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4일 일요일

전자책 단말기 Sony PRS-T1 사용기

Sony PRS-T1
©Sony

목차

  • 전자잉크 얼리어댑터: '리브리에'와 '일리아드'를 아십니까
  • 소니 PRS-T1, 이것은 마치 박물관폰 쓰다가 스마트폰 지른 느낌
  • 전자사전은 전자잉크가 제맛
  • 기대도 안 했던 웹브라우징이 대박!
  • 한글 기울임 글꼴 설정
  • 지름신을 물리치고 싶은 그대에게

▶ 전자잉크 얼리어댑터: '리브리에'와 '일리아드'를 아십니까

소니 리브리에

리브리에(LIBRIé)는 전자잉크(e-ink)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사용한 제품입니다. 그때는 사람들이 전자잉크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라 얼리어댑터 사이에서만 입소문이 났죠. 저는 1년쯤 뒤에 중고로 샀습니다. 모 대기업에서 디스플레이 연구하시던 분이 제가 갖고 있던 리브리에를 보고, '내가 옛날에 연구했던 건데 드디어 제품으로도 나왔네?'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때 대학원생이었고, 만날 논문을 읽어야 했습니다. 한 편에 수십 장씩 되는 것을 여럿 인쇄해서 갖고 다니자니 가방이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샀습니다.

…그랬는데, 독일 바이로이트에 갔다가 이런 걸 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표 구함"이라는 뜻입니다. 배꼽 빠지는 그때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바이로이트 여행기

손바닥만한 기계로 논문을 읽으니 좋기는 했는데, 문서를 기계에 읽기 좋게 집어넣는 일이 참 번거롭더라고요. 글자가 너무 작으면 읽기에 나빠지고요. 검색해 보니 기술적인 문제를 알 수 있었는데, 디스플레이가 일단 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iRex iLiad

얼마 안 가서 대략 A5 크기로 된 기기가 네덜란드에서 나오더라고요. iRex라는 회사에서 만든 일리아드(iLiad)입니다. 학생 주머니 사정으로 큰 돈을 들여 샀습니다. 인터넷에 사용기가 올라온 것을 기준으로 제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샀더군요. 연구용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뭘 읽으려고 산 것은 제가 국내 최초였지 싶습니다. ☞클리앙에 사용기를 올려서 제법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저 때문에 사람들한테 지름신이 강림하기 시작했습니다. ㅡ,.ㅡㅋ

나중에 같은 회사에서 A4 크기 기기를 내놓기도 했지만, 저는 그냥 있는 걸로 참고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썼습니다.

▶ 소니 PRS-T1, 이것은 마치 박물관폰 쓰다가 스마트폰 지른 느낌

Sony PRS-T1 vs. iRex iLiad

거의 6년이 지나서 소니 PRS-T1을 샀습니다. 이제 영어 논문 읽을 일이 드물어서 크기가 좀 작아도 좋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기반에 '루팅'이 된다는 사실에 솔깃했습니다. 위 비교 사진에서 배경색 차이는 전자잉크 기술 차이입니다. 글자가 아닌 사진을 띄웠을 때 그 차이가 좀 더 극적으로 드러나지만, 귀찮아서 대략 생략. PRS-T1은 대기화면 상태입니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놨는데, 전화번호는 안 보이게 사진을 고쳤습니다.

저한테 지름신을 강림시킨 '돌소년'님 사용기

이넘을 사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렸던 기기를 나열하자면,

그러다가 PRS-T1으로 거의 마음을 굳혔습니다. 중고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기에 그냥 신품을 해외 주문하려고 알아보다가, 별 생각 없이 중고 장터를 클릭했더니 막 올라온 매물이! 올라온 지 대략 2~3분만에 전화해서 예약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끔 있어요. 지름신의 축복을 받은 나. 지를루야~ ㅡ,.ㅡa

▶ 전자사전은 전자잉크가 제맛

전자책이 좋다고는 하지만, 읽기 좋기로는 종이책을 따라갈 수 없지요. 마찬가지로 사전은 종이책 사전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사전 여러 개를 들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것과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사전을 보기에는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자기기로 사전을 보기는 하는데, 이왕이면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좋습니다. 잡다한 편의성은 나중 얘기입니다. 갖고 노는 게 아니라 진짜로 공부를 할 거라면 말이죠.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전자사전'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일리아드였습니다. 이제 PRS-T1으로 바뀌었네요.

처음에는 T1과 일리아드를 같이 쓰려고 생각했습니다. 일리아드로는 '모비포켓' 사전을 쓸 수 있거든요. 이게 뭐냐면,

「Mobipocket 사전 강추합니다.」

모비포켓은 아마존이 인수했고, 이것이 거의 그대로 킨들에서 쓰입니다. 문제는, 아마존 이놈들이 킨들에서 사전 활용성을 축소하거나 호환이 제대로 안 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T1 사기를 마지막까지 망설인 까닭이 여기에 있었죠.

그런데 T1을 사보니 내장 사전 가운데 『(New) Oxford Dictionary of English』가 있더라고요. 기본 사전으로 설정된 넘은 『New Oxford American Dictionary』인데, 이넘은 여러 가지로 NODE보다 못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가 쓴 분석 참고:

「일부 ESL 사전과 NS 사전의 특징과 그 경계」 (권희섭)

위 링크에서 NS는 영어 원어민을 뜻하는 "Native Speaker"입니다. 그리고 ESL이란 "English as a foreign or second language"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ESL 사전은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사전을 말하죠. ESL 사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같은 사람이 쓴 글 참고:

「Big Four 영영사전 비교 연구 분석 5: The Rationale」 (권희섭)

글쓴이 권희섭 씨는 학습용(ESL) 사전과 독해용(NS) 사전을 두루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NODE는 독해용 사전이면서도 학습용 사전 기능을 일부 담았거든요. 그래서 독해용 사전으로는 NODE가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순수 NS 사전인 『Concise Oxford English Dictionary』와 학습용 사전인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of Current English』 7판을 사서 같이 써왔습니다. NODE는 모비포켓 웹사이트(mobipocket.com)에서 팔지 않더라고요. 이러니 제가 T1 내장사전 가운데 NODE를 발견하고 만세를 불렀죠!

