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 출처: http://g-phil.kr/?p=240
▲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 ©넥슨
위 그림은 ㈜넥슨에서 만든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에 나오는 장면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했으되, 대사는 셰익스피어 희곡과 다르다. 이를테면 "밤의 망토"는 로미오 대사에 나오는 말이고, 위 자막에 해당하는 줄리엣 대사는 "밤의 가면이 내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면 붉게 물든 내 뺨이 드러나고 말았겠죠"이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희곡에서는 해골 괴물이 줄리엣을 공격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원작을 고치는 일이 잘못은 아니다. 사실은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원작이 따로 있다. 아서 브룩(Arthur Brook)이 1562년에 발표한 서사시가 원작이며, 셰익스피어 작품과는 내용이 또 다르다.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페라, 발레, 교향시, 영화 등으로 고친 작품이 곳곳에서 나왔고, 내용은 제각각이다. 이 가운데 오페라만 꼽아도 24개 작품 또는 그 이상이다.
왜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토록 다양한 판본을 낳은 고전이 되었을까? 비극적인 반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글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구자범 지휘자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말을 했다. "어른들은 싸우는데, 아이들은 사랑을 나눈다. 아이들이야말로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순수한 사랑을 한다."
이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회에서 연주될 네 가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자.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쥴리엣》 조곡 2번에서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해당하는 두 곡이 연주된다.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쥴리엣》과 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이야기 중간에 해당하는 대목, 로미오와 쥴리엣이 만나서 사랑을 키워 가는 장면이 연주된다. 구노와 번스타인이 같은 장면을 어찌 달리 표현했는지 견주어 보자.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쥴리엣》은 이야기 전체를 관현악곡에 담은 작품이다.
이제, 로미오와 쥴리엣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사랑하며 살자.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어른들은 본받지 말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살자. 행복한 로미오와 쥴리엣이 되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번 음악회 제목은 〈로미오와 쥴리엣〉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표준외래어표기법을 좇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써야 옳다. 이번 음악회에서 경기필하모닉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틀리게 썼다. 쥴리엣이라 쓰면 더 예쁘기 때문이다. 다만, 셰익스피어 희곡 제목을 쓸 때만큼은 외래어표기법에 맞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