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어떤 오류

2009년 12월 23일 보탬.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http://wagnerian.textcube.com/602

나중에 씀: 이 글은 헛소리로 판명됨. 자세한 내용은 아래 댓글을 읽으시라:

http://wagnerian.textcube.com/589#comment-23057310
http://wagnerian.textcube.com/589#comment-23068683

※ '똥글'을 '헛소리'로 고쳤습니다. 제 잘못을 자학적으로 인정하는 말이 오히려 남을 도발하는 말로 읽힐 수도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사과할 만한 분께는 댓글로 사과했고, '시국광장' 분들께는 시국광장에 따로 사과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잘못을 인정한 다음에 같은 논리를 자꾸 되풀이하시는 분께는 원칙적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으나 '똥글' 뜻을 반대로 읽은 분이 있다면 그런 분들께는 이 글을 사과문으로 대신하겠습니다.

2009년 11월 16일 오후 10시 20분경 내용 보탬.

문제가 된 뻥이사님 글이 삭제되었다. 이거 반칙이다. 왜 반칙인지는 다음 글을 참고하시라:

http://minoci.net/952

※ 2009년 11월 17일 오후 6시 11분 현재 링크는 되살아났음을 확인했습니다. 뻥이사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군다나 원문이 삭제되는 바람에 내가 뻥이사님 주장에 무조건 찬성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게 생겼다. 뭐, 본문을 읽지도 않고 악플 다는 사람은 내가 이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뻥이사님 주장을 기각했다는 사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고 싶겠지만.

그래서 내가 원문에 달았던 주요 댓글을 기억에 의존해서 되살려 놓는다.

① 일단 반신반의.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가 뻥이사님 오디오 공력을 믿고 뭔가 있다고 가정함. 복제한 파일과 '원본'(?) 파일이 디지털 논리로 동일함이 확인되었는지 해시 ― CRC, MD5 등 ― 값 비교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구함. → 뻥이사님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음.

② 데이터는 같으나 복제 행위가 전자파 또는 RF 노이즈를 일으켜 (PC 또는 오디오에) '아날로그스러운' 악영향을 끼친다고 가정함. 디스크에 저장될 때 여러 차례 복제될수록 조각이 많이 날 가능성이 커지므로 전자파 또는 RF 노이즈도 많아질 것으로 추측. 그렇다면 SSD나 램드라이브 등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거나 최소화될 것으로 추정. → 이른바 '디스크 조각 가설'

③ 푸바(foobar)에서 이른바 'full file buffering' 옵션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짐. 따라서 '디스크 조각' 가설 기각. 대안적 설명 가능성을 찾지 못함. 이 대목에서 김원철은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이른바 '무한루프' 드립을 생각해 냄. 그 결과: http://wagnerian.textcube.com/589#comment-23068683

④ 이후 사건 요약: http://wagnerian.textcube.com/589#comment-23178880

A 했더니 B 하더라.
→ 무슨 소리냐 A는 C인데. 혹시 A가 D라서 B 한 거 아니냐?
→ 맞는갑다 D 때문에 B 했을지도.
→ 무슨 소리냐 A는 C이므로 B일 리가 없다.
→ 여기서 D는 무시되고 'A는 C이다' 무한 루프.

여기서 무한루프에 빠지는 사람은 멍청해 보이지만 몇 가지 조건이 더해지면 꼭 그렇지도 않다.

첫째, 'A는 C이다.'가 '지구는 둥글다.'에 맞먹을 만큼 당연한 명제이다.
둘째, 'A 했더니 B 하더라.'가 상식적인 추론 결과와 어긋난다.
셋째, 'A가 D이다.'는 참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우며,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넷째, 'D이면 B이다.'는 추상적인 수준에서는 제법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지식은 관련 기업·단체가 최고 영업비밀로 다룬다.

이렇게 되면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이 맞물려 강력한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A는 C이다' 무한 루프에 빠진다. 'A했더니 B하더라'라는 주장은 멍청한 주장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과학적인 예를 들려니 관련 지식이 좀 있어야 한다.

이 그림은 뉴런, 즉 뇌와 척수를 이루는 세포다. (출처: 위키피디아)

뉴런은 "Dendrite"라는 곳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받아서 "Axon"을 타고 흘러가 "Axon Terminal"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뱉어낸다. 이 신경전달물질을 다른 뉴런이 "Dendrite"로 받아낸다. 다시 말해 뉴런끼리 화학물질을 주고받는다.

이 화학물질이 뉴런 안팎에서 띠는 이온 때문에 전기적 특성이 나타나며, 따라서 화학물질을 매개로 주고받는 '신호'는 '전기신호'가 된다. 이 전기신호는 "Dendrite"에서 "Axon Terminal"로 흐른다. 전기신호가 흐르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신경 회로'를 짤 수 있으며, 이것을 흉내 내어 인공 '신경망'을 만들기도 한다.

뇌는 백질(white matter)과 회백질(grey matter) 따위로 나눌 수 있다. 백질에는 "Dendrite"나 "Axon Terminal"은 없고 "Axon" 등이 있다.

자, 여기까지 이해했으면 이것을 바탕으로 무한루프를 만들어 보자.

