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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1일 월요일

세대교체 바람을 탄 여성 지휘자들

서울시향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SPO』에 실린 글입니다. 출간본과는 제목과 인명 표기 등이 조금 다릅니다.


최근 10여 년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지휘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1세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되었던 1975년생 대니얼 하딩부터 최근 파리 오케스트라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정된 1996년생 클라우스 마켈라까지, 어린 나이에 유명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가 요즘에는 드물지 않다. 주요 오케스트라의 만성적인 재정난, 음악 산업에 영상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휘자 세대교체 바람이 남성에게만 선택적으로 부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낯설었던 지난 세대의 여성 지휘자들이 개인의 탁월한 능력으로 차별과 편견을 이겨나간 예외적 존재였다면, 성평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오늘날 음악대학에는 여성 지휘 전공자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리고 사회적·제도적 변화에 힘입어 훌륭한 여성 지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음악계에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기는 물론 어렵다. (그리고 남성인 글쓴이가 이와 관련해 함부로 발언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젊은 여성 지휘자들이 콘서트홀보다 오페라 극장에서 커리어를 키워나간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오페라 극장이 콘서트홀보다 성평등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오페라 극장이 콘서트홀보다 더 많은 지휘자를 고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지휘자 가운데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지휘자들을 소개한다. 또한 지휘자의 커리어와 관련한 이해를 돕기 위해 특히 독일어권의 오페라 극장 시스템을 함께 소개한다.

오페라 지휘자의 커리어 쌓기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유럽 대도시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한 해에 300회 이상 공연이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시즌과 시즌 사이의 휴식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날마다 오페라 또는 발레 공연이 열리는 셈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극장은 지휘자와 악장 등을 여러 명 고용한다.

유럽에서 오페라 지휘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대개 오페라 극장에서 피아노 반주로 가수들의 연습을 돕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런 사람을 레페티토어(Répétiteur) 또는 코레페티토어(Korrepetitor)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흔히 ‘음악 코치’ 또는 ’오페라 코치’로 번역한다. 음악 코치는 많은 경우 지휘자의 리허설을 돕는 보조지휘자 역할을 겸하고, 보조지휘자로 경력이 쌓이면 지휘자로서 일회성 공연을 맡아 한 시즌에 한두 번 정도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음악 코치로 시작해 지휘자로 실력을 인정받으면 카펠마이스터(상임지휘자)가 될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오페라 극장은 음악감독 외에 카펠마이스터를 2~3명 또는 그 이상 고용하고 있으며, 일부 특급 오페라 극장에서는 카펠마이스터를 고용하는 대신 객원 지휘자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식으로 극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각각의 카펠마이스터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또는 발레 공연 시리즈를 프로덕션 단위로 맡아 이끌게 된다. 같은 프로덕션으로 여러 차례 공연하면서 일부 공연을 다른 지휘자가 맡기도 하는데, 이때 음악 코치에게 지휘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오페라 극장에서 카펠마이스터로 명성이 쌓이면 음악감독이 될 수 있다. 음악감독은 때때로 스타 지휘자로서 극장의 얼굴마담 역할을 겸하게 되며, 여러 극장 및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겸직하는 일도 흔하다. (오페라 극장이 아닌 콘서트홀에 소속된 오케스트라에서는 음악감독과 카펠마이스터가 동의어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카펠마이스터이다.)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 (Mirga Gražinytė-Tyla)

1986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난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는 지난 2016년 영국 버밍엄 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며 스타 지휘자로 도약했다. 13세 때 처음으로 합창단을 지휘했고,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대에서 본격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뒤 독일 라이프치히 콘서바토리와 스위스 취리히 콘서바토리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보조지휘자 및 부지휘자, 독일 하이델베르크 오페라 극장 차석상임지휘자(카펠마이스터), 스위스 베른 오페라 극장 수석상임지휘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립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 등을 역임했다.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는 결혼을 하지 않고 연애로 아들 둘을 낳아 기르고 있으며, 첫째는 2018년 8월생, 둘째는 2020년 9월생이다.

