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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본 윌리엄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해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과 연주회 소책자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http://g-phil.kr/?p=409

레이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는 이름 표기를 주의해야 할 음악가이다. 영어 이름 "Ralph"는 '랄프' 또는 '레이프'라고 읽는데, 본 윌리엄스의 둘째 아내 우르술라가 쓴 전기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레이프'[Rayf]로 읽어야 한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16세기 영국 작곡가 토머스 탈리스(Thomas Tallis)가 쓴 찬송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6세기는 근대적인 조성과 화성 체계가 없을 때였고, 당시 작곡가들은 조성의 원형에 해당하는 교회선법(mode)과 16세기식 대위법 등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16세기 음악 양식은 조성음악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설고 새롭게 들린다. 이것은 조성 체계가 붕괴하던 20세기 초 작곡가들에게 돌파구가 되었으며,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또한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윌리엄스가 이 곡을 쓴 1910년은 쇤베르크가 현악사중주 2번으로 무조음악 시대를 열어젖힌 뒤로 두 해째를 맞은 때였다. 무조음악에 찬성하지 않았던 본 윌리엄스는 차라리 16세기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 탈리스 주제. ©Boosey & Hawkes

본 윌리엄스는 '탈리스 주제'를 곡 중간에 거의 그대로 쓰기도 했지만, 곳곳에서 선율을 조각내고 변형시키며 16세기 음악을 현대적인 음악 어법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 화성과 조성 구조는 후기 낭만주의의 반음계적 어법과 통하며, 불균등하고 불규칙한 리듬과 악구(phrase) 구조는 영국 음악 전통에서 유래했으면서도 20세기 초 음악사적 흐름과도 맞닿는다. 그에 따라 영화 《반지의 제왕》에 배경음악으로 써도 어울릴 듯한 영국 분위기가 예스럽고도 현대적으로 살아난다.

이를테면 곡 첫머리에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흉내 낸 듯한 화음이 나오고, 뒤이어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현을 손으로 뜯어 연주하는 이른바 '피치카토' 주법으로 '탈리스 주제' 첫머리 음형이 나온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활로 그어서 연주하는 이른바 '아르코' 주법으로 8분음표 음형이 뒤따른다.

'피치카토' 음형과 '아르코' 음형은 선율, 리듬, 화성, 음색 모두 차이가 뚜렷하다. '피치카토' 음형은 탈리스 주제에서 따왔고, '아르코' 음형은 본 윌리엄스가 덧붙인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묻고 답하는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이때 '아르코' 음형은 이른바 '안티폰'(antiphon)을 흉내 낸 것이라 하겠는데, 우리말로 '응답송'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엄밀하게 설명하자면 길어질 테니 대충 비슷한 예를 들어 보겠다.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주 예수 그리스도께 기도드리옵나이다. / 아멘."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에서는 16세기와 20세기가 이처럼 대화를 나눈다.

©Boosey & Hawkes

그런가 하면 작곡가가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던 만큼 16~17세기 영국 오르간 소리를 흉내 낸 대목이 작품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 작품은 현악 사중주단과 현악 오케스트라, 그리고 현악 연주자 2-2-2-2-1명으로 이루어진 제2 오케스트라로 편성되어 있고, 음악학자 에드윈 에반스(Edwin Evans)를 좇자면 이것은 영국 오르간을 이루는 서로 다른 건반들(Solo, Great, Choir)에 각각 해당한다. 본 윌리엄스는 제2 오케스트라를 제1 오케스트라와 되도록 떨어트려 놓으라고 지시했는데, 이것이 오르간 음향 효과를 얼마만큼 재현할지는 연주회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곡 중간에 나오는 비올라 독주와 바이올린-비올라 이중주에서 '탈리스 주제'가 어찌 변형되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다. 그냥 들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대목이니 악보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기대하시라.