백질에서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더라.
→ 무슨 소리냐 백질에는 Dendrite와 Axon Terminal이 없는데. 혹시 Axon Terminal이 아니라도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낼 수 있는 거 아니냐?
→ 맞는갑다. 신경전달물질은 아무 데서나 조금씩 흘릴지도.
→ 무슨 소리냐 백질에는 Dendrite와 Axon Terminal이 없으므로 백질이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할 리가 없다.

이렇게 해서 "백질에서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더라."는 헛소리가 되었다.

참고:

☞ 세포간 신호전달은 시냅스 라는 이론을 수정하여야

※ Dendrite와 Axon Terminal이 맞닿은 곳을 '시냅스'라고 한다.

이 예는 내가 일러둔 네 가지 조건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넷째 조건은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가 중요하므로 대략 넘어가자.

백질에서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했다는 황당한 사태를 두고 '피곤해서 생긴 착각' 정도로만 여겼다면 신경생리학의 뿌리를 뒤흔든 대발견은 없었을 터이다. 그러나 뉴런이 아무 데로나 신경전달물질을 흘린다는 황당한 상상력을 보탠 독일 본 대학 연구자들은 엄청난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다른 무한루프를 만들어 보자.

컴퓨터로 음악 파일을 여러 차례 복사했더니 음질이 나빠지더라.
→ 무슨 소리냐 디지털 복제 결과는 원본과 동일한데. 혹시 복제 과정에서 전자파 또는 RF 노이즈가 나와서 PC 또는 오디오에 영향을 끼치는 거 아니냐.
→ 맞는갑다. 전자파 또는 RF 노이즈 때문일지도.
→ 무슨 소리냐 디지털 복제 결과는 원본과 동일하므로 음질이 나빠질 리가 없다.

'컴퓨터로 음악 파일을 여러 차례 복사했더니 음질이 나빠지더라.'라는 주장은 헛소리일까 아닐까? 다음 두 가지를 증명하면 알 수 있다. ① 파일 복제 과정에서 전자파 또는 RF 노이즈가 나온다. ② 이 노이즈가 오디오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끼쳐서 음질(또는 음색)을 바꾼다. 증명에 실패하면 이 주장은 헛소리가 된다. 증명에 성공하면 대발견이 된다.

'컴퓨터로 음악 파일을 여러 차례 복사했더니 음질이 나빠지더라.'라고 주장한 사람을 바보 취급하려면 적어도 ①과 ②를 증명해 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복제 결과는 원본과 동일하다'라는 당연한 소리만 염불처럼 되뇌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가 일러둔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이 만들어낸 강력한 '착시 효과(?)' 때문에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논리적인 태도는 아니다.

논리를 무시하니 남은 것은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돈 내기'이다. 최초 황당한 주장을 한 사람은 돈 내기를 제안했다. (이 사람은 학자가 아니므로 ①과 ②를 증명할 능력은 없다.) 어떤 사람은 발뺌하면서 '디지털 복제 결과는 원본과 동일하다' 주문을 외워댔고, 어떤 사람은 진짜 돈 내기 하자고 덤볐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뻥쟁이김이사, 〈리핑 음원 파일의 허와실〉


얘기는 여기서 끝나야 하겠으나, 다른 사이트에서 내가 지랄-_-을 좀 했더니 이제야 좀 말이 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http://www.sigookge.net/free/120168

댓글 가운데 쓸모 있는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① 데이터 전송이 발생시키는 전자기적 노이즈는 전송이 끝나면 없어진다. (the social+님 지적)

나중에 보탬: 이 주장은 CSEEbill님 말씀을 좇자면 틀렸으며, 데이터 전송이 발생시키는 전자기적 노이즈는 "idle" 상태와 견주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어쨌거나 결론은 달라지지 않음.

② 파일이 하드디스크에 저장될 때 조각이 나는 것이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고 내가 추론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 앞서 'full file buffering'으로 음질 차이를 느꼈다고 댓글로 밝혀졌으므로 '디스크 조각설'은 헛소리로 판명. 그러나 남은 의문: 조각이 나거나 말거나, 그리고 하드디스크 수준을 벗어나 CPU 프로세스 자체가 전자파 및 RF 노이즈를 낼 터인데 반복적인 복제가 노이즈를 늘리지는 않는가? → ①로 수렴.

③ 최초 주장자인 뻥이사님은 복제된 파일과 '원본'이 해시 ― CRC, MD5 등 ― 값이 같은지 알려주지 않았다. (靈感公園님 지적. 처음에 내가 이 문제를 뻥이사님께 물었음.)

'데이터는 동일하다' 드립만 난무하던 때와는 달리 제대로 공학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위에도 썼듯이 뻥이사님은 학자가 아니므로 데이터 전송이 발생시키는 전자기적 노이즈가 전송이 끝나면 없어지는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남아서 오디오에 영향을 끼치는지 증명할 능력이 (아마도) 없다.

따라서 뻥이사님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틀렸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이제 뻥이사님이 할 수 있는 일은

① 또 다른 이론적 설명을 한다. → 승산 없어 보임.
② 이론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더블-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음질 차이를 구분 하나 못 하나 돈 내기를 한다.

뻥이사님은 ②번을 선호하시는 듯하니 지켜보시라.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