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이모팬으로 유명한 성유리 씨가 작년에 조성진 리사이틀 갔다 와서 베토벤 '비창 소나타' 좋았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지인이 찾아내서 보내줌. 어렸을 때, 그리고 배우가 되어서 촬영 때문에 연습했던 곡이었다면서 악보 사진도 올렸는데, 악보에 뭘 잔뜩 써놔서 메모인지 낙서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수준. 연습 열심히 했다는 건 알겠네요. ㅎㅎㅎ
그런데 그 와중에 카라얀-베를린필이 연주한 비발디 사계 LP도 보입니다.
정명훈 지휘자가 산케이 신문과 인터뷰했는데, 한국 언론이 친일발언으로 왜곡하면서 심지어 없는 내용까지 지어냈다는 모양. '사무실까지 운영하면서 안티 정명훈 활동을 벌인다는 소문이 돌았던' 그곳에서 소설을 쓴 다음 보도자료를 뿌렸을 것으로 의심. 원래 내용은 (한일관계가 좋았던) 2000년대 초반 정명훈이 현 일왕(덴노)과 함께 연주한 일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교류 음악회를 하자고 했었다는 얘기.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 CIA(당시에는 미군심리전사령부)가 예산을 보태줬다던가 하는 정황 증거는 예전부터 있었죠.
저 때는 미국이 돈도 희망도 힘도 넘쳤고 하드파워도 소프트파워도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맞아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번영을 누리는 패권국이면서도 사회주의 진영의 존재에 따른 실존적 불안감과 강박에 시달리던 때다. 그래서 가능했고 그래서 또 필요했던 일.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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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해체된 국립오페라합창단 출신으로 아직도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분이 있네요.
"이번에 대통령이 되셨을 때 저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도종환 장관님 본인은 노력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말 실망했다. 도종환 장관님도 예술인이지 않나. 그리고 해고도 당하셨기 때문에 해고자의 아픔을 아실 거라 생각했다. 그런 분이 어떻게 아무 것도 안 해줄 수 있을까. 배신감이 어마어마했다.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단원들도 모두 그랬다. 한 가지 고무되는 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 만났던 공무원들 같지는 않다는 거다. 그때는 저희를 무슨 벌레 보듯 봤거든."
현재 상황 깔끔 정리.
플라시도 도밍고의 sexual harassment 의혹이 AP 기사로 보도되자,
(1)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9월 18일로 예정된 개막 갈라 공연의 도밍고 출연을 취소했고, 도밍고 홈페이지에서도 일정이 삭제됐습니다.
(2)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10월 6일로 예정했던 도밍고의 샌프란시스코 데뷔 50주년 기념 독창회를 취소했고, 도밍고 홈페이지에서도 일정이 삭제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작년에도 도밍고 독창회를 열었는데, 작년과 올해 모두 티켓이 오픈 직후 매진됐습니다. 팬들의 아쉬움과 오페라단의 재정 손실이 엄청나겠네요.
(3) 도밍고가 1998년부터 예술감독, 2003년부터 총감독을 맡아 온 LA 오페라는 즉각 직위해제나 출연정지 등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부 인사에게 조사를 맡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4)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LA 오페라단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도밍고는 올해 9-10월 맥베스에, 11월에 나비부인에 출연할 예정인데 LA오페라단의 조사결과가 석 달만에 나오기는 어려울테니, 아마도 그 두 차례 메트 출연은 본인이 고사하지 않는 한 하게 되겠지요.
(5) 유럽 쪽은 아직 특별한 조치가 발표된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유럽이 이런 면에선 미국과 큰 격차가 있죠. 8월 말 잘츠부르크에서 루이자 밀러 공연, 헝가리에서 독창회가 예정되어 있군요.
여기서 옛날 얘기 하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1969년 라보엠 공연으로 데뷔한지 올해로 딱 50주년이 되는 도밍고는 샌프란시스코 관객들의 달링이었습니다. 나이드신 팬들은 1983년 9월 8일, 시즌 개막 오텔로 공연을 몇 시간 남겨 놓고 도밍고가 대타 출연을 수락했던 때를 얘기하곤 하더군요. 원래 출연 예정이던 카를로 코수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오페라단이 도밍고에게 SOS를 쳤고, 흔쾌히 수락한 도밍고는 뉴저지에서 특별 제트기에 몸을 실었고, 네브래스카에 내려 중간 급유를 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단 6시간 6분만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대기중이던 녹색 재규어 스포츠카에 실려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에서 전쟁기념 오페라극장까지 딱 20분만에 도착했고, 마치 "미합중국 대통령처럼" 성대한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나타나서 훌륭히 공연을 마쳤다죠.
도밍고도 이렇게 자기가 잘 해 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이 이번 보도를 계기로 출연을 취소한 데에 무척 서운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세상엔 꽤 있죠.
링크는 1983년 9월 도밍고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를 위기에서 구원한 사건을 회고하는 2008년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사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게 무척 큰 뉴스였죠. 잊어버리기 쉬운 일이지만, 세상 자체가 지금과는 크게 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