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1일 일요일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하이든 첼로 협주곡 D장조, 베토벤 교향곡 7번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세비야의 이발사》는 로시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이지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로시나'라는 아가씨를 우연히 마주쳤다가 홀딱 반해 '세비야'라는 도시까지 따라갑니다. 그러나 로시나에게는 '바르톨로'라는 남자가 후견인으로 버티고 있었지요.

세비야에는 자영업자 이발사이자 만능 해결사로 이름난 '피가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피가로는 한때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이었던 인연으로 백작의 연애사를 도와주게 됩니다. 그리고 알마비바 백작은 평민으로 가장하고 바르톨로의 눈을 피해 로시나의 사랑을 얻으려 흥미진진한 일을 벌이게 됩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은 이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어딘가 익숙할 선율이 메들리처럼 이어지는 신나는 곡입니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 D장조

하이든 첼로 협주곡은 5곡 또는 그 이상입니다. 그런데 악보가 남아있지 않거나 또는 다른 작곡가가 하이든을 사칭해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거나 한 것들을 빼고 나면, 오늘날 연주되는 하이든 첼로 협주곡은 두 곡이지요. '첼로 협주곡 2번'으로도 불리는 D장조 첼로 협주곡 또한 한때 위작으로 의심받았지만, 1951년에 자필 악보가 발견되면서 의심할 여지 없는 하이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독주 첼로가 연주하는 1악장 제1 주제의 단단한 음형이 특히 매력적인 이 곡은 전형적인 고전주의 음악 양식으로 된 작품입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과 3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짜임새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편한 마음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지만, 한편으로는 독주 연주자에게 의외로 대단한 기량을 요구하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기술적으로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것이 위작 논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네요.

베토벤: 교향곡 7번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두고 리스트는 '리듬의 화신'이라 했고, 바그너는 '춤의 화신'이라 했다지요. 악장마다 특징적인 리듬이 집요하게 되풀이되면서 듣는 이를 흥분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참 그럴싸한 표현입니다.

1악장은 도입부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짜임새가 독특합니다. 심지어 도입부에 제1 주제(?)와 제2 주제(?)가 있어서 '가짜 제시부' 노릇을 하고 있지요.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도무지 짜임새라 할 게 없다느니 베토벤이 술 먹고 작곡했음이 틀림없다느니 하는 악평이 많았다는데요, 아마도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던 도입부가 큰 원인이었을 듯합니다.

긴 도입부에 이어 1악장을 대표하는 리듬이 마침내 나타날 때도, 플루트와 오보에가 리듬을 이끌고 곧이어 플루트가 주제 선율을 제시하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음악을 이어갑니다. 1악장 제시부이지요. 처음에는 목관의 청량한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오케스트라 총주로 주제를 크게 부풀리면서 '리듬의 화신'이 위력을 발휘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소나타 형식이에요.

2악장에서는 장송행진곡 리듬이 악곡을 지배합니다. 이 리듬을 되풀이하면서 화음과 선율을 쌓으며 조금씩 부풀려가는 짜임새이지요. 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인데, 4분음표를 매우 빠른 템포로 반복하는 가운데 극적인 셈여림 대비가 악곡을 지배합니다. 그래서 3악장에서는 셈여림을 얼마나 맛깔스럽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합니다.

4악장에서는 '리듬의 화신'이 광란의 춤을 춥니다. 악보를 보면 요즘 하는 말로 '록 스피릿'(Rock spirit)이 느껴지는데요, 악보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리듬 위주로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같이 살펴 볼까요?

일단 첫머리에 나오는 셈여림 기호가 ff(매우 세게)입니다. 현악기가 8분 음표 스타카토로 '짠!' 하고 바로 이어 관악기와 팀파니가 '♬♪' 리듬으로 받지요. 그러니까 '짠짜라잔!' 리듬이 됩니다. (예시한 악보에서는 목관악기 부분이 잘려서 보이지 않고, 위에서부터 호른, 트럼펫, 팀파니, 그리고 현악기입니다.)

본격적으로 주제 선율이 나타나면, 2/4박자인데 약박인 둘째 박마다 거꾸로 sf(스포르찬도; 특히 그 음을 세게) 기호가 달려 있지요. 그리고 트럼펫, 호른, 팀파니 등이 같은 음으로 '스포르찬도'에 집중합니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같은 음, 같은 리듬으로 힘을 보탭니다. (정확히는 같은 음계음이지요. 일부 악기는 악보에 쓰는 음과 실제 소리 나는 음이 다르기도 한데, 여기서는 모두 E(미)음입니다.)

애초에 셈여림 기호가 '매우 세게'인데 둘째 박마다 '특히 그 음을 더 세게' 연주해야 하고, 음량이 큰 악기를 둘째 박에 집중시켜 놨어요. 그래서 '읏, 따아–! 읏, 따아–!' 하는 강력한 리듬이 만들어지며, 이것이 악곡을 지배합니다. 짧은 도입부에 나왔던 '짜라잔!' 리듬이 살짝 거들지요.

곡이 절정에 이르면 이 음형이 광란으로 치달아, 셈여림 기호는 fff(매우 매우 세게)가 되고 트럼펫이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립니다. 그야 말로 듣는 사람 숨 넘어가게 만드는 짜임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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