※ 나중에 붙임: 킨들 앱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사전 가운데 NODE가 있습니다. 영국영어 사전을 선택해서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킨들 앱. 사전을 지원하기는 하는데, 안드로이드용 앱으로는 사전을 다른 넘으로 바꾸기가 까다롭더군요. 검색 끝에 '해킹'에 가까운 방법으로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7판을 기본 사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안드로이드용 킨들 앱에서 쓸 수 있는 사전은 본디 정해져 있으며, 아마존 고유식별번호(ASIN)로 그것을 인식한다네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몇 가지만 ASIN 지정되어 있고, 영어사전으로 지정된 『New Oxford American Dictionary』는 고유식별번호가 B003ODIZL6입니다. 이 번호를 제가 쓰려는 OALD 사전 파일에 넣어 줬더니 되더라고요. 자세한 방법은 ☞이곳을 참고하시고, ☞DRM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세요. 내 돈 주고 산 걸로 참 별짓을…-_-;

혹시나 싶어서 프랑스어 사전 고유식별번호(B005F12G6U)를 알아내서 『The Concise Oxford Dictionary of Music』에 패치하고 넣어 봤는데, OALD 하나만 뜨더군요. 프랑스어 사전이 아니라서 그럴까요? ㅡ,.ㅡa 아참 사전이 깔리는 경로는 /Sony_reader 디렉터리에 잘 찾아보면 있습니다. (확인해 보기 귀찮아 대략 생략 ㅡ,.ㅡa)

※ 나중에 붙임: 사전 여러 개 쓰는 문제는 2012년 3월 25일 현재 최신판에서 해결되었습니다.

이참에 제가 알아낸 사전 고유번호(ASIN) 몇 가지를 기록해 두자면,

  • 영어(미국): B003ODIZL6
  • 영어(영국): B003WUYRGI
  • 독일어: B003YL4LVQ
  • 프랑스어: B005F12G6U
  • 이탈리아어: B005F3XOMI

이렇게 좀 사전 여러 개가 함께 떠 주면 얼마나 좋겠느냔 말이죠. 그런데 일리아드는 황당하게도 대기(sleep) 상태가 안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서, PRS-T1을 산 뒤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저 위에 있는 비교 사진 찍으려고 딱 한 번 켰네요. 지금은 이걸 중고로 팔기도 뭣하니 그냥 처박아 둬야겠습니다. ㅡ,.ㅡa

그밖에 ColorDict와 GoldenDict 등 잘 알려진 안드로이드용 사전 앱도 T1에서 잘 되지만, 저는 보조용으로만 씁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 기대도 안 했던 웹브라우징이 대박!

제가 PRS-T1을 사려고 했던 가장 큰 까닭은, 아침에 (무엇보다 휴일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밤새 트위터 등으로 날아온 소식을 읽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LCD 화면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아파서요. (게으름뱅이 인증을 해버렸…;)

처음에는 안드로이드용 앱 뭐가 좋은가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했죠. 웹브라우징이 대박인 겁니다! 전자잉크 기기로 이렇게 쾌적한 웹브라우징이 될 줄이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리더, 이메일 등 모바일 주소를 알아내 책갈피 등록해서 쓰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공짜로 뿌린 구글에 고마운 생각이 마구 듭니다. 사실 제가 처음 써본 안드로이드 기기가 바로 PRS-T1입니다. 태블릿 컴퓨터 별 거 있나요? 저는 이거면 됩니다. ^^;

▶ 한글 기울임 글꼴 설정

기울임(이탤릭) 글꼴이 제대로 안 나오더라고요. /css/style.css 파일과 한글 글꼴이 있는 디렉터리에서 reader.xml 파일을 고쳐 줬습니다. 기울임 글꼴 파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서, 기울임 글꼴을 고딕↔명조 바꿔치기해서 도드라져 보이게 꼼수를 썼습니다. 그리고 명조체 굵은 글꼴이 기본 글꼴과 별 차이 없어서 다른 명조체 굵은 글꼴 파일로 바꿔치기했습니다.

※ 나중에 붙임: 글꼴 파일 함부로 바꿔치기하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집니다. 해결책은 링크 참고: http://cafe.naver.com/ebook/200664

▶ 지름신을 물리치고 싶은 그대에게

  • '루팅'은 아무나 하나

'루팅'이 뭔지도 모르는 분, 이제껏 제가 말한 것들을 쓸 수 없습니다. 루팅 잘못하면 기계가 벽돌 됩니다. 무섭죠? 덜덜덜…

  • 메모리 관리 잘못하면 고장

웹브라우저 창 여럿 열어놓고, 책도 몇 가지 열어놓고 마구 썼더니 기계가 이상해 지더라고요. 싹 밀어버리고 새로 설치해서 조심해서 쓰고 있습니다. Advanced Task Manager라는 앱으로 열려 있는 것들을 가끔 닫아 줍니다.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면 사지 마세요. 고장 납니다.

  • 아이패드에 익숙한 그대, 전자잉크를 견디지 못하리

제가 저 위에 웹브라우징이 잘된다고 썼지만, 그래 봐야 전자잉크입니다. 아이패드에 익숙해진 그대, 느려 터진 전자잉크를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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