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원철 · 정리: 박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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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①
☞ [인터뷰] 피아니스트 박종훈 ― ②
박종훈의 사랑 이야기
김원철: 음, 유학시절 얘기까지 했고… 거기서 사모님을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박종훈: 예. 지금 있어요 안에. (방을 가리킨다. 문이 열려 있다.)
김원철: 아, 계세요? 으허허…
박희은: 미인이세요. (웃음)
김원철: 아, 그래요? (웃음) 어떻게 만났어요?
박종훈: 슬로바키아에서 축제가 있었는데, 따로 왔다가 만났어요.
김원철: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만나신거죠?
박종훈: 저는 이탈리아에 있었고 쟤는 도쿄에 있었는데, 그 이후로 이탈리아, 그 이후에 미국에 잠깐 왔다가 그담엔 이탈리아에 와서 결국에는 같은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다함께: 오!
김원철: 만났을 때 불꽃이 막 튀었나요, 아니면 그때는 뭐 그냥 그런…
박종훈: 제가 좀 노력을 했죠. (웃음)
김원철: 첨부터 작업을 거셨군요. 으허허… 어떻게 작업을 걸었나요?
박종훈: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거는. (웃음) 근데 어쨌든 되게 자주 못 만났어요. 맨날 떨어져 있으니까… 그땐 저는 이태리에 있기도 하고 뉴욕에 있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얘는 도쿄에 있었고, 도쿄에 있으면서 유럽에 오스트리아도 가고. 그래서 사실은 별로 공통된 장소가 없었어요. 그걸 억지로 만들었어야 됐는데 그래가지고… 억지로 만들려다 보니까 베르만 선생님 레슨을 받게 됐는데, 뭐 그러다 보니까 두 달에 한 번씩 만나고 세 달에 한 번씩 만나고…
김원철: 아, 사모님이 베르만한테 레슨을 받았었다고요?
박종훈: 예, 결국은 배웠었어요. 제자예요.
김원철: 그때 작업 상황이 진척이 많이 됐겠군요?
박종훈: 진척이 된 다음이죠.
다함께: 오오…
김원철: 프로포즈는 언제 어떻게 하셨나요?
박종훈: 아… (웃음) 글쎄… (쑥스럽게 웃으며 한참 생각한다) 프로포즈… 그… 되게 늦게 해서… 피렌체에서 했어요. 폰테베키오에서…
김원철: (못 알아들었다.) 어, 뭐라고요?
박종훈: 피렌체에 그 유명한 다리 있잖아요? 폰테베키오. 거기서 했는데, 사실 별로 안 좋아해요.
김원철: 아, 그래요?
박희은: 왜요? 낭만적인데.
박종훈: 이제서야, 이제서야 뭐 이런… (웃음)
김원철: 아, 장소는 분위기 있는 데를 골랐는데.
박종훈: 장소는 뭐… (웃음)
김원철: 시간을 잘 잡았어야 하는데.
다함께: 하하하.
박희은: 아무래도 사모님도 같이 음악을 하고 피아노를 하시니까 좀… 많이 공감을 하고 편하고, 그런것도 많을 거 같아요.
박종훈: 편한 거 많죠. 저희 사실 듀오 연주도 많이 하고… 처음에 어렸을 때는 많이 싸웠어요. 서로 고집 안 꺾고 음악적인 스타일도…
박희은: 아무래도 음악가 둘이 있으면~
박종훈: 남들은 피아니스트 둘이 어떻게 사냐 그래요.
박희은: 아하하하.
김원철: 부부싸움을 하면 어느 나라 말로 부부싸움을 하나요?
박종훈: 처음에 저희는 영어만 쓰다가 제가 일어가 금방 늘어가지고… 그때가, 영어만 쓸 때가 좋았어요. (웃음)
김원철: 일본어로 싸우면 밀리는군요. 으아… 한국어로 좀 막 하시지. 으허허…
박종훈: 한국어는 못알아듣는 척 하기 때문에.
다함께: 으하하하…
김원철: 알아듣기는 알아듣는군요. (웃음)
박종훈: 말은 못하는데… (웃음)
박종훈의 첫사랑
김원철: (목소리를 낮추어) 그럼 여기서부터는 좀 민감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핀 마이크를) 옷에다가 좀 꽂으시죠. 아, 마이크가 여기 가 있네. 질문을 하겠습니다.
박종훈: 예. 괜찮아요.
김원철: 첫사랑 얘기를 해주세요.
박종훈: 아하 (웃음)… 글쎄요, 저는 그거를 어떻게 얘기를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근데… 제 기억에는 초등학교 때…
김원철: 음…
박종훈: 정말로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김원철: 음, 어디서 어떻게 만났나요?
박종훈: 학교 동창인데 제가 일부러 항상 걔네 집에 가서 걔를 데리고 학교에 등교를 했어요.
