. 거기에 대단한 요리 실력까지.

이렇게 다재다능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박종훈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어떨까? 기대 된다.

― 티켓 예매 ―

고양아람누리
http://www.artgy.or.kr/PF/PF0201V.aspx?showid=0000003323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oodsCode=1101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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