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람 《이방인의 노래》 세계초연, 그곳에 내가 있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음악'에 좀 더 집중해서 감상했습니다. 내용에 익숙해질수록 어느 대목에 어떤 음악 어법을 사용했는지 곱씹게 되더군요. 기타를 거문고처럼 연주하면서 저녁노을을 멋지게 묘사했구나, 어떤 가사에서 반음계적 음형을 효과적으로 사용했구나 하면서 말이죠.
무엇보다 고수가 연주하는 북소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흔히 '일고수 이명창'이라면서 고수가 소리꾼보다 중요하다고들 하던데, 이번 공연으로 그 까닭을 알게 된 것도 같습니다. 음질 나쁜 옛날 녹음을 들을 때에는 고수가 하는 일이라야 프레이즈 사이에 북소리를 집어넣거나 추임새를 넣거나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연을 들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라사라'와 '호메로(오메로?)'가 대통령의 패물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는 대목에서, 단순한 리듬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북소리가 이자람의 노래 및 대사(아니리)와 상호작용하면서 두 사람의 심리 변화를 흥미진진하게 표현하더군요. 말하자면 반주와 효과음향을 사이를 오가면서 극에 생명을 불어넣는 막중한 역할을 고수가 하고 있었습니다.
카리브 해안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수가 왼손에 나무채를, 오른손에는 재즈 드러머가 곧잘 쓰는 브러쉬를 들고 리듬과 음색을 기막히게 바꿔가며 연주하는 대목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작곡하시는 분들께 자신 있게 권합니다. 이 대목을 주의 깊게 들어 보세요.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치고는 은근히 복잡한 리듬도 흥미롭지만, 서양 악기와는 사뭇 다른 음색이 백미입니다. 타악기 소리, 특히 저음 쪽 소리는 오디오로는 제대로 재생이 안 되는 것 아시죠? 반드시 실연을 들으셔야 합니다.
고수 이름이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이향하 씨네요.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공연장 앞마당에서는 페로니 맥주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