김원철: 오~ 지극정성. 으허허…
박종훈: 정말 항상 손잡고 다녔고, 애들이 놀리기도 하고 그랬지만, 근데 뭐 전학간 다음부터는 몰라요 어떻게 됐는지.
김원철: 아, 이 전형적인… 으허허허…
박종훈: (웃음) 이름도 기억하는데.
김원철: 어디가 좋았나요?
박종훈: 네? (작게 말해서 못 알아들었다.)
김원철: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첫사랑이.
박종훈: 어, 그건 전 기억이 안나요.
김원철: 그러면 기억이 나는 연애에 대해서는?
박종훈: (웃으면서 한참 고민한다.) …그건 좀.
박희은: 대학생활, 유학가고 그러시느라 바쁘시니까?
박종훈: 뭐 연애는 했지만, 뭐 글쎄요.
김원철: 바빠도 할 거는 다 하더라고요. 하하.
박종훈: 그렇죠. 사실 연애는 중요한 거 같아요.
박희은: 그쵸.
박종훈: (예술이) 결국은 다 사랑 얘긴데… 근데 천재…들은 좀 달라요. 자기가 연애를 안 해보고 뭐가 뭔지는 몰라도, 하면 나오는게 천잰 거 같아요. 키신 같은 경우는… (이하 키신의 천재성에 관한 얘기가 나왔으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이라 생략함.)
박종훈이 부부싸움을 하면?
김원철: 음, 연애 얘기를 좀 더 해보죠. 첫 키스는 언제 해보셨나요?
박종훈: ……그거 꼭 해야 될까요?
다함께: 으허허허…
김원철: 자리가 안 좋아가지고 의식을 좀 하시는 거 같은데…
박종훈: 아뇨아뇨. 어차피 못알아들으니까.
김원철: 아, 그래요?
박종훈: 알아들어도 상관은 없어요. 별로 그렇게… 별로 그렇게 의미 없어요. 첫… 그런 거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 확실하지도 않고요. (웃음) 그래가지구… 근데 뭐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경험이 음악가들한테는 사실 중요할 거 같아요. 그래서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연애 경험이 적으면) 뭔가 모자란 연주를 하게되는 것 같아요.
김원철: 학창시절에 라자르 베르만 선생님 이런 분 아니더라도, 음악선생님 아니더라도 존경했던 선생님이라든가, 그런 분이 있었나요?
박종훈: 음… 그… 우리나라에서요?
김원철: 네. 뭐 우리나라 아니더라도… 아, 그건 유학시절이니까…
박종훈: …존경한 사람은 물론 많죠. 많은데, 뭐 제가 특별하게 영향을 받았다든가… 글쎄, 어느분 한 분 딱 꼬집기가 좀 그런 거같아요.
김원철: 사모님 얘기하면서 하나 빼먹은 게 있는거 같군요. 피아니스트로서의 치하루 아이자와, 는 어떤 거 같아요?
박종훈: 되게 어… 뭐랄까, …감정 표현이 되게 굵고, 선이 굵고, 따뜻하고, 저는 차갑단 얘기를 좀 많이 들어요. 근데 그런 면에서 되게 반대인 것 같아요.
김원철: 선이 굵다는 거는 좀 힘도 좀 세시고 그런가요?
박종훈: 힘이랑은 또 관계가 없고… 음… 피아노로 노래할 줄 아는 사람 있죠. 피아노가 건반악기가 아니고 노래를 하듯이 현악기로 연주를 하듯이… 그게 저절로 되는 사람.
다함께: 오오.
박종훈: 그래서 베르만 선생님이 되게 좋아했었어요. 베르만 선생님이 추구하는 그런 것도 비슷하고 그래가지구. 저는 굉장히 혼이 많이 났는데, 맨날 혼났는데… 성향이라는 게 있죠, 아무래도 그거는. 그래서 러시아 음악, 되게 잘 맞아요. 러시아 음악으로 음반도 냈었어요.
(사모님 잠깐 나오심)
다함께: 안녕하세요!
박종훈: (웃음)
박희은: 나중에 언제 기회가 되면 두분이 같이 경기필하고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같은 거 있잖아요, 나중에 그런 걸 하셔도 괜찮겠네요.
박종훈: 좋죠.
김원철: 음.
박종훈: 아, 저기 음반 드릴게요. 잠깐만.
김원철: 아!
(음반 가지러 가다가 사모님과 일본어로 잠깐 대화하신다. "투 피아노 콘체르토"라는 말을 알아 들었다.)
박희은: (음반을 보면서) 두 분이 같이 하신거구나… 준비하고 연습하고 이러시면서, 좀 해석이 달라서 좀 싸우거나 그런…
박종훈: 처음에는 그랬어요. 나중에는 인제 좀 나이 들고, 어른이 되니까…
김원철: 싸우면 누가 이겼나요? 으허허…
박종훈: 제가 이긴 적은 없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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