©Boosey & Haw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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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 예매 ―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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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5일 수요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브람스 교향곡 1번》 연주회 (지휘: 구자범 · 협연: 장성)

poster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브람스 교향곡 1번》 연주회

  • 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 중학생 이상 입장가
  • 입장권: A석 3만원 / B석 2만원

프로그램

  • 본 윌리엄스 ―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 라벨 ― 피아노 협주곡 G장조 (협연: 장성)
  • 브람스 ― 교향곡 1번 c단조

본 윌리엄스 ―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레이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는 이름 표기를 주의해야 할 음악가이다. 영어 이름 "Ralph"는 '랄프' 또는 '레이프'라고 읽는데, 본 윌리엄스의 둘째 아내 우르술라가 쓴 전기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레이프'[Rayf]로 읽어야 한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16세기 영국 작곡가 토머스 탈리스(Thomas Tallis)가 쓴 찬송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교회선법을 따르는 정선율(cantus firmus)과 16세기식 대위법, 아멘 종지(plagal cadence) 등으로 나타나는 고음악 양식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배경음악으로 써도 어울릴 듯한 영국풍 선율이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 모든 것이 현대적인 음악 어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본 윌리엄스 음악 양식을 이룬다. 화성과 조성 구조는 후기 낭만주의의 반음계적 어법과 통하며, 불균등하고 불규칙한 악구(phrase) 구조는 영국 음악 전통에서 유래했으면서도 20세기 초 음악사적 흐름과도 맞닿는다.

그런가 하면 작곡가가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던 만큼 16~17세기 영국 오르간 소리를 흉내 낸 대목이 작품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 작품은 현악 사중주단과 현악 오케스트라, 그리고 현악 연주자 2-2-2-2-1명으로 이루어진 제2 오케스트라로 편성되어 있고, 음악학자 에드윈 에반스(Edwin Evans)를 좇자면 이것은 영국 오르간을 이루는 서로 다른 건반들(Solo, Great, Choir)에 각각 해당한다. 본 윌리엄스는 제2 오케스트라를 제1 오케스트라와 되도록 떨어트려 놓으라고 지시했는데, 이것이 오르간 음향 효과를 얼마만큼 재현할지는 연주회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라벨 ―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라벨이 1929~31년 사이에 쓴 곡으로 작곡가의 후기 음악 양식이 잘 드러나 있으며, 밝고 즐거운 선율과 재즈 리듬, 화려한 음색, 바스크 지방의 민속음악적 요소 등이 특징적이다.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걸쳐 있는 지방이며, 라벨은 바스크계 어머니에게서 음악적인 영감을 받은 듯하다. 음악학자 이내선은 이 작품을 두고 "그 음악적인 성격으로 보아서 바스크 광시곡[rhapsody]이라 해도 무방하다"라고 논평했다.

라벨은 관현악법의 대가로 화려한 색채를 음악에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곡가였다. 이 곡에서는 프랑스 음악 양식과 스페인 음악 양식이 어우러진 음 소재가 화려한 관현악법을 만나 더욱 빛나며, 채찍과 우드블록(Wood Block), 탐탐, 트라이앵글 등 다양한 타악기가 쓰이기도 했다. 이 곡은 또한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만큼 악기 하나하나에 까다로운 기교를 요구한다.

라벨이 이 작품에 재즈 리듬을 사용한 일은 재즈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으며, 이것을 두고 라벨은 “재즈는 현대 작곡가에게 매우 풍부하고 생생한 영감의 원천이며 재즈에 영향 받은 미국 작곡가들이 너무도 적다는 사실이 놀랍다”라고도 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한국에서 영재 교육을 착실히 밟고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젊은 피아니스트 장성 씨가 협연을 맡는다. 지휘자 구자범이 이끄는 젊은 오케스트라 경기필이 어떤 해석으로 보여주게 될지 기대 된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음악 만화·드라마로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노다메 칸타빌레』 (니노미야 토모코 원작, TV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알려짐) 전체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브람스 ― 교향곡 1번 c단조 작품 68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양식적·미학적으로 베토벤 교향곡을 계승한 작품이다. 당시에 이름난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우는 이 작품을 두고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말은 베토벤의 아류라는 뜻이 아니라 베토벤의 진정한 계승자라는 극찬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피날레 주요 주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피날레 주요 주제와 닮은꼴이며, 도입부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제1 주제와 닮은꼴이다.

