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삼중협주곡의 정식 제목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장조›이다. 협주곡에 독주 악기가 셋이나 나오는 특이한 편성은 바로크 시대 합주협주곡(콘체르토 그로소)과 일견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음악적 내용은 전혀 다르다. 세 가지 악기에 독주 선율을 넉넉하고도 균형 있게 배분하면서도 독주 악기마다 개성을 살려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가 작곡가에게 주어졌으며, 베토벤은 '삼중'으로 복잡하고 파격적인 짜임새로 문제를 해결했다.
1악장에서 솔로 악기에 의한 제시부는 관현악 제시부보다 두 배나 길고, 그 성격이 제시부라기보다 차라리 발전부에 가깝다. '진짜' 발전부는 상대적으로 짧으며, 발전부 시작은 그냥 주제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베토벤치고는 충분히 '발전'하지 않는 발전부는 곡 자체가 그나마 덜 복잡해지게끔 하지만, 그런데도 이 작품이 오랫동안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게 받게끔 해온 원인이 복잡한 구성에 있기도 하다.
또 새롭게 등장했다가 구조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사라지는 주제가 여럿 있어서 듣는 이를 더욱 헷갈리게끔 하는데, 이를테면 제시부와 재현부에서 독주 첼로가 강렬한 부점 리듬으로 박박 긁어대는 대목은 첼로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세 가지 독주 악기가 처음부터 충분히 균형 있게 돋보이게 되었고, 같은 이유로 재현부 또한 길고 복잡하다. 달리 생각하면 제시부와 재현부의 '유사-발전부'와 더불어 1악장에 발전부가 세 군데 있는 셈이기도 하다.
앞선 악장이 길고 복잡했던 만큼 2악장은 짧고 편안한 유절 가곡 형식이다. 아타카로, 즉 멈춤 없이 이어지는 3악장은 폴로네이즈 풍 론도(Rondo alla Polacca)이다. 경쾌한 리듬으로 꾸준히 달리는 짜임새로 제법 길면서도 1악장만큼 복잡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