요아나 말비츠 (Joana Mallwitz)

1986년생이며 현재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이다. 하노버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했고, 2006년 하이델베르크 오페라 극장의 음악 코치로 커리어를 시작해 ‘나비부인’ 공연으로 지휘자로 데뷔했으며, 이듬해 하이델베르크 극장의 차석상임지휘자가 되었다.

2014년에는 독일 에르푸르트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이 됨으로써 에르푸르르트 극장 최초의 여성 지휘자이자 독일 오페라 극장을 통틀어 최연소 음악감독이 되었다. 2018년에 뉘른베르크 극장 음악감독이 되었고, 2020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지휘하면서 (대타 지휘자를 제외하고 오페라 프로덕션을 이끄는 정식 지휘자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기록되었다.

김은선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다. 정식 임기는 2021년부터이며, 메이저 오페라단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음악감독이자 정명훈을 제외하면 한국인 최초 메이저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이다. (정명훈 지휘자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 시절에 미국 국적이었다가 나중에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에스파냐 마드리드 레알 오페라 극장 및 프랑스 리옹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보조지휘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라 보엠’으로 지휘자 데뷔했다. 이후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객원 지휘자로 경력을 쌓았고,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이나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등 카펠마이스터를 고용하지 않는 특급 오페라 극장에서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비정규직 카펠마이스터’로 활약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선정되기에 앞서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했다.

카리나 카넬라키스 (Karina Canellakis)

1981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리스-러시아계 미국인으로, 현재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이자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이다. 커티스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에서 사이먼 래틀의 눈에 띄어 지휘를 배우기 시작해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보조지휘자로 경력을 쌓다가 2014년 야프 판 즈베던의 긴급 대타로 데뷔했다. 2015년에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대타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2016년에는 유리 테미르카노프 대타로 덴마크 국립교향악단을 지휘했으며, 이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며 명성을 얻었다.

알론드라 데 라 파라 (Alondra de la Parra)

1980년 뉴욕에서 태어난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다. 멕시코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뉴욕 맨해튼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전공했다. 뉴 암스테르담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조지휘자로 경력을 쌓았고 2003년 멕시칸-아메리칸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멕시코 정부 기금을 지원받았다. 2012년에 멕시코 할리스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되었고, 2015년에 퀸즐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되었다.

엘림 찬 (Elim Chan)

1986년생 홍콩 지휘자로 중국식 이름은 천이린(陳以琳)이다. 현재 벨기에 안트베르펜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며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했다.

제마 뉴 (Gemma New)

1986년 뉴질랜드 출생으로 현재 캐나다 해밀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자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지휘자 겸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장한나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로 1982년생이다. 현재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며,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아리안 마티아크 (Ariane Matiakh)

1980년 프랑스 태생으로 독일 할레 오페라 극장 및 할레 슈타츠카펠레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지휘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④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7196

지난 시간에 지휘자의 역할 가운데 작품 해석에 대해 말씀드렸지요. 누구나 아는 곡을 예로 들다 보니 시대적 특성을 헤아리는 얘기가 많았지만, 현대 곡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지휘자는 작품의 어느 대목에 어떤 음색이 가장 알맞은지를 '해석'하고 그것을 연주자에게 알려 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현악기가 어느 대목에서 비브라토를 얼마만큼 쓸지, 활을 지판 가까이에서 긁을지 멀리서 긁을지, 얼마만한 힘과 얼마만한 빠르기로 긁을지, 음표마다 활 방향은 어떻게 할지 등이요. 구체적인 연주법은 악장이나 수석단원이 결정하기도 하지만, 지휘자가 특정 연주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대곡이라면 작곡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겠고요.

