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4일 일요일

윤이상: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가사' (1963)

노랫말을 뜻하는 가사(歌詞)는 한국 고전시가의 한 형태인 가사(歌辭)를 노래하는 음악 장르를 일컫기도 한다. 작품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윤이상의 ‹가사›에서 바이올린은 노래[唱]를 담당하고, 피아노는 음향효과와 타악기적 추임새를 담당하며, 두 악기의 음악적 몸짓(제스처)은 한국 전통음악을 떠올리게끔 한다.

윤이상은 당시 유럽 아방가르드 음악의 주류 언어였던 12음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그 속에 한국적인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식으로 자신의 음악 언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작곡한 ‹가락›(1963)과 ‹가곡›(1972)에서 이른바 '주요음 기법'(Hauptton Technik)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한국적 제스처, 음양의 대비와 조화, 정중동(靜中動)이라는 도교적 원리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불교적 원리 등을 12음 음악 속에 담아내는 방법을 정교화했다.

이 작품에 관해 윤이상은 "부분적으로는 세속적인 중국 궁정음악에 영감을 받았고, 또 부분적으로는 교화적인 불사음악에 영감을 받은 음악"이라 했다. 음악학자 홍은미는 윤이상이 음악 장르로서의 가사를 "궁정에서 비의전적으로 흘러나오거나 사원의 종교의식에서 흘러나오는 장중하고 엄격한 음악으로 이해"했다며, 바이올린이 "찬불가처럼 상징적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길게 이어지거나 반복되는 이미지를 그리도록" 했다고 보았다.

윤이상은 또한 이렇게 말했다. "가사는 우주(Raum) 속에 존재한다. 시간의 제약은 없고, 찰나는 우주이며 그 우주는 무한하다. 그 속에서 극적인 발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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