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가 「오페라와 드라마」에서 극, 즉 드라마는 표현의 목적이고, 음악은 표현의 매체라고 한 것도 이와 연관된다. 이러한 도발적 진술은 음악극에서 대본은 기본요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 전체 내용이 아니라는 바그너의 기본전제로부터 이해되지 않으면 음악이 대본에 종속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으로만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극은 단순한 대본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그너는 음악만이 오래된 기원들을 회상할 만한 힘을 가졌고, 따라서 그것은 현대의 평범한 사회에서 왜곡되고 또한 거의 인지하기 힘든 원초적인 인간성의 회복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김문환, 『총체예술의 원류』 (서울: 느티나무, 1989). 229쪽.
▶ "Musikdrama"라는 말은 누가 처음으로 썼나?
1848년 이전에 저널리스트였던 테오도르 문트(Theodor Mundt)가 <오페라, 드라마, 멜로드라마 사이에 얽힌 관계 및 극장과 얽힌 관계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크리티셰 벨더』(Kritische Wälder) (1833)라는 모음집에 발표한 논문에서 쓴 말이다.[2] ☞바그너는 "Musikdrama"라는 말을 싫어했는데, 왜냐면 음악은 예술이며 극(drama)은 '예술적 행위 artistic act'인데 "Musikdrama"라는 말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뒤섞어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바그너는 나중에 "musikalisches Drama"라는 말을 쓰기도 했으나 "Musikdrama"라는 말 때문에 오염되었다고 했다.[1]
▶ '무대축전극'과 '무대신성제전극'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를 '무대축전극'(Bühnenfestspiel)이라 했고, ☞《파르지팔》을 '무대신성제전극'(Bühnenweihfestspiel)이라 했으며,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극'(Handlung)이라 했다. 그런가 하면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를 그냥 '오페라'라고도 했다.
또 '악극'이라는 말 대신 '미래의 드라마,' '미래의 완성된 예술작품'(das vollendete Kunstwerk der Zukunft), '보편화한(universal) 드라마'(das allgemeinsame Drama),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 '악극'과 '음악극'
☞바그너가 "Musikdrama"라는 말을 싫어한 까닭을 헤아리면, 김원철은 '음악극'보다는 '악극'이 주는 말맛이 더 극(drama) 쪽에 쏠려 있어 알맞다고 생각한다.
[1] Barry Millington, "Music Drama," The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2nd Edition.
[2] Carl Dahlhaus, 『바그너의 미학』 (Edition Musica Bayreuth, 1972). 재인용: 김문환, 『총체예술의 원류』(서울: 느티나무, 1989). 297쪽.