지휘자 없이 공연하는 악단도 있어요. 악단 규모가 작고 지휘자의 역할이 애초에 크게 필요하지 않은 작품만 연주한다면 지휘자가 없어도 됩니다. 다만, 그럴 때에도 악장이나 다른 누군가가 지휘자 역할을 대신해야 합니다. 지휘봉만 안 들었을 뿐이죠. 사실, 오늘날과 같은 전문 지휘자가 나타난 때는 19세기입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18세기 작품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협연자가 지휘자를 겸할 때가 잦아요.

특수한 사례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마음에 안 들면 단원들이 지휘자를 따돌리고 '지휘자가 지시한 것보다 더 아름답게' 연주해 버리기로 유명합니다. 전통과 실력이 있는 악단일수록 지휘자 말을 안 듣고 연주자 자신의 해석을 지휘자에게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지요.

그런데 그 콧대 높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을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지휘자도 있더라고요. 20세기 관현악곡을 연주하는데, 트럼펫 연주자 하나가 틀린 음을 연주했어요. 그런데 틀린 대목에서 트럼펫 네 대가 독립적인 선율을 연주합니다. 결정적으로 무조음악이고, 다른 악기까지 더하면 무시무시한 음표의 카오스 상태이지요. 그런데 지휘자는 두 번만에 '범인'을 잡아냅니다! 살아남은(?) 단원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요. 그 지휘자는 피에르 불레즈였습니다.

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지휘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③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5779

이제까지 지휘자의 박자 젓기에 관해서 기술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말씀드렸는데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악보라는 '텍스트'를 음악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하고 그것을 연주자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일입니다. 작품 해석이 훌륭해야 할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라는 조직의 으뜸으로서 이른바 '리더십'을 보여야 하지요. 지휘자를 '마에스트로'(Maestro)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작품 해석 얘기를 자세히 해볼게요.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잘 살린 연주가 가장 훌륭한 연주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작곡가의 진정한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작곡가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다음에야 알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이 이미 발표된 이상 작곡가의 의도가 절대적이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작품을 내놓고 나면 작가는 죽어야 한다'라고도 했지요. 작품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휘자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도입부를 예로 들자면, '공포의 팡파르'라고 불리는 이 대목은 사실 악보대로라면 주선율을 목관악기가 연주하고 트럼펫 등은 단순한 음형으로 뒤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할 뿐이에요. 그런데 이 곡이 초연될 당시에 쓰이던 트럼펫으로는 낼 수 없던 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오늘날에는 트럼펫에 주선율을 맡기는 것이 진정한 베토벤의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이왕이면 트럼펫의 강력한 음량에 맞게 악기 편성을 악보 지시보다 '뻥튀기'해 주고요.

몇십 년 전부터 좀 다른 해석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악보에 있는 음표 그대로, 악보에 있는 편성 그대로 연주하자고요. 더 나아가 작품이 발표될 당시 악기로 연주하고 악기 조율법까지 그때 관습대로 하며, 악보에 나오는 작은 나타냄말까지 당시 관습과 작곡가의 버릇 등까지 고려해 '해석'하고자 하면 본격적인 학술 연구가 됩니다. 지휘자는 그 성과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2012년 8월 23일 목요일

지휘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②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4219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도입부에서 박자 젓기에 관해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따따따 따안―' 할 때 긴 음에는 늘임표(fermata)가 있습니다. 그 음을 적당히 늘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얼마만큼 늘여야 할까요? 말 그대로 '적당히' 감으로 늘일 수도 있겠고, 뒤에 비슷한 음형이 다시 나오는 곳을 근거로 한 마디를 세 마디로 늘일 수도 있어요. 음반을 들어 보면 늘임표를 아예 무시한 연주도 제법 있더라고요. 이쯤 되면 단순한(?) 박자 젓기가 아니라 본격적인 '해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음형이 곧바로 또 나오니까,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예비박 문제를 또 만납니다. 지휘자는 이 문제를 다 해결해 줘야 해요.