베토벤은 고전주의를 완성하고 낭만주의 시대를 열어젖힌 작곡가이며, 그 뒤로 베토벤은 후대 작곡가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었다. 따라서 베토벤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베토벤의 '후계자'라는 호칭을 얻는 일이 당시 작곡가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브람스―한슬리크 진영과 바그너 진영이 파벌 싸움을 벌인 일은 널리 알려졌으며, 오늘날까지도 이와 관련한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베토벤은 고전주의를 넘어서 낭만주의 시대를 열었지만, 한편으로는 낭만주의적 선율과는 맞지 않는 모티프 변형 기법을 유산으로 남겼다. '베토벤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작곡가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닮은 도입부 선율을 발전부에서 앞세워 펼쳐 나가며 베토벤을 흉내 냈다. 멘델스존은 달콤한 가락을 대위법으로 겹쳐 베토벤을 이으려 했다. 리스트와 프랑크는 모티프 원형을 중심에 놓고 주변 요소를 네트워크로 묶어 바꿔나가는 기법을 개발했고, 바그너는 리스트를 흉내 냈다. 슈만은 짧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투'를 벌였다.

브람스는 '편법'에 매달리지 않고 정공법을 썼다. 베토벤의 모티프 변형 기법을 극한으로 발전시킨 것이 그것이며, 쇤베르크는 이것을 '발전적 변주'(developing variation)라 이름 붙였다. '모범답안'을 내놓은 브람스는 작곡 기법만 따진다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베토벤의 후계자가 되었다.

협연자 : 피아니스트 장성

1986년생, 현재 하노버 국립음대 실내악 석사, 피아노 최고 연주자 과정 중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피아노 전문 연주자 과정 졸업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 사사)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 졸업 (임종필 사사)
한국예술종합학교 16세 영재 입학
예원학교 수석 입학

Chopi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2011(Germany) 1등, 청중상
Valsesia Musica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taly) 1등
KIMF Competition (U.S.A) 1등
Schubert International Piano Duo Competition (Czech) 1등, 슈베르트 특별상
Nagoya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Japan)최연소 1등, 일본 엑스포협회상, 실내악상
중앙일보콩쿠르, 난파음악콩쿠르, KBS신인음악콩쿠르 1등

KBS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전시향, KNUA 심포니오케스트라 등 협연

지휘자 : 구자범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철학과 재학 중 도독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 지휘과 졸업
독일 하겐 시립 오페라 극장, 다름슈타트 국립 오페라 극장 지휘자
하노버 국립 오페라 극장 수석 지휘자
광주 시립교향악단 지휘자
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 티켓 예매 ―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oodsCode=11012294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2007.10.06. 본 윌리암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 코플랜드 클라리넷 협주곡 / 쳄린스키 인어공주 - 마틴 프뢰스트 / 제임스 저드 / 서울시향

2007년 10월 6일(토)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 James Judd
협연자 : Martin Fröst, Cl

Vaughan Williams: Fantasia on a Theme by Thomas Tallis(15')
Copland: Clarinet Concerto (18')
Zemlinsky: Die Seejungfrau (45')



레이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 둘째 아내 Ursula가 쓴 전기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Rayf"로 읽는다)의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16세기 영국 작곡가 토마스 탈리스(Thomas Tallis)의 찬송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교회선법을 따르는 정선율(cantus firmus)과 16세기식 대위법, 아멘 종지(plagal cadence) 등의 고음악 양식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배경음악으로 써도 어울릴 듯한 영국풍 선율이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었으며, 이 모든 것이 현대적인 음악 어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본 윌리엄스만의 남다른 음악이 되었다. 화성과 조성 구조는 후기 낭만주의의 반음계적 어법과 통했고, 불균등하고 불규칙한 프레이즈 구조는 영국 음악의 전통에서 유래했으면서도 20세기 초의 음악사적 흐름과도 맞닿았다.

그런가 하면 작곡가가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던 만큼 16-17세기 영국 오르간 소리를 흉내 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현악 사중주단과 현악 오케스트라, 그리고 2-2-2-2-1명으로 이루어진 제2 오케스트라로 편성되어 있으며, 음악학자 Edwin Evans에 따르면 이것은 영국 오르간을 이루는 서로 다른 건반들(Solo, Great, Choir)에 각각 해당한다. 본 윌리엄스는 제2 오케스트라를 제1 오케스트라와 되도록 떨어트려 놓으라고 지시하고 있는데, 서울시향을 지휘한 제임스 저드(James Judd)는 제2 오케스트라를 객석 기준으로 무대 왼쪽 연주자 대기실에 들어가도록 했다. 덕분에 합창 반주 오르간(Choir organ)의 느낌이 꽤 잘 살아났으며 서울시향의 연주 또한 훌륭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오르간의 음향 자체를 그럴싸하게 흉내 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브루크너처럼 관악기로 실제 오르간의 파이프와 비슷한 소리를 내도록 한 것도 아니고, <진은숙의 아르스노바> 시리즈에서 소개한 바 있는 조지 벤자민처럼 음향학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르간의 배음(harmonics) 구조를 흉내 낸 것도 아니라 미리 알고 듣지 않는다면 오르간을 쉽게 연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주회장이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명동 성당이었다면 혹시 진짜 오르간 같았을까?

