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드라마투르기는 ‹광주여 영원히›(1981)와 닮은꼴이다. 3악장 구성,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연대하여 금관악기와 대립하는 1악장과 3악장, 그리고 그 사이에 비극이 안으로 침잠하는 2악장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정서적 충격을 처절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비극과 갈등을 좀 더 차분히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광주여 영원히›와 다르다.
1악장 마지막에는 윤이상이 ‹첼로 협주곡›(1976) 이후 이상적 세계, 신의 세계, 도(道)의 세계를 상징하는 음으로 즐겨 썼던 '라'(A) 음이 나타난다. 갈등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뜬금없이 나오는 '라' 음은 마치 이곳이 우리가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곳이라고 비장하게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악장 중간에 크게 부풀어 오르는 대목에서는 숭고한 느낌마저 든다.
3악장 중간 부분에서는 갈등이 급속도로 '정리'된다. 이것은 마치 기만적인 타협으로 갈등을 은폐한 것처럼 느껴지며, 끝내 금관의 사나운 으르렁거림으로 귀결된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다시 연대하고 '투쟁'이 시작되지만, 1악장 마지막에 소리 높여 외쳤던 '라' 음에 이르는 대신 '솔'과 '솔♯' 사이를 오르내리는 트레몰로로 음악은 끝난다. 그리고 그 와중에 트럼펫의 '파' 음과 트롬본의 '시' 음이 만들어 내는 감5도(정확히는 감12도) 화음이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