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과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원본 출처: http://g-phil.kr/?p=237
프로코피예프는 1935년에 작곡한 발레 음악 《로미오와 쥴리엣》을 간추려 조곡(모음곡)을 3곡 만들었다. 이번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조곡 제2번 중에서 발췌해 연주한다.
▶ 제1곡 : 몬타규 가(家)와 카풀렛 가(家)
사이 나쁜 두 귀족 집안 기사들이 만난 날. 분위기가 사납다. 짧고 강렬한 도입부가 끝나면, 저음 현이 기사들 발걸음처럼 쿵쾅거린다. 서늘한 긴장감을 담은 바이올린 선율이 이어진다.
▲ "기사들의 춤" 주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 Non-PD US, Non-PD EU
마침내 두 집안 기사들이 만나 으르렁거린다. 사나운 호른 선율이 터져 나오고, 이것이 트롬본, 튜바, 트럼펫 등으로 옮겨가며 긴장감을 높인다.
무릇 싸움 구경은 불구경만큼이나 재미난 법. 이 강렬한 분위기 때문에 '딥 퍼플' 등 록 음악가들도 이 곡을 연주한 일이 있다. 또한 이 곡은 영국 축구팀 '선덜랜드'가 입장할 때 배경음악으로 쓰기도 했으며, NFL 미식축구가 영국에서 방영될 때 주제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영화 《칼리굴라》 등에서도 이 곡이 쓰였다.
▲ "적개심(antagonism)" 주제. "기사들의 춤" 주제와 겹친다.
그래도 무도회는 열리고, 쥴리엣과 패리스 백작이 춤을 춘다. 패리스 백작은 쥴리엣과 결혼하고 싶어하는데, 쥴리엣은 아직 로미오를 만난 일이 없다. 플루트, 하프, 첼레스타가 이끄는 음악은 아름다운 쥴리엣 모습을 돋보이게끔 한다. 사뿐사뿐한 춤이 끝나면 다시 기사들이 서로 으르렁거린다.
▲ "쥴리엣과 패리스" 주제, 플루트 선율.
▶ 제2곡 : 쥴리엣 아가씨
제목 그대로이며 말이 필요 없다. 쾌활한 쥴리엣, 새침한 쥴리엣, 청순한 쥴리엣이 눈에 보일 듯한 음악이다.
▶ 제5곡 : 이별을 앞둔 로미오와 쥴리엣
쥴리엣의 침실. 달콤한 플루트 선율이 한참 흐른다. 짧은 클라리넷 선율에 이어 첼로와 바이올린 등이 연주하는 이른바 '사랑의 주제'가 나타난다.
▲ 플루트 주제
▲ 사랑의 주제
이제 헤어질 시간.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꼭 껴안는다. 독주 비올라, 클라리넷, 색소폰, 바이올린 등으로 선율이 이어지며 음악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뒤이어 플루트 주제와 사랑의 주제가 금관으로 찬가처럼 터져 나오며 음악이 절정에 이른다.
▲ '마지막 껴안음' 주제
로미오는 떠나고, 쥴리엣은 프란체스코 수도회 로렌스 수사를 만나 가짜 독약을 얻는다. 쥴리엣의 각오를 나타내는 플루트 선율이 불길하게 흐른다. 뒤이어 튜바와 콘트라베이스로 "죽음의 주제"가 나타난다.
▲ 불길한 플루트 선율
▲ 죽음의 주제. 불길한 플루트 선율과 겹쳐 나온다.
▶ 제7곡: 로미오와 쥴리엣의 무덤
제5곡에 나왔던 죽음의 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서럽게 이어진다. 금관이 선율을 받아 크게 부풀어 오른다. 뒤이어 '마지막 껴안음' 주제가 애달프게 흐르고 나면, 죽음의 주제가 금관으로 목놓아 울부짖듯 터져 나온다. 쓸쓸한 선율이 이어지면서 음악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