20세기 서양음악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민속 음악을 끌어들여 새로운 음 소재로 쓰는 동시에 기존 서양음악에서 굳어진 화성과 리듬 등을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작곡가들은 미국적인 음 소재로 무엇보다 재즈를 열심히 활용했다. 원래 흑인 음악이었던 재즈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제도권 음악계에 끌어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조지 거슈윈이라 할 수 있겠는데, 정작 거슈윈은 본래 '대중음악'을 하던 사람으로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하고 타고난 영감에 따라 작곡을 한 사람이다.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1900-1990)는 나디아 불랑제 등에게 정통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고 나서 재즈나 미국 민요 등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흑인 음악의 어둡고 끈적끈적한 느낌 대신에 이른바 '스윙(swing)' 등 재즈적인 요소를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흐름 속에 녹여 내었다 해서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한 마틴 프뢰스트(Martin Fröst)는 클라리넷치고는 꽤 특이한 음색으로 무척 돋보였다. 일반적인 클라리넷의 맑고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다듬고 또 다듬어 진주 빛깔을 머금은 소리로, 어찌 들으면 오보에 소리와도 닮아서 단단하게 막힌 듯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고음에서 소토 보체(sotto voce)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으며, 여린 음이 멀리 퍼져 나가도록 하는 신기한 능력은 프뢰스트의 심상치 않은 기량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미세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한 곧고 매끄럽고 빈틈 없는 소리는 몸서리칠 만큼 놀라웠다. 세련된 소리는 서울시향이 차츰 만들어가는 음색과도 잘 맞았으며, 몸매를 드러내는 정장 차림에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귀공자의 오라가 더욱 잘 어울렸다.

이날 연주된 곡들의 공통점은 20세기 초 작품이면서도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무조 음악의 중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쳄린스키(Alexander Zemlinsky, 1871-1942)는 말러, 쇤베르크 등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벨에포크(belle époque)를 살았던 마지막 낭만주의자라 할 수 있으며, 쇤베르크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지만 끝까지 조성음악을 포기하지는 않아서 그의 작품은 반음계적 화성과 화려한 관현악법 등 후기 낭만주의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인어공주 Die Seejungfrau>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은 명랑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고 원작의 느낌에 좀 더 가까워 보였다. 널리 알려진 동화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세계와는 거리가 먼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안데르센의 동화는 살인과 근친상간과 저주와 공개 처형 등 온갖 끔찍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안데르센의 불행한 삶과 시대의 어두운 면이 투영된 결과이며, 또 어쩌면 쳄린스키가 사랑했던 여인 알마 쉰틀러를 구스타프 말러에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고통이 투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쳄린스키의 경우 원작과는 성 역할이 반대다.)

이 작품은 1905년에 초연되었는데도 아직도 개인에게 악보를 팔지 않는 모양이라 리뷰를 쓰기에 곤란한 점이 많다. 서울시향의 연주는 음반과 견주어 간략한 인상을 말하자면 악기 사이에 응집력이 꽤 훌륭했고 밸런스도 좋은 편이었다. 바다의 거대한 흐름도 잘 살렸다. 금관의 박력도 양호했으나 트롬본이 웬일인지 평소답지 않게 소극적이었던 점은 조금은 아쉬웠다. 이를테면 2악장에서 F-C-F-G 모티프로 트럼펫과 트롬본 등이 서로 다른 음가로 연주하는 부분에서, 트롬본의 무게중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트럼펫 등이 상대적으로 너무 두드러진 탓에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휘자 제임스 저드는 KBS 교향악단을 자주 지휘해서 국내에 꽤 알려진 지휘자인데, 원래 실력이 좋은 지휘자이겠지만 국내 악단과 특히 잘 맞는 지휘자가 아닐까 싶다. 서울시향도 제임스 저드와 잘 맞는다는 사실을 이번 연주회로 알 수 있었으니 이쯤 되면 그가 지휘를 맡는 연주회는 큰 믿음을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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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7.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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