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4일 화요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한산신문에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아서 로렌츠가 대본을 쓴 뮤지컬이지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걸 영화로 만들어 지난해 12월에 공개했습니다. 한국에는 올해 1월에 나왔고, 3월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2019년에 촬영이 끝났지만, 편집까지 끝나고도 코로나-19 때문에 1년 동안 개봉하지 못했었다네요. 그러다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지난해 11월에 타계했고, 사흘 뒤에는 스필버그가 연출한 ‘무대용’ 프로덕션이 뉴욕에서 초연되었고, 한 달 뒤에는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하면 많은 사람이 1961년 영화를 기억하실 듯합니다. 1961년 영화가 사실은 ’녹화된 연극’인 것과 달리 스필버그 영화는 본격 영화로 재창작한 작품이라는 점이 다르고, 거장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값만큼이나 멋진 연출이 2021년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또 두 영화 사이에 무려 60여 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만큼 화질과 음질에 비교 불가능한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주요 출연진이 1961년의 출연진보다 대체로 노래를 더 잘하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특히 마리아 역 레이철 제글러와 아니타 역 아리아나 드보즈는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신인상 등을 휩쓸었더군요. 남자 주연인 앤설 엘고트에 대한 평은 썩 좋지는 않던데, 저는 그마저도 좋게 봤습니다. 영화 평론가 ‘듀나’ 님은 앤설 엘고트가 레이철 제글러, 아리아나 드보즈 등 신인들의 에너지에 눌렸다고도 하네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뉴욕 빈민가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들과 기존 주민 사이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요. 1961년 영화에서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 역할을 그냥 백인이 맡았던 것과 달리, 스필버그 영화에서는 정말로 라틴계 배우들이 나와서 에스파냐어와 영어를 마구 섞어서 대화합니다. 특히 마리아 역 레이철 제글러가 에스파냐어 발음 섞인 영어로 노래하는 게 참 매력적이에요. 레이철 제글러는 콜롬비아계 미국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유색인종 역을 백인이 맡는 이른바 ’화이트 워싱’이 없는 것 말고도 오늘날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이를테면 영화평론가 듀나 님이 쓰신 글을 인용할게요.

“몇몇 장면들은 20세기 사람들은 주저하며 못 쓰거나 건성으로 넘겼던 것들을 직설적으로 들이대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뜨이는 건 이전 작품들에선 50년대 풍의 톰보이였던 애니바디스를 트랜스 남성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 후반에서 아니타가 제트 일당들과 마주친 장면의 변경이 좋았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이는 발레화된 강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모든 양식적인 장식들을 지워내고 이게 말 그대로 현실세계의 강간임을 명확하게 하지요. 그리고 같은 자리에 있던 제트 일당들의 여자들이 필사적으로 이에 맞서고 항의하게 합니다. 이 장면은 리나 모레노의 발렌티나가 등장해 아니타를 구하고 남자들이 강간범이라고 선언하면서 완성됩니다.”

스필버그 영화에 담긴 음악은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일부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두다멜과 뉴욕필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가장 먼저 빠져들게 되더군요. 연주도 훌륭하고, 음질도 탁월합니다. 또 이른바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녹음되어서 음악에 현장감이 훌륭합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재생기기로 감상해야 그 대단함을 제대로 알 수 있어요.) 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음반 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엘 시스테마’가 낳은 베네수엘라 출신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맘보’를 공연 앙코르로 자주 연주했던 사람이고, 그래서 ’맘보’가 두다멜의 대표곡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이 영화의 음악을 지휘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구스타보 두다멜이라는 사실이 그 자체로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두다멜이 남아메리카 출신 스타 지휘자라는 점이 이 작품의 배경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맘보’가 두다멜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예전부터 가장 유명한 대목은 ’발코니 장면’이지요. 뮤지컬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이 대목을 들어보면 익숙하실 거예요. “투나잇~ 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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