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기자 간담회에서 '리스트 b단조 소나타 첫 음과 끝 음' 드립을 시전했대서, 그게 뭔 소린가 하고 악보를 들여다 보고 문제의 인터뷰 영상도 찾아 봤더니...
질문: 리사이틀 프로그램 중 바흐 신포니아를 1번부터 15번까지 순서대로 연주하지 않고 특이한 순서로 연주하는 이유가 뭐냐.
답변: 그 순서는 글렌 굴드의 아이디어다. 글렌 굴드의 잘츠부르크 공연 실황을 들어보면, 마치 바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또는 리스트 b단조 소나타의 첫 음과 마지막 음을 듣는 기분이다. 그런 느낌을 한국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김원철의 생각:
리스트 b단조 소나타는 G(솔)에서 시작해 B(시)로 끝납니다. 여기에 조성적 맥락을 더하면, 'g단조의 g'로 시작해서 소나타 형식의 '제1주제'에 해당하는 곳에서 b단조로 바뀌고, 이런 저런 중간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에는 'B장조의 B'로 끝나지요. 결국 단순한 음정 또는 조성관계만 따지자면, 처음과 끝은 장3도 관계입니다. 그러나 리스트 b단조 소나타라는 컨텍스트가 더해지면, 장3도라는 '처음과 끝'은 장대한 음악적 서사를 획득합니다.
바흐 신포니아는 원래 순서가 C장·단조로 시작해 으뜸음을 한 음씩 높여가는 방식, 즉 '도레미파솔라시' 순서입니다. 반면, 글렌 굴드는 3도 간격으로 조성을 배치했죠. 정확히 장3도 간격은 아니고, 때로는 그보다 반음 모자라거나(단3도) 반음 많거나(완전4도) 하네요. 신포니아 전곡을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글렌 굴드 방식이 좀 더 음악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리스트의 3도와 글렌 굴드의 3도가 대충 맞아떨어지기도 하지만, 임윤찬은 굴드식 조성 배치의 논리 구조에서 리스트 b단조 소나타와 견줄 만한 장대한 음악적 서사를 읽어냈던 모양입니다. 뭐 그렇게까지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