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88759
'오케스트라'(orchestra)는 말뿌리를 따지자면 '춤춘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곳을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원형 경기장 바닥이 '오케스트라'였는데, 르네상스 시대에 그리스 연극을 되살리면서는 무대 앞이 '오케스트라'가 되었다네요. 17세에는 음악가들이 앉는 곳을 '오케스트라'라고 부르다가 18세기에 들어서 오늘날과 같은 뜻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오케스트라는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에 그리스 연극을 되살리고자 만든 것이 바로 '오페라'이지요. 오페라가 대중화되면서 유럽 곳곳에 오페라 극장이 생겨났고, 다양한 오페라 작품이 국경을 넘어 공연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라마다 제각각이던 악기가 표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18세기에 와서 근대적인 악기 체계가 자리를 굳혔습니다. 바로크 시대와 고전주의 시대에 걸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시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 오케스트라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를테면 터키(오스만 튀르크)가 유럽을 침공하면서 타악기가 유럽에 수입되었습니다. 이때 터키 행진곡이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에도 중간에 터키 행진곡이 나오지요.
프랑스 혁명 때에는 노래로 혁명 이념을 퍼트렸다고 해요. 사람들이 대부분 문맹이었던 그때에는 노래가 오늘날의 언론과 비슷한 역할을 했거든요. 그리고 이때 야외에서 중요한 행사를 자주 열게 되면서 음량이 큰 악기가 필요해졌지요. 군악대에서나 쓰던 금관악기가 바로 프랑스 혁명 때문에 오케스트라 악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금관악기 성능이 크게 좋아지기도 했고요.
고전주의 음악 양식이 뿌리내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음악회가 열리고, 그 과정에서 유럽 음악의 중심지가 프랑스에서 독일-오스트리아로 옮겨간 일 등이 맞물려 오케스트라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얘기는 복잡하니까 다음 기회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