지휘자가 손동작으로 묘기를 부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오른손으로 박자를 저으면서 왼손 바닥을 펼친 상태에서 재빨리 떨어 보세요. 양손이 따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되나요? 지휘자는 그런 동작도 자연스럽게 해야 합니다. 연주회장에서 "바이올린만 크레셴도!"(점점 세게!) 하고 외칠 수는 없잖아요?

작품에 따라서는 악기마다 박자와 템포, 셈여림이 제각각이기도 합니다. 지휘자는 이럴 때에도 악기마다 알맞은 예비박을 따로 줘야 해요. 한 번은 연주회장에서 현대음악을 듣는데, 목관악기 하나하나가 불규칙하게 마구 튀어나와요. 지휘자는 그 대목에서 아예 박자 젓기를 멈추고 악기마다 일일이 예비박을 주더라고요. 보통 사람의 박자 감각으로는 어림도 없는 묘기였지요!

오페라를 지휘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가수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하는데다가, 가수들이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곁들이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럴 때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알맞게 예비박을 바꿔 줘야 하지요.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사고 수습'이라 하기도 뭣해요. 오페라 지휘 경험이 없는 지휘자는 이런 일을 잘 못하죠.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지휘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①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72687

지휘자는 앞에서 팔 휘젓는 일이 다인데 그런 사람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어요. 질문을 바꿔 보죠. 영화감독은 '레디, 고!'와 '컷!'을 외치는 일 말고 무슨 일을 할까요? 연기는 배우가 하고 촬영은 카메라맨이 하는데요? 설마 그게 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겠죠? 지휘자도 영화감독과 비슷합니다. 템포, 음색, 셈여림 등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연주법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지면이 짧으니 오늘은 눈에 보이는 '박자 젓기'(beating)에 대해서만 말씀드릴게요.

학교에서 녹음된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불러요. 그런데 '우리가' 노래를 끝내고 나니 반주는 아직 한참 남았어요! 이런 경험 다들 해봤죠? 그런데 비슷한 실수를 프로 합창단도 하더라고요. 음악이 복잡한데 무대 음향은 나쁘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다른 단체라서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실제 공연장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관객이 너그럽게 이해해줄 리는 없잖아요? 이때 재빨리 사태를 수습할 책임은 지휘자한테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 서로 다른 예비박을 줘서 순식간에 '티 나지 않게' 템포를 맞춰야 합니다. 저는 실제로 그런 묘기를 본 일이 있어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도입부. 누구나 한 번쯤 이 곡으로 '남이 보면 안 되는 지휘 생쇼'를 해본 일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음반을 틀어놓고 해보면 음악이랑 손동작이 잘 안 맞죠! 이 대목은 실제 공연장에서도 '사고'가 잦습니다. '따따따 따안―' 하는 처음부터 빠른 음형이 그것도 여린박으로 갑자기 튀어나오기 때문이죠. 8분음표로 시작하므로 지휘자가 8분음표만큼 예비박을 주면, 팔 움직임이 너무 날카로워서 첫 박으로 착각하기 딱 좋아요. 예비박이 아닌 예비 '마디'를 세 마디나 주면 확실하지만, 그러면 모양새가 너무 안 좋아요. 바로 뒷부분이 더 까다로운데,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할게요.

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정명훈 '말러 때문에 지휘자 됐다.' 발언 진위 논쟁

― 교향곡을 연주해 보고 싶어서 지휘자가 됐다면서 말러 등을 예로 들었는데 언론이 왜곡했다.
― 아니다, 프랑스에서 인터뷰로 그런 말 했다.
― 베토벤 할 때에는 베토벤 때문에 지휘자 됐다고 했다.

원문 링크: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lassic&no=56820

프랑스 인터뷰 링크:
http://www.resmusica.com/article_1055_musique_symphonique_myung-whun_chung_paris_gustav_mahler_l_elan_vers_l_infini.html
(문제 발언: "je suis devenu chef d'orchestre pour diriger Ma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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