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④

글: 김원철 · 정리: 박희은


※ 앞선 글 보기: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①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②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③


힘을 빼야 하느니라

김원철: 프로필에 보니까 산레모 콩쿠르 우승, 이게 있던데 그때 얘기 좀 해주세요.
박종훈: 되게 아팠던 기억밖에 안나요. 잘 못 먹어가지구…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연습 하나도 못 하고 그냥 누워있다가 나가서 쳤어요. 근데… 잘되더라고요.
다함께: (웃음)
박종훈: 마음을 비운다는게 되게 중요한거 같아요. 그때 진짜 기진맥진해가지고 아무런 기력이 없어서, 딱 시간 맞춰가지고 가가지구 치고 뻗고 계속 그랬던 기억밖에 없어요.
김원철: 아플때 오히려 영감이 막 떠오르고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종훈: 영감도 있고, 쓸데없는 힘이 안 들어가니까.
박희은: 그러니까 딱 이거에 집중할 기력밖에 없으니까.
박종훈: 예. 그게 되게 좋았어요. 근데 다시는 그런 게 안나올 거 같아요. (웃음)
다함께: (웃음)
박종훈: 일부러 아플 수도 없고. (웃음)

(연주 기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쓸 데 없는 힘을 빼는 일이라고들 한다. 힘을 뺀 만큼 필요한 곳에만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 아닐까.)

인기를 얻으려면 콩쿠르 우승보다 ○○○를?

김원철: 그담에… RAI 방송에 막 생방송도 됐다고 (프로필에) 나왔는데…
박종훈: 그 이후에 연주들이 있어서… 뭐 좀 순회연주 했었는데 그쪽에 하나가…
김원철: 그게 콩쿠르 우승빨이 받아가지고 한 거예요?
박종훈: 우승빨이죠. (웃음)
박희은: (웃음)
김원철: 아마도 그 때가 제일 인생에서 빛났던 시대라고 할까요? 아니면 음악을 하면서 제일 막 희열을 느끼고 그런 때는 언제였을까요?

박종훈: 아… 글쎄요 뭐, 희열은 잘 모르겠어요. 희열이라고 얘기하자면 모든 무대 끝났을 때 저는 항상 느끼니까. 근데 그게 꼭 큰 무대라고 더 그런 거같지는 않아요. 큰 무대일 때는 다른 점이 뭐냐면, 준비하는 과정이 더 긴장을 하고 더 부담이 되기 때문에 힘들다는 거. 아무래도 작은 무대들은 좀… 심적인 그런건 좀 있더라고요.

박희은: 좀 더 편안하게?
박종훈: 예.
김원철: 그럼 희열 이런거보다도, 아 내가 좀 잘나가는거 같다, 제일 그런 자신감이 충만했을 때는 언제일까요? (웃음)
박희은: (웃음)
박종훈: 글쎄요, 그건좀… (웃음) 근데 이렇게 얘기하면, 이 얘기하면 좀 슬픈 얘기긴 하지만, 제가 클래식이 아닌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니까 팬이 확 늘더라고요.
김원철: 어~ 아! 이런 안타까운. (웃음)
박종훈: 팬이 늘고, 다 좋은데 안타까운 거죠.

행운의 지갑?

박희은: 무대에서 떠시거나, 무대공포증이 있다거나 이런건 전혀 없으시겠네요.
박종훈: 무대에서 떨죠. 항상 떨죠. 안 떠는 연주자 별로 없죠.
박희은: 아… 그럼 극복하시는 노하우라던가 그런게 있나요?
박종훈: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떨지 말아야겠다고 너무 생각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욕심을 부릴 수록 더 떠는 것 같아요.
박희은: 음, 마음을 비우고요.
박종훈: 예. 좀 덤덤하게.
박희은: 연주나 녹음 전에 징크스같은 것도 있으세요?
박종훈: …징크스 있긴 있는데… (웃음) 별로 그렇게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아, 또 있어요. 지갑… 항상 넣고 다녀요.

(…행운의 지갑?)

크로스오버 음악에 도전하게 된 사연

박희은: 클래식 외에도 장르 불문하고 영향을 받은 음악가나 특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세요?

박종훈: 글쎄요, 뭐… 데이브 브루벡 음악을 좋아해요. 그 사람, 재즈지만 클래식적인 요소가 많이 들었고, 재즈인데 굉장히 대위법적으로 곡을 쓰고… 근데 뭐, 흑인 연주자들은 별로 인정을 안 하려고 해요. 백인인데 재즈적인 색채가 아무래도 떨어지니까… 근데 어차피 흑인이 아닌데 잘 해보려고 노력해 봐야… 자기만의 그걸 찾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옛날에 무슨 크로스오버, 이런 걸 구축을 해서,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클로드 볼링도 사실은 그런 영향을 받았고요.

▲ 데이브 브루벡 사중주단.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그 음악.

박희은: 크로스오버 음반같은 걸 내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정통 클래식 외의 시도를 하게 된…

박종훈: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물론 처음에는 클래식만 들었어요. 다른 음악은 잘 몰랐어요. 중학교 가면서 록이나 이런 다른 음악들 듣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가면서 또 재즈에 빠지기도 하고, 그리고 또 곡쓰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 여러가지 스타일로 써 보고 친구들이랑 놀고 그 정도였는데, 유니버설에서 제의가 왔어요. 첨에는 리스트 음반을 첫 음반으로 만났다가, 곡을 쓰고 그러면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보자… 그래가지구 거기서 첫 음반을 내고 시작하게 됐어요.

박희은: 그러면 클래식이나 크로스오버 외에도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레이블을 창립하신다던가, 라디오 진행을 하신다던가…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게 있다면…
박종훈: 애착이 가는 건 연주죠.
박희은: 연주요…
박종훈: 예. 뭘 하든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제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연주자가 본업이란다.)

리스트 음악이 체질에 맞아

박희은: 클래식의 경우에 처음 내신 음반도 리스트고, 국내 최초로 2009년에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도 하셨잖아요? 그런 걸 보면 리스트를 특별히 선호하시는 것 같기도 한데요.
박종훈: 그게 원래는 리스트를… 학창시절에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고,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음… 한 번 리스트를 연주를 했어요. 근데, 줄리어드 있을 땐데, 되게 평이 좋았어요. 선생님들한테. 되게 잘 맞는다, 그런 얘기를 들어가지고, 혹시 잘 맞나? 싶어가지고 좀 진지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리스트를 그때부터 좀 많이 치고, 연주회 할 때도 많이 치고, 그러다보니까 다른 작곡가랑은 달리 고민하지 않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작곡을 했는지, 해석을 할 때 좀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쇼팽이나 베토벤을 준비를 할 때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썼을까라는 걸 많이 생각을 해야 되고, 알아도 잘 표현하기 힘들고 그런데, 리스트는 굉장히 쉽게 다가와요.

박희은: 자연스럽게 일종의 궁합이 잘 맞는…
박종훈: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하다보니까 많이 하게 되고, 또 많이 하다보니까 하는 김에 끝까지 잘 해보자 이렇게 돼서…

※ 이어지는 이야기:

▶ 음반 프로듀서 박종훈
▶ 라디오 진행자 박종훈
▶ 음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 루비스폴카, 강아지가 팔짝!

― 티켓 예매 ―

고양아람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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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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