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자신이 20살 때 작곡한 피아노 트리오 1번을 36년 뒤에 새로 썼다. 그는 원곡의 길이를 상당 부분 줄이고 주제 선율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등 적극적인 재창작 과정을 거쳤고, 그렇게 56살 거장의 손에 재탄생한 작품은 브람스 초기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완숙하고 세련된 짜임새를 갖추게 되었다.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은 1854년 출판본과 1891년 출판본이 존재하며, 오늘날 흔히 연주되는 것은 1891년 판본이다.
소나타 형식으로 된 1악장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희망찬 주제로 시작한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때때로 단조 영역이 침투하지만, 끝내 1악장의 전체 조성인 B장조로 돌아와 밝게 끝난다.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으로 된 2악장에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조성은 b단조가 되고, 마치 슈베르트의 악마적인 스케르초를 순화한 듯 섬뜩한 에너지가 절제된 우아함과 공존한다.
세도막 형식으로 된 3악장에서 조성은 B장조로 돌아온다. 그러나 3악장을 이끄는 것은 1악장의 희망이 아니라 가슴의 응어리를 종교적으로 승화하는 듯한 코랄풍 주제이다. 중간 부분에서는 우울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g♯단조로 나온다. 론도 형식으로 된 4악장에서 조성은 다시 b단조가 된다. 쫓기는 듯한 선율과 리듬이 4악장을 지배하며, 1악장의 희망을 소환하는 D장조 주제가 그에 맞선다. 그러나 음악이 흐를수록 단조 영역이 세를 넓히고, 격동하는 b단조가 끝내 승리를 선언한다. '순화된 슈베르트'의 우아한 비극으로 음악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